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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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섬뜩섬뜩하다. 이 책에서 총기로 현장학습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남아있던 친구들을 죽인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 총기 난사 사건이 떠올랐을 뿐이지, 이런 사건 말고도 우리 마음을 아리게 하는 사건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화가 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되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도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도 적잖다. 문제 학생에게는 문제 부모가 있다고는 하나,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 경우도 있으니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 책 <번외>에 나오는 K도 그렇다.

K는 저마다의 이유로 현장학습에 참여하지 못해 학교에 등교해 영화 감상을 하던 사이에 함께 있던 이들은 총기로 살해한다. 이 책의 주인공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현장학습에 못가고 학교에 등교하게 되는데, 사건이 벌어질 때는 다행히도 국어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느라 현장에 없어서 화를 면하게 된다. 이 책은 그 후 꼭 1년이 지나 사망자들에 대한 추도식이 있던 날의 주인공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원래도 발작도 있는 등 몸이 허약하다. 그런 아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게다가 자신이 호감을 가졌던 급우가 가해라지니 그 충격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이 아이는 정신과 치료도 받지만 그것이 크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가 하는 행동들이 주위 사람들로서는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즉 이 책은 학내의 총기 난사 사건이라는 사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생존자가 받게 되는 상처와 그에 대한 주위의 색다른 시선을 그를 더 힘들게 함을 들려준다. 이 책 96쪽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어제가 바로 1주기 추모일이기까지 했는데. 유일한 생존자가 이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잇다는 것을 알면, 하늘에 잇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네 인생이 죽은 아이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덤인 것마냥 얘기하는 사람들을 만나거든...”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이 그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됨을 헤아려야 하겠다.

요즘에는 트라우마라는 말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만큼 사건, 사고도 많고 이로 인해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심리 치유에 노력을 기울이는 움직임이 커졌다. 그렇지만 전문의를 통한 일대일 치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 또한 바뀌어야 이들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도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사건의 희생자에 대해서는 동정을 하면서도 정작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에 대해서는 이 책의 다른 이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주위의 관심도 안 받고 편안하게 살았을 사람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달갑지 않은 관심도 받아야 하고, 더욱이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 책 주인공 역시도 자신이 번외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사건의 희생자뿐 아니라 생존자도 더 큰 희생자이자 피해자임을 깨달았고 이들에게 부담주지 않는 행동을 해야 이들이 속히 치유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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