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신간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는 당신에게>를 마주하면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나를 위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잠시 주저하다가 혹시나 싶어 서문을 펼쳤다.

“저는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가 대략 45년정도 되었습니다. 제 가족 중에는 음악 전공자도 없었으며, 주위에 음악을 많이 아는 친척이나 친지도 없었습니다. 누구처럼 아버지가 물려주신 수천 장의 LP가 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태어나 보니 이모나 누나가 피아니스트였던 경우도 아닙니다. 저는 정규 음악 교육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저의 음악감상이라는 길에는 스승도 없었습니다.
다만 저의 행운은 학교 공부와는 상관없는 음악 감상에 제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빼앗길 때에도 부모님은 제가하는 짓을 묵묵히 지원해주셨다는 점입니다. 공부는 뒷전이었어도, 음악 듣는 짓을 막지 않으셨고, 음반을 구입하는 용돈도주신 셈이고, 공연을 가는 것도 말린 적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좋아서 스스로 클래식을 찾아다녔습니다. 중학교때부터 음반을 하나씩 사서 듣고 조금씩 음악회를 다녔습니다. 그렇다 보니 돌이켜보면 쓸데없는 짓도 많이 했고, 시행착오도 많았으며, 괜히 갔던 음악회도 많았고, 잘못 구입한 음반도 적지 않았습니다.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낭비의 경험들이 결국에는 진정한 음악 감상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

저자가 전문가급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되기까지 시행착오 경험은 한마디로 말해서 무에서 유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나도 그랬었다. 저자는 나와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생각하니 전에 없던 반가움이 뭉클거린다. 책을 읽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낭만인생 2021-12-24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행착오가 진정한 음악 감상의 길잡이라는 말이 깊이 다가옵니다... 실패는 없군요.

오거서 2021-12-24 20:48   좋아요 2 | URL
실패가 없으면 낭비도 시행착오도 아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