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맺은 약속, 이승에서 이룬 사랑 - 숙향전
백은하 지음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하늘에서 맺은 약속, 이승에서 이룬 사랑. 제목이 재밌으면서 무척이나 애틋하다. 그리고 숙향전의 내용을 아주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다.

  숙향전의 내용은 하늘나라의 선녀가 선관이 서로 사랑한 죄로 인간으로 태어나는 벌을 받게 되는데, 이 둘이 그 벌을 이겨내고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이야기가 조선시대에 있었다니 무척이나 파격적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했던 시대에 여자가 주인공이고 그것도 효성이나 정조를 지킨 여성이 아니라 사랑을 찾아서 고통을 감내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었다니 무척 신기했다.

  숙향은 하늘나라의 선녀였는데 선관을 사랑한 죄로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그런데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동물이나 신선들의 도움을 받아 모든 괴로움을 이겨내고 하늘나라 선관이었지만 역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이선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다.

  이야기도 재밌다. 고전소설인 만큼 모든 곳에 주인공을 위한 우연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게 바로 고전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또한 고전소설의 특징인 유교적, 불교적, 도교적 특징들도 고루 지니고 있다. 숙향전에 대한 이런 내용적인 분석,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 고전소설이 나오게 된 배경 등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이 책 뒤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은 그냥 숙향전의 내용만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 속에 들어있는 동물이나 물건 등이 의미하는 바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이를테면 숙향의 어머니가 갖게 되는 쌍가락지에 쓰인 복 복자와 장수 수자의 의미, 두꺼비, 황새, 파랑새, 삽살개, 사슴, 봉황 등 숙향을 도왔던 동물들이 상징하는 것, 토지를 다스리는 신에 대한 이야기, 저녁 때 까치가 울면 나쁜 일이 생긴다는 말에서 살펴본 우리 조상들의 까치에 대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속 상징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싣고 있어서 상식을 키우는 데도 좋다.

  보통 우리나라의 이야기 중 애틋한 사랑 이야기 하면 <견우와 직녀>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숙향전이 먼저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견우와 직녀>는 비극으로 끝난데 반해 <숙향전>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더 좋다. 그리고 주인공인 여자여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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