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에 일기처럼 쓴다.
<어른의 어휘력>(유선경 지음, 앤의 서재)을 계속 읽는 중.
신축년 새해를 맞으면서 평년과 다르게 송구영신하였고, 새해 연휴와 주말이 이어진 휴가를 길게 보내고나서 들뜬 기분이 사그라졌다. 평소 같이 주말이 시작되고 새로운 한 주를 기다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다시 맞았다. 토요일 밤이 지나기 전에 날을 넘기면서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으려고 작정했었지만, 괴까다로운 자아의 내부 반발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침에 알라딘이 보내온 카톡 메시지의 알림 소리를 듣고서 눈을 떴다. “보유 적립금… 유효 기간이 만료…”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 확인하느라고 누운 자세를 바꾸면서 잠을 깨고 말았다. 적립금이 11일까지 유효하다는 것인데 알라딘의 친절함이 고맙다. 그리고,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하고 싶어진다. (제발 일요일 아침을 방해하지 말기를!)
일요일 아침에 미리 정해 놓은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잠을 깨고 나서 잠시 멍하니 있다. 아침을 거른다. 덕분에 일요일 아침은 훨씬 더 여유가 생긴다. 그 시간만큼 아침잠을 보충하기 일쑤지만, 아침의 여유는 허기와 맞바꾼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속이 편한 느낌이지만 가끔 허전하기도 하니까. 오늘도 조금 그랬다.
딱히 할일이 없으니 어제 밤에 쓴 글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북플에 올렸는데 밤새 ‘좋아요‘가 늘어서 두 자리 수가 되었다.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밤인데다 분열된 내면을 다독이면서 쓴 글이라서 그럴 테지만,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이 눈에 거슬려서 글을 여기저기 고쳤다. 아침 정기를 받고 밤보다 훨씬 맑아진 정신이 덕이 되었다.
맑은 정신이 책읽기에 도움되니까 다시 책을 짚어들었다. 나의 책읽기 진도는 더디지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보다 먼저 같은 책을 읽은 독자들의 후기를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이 나한테 별로였던 적도, 그 반대인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후기는 그냥 눈동냥 할 뿐이다. 책읽기 진도가 늦다고 생각하니까 선경험자들의 독려가 있을까 싶어서 후기들을 훑어보았다. 이럴 수가... 책의 평점이 별점 1개부터 5개까지 다양한 것에 먼저 놀랐고, 좋은 평가보다 나쁜 평가가 많다는 것이 의외였다.
자신의 기대치와 다르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막무가내 식이 아닌가. 틀린 맞춤법에 대해서 나도 할말이 있지만 지금은 참는다. 한편으로, 이 책이 (교양 인문 필독서라고 추천하고 있지만) 사전에 가까운 느낌이 난다는 소감이 다수였다. 나도 공감하는 바로, 저자의 에피소드가 위주인 책 속 문장에서 듣도 보도 못한 낱말이 넘쳐난다. 그마저도 저자는 부족하다고 여겨서인지 공활, 광활과 같이 철자가 약간 다르고 비슷해 보이는 낱말들을 더 챙겨서 주석을 달아 놓았다. 나한테도 그랬지만, 다른 독자들도 이에 질릴 만하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어휘를 만나게 되어 즐겁다”, “읽는 맛이 난다”는 소감을 피력한 알라디너들도 보인다. 존경스럽다!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한 것처럼 저자는 물음을 던진다.
“이해하지 못하는 책을 그래도 읽는 게 좋을까요?”
저자의 의견은 이렇다.
“이해하지 못해도 읽으면 좋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못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잊고 살다 어느 순간 찾아옵니다. 이제 이해할 수 있을 때가 된 거지요. 그때 다시 읽으면 기막힌 내 이야기가 됩니다.”
저자의 조언에 따라 책을 마저 읽기는 하겠지만. “책을 그래도 읽는다”고 해도 나중에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다시 책을 이해해서 기막힌 내 이야기가 되는 그때는 언제일까. 일단 많은 생각을 뒤로 해야지. 책읽기가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