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히치하이커 -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17
문이소 외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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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벌인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이 널리 알려졌고 대형 병원에서 암 진단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아직까지도 로봇과 인공지능은 내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만 같다. 얼마 전에 VR체험관에서 가상현실을 처음으로 체험해 봤고 올 봄에 개봉한 영화 <레디플레이원>을 통해 가성현실이 일상화된 미래 사회를 엿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것들이 일반화된 미래를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런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고 각종 책이나 기사를 보면 그런 시대가 우리 아주 가까이에 다가온 것 같다. 이 책 <마지막 히치하이커> 역시도 우리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책 중 하나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청소년소설에서는 이런 SF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한 두 편씩 등장하고 있는 것을 봐도 로봇이 우리 사회에 가까이 다가오긴 한 모양이다.

이 책은 제4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인 <마지막 히치하이커>를 비롯하여, 이 작품을 쓴 문이소의 신작인 <목요일엔 떡볶이를>과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 응모작인 남지원의 <로봇과 함께 춤을>, 은이결의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 민경하의 <잠수>, 이렇게 5편의 중, 단편이 수록돼 있다.

이 중 <마지막 히치하이커>2015에 뉴스로 보도됐던 히치봇을 소재로 한다. 이런 로봇이 있었던 것도 이 책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다. 히치봇은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로봇으로, 히치하이킹을 통해 정해진 목적지까지 낯선 사람의 차를 얻을 타고 정해진 목적지에 돌아오도록 프로그램된 로봇이다. 이 로봇은 2014년에는 19번의 히치하이킹을 통해 캐나다 여행에 성공했고, 그 해 겨울에는 독일 여행도 무사히 마쳤단다. 그런데 2015년 여름에 미국 횡당 여행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인간의 폭력에 의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히치하이커>는 바로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나라는 여학생이 물에 쳐박혀 있던 히치봇 몰리오를 만나, 그 로봇의 목적지인 대전까지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자율주행자동차로 버스기사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이유로 고속버스 기사에게 승차거부를 당하기도 하고 호기심만 보이고 홀대하는 사람들도 만나지만 보나의 노력 덕에 무사히 로봇연구소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기사에서 보도되었듯이 인간의 폭력에 의해 망가진 로봇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몰리오 이전 세 대의 히치봇들은 인간에 의해 훼손된다. 이 이야기를 위해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목요일엔 떡볶이를>은 혼자 외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정서 지원을 담당하는 로봇인 루빈에 대한 내용이다. 이 루빈 역시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가사일을 대신해 주는 존재이고 화풀이 대상이지만, 마음씨 따뜻한 할머니로부터 정서적인 교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가장 슬펐던 이야기는 <로봇과 함께 춤을>이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사이보그에 관한 것이다. 춤을 굉장히 잘 추었던 댄서였지만 딸 아이가 죽은 이래로 백수로 지냈던 민준이 아빠가 아들을 위해 로보파크에서 로봇의 댄스 지도자로 취업을 하지만,보다 완벽한 춤을 위해 사이보그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면 아들과의 추억마저도 잃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을 가진 판사 이야기를 다룬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와 제주의 용왕 할망 전설과 외계인의 이야기를 다룬 <잠수>로 색다르며, 시사점을 준다. 특히 절대 정의 레이디 저스티스는 판사로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앞으로 없어질 직업으로 판사도 포함된다는데, 이 책을 보니 이런 예측이 섣부른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만든다. <잠수>는 판타지 동화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 청소년소설 하면 학교폭력과 왕따 같은 소재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미래 사회를 다룬 이런 신선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앞으로도 과학 발전으로 인해 달라진 미래 사회를 짐작해 보게 하고 그 시대가 갖게 될 문젯거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책들을 통해 아이들은 미래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큰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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