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는 분명하나 범인 찾기는 쉽지 않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표지가 멋지게 바뀐 개정판이다. 이 책은 <내가 그를 죽였다>처럼 범인이 밝혀지지 않아 더욱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발표는 이 작품이 먼저였다는데, 어쨌든 나는 <내가 그를 죽였다>를 먼저 읽어서 작품의 전개 방법을 알고 있어 이 작품보다는 <내가 그를 죽였다>가 더 흥미로웠다.

  그 작품처럼 이 작품도 스토리 자체는 진부하다. '잘못된 만남'이 사건의 원인이었다. 직장에서 스스로 왕따를 선택한 소노코가 그림을 팔고 있는 준이치에게 고양이 그림을 얻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연인으로 발전하다. 소노코에게는 키는 작지만 미모가 출중한 여고 때부터의 친구였던 가요코가 있었다. 준이치를 가요코에게 소개를 시켜줬는데,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소노코는 사체로 발견되기 전에 고향에서 교통경찰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얼핏 배신을 당했다는 뉘앙스의 전화를 한 통 했었다. 오빠는 동생을 위로해 주고 싶어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동생이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아 집으로 찾아왔는데 죽어 있었던 것이다. 일찍 부모님을 잃어 여동생이 늘 안타까웠던 오빠는 자신이 직접 범인을 잡아 복수하고픈 마음에 소노코의 죽음은 타살이 분명하지만 경찰이 개입할 수 없게 자살로 위장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대표 형사, 가가는 이 사건이 타살임을 밝혀내고, 소노코의 오빠가 복수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 애쓴다.

  이후 용의자는 소노코의 연인이었던 준이치와 친구였던 가요코로 밝혀지지만, 둘 중 누가 진범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대부분의 사건은 살인현장에서 증거들을 감춘 소노코의 오빠 야스마사가 풀어가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가가가 제시한다. 이야기는 끝까지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채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책 말미에도 추리 안내서가 있다. 여기를 보면 범인이 누군인지 대충 짐작이 긴다.

  이처럼 이 책은 추리게임처럼 독자가 범인을 추리할 수 있게 돼 있다. 나는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이 누구일지 크게 고민하지 않으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따르는 편이라서 이 책처럼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에는 뒤통수를 한 방 맞은 느낌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처음 읽을 때부터 사건이 현장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읽는 것이 좋다.

  아무튼 추리소설가들은 대단하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대단하긴 하다. 더운 여름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