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원리를 사고 파는 철학상점
정재은 지음, 양은아 그림 / 예림당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철학 하면 늘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른들에게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왠지 철학 하면 거창한 학설이 있을 것 같고 그 학설 자체도 일반 사람들은 그냥은 알아듣기 어려운 전문 용어로만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듯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내용이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 쉽게 써놓은 철학책도 많지 않고, 최소한 어떤 철학가들이 있었는지, 그들의 약력만이라도 알려주는 책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에 더 마음에 다가왔다. 초등 고학년 정도가 되면 철학 책을 읽혀야 한다는데, 그동안 철학 책을 전혀 접해 보지 않았고 게다가 아는 철학자도 없었기에 어떤 책을 읽혀야 하는지 고민이 됐었다. 이 책은 쌍둥이 남매인 진이와 진영이가 철학자들이 운영하는 여러 상점들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철학자들과 그들의 주장한 철학을 배울 수 있게 되어 있다. 소크라테스가 운영하는 돌조각공방, 플라톤의 이데아 가구점, 아리스토텔레스의 초콜릿 가게, 아퀴나스의 동물병원 등 그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팍팍 불러일으킨다.

  왜 소크라테스에겐 돌조각공방을, 밀에겐 풍선가게를, 공자에게는 신발가게를 운영하게 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마치 여러 상점이 어우러져 있는 큰 시장을 구경하듯이 어렵지 않게 철학 공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참 재밌는 구성이었다. 비록 철학이라는 내용 자체는 쉽진 않았지만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그리스 고전 철학자에서부터 아퀴나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 루소, 흄, 버클리, 칸트, 셸링, 밀,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 보부아르 같은 중세 및 근대 서양 철학자까지 연대순으로 정리가 돼 있어서 마치 철학자도 함께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그들 서양 철학자들 뿐 아니라 공자, 노자, 묵자와 같은 동양 철학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각 철학자의 상점마다 해당 철학자의 이력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가 주장한 철학을 잘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단원 끝에는 ‘상점일지’라고 해서 각 철학자가 상점의 주인으로서, 이 책의 주인공인 진영이와 진이가 찾아왔을 때 생긴 일에 대해 적어놓은 글이 있는데, 이 부분이 그 철학자가 주장한 사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앞으로는 창의력과 사고력, 논리력 등 얼마 만큼 우수한 생각의 힘을 가졌나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앞지를 수 있는 뛰어난 생각의 힘을 가지려면 늘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는 한편 앞서간 수많은 철학자들의 주요한 사상들을 이해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더 철학책 읽기가 중요할 것 같은데, 그 첫 발을 떼게 하는 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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