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서문을 넘기고, 첫 번째 만나는 글에서 하루키 소설에 흐르는 음악으로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를 만난다.
하루키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알지만,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를 즐겨 듣는지 모르겠다. 클래식 음악 세계에 입문한 사람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법한 곡이다.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 아내가 하루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모처럼만에 음악 감상을 요청하던 기억이 난다.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를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집에 있는 많은 CD 중에 있을 것 같다면서.
그동안 사모은 CD가 적지 않음에도 전부를 뒤졌지만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는 없었다. 그의 다른 작품, 현악 4 중주곡은 눈에 띄는데 말이다. 간신히 곡을 구해서 아내한테 들려주었기에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적잖이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클래식 음악에서 별칭이 같은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 9 번을 `크로이체르 소나타`라고도 부른다. 또한, 야나체크 현악 4중주곡 제 1 번 역시 `크로이체르 소나타`로 불린다.
베토벤은 바이올리니스트 브리지타워와 친교를 위하여 바이올린 소나타 제 9 번을 작곡하였고, 자신이 피아노 반주를 맡아 초연해서 호평을 받았지만, 그 이후 사이가 나빠져버려서 당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체르한테 헌정하였기에 별칭을 얻게 되었다.
한편 톨스토이는 베토벤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발표했고, 야나체크는 톨스토이 소설에서 영향을 받아 현악 4주중곡 제 1 번을 작곡했다. 일종의 독후감인 셈이다.
같은 이름(별칭)을 가지지만, 각각 다른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것이 흔치 않음에 두 작품이 신기할 따름이다. 베토벤, 야나체크 작품을 다시 찾아 들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