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부연락선 1 이병주 전집 1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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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관리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알라딘 서재 "로쟈의 저공비행"(이런 곳도 다 있군요. '나의 서재'라지만, 제가 만든 것 아닙니다. 저는 적응하려고 애쓸 따름입니다)에 한국 현대문학강의 공지사항중 이병주의 '관부연락선'이 텍스트로 되어 있어 관심갖고 읽게 되었다.

 

한국의 발자크니 한국의 사마천이니 하며 많은 작품(특히 역사소설)을  쓴 작가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 이병주의 작품은 '허균','지리산' '바람과 구름과 비' 정도의 작품밖에 읽은 것이 없다.  2권짜리 이 소설을 읽고나니  작가에게 있어 향후 '지리산' 등 대하소설로 나아가는 기틀이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실제 소설에서의 시간 흐름으로도 그렇다)

 

이 작품의 창작동기는 무엇일까?  5.16군사쿠데타 후 박정희정권에서 1965년 6월 22일 한일기본조약 및 부속협정(한일협정)을 조인한지 3년이 지난시점인 1968년부터 월간지에 연재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 아마,일제강점기에 일본 유학파인 지식인으로서 살았던 자신의 삶과 제국(식민)주의라는 시대적 흐름속에서 식민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서 지식인들의 의식은 어떠했을까? 우리문학사에 그 유명한 이상을 비롯한 모던보이들에게 독립정신과 의지가 있었을리는 거의 없을 것이다. 겉으로 표나게 드러내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모던 또는 모더니즘이라는 신세계,신사상에 목말랐던 그들에게는 봉건왕조를 무너뜨리고,신상품과 신기술을 도입하였으며, 예술의 새로운 조류를 소개해준 일본에 대해 마음속으로 찬양과 함께 동경을 해 왔을것임에 분명하다. 

 

그래도 양심적인 이 소설의 주인공인 유태림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라도 지을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가 금방꺼졌다. 너무도 터무니없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쿄를 떠나선 살아갈 수 있을것 같지 않다."(2권 184쪽)라고 솔직히 인정한다.

 

우리 역사학계에서 식민지 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자본주의 맹아론)이 치열한 논쟁을 거쳐왔지만, 결론은 나지 않을것 같다. 심정적으로야 조선후기 실학과 오일장등 장시의 성행에서 근거를 두는 내재적 발전론(자본주의 맹아론)을 믿고 싶지만,당시 조선이라는 나라가 객관적으로 그렇게 발전할수 있었을까? 신분제사회로서 관리들을 위시한 양반계급의 수탈과 착취를 통해 유지되었던 나라. 이 소설에도 언급되는 말이지만, 조선은 좀 더 일찍 망했어야 했다.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기간이 길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해 상당한 소설적 성취를 이룬 작품이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인데, 스타일이나 시대상황, 문체 등이 달라 직접적 비교는 어렵지만 '관부연락선'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고,사변적이다. 물론 1940년부터 1950년까지 격동의 시대, 일본 유학파 지주 아들이 겪는 의식과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긴 하다.

 

이 소설에서 한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는데 작가 이병주가 흔히 을사오적이라고 불리는 매국노 중에서 이완용에 대해서는 다소 너그럽지만 송병준에 대해서는 격하게 욕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완용이 같은 이씨여서 그럴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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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8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병주 작가의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어요. 이병주 작가가 쓴 책 중에 유일하게 읽은 것이 <에로스 문화 탐사>입니다.

sprenown 2017-09-08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 일 것 같아요.. 지식인으로서 상당히 양심적인 작가입니다.그 분은 아카데믹하면서도 에로틱한 글을 많이 썼을 거예요. 차라리 더 솔직한 거죠..가끔씩 눈에 거슬린 대목은 있지만.이병주 문학관이 하동에 있을거고, 이병주 전집도 나와 있어요.. 굳이 글 많이 올리지 마시고, 차분히 읽어보세요!..서재지수나 좋아요에 연연하지 마시고..

sprenown 2017-09-08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다운 되지는 마세요! 조금은 잘난척 하면서 이렇게 사는게 인생이잖아요..돈에는 연연하지 마시고 라고 하면, 저 자신도 자신이 없어요!ㅋㅋ 아무렇지도 않게, 언제 그랬냐 듯이 살아야죠.. 물 흐르듯이! 소매로 눈물 닦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야 되는...

cyrus 2017-09-09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서의 글쓰기는 ‘일기‘ 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꾸준히 쓸 수 있지만, 가끔은 일기를 쓰고 싶지 않은 날도 있어요. 서재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고나서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고 싶으면, 행동으로 실천합니다.

‘좋아요‘, 서재지수에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저는 제 글을 보는 분들이 ‘반응‘해주길 원합니다. 여기서 말한 ‘반응‘에는 제 생각에 대한 공감뿐만 아니라 ‘반대‘와 ‘비판‘도 포함되어 있어요. 저는 후자의 반응을 원합니다. 이곳 알라딘 서재는 너무 평화로워요. 상대방의 글을 읽고, 비판적인 의견을 소신있게 내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이런 분들이 제 서재에 자주 방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

sprenown 2017-09-10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그렇습니다. 우리 출판계의 풍토가 비판을 삼가면서, 서로 칭찬해 주는 문화지요. 아는 사람이 책 한권내면 발문이나 해설은 거의 주례사 수준으로 서로서로 품앗이 해주는 끼리끼리 문화..(원고청탁에 따른, 입맛에 맞는 글쓰기는 자유로운 독서와 비판적 글쓰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확대 재생산된다는 거죠.)
이래 가지곤 발전이 없어요. 아는 사람의 책,원고료 받은 서평이라해도 과감히 비판하고, 논쟁을 해야 하는데...이제는 제발 책 팔아 먹기 위해,돈 벌기위한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허접하고 말장난 하는 책 좀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이런 식이면 우리나라 문학,출판의 질이 너무 떨어 집니다.그러니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벨문학상 한번 못 타 잖아요.. 노벨문학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계문학에서 갈수록 뒤떨어지는 거죠... 가까운 일본도 벌써 2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중국도 이미 위화가 수상했는데, 정치,경제 식민지 뿐만아니라 문화식민지까지 되는 상황입니다...안타까운 현실이죠! 진정한 민족문학,세계문학으로 발전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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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저서중 가장 친숙하고, 백성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잘 알수 있는 책이다.다산연구회라는 모임에서 '목민심서' 독회를 시작한지 10년만에 풀어쓴 책으로 어려운 한자를 잘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쉽게 다가갈수 있다.

 

이 책은 관리가 관직(수령)을 임명받을때부터 그 관직에서 물러갈때까지의 전과정에 대해 부임,율기,봉공, 애민,이전,호전,예전,병전,형전,공전,진황,해관이라는 12개항목으로 구성하여 묶어놓았다. 원전에도 그렇게 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각 항목별로 6조의 세목으로 나누어 졌다.(실제 원전은 48권 16책으로 12편마다 6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함)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1800년대초 순조)의 삼정문란과 관리들의 부패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이러한 병폐를 고칠 방법이 무엇일 것인지. 다산의 이에 대한 문제의식의 치열성과 안타까움,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고민을 느낄수 있다.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올바르게 기르는 일은 수령의 가장 큰 덕목일 것이지만 당시 수령과 아전의 횡포는 경악할 지경이다.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등.

 

특히 간악한 아전에 대한 경계가 눈에 띈다."타일러도 깨우치지 아니하고 가르쳐도 고치지 아니하며 세력을 믿고 속이는 간악한 자는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145쪽)라거나 "지금의 향리(아전)는 재상과 결탁하고 감사와 연통하여 위로는 수령을 업신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수탈하니, 능히 여기에 굴하지 않는자가 훌륭한 수령이다."(150쪽)

 

올 봄에 강진 다산초당에 간 적이 있었다. 헐떡대고 올라가는 길 중간쯤 정호승시인의 '뿌리의 길'이라는 시가 씌여 있는 곳. 거기에 고통스럽게 뒤틀린 나무의 뿌리들이 있었다...다산, 그에게 있어 고통의 뿌리는 뿌리 뽑힌 민초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음을 나는 안다. 그가 처절하게 울부짖었던 시'애절양'(232,233쪽)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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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5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의 제목을 보고 라이트 밀스의 책 <양코배기야, 들어 봐라!>라는 책 제목이 뜬금없이 생각났습니다. ^^

sprenown 2017-09-0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렇죠.. 들어라, 양키들아!( Listen, Yankee!)에서 변주된 거죠. 근데 제목 ˝들어라,정치인들아˝ 는 일찍 죽은 원희석 시인의 시제목에서 그대로 따온겁니다. (밀스도 일찍 죽었어요.ㅠㅠ)

sprenown 2017-09-05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시인(?)의 좋은시.

하늘편지 / 원희석

거기 살고 싶다 해송(海淞)
한그루 애인처럼 껴안고
다시마즙처럼 푸름푸름 피어나는
그 밤을 기억하며 하늘편지를
쓰고싶다 흙탕길을 버려가는
발자국이 아름다운 너에게
음악을 실은 바람이 고운 뒷모습을
몰고오는 그곳에서 바위에 피워낸
하얀 조개꽃물로 눈빛 살빛
그리다 거기서 부서지는 섬이
되고 싶다. 너를 기다리며.
기다려도 오지 않을 이별을 기다리며.
 
삿포로의 여인
이순원 지음 / 문예중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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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은 아직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 소설을 읽다 보니 작가의 고향에 대한 애틋한 정과 사랑이 담뿍 느껴진다. 이번에는 '대관령'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 소설은 차라리 긴 단편이나 중편으로 구성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대관령이나 스키에 대한 얘기가 너무 장황하다.(2018.평창 동계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썼다면 그건 너무 정치적이다.)

 

다만  소설 중간에 나오는, 조르바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과 맥가이버 같은 만능 기술자로 묘사되는  '길 아저씨' 캐릭터는 인상적이다. "열심히 일만하며 지나가는 시간이나 인생을 즐기며 지나가는 시간이나 다 똑같이 귀한 '그때의 시간'이지...인생은 그때의 시간으로 즐겁고 의미있게 살아야 하는 거라고. 인생에서 다음이란 미래의 시간이 아니라 언제나 현재 접근할 수 없는 과거나 마찬가지의 시간인지. 지금 할 수 없는 것을 다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가?"(180,181쪽)

 

어머니가 혼혈일본인으로 대관령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돌아간 '연희'(외할머니가 미국인이다)와 주인공 주호와의 알듯 말듯, 있는듯 없는듯, 봄눈처럼 녹아버린 사랑얘기. 

 

 한때 배달민족, 단일 민족으로서 피의 순수성(완전 난센스다!)을 강조하던 사회분위기에서 요즘은 소설에서도 이런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이문열의 '리투아니아 여인',박범신의 '나마스테'. 책으로 읽어보진 못했지만 영화로 본 김려령의 '완득이'등.

 

그럼에도 작년 동리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이 소설 '삿포로의 여인'의 작가 이순원은 여전히 피의 순수성에 대한 욕망이나 혼혈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작가의 화신인 주호가 대관령에서 연희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포옹하는 장면에 대한 회상. "돌아보면 스물다섯살의 젊은 사내가 울다가 막 눈물을 그친 열여덟살의 여자아이를 두 팔로 끌어안고도 몸과 마음에 물기 하나 없이 덤덤했던 건 그날 연희를 데리고 대관령 휴게소로 가면서도 바로 내일이면 다시 그동안 벽장속에 넣어두었던 가방을 챙겨 서울로 가는일에 온 신경이 사로잡혀 있었던 때문이라는 건 끝내 몰랐을 것이다."(229쪽) 라는 진술은 비겁하고,구질구질한 변명에 불과하다.(최소한 무의식적 거부반응이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혼혈인이 왕성히 활동하고, 그래도 대접받는 분야는 여전히 연예계다. 그렇지만 그들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했겠는가? 박일준, 윤수일, 인순이... 특히 난 인순이의 "비닐장판위의 딱정벌레"라는 노래를 들을 땐 한량없이 처량하고 구슬프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날고자 발버둥치는 거위의 안쓰러움은 또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사랑의 순수함이나 안타까움에 대한 얘기로는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를 능가하는 작품이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잔망스러운 윤초시네 손녀딸...그녀의 죽음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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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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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 술 많이 마시고, 관자놀이가 뛰는 소리가 아니다. 소풍을 앞두고 밤하늘을 보는 아이의 안타까운 바램도 아니다. 연인을 기다리면서 설레이는 발자욱 소리 또한 아니다. 그렇다고 앞에 나가 발표할 때 떨리는 목소리도 분명 아니다.


그냥 살아 있다는 거, 이 세상에 나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고마움에 대해 심장이 노래하는 환희의 찬가다! ... 바람이 분다...눈물 한방울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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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prenown님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어요.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심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정말로 눈이 감길 때 마지막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심장 박동을 소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sprenown 2017-09-01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심방,우심실을 거쳐서 피돌이를 하겠지요. 그러나 듣지는 못할 거예요.. 오늘도 허기져서 라면에 막걸리 한병 마시고 자야 겠네요.. 사실, 저도 죽음은 두렵습니다. 두근두근...

sprenown 2017-09-01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아 있는 동안, 즐겁고, 재미나게 노세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가 ‘놀 자!‘ 입니다, 호모 루덴스.

cyrus 2017-09-01 20:50   좋아요 0 | URL
그럼요. 재미있게 ‘놀‘고, 잘 땐 푹 ‘자‘야죠. 우리 사회는 일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사람들이 많아요.. ^^;;

sprenown 2017-09-0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안녕히 주무세요!
 
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호원숙 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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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준식선생의 '옥중서한'을 읽다가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내용 중에  "착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라!"라는 대목에서 멈칫,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한동안 책을 읽을 때 착한 마음으로 읽으려 했으나, 시간이 없다든지,저자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지,이 책과는 궁합이 맞지않는다든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착한마음의 독서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 '호미'는 얼마전 장석주 시인의 책을 읽다, 호미라는 사물에 대한 박완서선생의 표현이 너무나 정확하고 아름다워 찾아 읽게 되었다. "고개를 살짝 비튼 것 같은 유려한 선과, 팔과 손아귀의 힘을 낭비 없이 날 끝으로 모으는 기능의 완벽한 조화는 단순 소박하면서도 여성적이고 미적이다."

 

박완서 선생이 이렇게 많은 산문집을 냈는지 놀랐다. 특히 이 책 '호미'(2014.개정판)는 네루가 딸에게 들려주기위해 '세계사 편력'을 저술하고,유시민 역시 갓 대학에 들어가는 딸에게 주기 위해 '청춘의 독서'를 지은것 처럼 바로 박완서선생의 맏딸 호원숙씨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글에 소박한 그림을 같이 그려냈다는점에서 더 애틋하고 정이 간다.


"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내 나이에 ‘6’ 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라고 작가의 말에 씌여 있다.

 

그렇듯 이 책에는 박완서선생이 흙마당을 호미로 후비적 거리며 계절별로 100여가지의 꽃씨를 심고,가꾸며 꽃,나무와 대화하는 장면, 말벌에게 사정하면서 나가달라 호소하는 얘기라든가 흙길에 대한 예찬, 말라비틀어진 고로쇠나무에 빗댄 자신의 말년에 대한 염려 등 일상이나 여행에서의 체험,자연과 사람살이에 대해 느낀점을 호미질 하듯 조곤조곤,솔직담백하게 쓴 글들이 실려 있다. 

 

특히 '이문구선생을 보내며'에 나오는 " 헤어지기 전 잠시 멈칫대며 옷깃이나 등의 먼지를 털어주는 척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먼지가 정말 털려서가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손길에 온기나 부드러움,사랑하는 이의 뒷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 착한 마음을 실을 수 있기 때문"(266쪽)이라는 문장. 이 세상에서 사람과의 사귐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녀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따스함이 담뿍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도저히 착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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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3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마음으로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의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오독합니다. ^^

sprenown 2017-09-01 0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사람은 이 책 ‘호미‘을 먼저 읽고,그 책을 읽으면 될것 같네요...근데 사람에 따라 워낙 마음의 밭이 너무 굳어있어 호미질 해도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