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 낮은산 어린이 8
김일광 글, 유동훈 그림 / 낮은산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풀나풀 먼지 날리는 뽀얀 황톳길을 덜커덩 덜커덩거리며 달려가는 시골 버스를 모는 운전기사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에 관한 책이다. 아직도 이런 버스가 있을까?

  깊은 산골에 사는 아이가 아니라면 이런 곳이 있을까, 이런 얘기가 실제로 가능하기나 할까, 아주 오랜 옛날 얘기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눈 내린 언덕길을 올라가기 위해 버스 바퀴에 체인을 감는 장면을 보면 분명 옛날 얘기는 아니다. 나도 먼지 풀풀 나리는 시골길 버스가 생각나면서 어렸을 때 할머니 댁 가는 길이 떠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시골 버스 기사는 마음씨가 좋아야 할 것 같다.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버스가 운행되지 않으면 학교에 가지 못할 아이들이 눈에 밟혀 온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긴장해 가면서도 아이들을 태우러 가고, 운전하다 마주친 불쌍한 노루도 먹이가 있는 곳에 안아다 놓아야 하고, 마지막 버스를 놓쳐 집에 가지 못하는 손님이 있을까봐 그날 하루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왔다가 아직 돌아가지 않은 손님이 누가 있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착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항상 버스를 타던 아이가 오지 않으면 기다려 주기도 하고 버스가 있는 곳까지 힘들게 뛰어오는 아이가 안쓰러워 달려 나가서 업어다 버스에 태우기도 하고 그 아이의 할머니가 편찮으시다니 약까지 지어다 주고 초행길을 가는 할머니에게는 동리까지 친절히 모셔다 드리는 그야말로 ‘꿈의 운전기사’다.

  아마 옛날 시골의 버스기사들은 이랬던 것 같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아직은 시골에서는 할머니들의 무거운 짐을 받아서 직접 실어주며 늦게 오는 손님을 기다리기도 하고 버스비를 돈이 아니라 물건으로 받는 친절한 버스기사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이 좋아져 모든 게 편해져서 좋긴 하지만 그만큼 이런 따뜻한 마음들을 잃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읽으니 이런 세상이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나도 그런 정을 주고받고 싶다. 원래 우리 세상은 이랬을 텐데......나 먼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 수 있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