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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평점 :

성공한 예능 PD의 에세이를 읽어봤다. 예능감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전국의 수많은 예능 PD 지망생을 위한 가이드는 아니다. 본인이 SBS에 입사해서 교양 PD부터 시작해 두 번의 사표를 냈고 불발되어 <세븐데이즈>, <한밤의 TV 연예>, <동물농장> 등을 거쳐, <웃찾사> <골드미스가 간다> 이후 <런닝맨>을 하게 되기까지. 방송국 짬밥 20년 차의 주마등 같았던 에피소드를 쓴 에세이다.
영화만 봤지 TV는 유년 시절 지나서는 잘 안 보게 되었던 나는 예능감을 상실한지 오래. TV는 잘 안 튼다. 드라마는 거의 OTT 플랫폼으로 본다. 가끔 밥 먹다가 식당에서 보는 예능이 전부다. 그래서 내가 재미가 없나? 여하튼 예능 PD 출신이라 그런지 필력도 좋고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잡은 지 1시간 만에 쓱! 멱PD의 14년 차(SBS에서만)를 곁에서 지켜본 기분이다.
PD는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스포츠, 라디오 등으로 크게 구분하고 더 세분화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시사 교양과 예능을 비교해 보면 둘 다 몸담고 있었던 멱PD의 고민이 조금은 이해된다. 교양 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인 <그것이 알고 싶다>와 <런닝맨>을 비교해 볼까. '그알'이 작가적 관점으로 골프선수처럼 깊은 고민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반면, '런닝맨'은 디렉터적 관점에서 다가간다. 축구 감독처럼 즉흥적 전술을 펼쳐 선수 교체의 유연함과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둘 차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해 주니 쉽게 이해되었다.
어쩌면 감이 있었을 거 같다. 사람에게는 기회가 찾아오고 준비된 자에게 그 기회는 먹히는 거라 믿는다. 김주형 PD는 OTT와 다양한 플랫폼의 시대를 알았던 걸까. 드디어 사표를 내고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가온(컴퍼니 상상)'에 합류해 제약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그가 만든 플랫폼 예능은 우리나라 최초 OTT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시작으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셀럽은 회의중>이 있다.
멱피디는 <런닝맨> 성공 이후 중국으로 스카우트되어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황제>를 만들었다. 공과대학을 나와 기술직이 아닌 PD직을 응시해 유재석 강호동으로 이루어진 유강 산맥을 넘어가고, 영화 <판타스틱 4> 정킷 행사를 다녀오며 제시카 알바와 말도 나눈 사이가 되었다.
PD라는 직업이 요즘 대세인 워라벨을 지킬 수 없는 직종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꿈꾸고 예능 PD를 오랫동안 꿈꾸었던 멱PD에게는 적성에 맞는 직업인 것이다. 영화판만 조금 알았지 방송의 영역을 생소했었는데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때문에 고유의 영역이 붕괴되고 있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타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D를 꿈꾼다면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한국콘텐츠가 세계적 위용을 떨치고 있는 때 좋은 PD들이 많이 나온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더불어 1인 크리에이터의 고민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지옥에 빠진 예능 PD의 짬을 느껴 보자.
본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