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쁜 날 낮은산 어린이 11
공지희 지음, 윤정주 그림 / 낮은산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마치 근대 문학가인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읽은 듯한 느낌이다.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의 결말을. 그리고 그 이야기의 결말은 제목과 결코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의 이야기도 그렇다.

  준서는 아빠랑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가 실직을 한 뒤로 엄마는 여동생 은지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 그런 엄마와 여동생을 1년 반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더 이상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게 되었기 때문에 급식비를 달라고 아빠에게 더 이상 사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게다가 점심 때 축구할 때는 골도 넣어서 아이들에게 환호성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집에 오는 길에는 엄마 잃은 고양이를 주워와 키울 수도 있게 되었다. 엄마와 은지도 없고 아빠도 늘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무척 외로웠는데 정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생겨서 너무나 좋았다. 비록 수업 시간에 유리가 잃어버린 돈 때문에 다소 곤혹스런 일을 치르기도 했지만 유리가 돈을 찾아서 준서가 범인이 아니었음도 밝혀지고 아이들로부터 사과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에 엄마가 은지를 데리고 왔다. 얼마나 기뻤는지.... 그런데 엄마는 은지만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밤에 집에 온 아버지는 자신은 두 아이를 키울 수 없노라고 그러니 엄마한테 연락하라고, 이제 아버지는 집에 안 올 것이니 찾지 말란 말만 남겨두고 집을 떠나 버린다.

  마지막 글이 인상적이다. ‘울어서는 안 된다. 오늘은 기쁜 날인데. 내 동생 은지랑 다시 함께 살게 된 날인데. 꿈속에서도 기다려 왔던 날인데.’ 무척 슬프다. 이렇게 끝이 나서.....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들이 산동네에 하염없이 떨어지는 그림 속에 이 글이 실려 있다. 마음이 많이 아프다.

  준서가 많이 기뻐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랐는데, 준서에게 하루 종일 있었던 행운이 그날 내내 이어지지 못해서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분명 준서의 부모님은 다시 돌아오실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에 비춰보면 좋은 일과 슬픈 일은 반복되기 마련이다. 세상사가 모두 그러하니 너무 슬퍼하거나 기뻐하지도 말란 얘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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