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포루스 과학사 - 동서양을 넘나드는 보스포루스 인문학 1
정인경 지음, 강응천 기획 / 다산에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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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과학사는 서양의 근대과학을 중심으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과학 이후의 과학을 사실이라고 인식하고 있죠. 과학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사실)을 말할 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치)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책은 '지식 이삶을 바꾼다'는 전재하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학'을 단순하게 수식과 명제, 결론의 도달이라는 방식으로 취하지 않는다는 점!  인간의 삶과 결부시켜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동서양을 넘나드는'이란 점은  '보스보루스 해협'이 주는 의미 때문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와 암소로 변한 이오의 이야기를 다들 알고 계시죠? 헤라의 질투를 피해 난봉꾼 제우스는 이오를 암소로 둔갑시키고 이리저리 피해다니다가 이 해협을 건너 도망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소가 건넌 해협'이라는 뜻이 '보스보루스 해협'인데요. 또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을 가르는 곳으로 터키는 이 해협을 두고 아시아와 유럽으로 나뉘고 있지요. 과학과 인문학도 아시아와 유럽으로 편가르지 않고 보편적으로 다루고자 한다고 서문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동서양의 과학사와 역사, 인문사를 다루다 보니 과학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서양의 일반적인 시선을 과감히 탈피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으로 이해도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동양의 과학도 중요한 부분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동양의 과학도 우수하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어 주네요. 특히,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서양의 모든 시선들이 동양에 쏠리고 있는 현상을 미뤄볼 때 이제 우리것에 대한 연구와 발전을 늦추지 말아야 겠습니다.


과학사를 접하다 보니, 다른 분야도 궁금함이 커졌는데 미술사와 전쟁사, 영화사, 의학사, 여성사, 문학사, 철학사, 경제가도 곧 출간된다고 하니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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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김호경 소설, 박수진 각본, 윤제균 각색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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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家長)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의 굵직한 이야기가 연일 화제 입니다. '남자'라는 이름으로 '가장'이 되는 '아버지'를 대한민국의 격동의 반세기 속에 고스란히 담아 놓은 영화 <국제시장>때문일텐데요.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친 아버지의 치열한 삶을 담은 영화를 소설로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소설 《국제시장》은 주인공 '덕수'의 삶과 함께 울고 웃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쟁, 피난, 죽음, 이별로 인한 수많은 아픔을 낳은 '1950년 한국전쟁과 흥남철수', 이후 피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거리 '국제시장'을 무대로, 실업문제 해소와 외화쵝득을 위해 펼쳐졌던 '1960년 서독 파견 간호사와 광부'와 '1970년대 베트남 파병'을 거쳐 전 국민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기적의 순간 '1980년대 이산가족 상봉'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 아버지의 삶은 시련과 고난을 겪으면서 더욱 완고해진 대한민국의 역사와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총 5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녹여낸 굵직한 대서사시지만, 세밀하고 담담한 필체로 그 시절을 겪었던 부모님 세대에게는 감동을, 그 이후  살고있는 세대에세는 공감과 이해를 함께 할 수 있는 소설이네요. 특히, 주인공 '덕수'를 연기하고 있는 황정민 배우와  '달구'역의오달수 배우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소설을 읽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되네요.

오랜만에 가슴따뜻해 지는 소설 한편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구식이라고 피하려고만 했던 아버지 세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당신네들이 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쇠심줄과도 같이 질긴 고집이 우리가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도 말이죠.  영화를 보러갈 분들은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로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소설 속에서 살아 움직이던 인물들과 상황들을 스크린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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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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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의 추리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공허한 십자가》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소설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리 만큼 폭넓고 깊히있는 주제에 접근하기에 이르렀네요. 이제 그의 책들을 읽을 때 범인을 찾는 일따위는 잊은지 오래 입니다. 끝맺음과 살인동기, 실타래 같은 일들의 연결고리를 캐고 싶은 일이 급선무가 되었어요. 굉장한 작가라는 생각이 매번 드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공허한 십자가》에서는 두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내인 사요코가 잠시 찬거리를 사러 나간 사이 집에 강도가 들어 하나뿐인 딸을 잃고 말죠. 아버지인 나카하라가 직접 다른 살일 사건을 11년 만에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그 일 이후로 사요코와 이혼하고 살고 있었지만 갑자기 전 부인 사요코의 사망사건으로 다시 한번 살인 사건 속으로 휘말리게 되죠. 아내였던 사요코가 죽기 직전의 일들을 알면서 전 남편 나카하라는 사요코가 11년전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소설이 아님을 밝히는 이유는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얽힌 인물과 사건 사고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작가란 본디 직접 경험하기 힘든 일까지 공부하고 상상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임에 틀림 없습니다. 《공허한 십자가》에서는 유족의 입장에서 '사형 제도의 찬반 논란'을 기가막히게 그려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과 영화 <밀양>이 생각나는데요. 살인이라는 무거운 죄를 과연 인간이 판단하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살인 사건을 당한 유족이 원하는 것도 바로 '사형' 하지만, 사형이 정해 진다고 해서 반드시 범법자가 죄를 뉘우치거나 갱생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직시합니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말입니다.


소설의 제목 《공허한 십자가》는 사요코가 딸을 잃고 줄기차게 취재하고 파헤졌던 사형 폐지론이라는 이름의 폭력'이라는 원고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흔히 죄를 지은 사람은 평생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산다고 한다.

그런데 평생 십자가를 등에 지고 사는 사람은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유족이 아닐까?

*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p213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살인'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살인'의 최고 죄로 '사형'에 처하는 것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곰곰히 따져봐야 합니다. 함무라비 법전 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아닌, 그들의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는 것인지, 살인범이 교도소에서 몇 년만 있으면 참사람이 되는 지, 누가 단언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 살인자를 공허한 십자가에 묶어두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라며 놀랐습니다. 추리소설의 탈을 쓰고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멋진 작가이지요.


그리고 도벽과. 수해(樹海). 반려견 장례식 등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바다 건너이긴 하지만 곧  우리들에게도 닥칠 일들이기 때문에 훨씬 집중하면서 읽어내렸갔던 《공허한 십자가》.아무튼 다음 작품이 늘 기다려 지는 작가이며, 읽지 못한 다른 소설들도 차례차례 접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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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서툴고 흔들리는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거든 - 내일을 약속하는 삶에 대하여
김정한 지음 / 북씽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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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때는 무심한 듯 건네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요즘 너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에 빠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에는 서툴어요. ​ 오히려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이 일방소통이 가능한 전자기기가 편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말'이란 누구에게는 위로가 누구에게는 날카로운 화살로 다가오는 것이기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운것도 없지 않아 있을꺼에요. 타인의 말로 상처 받고 위로가 필요한 모든이들이 읽어봤으면 좋을 책을 소개합니다.


 

 

 

다소 서정적인 제목, 《조금은 서툴고 흔들리는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거든》은 감성 시인으로 알려진 '김정한' 전하는 치유의 에세이집입니다. 행복을 강요하고 경쟁력과 성공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한발자국 떨어져 관조하는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생각하기인가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현대인의 뇌와 마음을 잠시 쉬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이 얼마만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범인을 추리하는 소설, 결말을 생각하게 하는 글, 숨은 주제를 찾고자 하는 글은 머리 아프게 읽어왔잖아요. 다가오는 연말,《조금은 서툴고 흔들리는 그대에게 왜 사느냐고 묻거든》와 함께 느긋하고 서정적으로 읽어보는 계기를 마련 했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고달프고 힘든 이유는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기 때문입니다.

A급 인생은 A급 인생의 기준에 맞춰 사는 거고, B급 인생인 나는 B급 수준에 맞춰 살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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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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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골든 슬럼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던 일본의 추리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가 10년간 썼던 산문들을 엮어 낸 산문집입니다. 원제가 참 재미있는데요. 《3652》는 10년이나 되는 해에 내는 것이니 365x10을 하고 그사이의 윤년을 더해 탄생한 제목이라고 합니다. 등단 10년만에 제안 받은 '에세이'는 이사카 코타로'를 뛸듯이 기쁘게 만들었죠. 그가 얼마나 무심한 듯 공들여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지 책을 보면 확인 할수 있습니다. '추리소설가가 왠 산문?' 이라며 반색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선혈이 낭자하는 범죄사건을 소재로 쓰는 사람도 누군가의 자식이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10년 동안 끄적였던 산문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지금과는 사뭇다른 작가의 어린시절이나 예전의 상황들이 뒤죽박죽이지만 , 그 속에서 은근한 질서가 보입니다. 그 질서는 '다소 엉뚱함'이라는 것이죠. 완벽할 것 같은 추리 소설가에게 한쪽이 약간 모자라보이는 행동과 생각들은 반전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단상이 많은데, 한국사회에서 아들과 아버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는 다르게 아들이 아버지의 행동을 주시하며 관찰자의 입장으로 이야기하는게 무척 재미있어요. (아버지의 내공이 대단하신 듯 ㅎㅎ)


역시 작가이기 때문에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손님들의 모습도 그냥 지나치치 않습니다. 꼭 자유투 할 때와 똑같이 손님들이 차례대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죠. 이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소소한 일상은 작가 특유의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바로 《그것도 괜찮겠네》가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이겠죠. 


다만, 한 에피소드가 끝날때 마다 'p.s'처럼 주석이 달리는 형식이 '무라카리 하루키'의 산문집들이 생각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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