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 - 바이올리니스트 최은규의 음악 이야기 01
최은규 지음 / 마티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함부르크_교향곡 #카를_필리프_에마누엘_바흐 #밑줄긋기
드디어 1768 년 3 월, 바흐는 54 세의 나이로 함부르크 궁정 음악감독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곳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 바흐는 1768 년부터 20 년간 궁정 음악감독으로서 존경을 받으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렸다. 함부르크에서 바흐의 주된 임무는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교회예배에 필요한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었다. 매년 장송곡과 칸타타, 공식 행사음악 등을 포함해 200여 편의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함부르크 시절의 바흐는 주로 교회음악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함부르크 시절 교향곡 작곡가로서 바흐의 위대함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작품 수는 건반악기 작품이나 종교 성악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었지만, 불안한 전조와 과격한 다이내 믹으로 가득한 그의 교향곡들은 18 세기에 작곡되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참신하다.

바흐의 교향곡 Wq. 183 제 1 번 1 악장 도입부에서부터 바이올린은 단도직입적으로 이상한 리듬 주제를 연주한다. 도대체 무슨 선율인지 파악할 사이도 없이 이 엉뚱한 바이올린 선율은 저 높은 D음까지 싱코페이션 리듬을 반복하고 다른 현악기군은 과격한 리듬으로 이를 부추긴다. 어떤 서정적 멜로디나 주제를 발견해낼 사이도 없이 갑자기 전체 오케스트라 합주의 터질 듯한 절규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감정 표현을 중시했던 19 세기 교향곡 작곡가들도 교향곡의 도입부를 이토록 과감하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바흐 교향곡에 등장하는 목관악기는 단순히 현악기들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목관악기는 때때로 음악적 분위기를 주도한다. Wq. 183의 제 2 번에서 현악기와 플루트의 음색 대비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감흥을 남긴다. 현악기의 고통스러운 음형을 서정적인 플루트 선율이 어루만져주는 순간에는 애틋한 감정마저 배어나온다. 이처럼 목관을 능숙하게 다룬 작곡가는 바흐 이후에 베토벤뿐이었다. 음악학자들은 C.P.E. 바흐의 양식을 ‘감정 양식‘(Empfindsammer Stil)이라 불렀다.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실체로 바흐의 교향곡을 유심히 듣고 있으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악적 단편들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급격하게 변모해가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1세기 뒤 18세기 말 독일 낭만주의의 ‘질풍노도‘(Sturm und Drang) 문학이 음악적으로 구현된 듯하다.
(27-29)

C.P.E. 바흐의 작품명에서 종종 ‘Wq.‘라는 글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바흐의 작품을 정리해 번호를 불인 보트크벤네(Alfred Wotguenne, 1867~1939)의 이름의 약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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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a 2017-03-19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 클림트 그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