명희의 그림책 보림 창작 그림책
배봉기 지음, 오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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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큼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다. 사실 그림책이라는 제목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 보통 그림책 하면 밝고 즐겁거나 아니면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표지의 색채가 다소 어둡긴 해도 곰 등에 올라탄 어른과 아이가 보여서 뭔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내용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물론 이야기 속에 상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슬픈 상상이었다. 표지 속에 등장한 곰은 명희가 아주 좋아하는 그림책의 주인공이다. 명희가 이 그림책을 좋아하게 된 것은 명희의 다섯 살 생일 때 엄마가 사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엄마는 그 후 한 달도 안돼서 집을 나가게 된다. 아빠가 술만 마시면 무섭게 화를 내고 엄마를 때렸기 때문이다.

  명희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이 그림책을 본다. 엄마 냄새가 밴 자주색 스웨터 위에 이 그림책을 펼쳐 놓고서. 아빠가 오지 않은 늦은 저녁에 길옆 지하층에 사는 명희는 저벅저벅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리는 외롭고 쓸쓸한 방에서 이 그림책을 보면서 곰이 엄마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기를 꿈꾼다.

  꿈은 오로지 꿈에 불과하다. 아마 다시 현실에 돌아온 명희의 마음은 더 외롭고 쓸쓸하고 엄마가 그리울 것이다. 여섯살배기 여자 애가 그림책을 끌어안고 엄마를 그리워할 모습은 생각해 해도 가슴이 저민다. 이런 불행한 일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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