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기다리는 계단
탁혜정 그림, 이상희 글 / 초방책방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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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집에 오는 동안, 또는 직장에서 집에 오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 너무나 허둥대며 오기 때문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다면 그것은 정말 감성이 말라버렸다고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쉽게 말해 생활의 발견, 아니 생활의 작은 관찰 정도가 어울릴 것이다. 유치원이 끝나서 온 아이는 언덕 위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계단을 걸어가는 동안 아이는 비가 그쳐 비도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보고, 개미도 보고, 칠하다만 계단 난간도 보고, 무심히 떨어져 있는 머리핀도 보고, 돌멩이도 보고, 바람이 흔들리는 나무도 본다.

  계단 중단에 서서 쉬면서 멀리 동네도 둘러 보고 단풍잎도 보고 제비꽃도 보고 아카시아 향기도 맡고 주인 잃은 개를 찾는 방도 본다. 그렇게 올라간 계단 꼭대기에서 고양이를 만난다는 얘기다.

  계단을 올라가는 짧은 동안에 아이는 아주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이렇게 바로 사는 낙이 아닐까? 계단 끝에 기다릴 고양이를 생각하면서 서둘러 뛰어갈 수도 있지만 그 가는 길에 보이는 것들은 만끽할 수 있는 여유야 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자세인 것이다. 작은 기쁨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바로 행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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