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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평점 :
한국인은 밥심. 해외에 나가보면 맛있는 현지 음식이 며칠 내로 물린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불고기, 설렁탕, 떡볶이, 냉면.. 한식이 먹고 싶어지는 때가 누구나 찾아온다. 곁에 있어서 잘 몰랐던 음식을 끊었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되는데, 한국인에게 밥은 소울푸드 그 이상이다.
요즘이야 탄수화물 중독이라며 찬밥 신세지만 찬밥도 맛있다. 김 싸먹어도 맛있지, 겉절이에 먹을 때도, 라면에 밥 말아 먹을 때도 오케이다. 밥 한번 먹자, 밥 먹었어?라는 말로 인사를 거네는 민족도 없을 것 같다. 잘 먹고 잘 자고 별일 없이 사는 게 최고인 하루하루다.
오랜만에 김제동을 만났다. 한때 말도 잘하고 소탈해서 인기가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활동을 하지 않더라. 어디 아픈 건가, 공부하는 건가, 해외 나갔나 싶었는데 오랜만에 작가로 돌아왔다.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밥과 사람 이야기'란 부제를 들고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우리 누나들에게
제가 만든 김치볶음과 따순 밥을 차려 주고 싶습니다.
김제동은 방송에서 다섯 누나들 이야기를 자주 했다. 어려운 형편에 누나들이 자길 키웠다며 고마워했었다.
누나들은 아마 안 먹을 거라지만 막냇동생의 효도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다복한 가족의 따뜻한 밥 이야기가 뭉클하다. 야식 같은 건 없던 시절 바가지에 비빈 밥을 나눠 먹으며 자랐단다.
이제는 탄이라는 예쁜 강아지와 사는 그가 여러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사는 이야기가 도란도란 적혀있다. 귀엽고 따스한 일러스트는 덤이다. 아직도 '장가 언제 가냐'라는 말을 듣는데 그때마다 '6시쯤 당신 모르게 남들 깨지 않는 시간'이라고 재치 있게 이야기한단다. 곤란하고 무례한 질문에서 빠져나가는 법, 대인관계 스트레스 덜 받는 법, 가짜 뉴스 판별 법 등. 요즘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도 제시한다.
저는 세상에서 제일 성공한 사람은
자기에게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다정한 사람
김제동이 그랬다. "친구하고 사이가 안 좋으면 잠깐 안 보다가 다음에 또 만나면 되고, 학교가 정 마음에 안 들면 전학 가면 되지만 자기하고 관계가 안 좋으면 평생 어디 갈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친절해야 합니다. 자기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다정한 사람. 못나 보이고 막말도 서슴없이 해줄 사람도 나. 나를 좀 더 사랑해 주는 사람이길, 나의 첫 번째 지지자가 되어 주길 토닥인다. 그리고 맛있는 거 먹고 힘내라고 좋은 것만 먹을 거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내 주변도 같은 마음이니까.
"오늘도 수고했어, 내 말이 그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