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사로잡은 건 뮤즈이자 아내 잔 에뷔테른(Jeanne Hébuterne)의 사진과 초상화들이다. 모딜리아니가 그린 잔의 초상화에는 없는, 눈동자를 가진 사진 속의 잔은 매우 아름다웠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모딜리아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눈을 그릴 수 있을 거야."
화가는 평생 아내 잔의 영혼이 담긴 눈을 그리고 싶어 했다. <스카프를 맨 잔 에뷔테른>(1919)의 그림 속에는 잔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드디어 영혼이 담긴 잔의 아름다운 눈을 만나기 시작했던 것일까?
이곳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 모딜리아니가 조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때 아프리카 원시 부족의 가면에 매료되었다는 화가는 길쭉한 타원형 얼굴의 조각상을 제작했다. 가늘고 긴 얼굴, 눈동자 없는 눈, 기다란 목, 화가의 초상화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조각상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