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바뀐 박근혜가 청와대 관저를 퇴거해야 하는데 그 일시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다가 갑자기 저녁 6 시에 떠난다는 속보를 접했다. 이 때문에 정규 방송이 중단되고 긴급 뉴스를 보고 있다. 그러나 예고된 시각에서 30 분을 넘겨서도 깜깜 무소식이고, 저녁 7 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출발 전이다.
평소 정의와 원칙을 앞세우면서 법치가 중요하다는 소신 발언에 주저하지 않았던 그녀가 이 무슨 꼴인가. 사저 준비를 핑계로 언제 퇴거하는지 알리지도 않고 하루 더 미루려다가 졸지에 떠나는 모양새가 마치 야반도주하는 것 같다.
탄핵 이후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통령으로 뽑힌 인물 됨됨이에 걸맞는 것이 아닐까. 탄핵이 역사적인 사건이고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결정일 뿐만 아니라 탄핵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민의가 변하지 않고 있기에 탄핵된 대통령이 스스로 입장 표명해주리라는 기대감이 한껏 커지는 데도 정작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터넷과 방송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을 통해 그녀가 주장했던 지난 연설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그녀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 한 달 전부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입장을 바뀐 지금, 탄핵 선고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가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달리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사익 추구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탄핵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퇴거하는 뒷모습이 이렇게까지 초라해야 하는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 대통령에 어울리는 품격은 어디로 갔을까.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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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7-03-12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이.. 그런 품격이 있을 데가 있나요.. 그랬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겠지요. 그래도 끝까지 일관성이 있네요, 이 세상에서 자기만이 제일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거요.

오거서 2017-03-13 08:14   좋아요 2 | URL
대통령 재임 시 국격을 내세우던 기억이 나서 그래도 마지막 모습은 의연하지 않을까 기대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탄핵 재판이 진행되면서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 끝났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아니더군요. 그녀는 다르더군요.
기대감을 물리치고서 생각해보니 청와대 퇴거가 늦어진 것도 침묵 시위하였던 셈이었고, 진실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저에 들어가면서 지지자한테 감사하면서 시간이 걸려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또한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상황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더군요. 정말이지 애초에 위인의 품격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장된 이미지에 나도 그렇지만 우리 모두 속았음을 자책할 수 밖에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