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바뀐 박근혜가 청와대 관저를 퇴거해야 하는데 그 일시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다가 갑자기 저녁 6 시에 떠난다는 속보를 접했다. 이 때문에 정규 방송이 중단되고 긴급 뉴스를 보고 있다. 그러나 예고된 시각에서 30 분을 넘겨서도 깜깜 무소식이고, 저녁 7 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출발 전이다.
평소 정의와 원칙을 앞세우면서 법치가 중요하다는 소신 발언에 주저하지 않았던 그녀가 이 무슨 꼴인가. 사저 준비를 핑계로 언제 퇴거하는지 알리지도 않고 하루 더 미루려다가 졸지에 떠나는 모양새가 마치 야반도주하는 것 같다.
탄핵 이후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통령으로 뽑힌 인물 됨됨이에 걸맞는 것이 아닐까. 탄핵이 역사적인 사건이고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에 의한 결정일 뿐만 아니라 탄핵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민의가 변하지 않고 있기에 탄핵된 대통령이 스스로 입장 표명해주리라는 기대감이 한껏 커지는 데도 정작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터넷과 방송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을 통해 그녀가 주장했던 지난 연설을 찾아내서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그녀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 한 달 전부터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주장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입장을 바뀐 지금, 탄핵 선고까지 내려진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가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인가. 달리 생각해 보면, 이 또한 사익 추구에 해당하지 않나 싶다.
탄핵에 승복하지 않는 태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퇴거하는 뒷모습이 이렇게까지 초라해야 하는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 대통령에 어울리는 품격은 어디로 갔을까. 안타깝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