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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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매일매일이 삽질의 연속이자 고행의 시작인 나. 구멍 소리를 들으며 커서 실수도 삶의 일환이니 체념하고 살기도 했던 날들. 혹시 여행지에서도 이런 실수를 한다면 어떨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서는 아직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 와중에 삽질의 고수를 만났다. 해외에 나가 본격 삽질 투어를 몸소 체험하신(?) 서지선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과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교차했다. 나도 저런 적 있다고 맞장구치기도 하고, 저러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거나 낯선 곳에서 우리는 삽질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여행은 처음부터 수월하지 않다. 저자는 친구와 싱가포르에 가자는 약속은 스무 살이 되면서 처음 이루었다. 아무리 패키지고 치안이 잘되고 위생적인 싱가포르라고는 하지만 친구와 보내 준 부모님의 개방성에 한 수 접고 들어갔다. 저자는 외국에서 생의 첫 알콜 경험을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줄기차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무수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실수와 고생한 에피소드만으로 책 한 권이 탄생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처음 겪는 실수는 아마 짐 때문이지 않을까. 난생처음 온 유럽에서 짐이 같이 오지 않아 고생하고, 가난한 여행자답게 돈 한 푼 아껴 보겠다고 한 선택이 여행 전체의 미스가 되는 건 또 어떤가. 가격 대비 너무 괜찮은 숙소를 퇴실할 때쯤이 되자, 그 유명하다는 베드 버그 천국에서 떠나는 걸 알아차릴 때. 바퀴벌레(일명 바선생)와의 사투도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저렴한 숙소, 호스텔, 쉐어 하우스에 묶다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유럽은 오래된 곳이 많아서 화장실부터 모든 것이 한국이 제일 좋다는 국뽕! 새삼스레 애국자가 되어 귀국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도 재미있다. 도쿄돔 콘서트를 보러 갔다가 스마트폰이 사망한 일화, 아파서 찾은 병원의 과도함,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의 뜻밖의 칭찬, 소름 끼치도록 아날로그적인 일본 특유의 문화. 특히 스마트폰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의 비애가 낱낱이 적혀 있다. 스마트폰의 위력과 중독을 새삼 생각해 봤다. 스마트폰이 없던 1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여행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 이후에도 돈 좀 아껴 보겠다고 계속되는 실수 연발 프로젝트를 킥킥거리며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역시나 황당함과 당혹스러움 추가, 부당하거나 분노하는 일은 곁가지로 따라오는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어딜 가나 sns의 위력과 미소 하나면 해결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어릴 적 무작위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이탈리아 친구가 난생처음 가보는 여행지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만난 적도 없고 오직 펜팔로만 연락, 지금은 의무적으로 페이스북 '좋아요'나 간간이 누르는 사이였지만 유럽 알프스산맥 자락의 휴양지 제펠트인티롤에 가게 된다. 이곳은 정말 백인천지였다. 유럽인들에게만 알려진 휴양지라 동양인은 혼자였지만 친구 잘 둔 덕에 최고급 숙박 시설에서 잘 지내다 오게 된다. 다만 호기심이 발동해 비키니 차림에 오도 가도 못하고 갇히게 된 사연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는 하지만 말이다.

 

친척끼리 태국 치앙마이 여행 다녀온 에피소드는 웃기지만 마음이 훈훈해진다. 다양한 연령대의 친척들의 비위(?)를 맞추며 선택한 패키지의 대성공. 나도 언젠가는 가족 여행의 주최자가 되어 스케줄을 짜게 될 것 같은 예감과 행복감이 동시에 들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조만간 전 세계가 안정되면 또다시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잠시나 품어 봤다. 그리고 삶이란 실수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도장 깨기 하는 일의 반복이란 생각이었다. 여행도 인생도 실수와 삽진을 무한 반복이다.

 

아무쪼록 어디든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시기에 책 가격과 무관하게 무한 공감과 대리만족할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추억이 된 실수일 때가 많다. 여행은 떠나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지나고 나니 깨닫게 된다. 이런 경험을 글로 남겨 일생의 한 페이지를 증명할 수 있다는 부러움이 들었다. 나도 기회가 되면 짧게나마 여행지에서의 소회를 남겨 보기로 다짐했다.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는 날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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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수학 - 수학이 판결을 뒤바꾼 세기의 재판 10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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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숫자가 주는 답에서 진실과 가까워 질까? 애석하게도 수학적 오류는 가장 공정하고 타당해야 할 재판장에서 자주 일어난다. 이 책은 수학이 판결에 영향을 준 세기의 재판 10선을 모았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법정에서 사용된 다양한 수학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수학은 정확하고 공정한 것 같지만 사실을 오도하고 눈 감게 내버려 둔다. 아주 작은 오차로 인해 유죄와 무죄가 갈리며 사람의 목숨과 삶이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우리는 숫자가 주는 정확성을 너무나 당연시했다.

 

 

따라서 책은 계산 착오, 계산 결과의 오해, 필요한 계산 간과 등 인간이 저지를 실수로 부당한 판결을 받은 이들을 위로하기 충분하다. 10건의 사건으로 억울한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상황을 제시한다.

 

 

20세기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을 기억하는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인권을 탄압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성찰과도 같은 선례다. 당시 드레퓌스는 알자스 지방 출신 유대계 프랑스인 장교였다. 하지만 독일 대사관에서 발견한 메모 한 장 때문에 독일 스파이로 지목되었다. 법원은 필적 전문가를 초빙해 확률적으로 접근했고 결국 유죄가 선고되어 악마의 섬에서 종신형을 받는다.

 

 

이 사건의 핵심은 과연 필적 전문가가 사용한 필적이 일치할 확률 싸움이다. 수학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광기는 한 개인의 삶을 통재로 날려 버리기도 한다.

 

 

너무나 유명해 자주 언급되는 확률의 오류 샐리 클라크 사건은 수학, 확률, 재판 실수를 말할 때 항상 나오는 예시다. 재판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수치가 나온 맥락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맥락과 상관없이 단순 인용해 용의자의 범죄 유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두 영아 돌연사의 용의자가 된 친엄마 샐리 클라크 사건은 비극적 사건의 연쇄 도미노라 할 수 있다. 1996년 샐리 클라크는 첫아이 크리스토퍼를 낳았고 지극정성으로 돌보지만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듬해 둘째 해리를 낳았지만 역시 한 살을 넘기지 못하고 돌연사 했는데 한 가정에서 잇따른 영아 사망 사건을 의심해 그녀는 유괴 판결을 받는다. 재심으로 풀려났지만 이미 3년간 복역하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샐리는 알코올중독으로 석방 4년 뒤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소아과 의사였던 메도의 '7300만 분의 1'의 수치는 지금까지도 선례로 남아 주의해야 할 통계 오류로 남아있다. 그녀는 모성을 고발해 10여 명의 엄마들을 감옥에 보냈고 재심 후 석방된 다소 황당한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메도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무너져 버린 가정과 엄마들에게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이는 수학적 계산과 숫자가 우리 눈을 멀게 할 수 있다. 이를 분별해 내는 것은 끊임없는 의심이다. 숫자는 모든 과학이 아니며 진실도 아니다.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수많은 근삿값일 뿐. 과학도 오류, 거짓, 조작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함을 보여주는 답답하고도 슬프고 목이 메는 사건들이 수록되어 있다.

 

 

10가지 사건을 접한다면 책을 읽기 전으로 도저히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수치, 확률, 숫자는 얼마나 정확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말아먹을 정도로 대단한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되길 바란다. 수포자인 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풀이된 수학 인용 사례집이다. 코로나 시대, 폭스 팩터나 좌중을 압도하는 숫자에 현혹되지 않고 비판적인 사고와 나만의 관점을 세우는 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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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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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늘 하얀 장미(스노우 가문 상징)를 행거칩 대신 넣고 다니는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의 과거가 궁금해지지 않았던가? 과연 그는 어쩌다가 영원한 전투인 헝거게임의 주최자가 되었을까? 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스노우가 캐피톨의 아카데미에 다니던 열여덟으로 거슬러 가는 프리퀄이자 스핀오프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수잔 콜린스'의 신작이지만 우리가 바라는 캣니스와 피타는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지 10년. 폐허가 된 후 혼란스러운 상황과 캐피톨을 중심으로 12개의 구역으로 나뉜 독재국가 판엠이 무대다.

 

제10회 헝거게임이란 시대적 배경은 헝거게임 시리즈의 약 65년 전 이야기로 산정할 수 있다. 전쟁 후 극심한 굶주림으로 누구도 충분히 먹을 수 없는 식량배급 시스템도 여전히 존재했었다. DNA를 조작한 동물 실험실에서 머테이션(돌연변이)이 만들어진다. 여러 머테이션이 소개되나 인간의 목소리에 이끌리도록 설계되어 도청이 가능한 재잘어치가 주요 포인트다. 지금은 실패한 머테이션이자 자연에서 흉내지빠뀌와 짝짓기 해 토착종이 되었다. 그들의 후손 모킹제이의 탄생 비화도 알 수 있다.

 

훗날 악명 높은 독재 대통령이 되는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의 유년 시절은 가난과의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몰락한 가문이지만 할머님과 사촌누나는 품위를 지키며 가문의 명예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 스노의 대통령을 상상하자면 어렵지만, 어린 시절에는 여릴뿐더러 감성적이기까지 하다. 엄마의 장미 향 콤팩트를 버리지 않고 가끔 들춰 향기를 맡는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소환하는 방법이다.

 

외유내강 스타일로 가족과 친구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아카데미의 유망주였다. 비록 하루에 한 끼, 겨우 콩으로 연명하는 식량난일지라도 고매한 가문을 지키기 위해 자제력을 잃지 않는다. 자신만이 가문을 일으킬 유일한 해결방안이라 믿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장학금을 받고 금전적인 지원도 받아야 했다. 가족들이 용기를 북돋아주게 하는 말 "스노우가 일등이다"를 마음속에 세긴다. 하지만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에 세금이 부과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십 대 스노우에게 시련은 연이어 터진다.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 줄 돌파구는 바로 제10회 '헝거게임'이다. 헝거게임을 통해 멘터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아야 했다. 그러나 스노우에게 12구역의 최약체인 '루시 그레이 베어드'가 배정된다. 그녀는 코비(집시 같은 단체) 의 일원인데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쇼맨십이 강했다. 첫 이름은 발라드에서 두 번째 이름은 색깔에서 따오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모자에 깃털을 꽂는 등 노래하는 새에 비유된다.

 

루시 그레이는 가장 먼저 죽을 거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리하게 행동했다. 시장의 딸을 이용해 이목을 끌었고 코비 출신답게 노래도 유능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 스타가 된다. 노래하는 모킹제이, 뱀을 다루는 루시 그레이는 아름다운 발라드로 캐피톨 시민을 사로잡는다. 이런 코비들의 은유적인 가사의 노래는 소설 중간중간 등장해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하고 죽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모킹제이>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허스키 보이스가 인상적인 ' 매다는 나무(the hanging tree)'의 전신을 루시 그레이가 부른다. 영화에서 그 부분은 섬뜩하면서도 슬펐도 엔딩 크레딧에 또다시 나와 관객을 붙잡아 둔다.

 

헝거게임을 통해 멘터인 스노우와 조공인 루시는 믿음을 넘어 사랑을 쌓아간다. 그 과정에서 조공인을 발판 삼아 승리와 상까지 받으려는 세력들의 암투를 스노우는 슬기롭게 헤쳐나가지만. 아카데미 음식을 몰래 가져가 루시에게 준 것이 탄로나 촉망받는 학생 신분에서 평화 유지군으로 신분이 바뀐다. 그곳에서 한때 라이벌 가문의 아들 세자누스와 재회하며 다시금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살기 위해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헝거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타인의 심장에 칼을 꽂는 헝거게임은 뒤틀리고 굶주림에 괴물이 되어가는 시민들을 은유한다. 소설 속에서는 12개 구역의 남녀 조공인을 추첨해 한날한시 정당하게 출발하는 스포츠 게임으로 묘사되지만.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배신하고 죽여야 하는 생존 게임이다.

 

표면적으로는 반란 구역인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보이나, 아이들이 주체라는 점에서 미래의 희망을 이용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통제 중 하나다. 수많은 암투와 갈등 속에서 최연소로 장교 시험에 통과해 캐피톨로 금의환향하게 된다. 스노우는 잠시 도망치자는 루시 그레이의 제안에 흔들리게 된다. 책의 초반과는 다르게 결말부에 가서는 가족을 위해, 승리를 위해 변해버린 코리올라누스 스노우과 완성되어 간다.

 

이 게임은 굉장히 잔인하다. 인간 기저의 사악한 충동을 스포츠와 한 통제다. 시각적인 표현의 수위나 과격한 행동, 거친 욕이 나와서가 아니다. 아이들이 타의에 의해 게임에 투입되고 서로를 죽고 죽인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미디어에서 생중계되고 조작된다는 사실이다. 이 잔인한 현실에서 부모나 어른은 조력자이거나 가해자, 방관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뭐든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가야만 한다. 삶도 죽음도 결국 자기 책임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세상의 잔인한 이치를 학습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그런 어른이 만든 독재국가가 60년 이상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시리즈의 결말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소름 끼치는 프리퀄이 아닐 수 없다. 영화화 제작이 논의되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나이 든 스노우의 인상이 강해서 젊은 스노우를 누가 대체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와 더불어 루시 그레이까지.

 

덧) 책 후반부에는 12 조공인을 돌보는 멘터 이름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다. 로마의 역사적 인물에서 따온 사례가 많아 알아두면 좋을 팁이다. 참고로 코리올라누스는 로마의 코리올라누스(coriolanus)장문의 이름에서 파생되었다. 로마 정부에 대항하는 반란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뒤 정치에 진출하려다 오히려 추방당한 장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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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의 모험 2 무민 골짜기의 모험 2
토베 얀손 지음, 천미나 옮김 / 온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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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MOOMIN)'은 북유럽 설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깨비 정도라 할 수 있을까. 하마나 귀여운 돼지, 곰처럼 생겼지만 상상 속의 요정 혹은 요괴, 트롤의 원형이다. 1945년 토 베 한 손에 의해 발표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무민 탄생 75주년을 앞두고 애니메이션 동화로 탄생했다. 이번 기회에 어른과 아이 함께 읽기 좋다. 3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무민 3D 애니메이션 스토리북 두 번째 이야기다.

 

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 호기심 많고 엉뚱하지만 누구에게도 싫은 내색 못하고 혼자 속앓이 끙끙. 때론 바보 같아 보여도 닮고 싶은 느긋한 무민.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무민 골짜기에서 일어난 봄과 여름 이야기다. 이번 두 번째 이야기는 가을, 겨울의 이야기다. 그래서 겨울잠에 들어간 무민 가족의 이야기도 소소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역시나 무민 골짜기를 방문한 여러 손님들과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무민 원작 소설을 충실히 반영해 스토리와 이미지는 입체감 있는 3D로 재해석했다. 100여 컷이 들어있는 귀여운 그림 탓에 무민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것 같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우정'과 '모험'이다. 무민에 집을 어지럽히는 가사도우미 미자벨, 투명한 모습의 소녀 닌니, 오만한 스키 마니나 헤물렌 브리스크 씨, 겁주기를 좋아하는 착한 꼬마 유령, 화산 폭발로 길을 잃은 불의 요정, 무민의 조상님 등등.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무민에 골짜기를 배경으로 우정을 쌓아 간다.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이 생기더라도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고 너그러이 품어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무민 가족의 넉넉한 마음이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 더욱 소중한 가치로 느껴지는 이유다. 이기적이고 내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쉬어가는 마음의 여유를 안겨주는 작은 사치다. 어려운 일을 해결하고도 당신의 덕분이라고 말하는 진심 어린 칭찬과 배려는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본 도서는 제공 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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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손잡고 웅진 모두의 그림책 33
전미화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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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어둠 속에서 일하러 나간 부모님 대신 오빠는 동생을 깨워 고등어 반찬에 밥을 먹고 세수하고 이를 닦고 모험을 떠난다. 가장 좋아하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나서지만 오빠는 왜인지 파란 모자를 꾹 눌러쓰고 나간다. 아무렴 어때, 꽃들도 바람도 인사하기 바쁜 산책길. 오빠의 손을 잡고 오순도순 길을 나선다.

그렇게 돌아온 집. 어쩐 일이지, 엄마 아빠가 벌써 왔나 보다 한 걸음에 달려갔지만 험상궂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숨어버리는데 선수인 나와 오빠는 아무도 찾지 못하게 꼭꼭 숨어 버렸다. 대체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하지만 어디에 숨어도 찾아내고야 마는 부모님과 다정한 가족이 되었다. 그러나 아늑한 우리 집은 더이 상 안전하지 못한집이 되었고 정들었던 구름과 꽃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사 가야만 한다. 아쉽고 미안하지만 꼬마는 어쩔 수 없다.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점점 자라나 어른이 되는 것뿐.

웅진 모두의 그림책은 창작자 고유의 색깔과 자유를 보장하며, 독자에게 다채로운 예술의 감동을 선사하는 책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시리즈다.

 

그중 전미화 작가의 《오빠와 손잡고》는 맞벌이 부모를 둔 가정에서 오직 의지해야 하는 남매의 고군분투를 큼직한 그림으로 창작했다. 감정을 잘 알 수 없는 오빠와 아빠, 엄마는 전체 모습이 묘사되지 않는 반면. 주인공 꼬마는 항상 표정과 마음의 소리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다. 비록 재개발로 정든 동네를 떠나 더 높은 곳으로 이사하게 되었지만 든든한 오빠와 가족들이 있다면 마냥 행복한 막둥이다.

여백의 미와 간략한 그림체가 주는 풍경은 흠뻑 빠져들어 주인공의 마음을 상상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가끔 어른들에게도 동화책이 주는 환기가 필요한 것 같다. 요즘처럼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치는 나날들이 이어질 때면 동화로 그 위로를 대신해보는 것도 좋겠다.

*본 도서는 제공 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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