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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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일해 본 사람은 안다. 겉으로 보면 수평적인 구조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은은하게 살아 있는 수직적 구조. 위계질서 분명한 한국에서 스타트업 한다는 것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애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억지로 괜찮다고 말하는 꼴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한 번 해볼까?', '기막힌 아이디어가 있는데..'로 시작했지만 폭망하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0.1%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이 되기 위해 오늘도 스타트업계 사람들은 밤낮없이 주말 없이 일한다.

 

스타트업에 관한 드라마를 최근 몇 편 봤다. 디즈니플러스 [드롭 아웃], 파라마운트플러스 [수퍼 펌프스], 애플tv [우리는 폭망했다], 웨이브 [위기의 X] 세 드라마는 추천작이니 미국과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알고 싶다면 맛보기로 좋다. 유니콘이 되기 위해서 달려오다 유니콘 기업이 되었거나 폭망한 스타트업의 이야기다. , [위기의 X]는 대기업 차장이었다가 희망퇴직 당한 후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중년 남성의 분투기다.

 

작가 유병재는 어떤 사람?


'유병재', 한국의 성공한 다방면에 두루 재능 있는 천재의 아이콘이다. 이미 작가, 코미디언, 유튜브, 가수, 배우 등 아티스트의 재능을 겸비했다. 일단 그의 대본집을 읽었으니 작가로서 이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병재는 SNL 코리아 방송 작가 겸 크루로 활동했다. 개그감이 상당하다. 개그맨 지망생이었다고 하니 이를 글에 투영한 대본은 웃길 수밖에 없다. 2015tvN [초인시대]의 주연과 극본을 담당했고 7년 만에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의 대본을 맡았다.

 

유니콘은 어떤 시트콤?

 


[유니콘]의 쿠팡플레이의 12부작 오피스 시트콤이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맥콤'CEO 스티브와 크루들의 대혼돈 K-스타트업 분투기다. 스타트업에서 한 번이라도 일해본 사람이라면 극 공감할 내용들이 빼곡하다. 유병재는 대본집에 기획의도를 명확히 적어 놓았다. 스타트업이 배경인 오피스 코미디가 아닌 '시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시작이 반이라는데 시작하면 반은 무엇으로 채우고 아무튼 끝을 봐야 하지 않겠나.

 

인정욕구와 허세로만 가득한 선장이 이끄는 배에 탄 크루는 습관적인 피보팅(pivoting, 급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전환하는 것)이 취미인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거죽은 완벽해 보이지만 속살은 바보 같고 귀여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수평구조라며 누구누구 씨나 직함을 폐지하고 영어 이름을 쓰지만 여전히 압존법(듣는이를 고려한 존칭)을 강요하고, 감당 못할 반말 문화, 기업 내 화폐 제도, 비건 없는 사내에 비건 카페테리아도 도입했다. (일단) 야근 금지지만 불 꺼 놓고 여전히 야근 중인 한국 기업의 잔재가 남아 있는 거죽만 스타트업인 부조화가 웃음 포인트다.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총감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공동 연출가 김혜영 등 제작진이 뭉쳤다. 대충 감이 오는 톤앤매너.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신하균과 원진아, 이유진, 김영아, 이중옥, 배유람, 허진석 등이 등장한다. 각자의 독특한 캐릭터 포지션이 있고 시트콤 형식답게 발랄하고 재미있다. 특히 오랜 신하균 덕후인 유병재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된 성덕이 된 사례다. 신하균의 작품이나 과거 행적을 대본에 녹여 놓아 깨알 같다.


 

유병재가 추천하는 관전 포인트



 

하나,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서 스타트업하기

 

스마트폰 등장 후 언 10. 그동안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했고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습게 봤던 개인 방송 유튜브가 초등학생 미래직업 1위인 세상이다. 명문대를 졸업해 좁아터진 대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목매달지 않는다. 시작하는 게 일인 스타트업은 이런 세상을 대변하는 명확한 집단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실패의 연속인 회사에서 무엇 하나 미약하게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내 모습의 일부는 느낄 수 있을 거다.

 

, 시트콤으로 보이는 '스타트업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루는 스타트업의 모습을 담으면서 은근하게 비튼다. 스타트업하면 뭐가 떠오르나. 파티션 없거나 통유리로 만들어진 사무실, 수평적인 기업문화, 유동적이고 자유로운 근무환경, 운동이나 게임을 할 수 있는 휴식공간과 신선하고 알찬 먹거리가 가득한 카페테리아 등.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등바등 한 티가 역력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조금이라도 더 깨어 있기 위해 에너지 드링크로 연명하고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진다. 하지만 이것도 경험이라면 피 같은 경험이다. 실패를 쌓아 성공에 도달하는 거니까. 그 왁자지껄한 이야기가 [유니콘]에 함축되어 있다.

 

, 귀여운 캐릭터와 저세상 회사

 


유병재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가치로 내세우는 '귀여움'이 포인트다. 맥콤의 크루들은 짠하면서도 어딘지 미워할 수 없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초반은 스타트업을 후반은 귀여움을 표현하려고 했다니 진짜 인지 확인해 볼 것! 맥콤은 수익창출과는 반대로 진행되는 일로 골머리를 앓는다. 어쩌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 이상적인 기업이다.

 

, 스타트업인 줄 알았는데 세대 차이

 

맥콤이 실패 후 새롭게 시작하려는 아이템은 실버 세대를 위한 매칭 서비스 'Again'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언제든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서비스는 희망차 보이지만 돈은 되지 않을 것 같다. 위아래 좌우가 다르지만 뜨거운 용광로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청년, 장년 세대의 분투기다. 그러면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한국에서 어떤 어울림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방점이 있다.


 

유니콘 대본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

 


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우리는 얼마나 실험적이며 재미있는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 시트콤을 봐왔던가. [순풍산부인과], [세 친구], [안녕, 프란체스카],[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 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 등등 일단 시트콤을 즐겨 본 사람이라면 안다. 시트콤의 짧지만 강한 매력을.

 

지금은 긴 드라마보다 20-30분 내외의 숏폼, 유튜브가 각광받고 있지만. 시트콤 형식이 바로 이것들의 원조인 것이다. 채널이 아닌 OTT로 간 K-시트콤의 현재와 미래를 보고 싶다면 읽어봐야 한다. 시트콤을 보고 나서, 보지 않고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극본집이다.

 

오리지널 대본에서는 유병재의 파워가 글로 살아 숨 쉬는 각본집만의 콘텐츠가 들어있다. 에피소드마다 초기 기획안과 아이디어 스케치를 볼 수 있다. 평소 유병재가 글 쓰는 스타일과 캐릭터 빌드업, 전체적인 이야기의 초고를 엿볼 수 있다. 유난히 캐릭터 소개가 자세해서 시트콤에서 알지 못한 배경을 꼼꼼하게 파악할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교재로 쓰일 듯하다.

 

드라마를 그대로 캡쳐 한 듯 고화질로 맛보는 대사 화보와 비하인드 스틸로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또 하나의 극장점은 유병재 대사 스티커와 스탠딩 북마크로 유니크한 유니콘을 완성할 수 있는 점이다. 물론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가 여러 사람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만 그 시작은 어쨌든 ''이다. 이를 통해 가지를 치고 살을 붙여 완성되는 게 콘텐츠다. 글 쓸 줄 아는 사람은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은퇴도 없고 AI도 못 이긴다.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어떤 세상이 와도 흔들림 없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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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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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예능 PD의 에세이를 읽어봤다. 예능감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전국의 수많은 예능 PD 지망생을 위한 가이드는 아니다. 본인이 SBS에 입사해서 교양 PD부터 시작해 두 번의 사표를 냈고 불발되어 <세븐데이즈>, <한밤의 TV 연예>, <동물농장> 등을 거쳐, <웃찾사> <골드미스가 간다> 이후 <런닝맨>을 하게 되기까지. 방송국 짬밥 20년 차의 주마등 같았던 에피소드를 쓴 에세이다.

 

영화만 봤지 TV는 유년 시절 지나서는 잘 안 보게 되었던 나는 예능감을 상실한지 오래. TV는 잘 안 튼다. 드라마는 거의 OTT 플랫폼으로 본다. 가끔 밥 먹다가 식당에서 보는 예능이 전부다. 그래서 내가 재미가 없나? 여하튼 예능 PD 출신이라 그런지 필력도 좋고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잡은 지 1시간 만에 쓱! 멱PD의 14년 차(SBS에서만)를 곁에서 지켜본 기분이다.

 

PD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스포츠, 라디오 등으로 크게 구분하고 더 세분화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시사 교양과 예능을 비교해 보면 둘 다 몸담고 있었던 멱PD의 고민이 조금은 이해된다. 교양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인 <그것이 알고 싶다>와 <런닝맨>을 비교해 볼까. '그알'이 작가적 관점으로 골프선수처럼 깊은 고민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반면, '런닝맨'은 디렉터적 관점에서 다가간다. 축구 감독처럼 즉흥적 전술을 펼쳐 선수 교체의 유연함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둘 차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해 주니 쉽게 이해되었다.

 

어쩌면 감이 있었을 거 같다. 사람에게는 기회가 찾아오고 준비된 자에게 그 기회는 먹히는 거라 믿는다. 김주형 PD는 OTT와 다양한 플랫폼의 시대를 알았던 걸까. 드디어 사표를 내고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가온(컴퍼니 상상)'에 합류해 제약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든 플랫폼 예능은 우리나라 최초 OTT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시작으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셀럽은 회의중>이 있다.

 

멱피디는 <런닝맨> 성공 이후 중국으로 스카우트되어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황제>를 만들었다. 공과대학을 나와 기술직이 아닌 PD직을 응시해 유재석 강호동으로 이루어진 유강 산맥을 넘어가고, 영화 <판타스틱 4> 정킷 행사를 다녀오며 제시카 알바와 말도 나눈 사이가 되었다.

 

PD라는 직업이 요즘 대세인 워라벨을 지킬 수 없는 직종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꿈꾸고 예능 PD를 오랫동안 꿈꾸었던 멱PD에게는 적성에 맞는 직업인 것이다. 영화판만 조금 알았지 방송의 영역을 생소했었는데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때문에 고유의 영역이 붕괴되고 있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타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D를 꿈꾼다면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한국콘텐츠가 세계적 위용을 떨치고 있는 때 좋은 PD들이 많이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더불어 1인 크리에이터의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지옥에 빠진 예능 PD의 짬을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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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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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부터 저세산 텐션의 예능 PD의 짬이 느껴집니다!! 기대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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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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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의 직업은 웹툰 작가. 취미로 시작한 식물 키우기가 매일 물시중(?) 드느라 주객전도되었다. 선인장도 말려 죽일 정도로 게으른 인간이었지만 어느새 부지런하고 빠릿한 식물 집사가 되었다.

 

여탕에 대한 이야기 여탕 보고서도 그렇고 대형견 사모예드를 키우는 경험을 쓴 극한견주도 그렇고 환상 파괴자란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이번 주제는 바로 '식물'. 제목도 광적인 크레이지 가드너.

 

단행본으로 총 4권까지 이어 온 식덕 생활의 마지막 생활이 기록되어 있다. 똥손, 식물킬러였던 마일로는 한 뼘 더 자랐을까? 나도 집에 선물 받은 식물을 여럿 초록 동산(?)으로 보내드린 경험이 있기에 정독하면서 공부하는 기분으로 즐겼다. 식덕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일로가 고군분투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함께 옆에서 본 느낌이랄까? 왜인지 모르게 뿌듯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식물을 열정적으로 기르면서 '초록'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마일로. 다양한 초록 아이템으로 인테리어와 본인을 꾸미는데 취해있다. 초록 광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웃픈 근황을 전했다. 역시나,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나도 몇 년 전부터 습관 들여온 몇몇 것들이 이제는 거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데, 모든 일에 환경을 생각해서 적용하려다 보니 몸이 피곤하긴 하다.

 

이번 편에서도 역시나 몰랐던 식물 관리 비법이 수두룩하다. 식덕들은 집에 하나쯤 소유하고 있다는 식물 온실. 테이크아웃 플라스틱 컵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온실을 위해 또 많은 돈을 쓴다는 것도 알았다.

 

거대 온실인 식물원, 정원을 구경하는 상황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나는 이런 곳이 좀 무섭다. 영화 탓인 거 같은데, 정글이나 밀림에서 일어나는 게 어찌나 무섭던지.. 식물이 인간을 가스라이팅하는 영화를 보고 싶다면 <리틀 조>를 감상해 보자!

 

 

아무튼, 식물 공포는 접어두고 다시 돌아와 보자. 집에서 많이 해봤을 거다. 잘라낸 가지와 잎을 물이나 흙에 심어서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삽목'도 공부했다. 집에 스킨답서스가 있는데 정말 이 아이가 무한 증식이라. 삽목해 분양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삽목은 씨앗부터 키우기 어렵거나 마음에 안 드는 모양, 웃자란 것을 바꾸기 위해 하기도 한다.

 

삽목은 줄기가 없으면 불가능한데 수경재배를 추천한다. 뿌리가 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 물꽂이 할 때 햇빛을 차단하는 갈색병도 좋다. 박카스나 비타 오백 같은 병을 추천! 병 입구가 좁아야 식물이 곧은 자세로 크는데 이걸 또 잡아주는 지지볼이 따로 있단다. 씨앗을 대출하고 파종한 후 채종해서 씨앗을 갚은 씨앗은행도 알았다. 알면 알수록 정말 경이로운 식덕 세계다.

 

여기서 잠깐! 수박씨를 뱉으면서 그런 생각 해봤을 거다. 수박씨를 심으면 수박이 생길까? 마일로는 아보카도, 레몬, 멜론 등을 키워 나무로 길러냈다. 물론 열매가 생길지는 미지수지만 매우 흥미로웠다.

 

지금의 부동산, 주식, 코인 광풍 보다 먼저였던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튤립 투기가 생각났다. 흡사 뿌리가 양파처럼 생겼는데 이게 그렇데 비쌌다니, 거품도 이런 거품이 없다. 참고로 이에 대한 영화가 궁금하다면 <튤립 피버>를 추천한다.

 

킥킥거리면서 읽게 되는 마일로의 만화는 일상의 사소한 소재마저 웃음으로 승화한다. 보고 있으면 이런 것도 소재가 되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포인트로 잡아낸다. 앞으로 마일로의 만화를 기다리는 이유다. 계속 열심히 식덕 생활하시고 또 다른 취미 생활도 빠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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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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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던 민선은 학교 일진이자 인기남인 호태의 호감을 사게 된다. 하지만 호태의 로맨틱하고 젠틀한 행동은 사실 장난이었고, 악마 같은 정체를 드러내며 민선을 비웃었다. 그 후 일 년이 지나 민선은 칼을 갈았다. 친구 진희의 도움으로 이름, 외모, 목소리까지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려 일진 그룹 앞에 나타나고, 박여빈이 되어 복수를 시작한다.

 

"다 죽여 버릴 거야"

 

책은 치즈필름 웹드라마 '복수여신'의 소장용 웹소설편이다.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재탄생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원작은 첫 에피소드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 150만 뷰를 기록, 누적 5,000만 뷰를 돌파한 인기 드라마다. 웹드라마의 웹소설화인데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라면 흡입력 있고 빠른 전개와 반전으로 넘어가는 웹소설도 재미있을 것이다. 소장용으로 가치 있는 게 초판 한정판 포토카드, 탑로더를 증정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풀 컬러 일러스트는 물론, 미공개 번외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영상화가 된 이후 이미지와 목소리를 안 후 읽는 웹소설 형식은 참신했다. 드라마를 찾아봤는데 영상이 주는 충격과는 따로 텍스트만의 아날로그적이면서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문법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또한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얼굴과 인격까지 바꾸고 복수를 위해 가스라이팅으로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 자극적이면서도 충격적이다.

 

기본 소설의 세심한 심리묘사나 문학적 묘미 보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의 독보적인 마력으로 따라가는 수정이다. 소설의 문법보다는 10-20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이나 숏츠에 길들여진 MZ 세대들을 위한 책이라 보면 된다.

하루 만에 아니, 한두 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한편의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 학원물, 학원 로맨스, 영어덜트로맨스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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