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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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 바쁘다..간단히 김밥에 막걸리 한병 마시고, 다시 노원정보도서관이다.  발음할 때 왠지 카뮈 할때 보다는 까뮈가 더 맛깔나는 작가다.. 고등학생때 이 책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부조리... 시골 국민학교 6학년때 조기가 걸려 있는 운동장.. 하늘같던 박정희가 부하 김재규에게 총 맞아 죽었다. 탕탕! 태양빛 때문에 아랍인을 쏘았던 뫼르소..처럼. 내 삶의 부조리가 시작됐다. 

 

다음해  보성이라는 시골에서 처음, 대도시라고 하는 광주에 올라왔다. 설날 전날 아침.. 마당에 뭔가가 떨어진다.. 복조리다..오후에 젊은 청년이 돈받으러 왔다. 쌀 씻을 때는 조리질을 잘해야 한다. 광주 연합고사에 합격해 여고에 올라가는 누나가 밥을 하면 항상 돌이 씹혔다.. 그날 저녁,밥을 먹다 돌이 씹혀 내 앞니 끝이 깨졌다..

 

그리고 그해 3월 나는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었다. 아카시아 향기 날리던 기억...더워지기 시작한 어느날..학교에서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여름 하복을 맞춰 집에 가져가야 하는데..교복집에서 기다리던 내게 아주머니는 3학년 형이 찾아 가지 않던 하복을 던져 주면서..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길목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산수동에서 금남로를 거쳐 사직공원까지.. 그때 꽤 높았던 성하맨션을 기준삼아..사직공원 동물원 담 밑에 있던 우리집까지의 순례가 시작되었다." 학생,얘야, 아가 여긴 못가.돌아가!.. 군인들은 총부리를 들이대면서..나도 저만할  때가 좋았는데.. 낄낄거렸다...어둑어둑 보슬비가 내리던 길..무섬증이 일었다.. 어찌어찌해서 골목입구, 완도상회 앞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미친여자 처럼 울부짖으면서 나를 와락 껴안았다..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왜 인자 오냐? 시내는 피바다라던데.. 공수들이 눈이 뻘개갖고..학생들도 다 밟아 죽인다 등마..

 

20여일 동안 생사를 모르던 아버지가 다리를 절면서 돌아왔다..어머니는 그때 부터 심장병에 걸려 구심이라는 약을 계속 드셨다. 그럭저럭..고등학교에 올라갔다.. 그때는 윤시내의 '공부합시다'라는 노래가 인기 있었다.. 기술선생이던 담임이 어느날 수업하기 싫으니 누가 나와 노래 한곡 불러봐라..했다.까부리녀석이 나갔다. 무슨노래 부를까?  내가 냉큼 큰소리로 말했다.."공부합시다!" 갑자기 교탁에 기대고 있던 담임의 얼굴이 시뻘개 지면서 야! 너 나와...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공부했다고 지랄이야?.. 쓰레빠로 내 아구통을 돌렸다.. 그게 아니라~그게 아니라~.. 싸해지던 분위기...때리다 지친 선생이 말했다. 교과서 펴!.씨~벌 놈들아..그 날 우리 교실은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그 이후로 엄숙한 수업분위기는 계속되었다. 내 뺨은 볼거리 할 때처럼 철십자와 만자 무늬로 어지럽게 부풀어 올랐다.. 어찌어찌해서.. 대학에 들어왔다..빨간띠 이마에 매고, 교문돌파 할 때 짱돌하나 던지지 못했다. 두근두근.. 비겁한 나자신이 싫어 군대에 입대했다.. 논산훈련소.. 입대할 때 내군번은 1385로 시작했었는데.. 정외과 다니다 왔다고 하니까... 나를 의무병으로 보냈다.아하~ 정형외과? 하면서... 무식한 군바리 새끼들..

 

그 이후부터 군대생활은 엉망진창이었다..대구 수성구에 있는 군의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노처녀 간호장교는 예뻤다.. 밤마다 BOQ에 다녀오는 놈들이 생겼다.. 주사실습..엉덩이 까고 11시 방향 오른쪽으로 왼손을 엉덩이에 세번 때리면서 푹! 45도 각도 찌른다.. 긴장했는지 주사기 먼저 95도 각도로 찌르고,,나중에 엉덩이를 왼손으로 세번 때린다.. 모지리..이러니 돌팔이 일수 밖에..4월인데도 연천군 대광리에서는 눈발이 날렸다....전방 5사단 열쇠부대의 의무중대.노태우가 사단장이었다고 자랑한다. 따블백 메고 자대랍시고 의무중대를 찾아 신고식을 했다.. 허어 귀여운녀석.. 중대장과 인사계가 퇴근할때까지 침상끝에서 로보트 처럼 각잡고 앉아 있었다.. 바로 위 일병이 팬티까지 홀라당 벗고 수술대위로 올라가란다..다벗고 올라 가라니까 다벗고 올라가서 누웠다. 양쪽 팔에 정맥주사 놓는 법을 알려주겠단다.. 위생병학원을 다녀서 의무병으로 온 바로위 일병고참, 축산과 출신의 또다른 일병이 내 양 팔을 잡더니 주사기로 마구 헤집었다.. 핏줄을 잘못 잡으면 이렇게 돼.. 아,, 이게 그 악명높은 마루타 실험이구나...

 

그 다음날 내 양팔은 거무죽죽 꺼멓게 피멍으로 물들었다..그리고, 모두 나보다 고참인 중대원들의 양말과 수건을 빨고, 그들의 군화를 닦았다.비오는 날에는 양말이 마르지 않아 양말입에 드라이기를 쑤셔박았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점호후 한따까리 하고나면, 밤에  불침번은  쫄따귀인 내가 항상 2번초였는데.. 잠깐 졸다보면 고참이 이마에 손가락을 찍고 나간다.. 내 불침번 차례다.. 벗지 않았던 군복에 군화를 신고 얼른 나간다.. 고참이 손가락 다섯개를 펼친다.. 내 이마에 어떤 손가락으로 찍었는지, 씨~익, 썩은미소로 알아 맞춰 보라는 거다..중지를 찍었다.  바로 대가리 박아! 대가리 박은 상태에서 '군인의 길'을 외웠다.. 탁 상병이 제대할 때 까지 나는 한번도 그가 내 이마를 찍었던 손가락을 알아 맞춰 본 적이 없었다.

 

어영부영..6개월이 흘렀다. 기상 나팔 불기전 10분 전인 5시50분에 일어나서, 점호때 고향을 향해 함성을 발사한다..아~아~악.. 어~머~니!  구보시간이다.. 왜 나를 아들로 낳았는지.. 어머니, 아버지를 원망하는 가사로 구보가 끝났다. 물지게를 지고 물을 떠오면서 나는 원래 여기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죽겠구나. 내 묏등은 저쪽 쯤에 있겠구나...생각하면서 낑낑거리고 연병장을 지나오는데...상고나와 은행다니다 행정병으로 빠진  김이병이다. 내 또래다. "아! 어제 또 창룡이가 한 따까리 했지? " 병장 김창룡은 우리 내무반장이다.. 제주도의 악명높은 깡패출신이다.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왼쪽 허벅지 까지 일자로 칼이 그어진 자국..왼쪽 팔목은 깬 소주병으로 그은 자국이 선명하다..저런 인간이 어떻게 군대에 들어왔을까? 게다가 의무병으로..사람 몸 잘 긋고, 찌른다는 특기땜에? 그는 술만 마시면 개가 됐다..에타올 알콜먹고 취하면 무조건 집합이다..한바탕하고 나면 10%포도당 맞는다. 지가 지 팔뚝에 꽂아 놓고 잔다..중대장과 인사계도 못 건든다..그러면서 은근히 그가 우리 내무반 군기를 잡아주기를 바란다.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들인 것 이다. 또 그는 내 후견이다..

 

"응."어제 밤 맞았던 배가 갑자기 쑤신다. "어제 당직사령이 인사장교였는데.. 의무대 창고에서 퍽퍽..한따가리 하는 소리에 내가 의무대 점호는 취소하라고 했다.. 인사장교도 다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거지.." "캬악.. 그런 인간이 인사장교냐?""창룡이를 누가 말려!" "쉿 저기 보안대 얘들 온다." 개새끼들.. 서울 명문대나 대학원 나온 빽 좋은 놈들.. 내 눈빛을 보자.. "야, 너 서 봐! 내 왜 나를 보고 쪼개?" 군홧발이 가슴을 친다.. 물지게가 휘청하며 양쪽의 바께스에서 물들이 출렁이다 쏟아 진다.. 아이, 이씨~ 

 

일병을 달고 후견인 김병장과 첫 외출을 나갔다.. 우리 돌팔이들은 통신보안도 x82고, 다방도 돌다방만 다닌다. 김병장의 애인인 정양이 눈 웃음을 치면 반긴다.. 가슴이 봉긋하다.얼마만에 보는 여자인가.. "오랜만이야..여기 우리 신병왔어..커피셋..." " 어머,어머 귀여운 것.. 일루와 누나 무릎에 앉아봐.." 어쩔 줄 몰라하던 나... "야, 신삥! 빨리와, 무릎에 앉아봐... 누나가 찌찌 보여줄께.."

 

한없이 길어 지는 구질구질한 인생사..예약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 쯤에서 접어야 겠다. 아직도 부조리의 연속이다. 이제는 게릴라 전법을 써야 겠다.. 아직 아내가 돌아올때가 멀었으니 집에 가서 세탁기에 돌려 놨던 빨래도 널고,방청소도 해놓고..설거지도 깔끔하게 해놓아야 비정규직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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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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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의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이면서, 나름 통찰력이 있다. 공유경제와 접속에의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돈 냄새를 귀신 같이 맡을 줄 아는 자본가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내서 돈을 번다. 정가의 절반이하 가격으로 평소 좋아했던, 소유하고 싶던 책을 산다는거..가난한 이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이 얼마고, 집 서가에 책이 몇 권 있다는 지적 허영을 자극한다. 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 친구 몇몇은 큰 아파트와 고급빌라에 산다. 그 집에는 따로 서재가 있어 몇 천권씩 소장하고있다. 자랑스러운 듯 흐뭇한 미소... 부럽다..그 책 언제 다 읽을 거니? 글쎄,..몰라.

 

이 자본주의사회,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인간의 소유욕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공유경제라는 것은 다만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좀더 싼 가격으로 잠깐 소유하는 것, 내것인 것 처럼 느끼게 하는 트릭일 뿐이다. 인간이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전제하에서  약삭 빠른 사업가들은 우버택시니 중고서점이니 해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가난한 인간에게도 있는 소유욕.. 그러나, 돈이 부족해 쉽게 사지 못하는 그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이다. 여기서 구분이 되는 것이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처럼..새 책을 맘대로 살수 있는자와 중고 서점에서 헌책을 사는 자, 그리고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자. 그래서 좀 있다 하면서 유식한 척 하는 친구들 집..다들 서재를 꾸며놓고 있다. 아늑한 서재에 수천권의 책들..아! 갖고 싶다. 빳빳한 새 책..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가난한 나.. 노원역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개장한 이후,퇴근길에 몇 권씩 사서 방구석에 쟁겨놓는다. 또 사무실 근처 종각역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수시로... 그러다보니, 아내에게 구박을 받기 일쑤다. 다 읽고,사라고..이젠 그만 사오라고... "아 놔둬, 다 읽을 거야!" 솔직히 두고두고 읽을 만한 소장가치 있다고 산 책들도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거나 한번 읽고 어디다 쳐박아 두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쩝.. 변변한 서가도 없고, 방바닥에 책쌓을 공간도 이제는 부족하고...

 

그래서 읽었던 책을 다시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기로 했다. 숙제검사 맡는 초등학생처럼 두손을 모으고, 스태프의 입을 쳐다본다. 김대중이 사형이냐 무기냐를 판사의 입을 보면서, 떨었듯이.. "이 책은 재고가 많아서 매입불가..물에 젖은 흔적이 있어 매입불가..버려 드릴까요?"  몇권 팔아 라면과 장수막걸리,담배를 산다. 처량하다. 함민복시인을 떠올리며 위안 삼는다. (좀 헐하다 싶어도, 이 책 한권이면 장수막걸리가 1병이요, 두 권이면 담배가 한 갑이다. 이것만도 어디냐.) 

 

오늘 같은 주말에도 비정규직인 아내는 출근한다. 그나마 정규직인 나는 쉰다. 집에 컴퓨터도 없고 하니 노원도서관이나 얼쩡거리다..김밥 한줄과 장수막걸리 두 병,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소설책.. 책 팔러 갖고 왔던 배낭에 담아, 불암산을 오른다. 나무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다. 서늘한 바람, 맑은 하늘..참 좋다. 그래, 이 맛에 사는거야. 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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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9-3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는데 왜 이리 짠~~하면서도 글 속에 제 모습과 제 맘이 투영됨은 왜 일까요?? 돈과 소유욕은 언제나 대등인가요? 책에 대한 욕망이 언제쯤이나 사그라들지, 그런 시간들이 올지 궁금해집니다.

sprenown 2017-10-10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원정보도서관에서 글을 쓰다보니 굳었던 손가락에 더 힘이 들어가네요..빨리 써야 하니까요 예약시간이 얼마 안남아서 뒤에 누가 기다리는 것 같구..중고서점에서 샀던 책..아내의 채근도 있고해서 빨리 읽고, 다시 팔아 그 돈으로 중고 노트북이나 사야 할것 같아요..인터넷 중독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책에 대한 욕망은 얼마나 건전한 겁니까? 근데 그게 돈하고 연결돼서 그렇지요.. 저는 이제 책을 사서 보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어차피 서재도 없고,보관장소도 마땅치 않아 공공 도서관에서 빌려 볼거예요.. 얼마나 많습니다. 좋은 책들이요.. 이제 공공도서관이 내 서재다~..반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좀 있긴 하지만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거 같습니다. 예약시간이 다가오네요..추석연휴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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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원세훈이 감방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2012년 대선당시 국정원 댓글사건을 모티브로 우리나라 포털 SNS을 비롯한 여론조작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는 소설이다. 이름이야 익히 들어봤고, TV에서도 보긴했지만 장강명이라는 젊은? 작가의 소설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기자출신이어서 인지 현장감이 있고, 글재주가 재기발랄하며, 상상력도 기발, 풍부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조그만 알라딘서재에도 적용되겠지만...(알라딘 서평과 댓글의 진실성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로쟈도 조직원일지 모른다..누군가의 음흉한 미소..) 상품구매후기나 20자평,포스트, 블로그를 활용한 여론조작..

그들은 당신에게도 이렇게 속삭인다.

 

 "99%의 거짓과 1%의 진실로 세상을 바꿀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제2의 삶을 시작하세요."

 

국가정보원과 여론조작 전문회사와의 검은거래..인터넷 심리전...

 

"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걸 건드려야 해.

       두려움과 죄의식. 모두를

   한꺼번에 공략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야!"

 

아래 목차만 봐도 이 소설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대강 알 수 있을 것이다.

1장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2장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3장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4장 피에 굶주리고 복수에 목마른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5장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
6장 선전은 창조와 생산적 상상력에 관련된 문제이다.
7장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8장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
9장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여론조작의 실체와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얼른 이 책을 구매하시길...예전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소개할때 써먹던 수법을 다시 우려먹는다. 오늘의 주제 "사라! 마구"

(알라딘 중고매장에는 재고가 없고, 웬만한 도서관에는 예약한도 초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필자와 은행나무출판사,대형서점과의 커넥션을 의심하지는 말지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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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2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직원이 알라딘 계정으로 접속해서 댓글을 남길 때가 있어요. 알라딘 계정을 여러 개 만들 수 있어서 책 홍보를 위한 100자평을 남기는 일이 쉬워요.

sprenown 2017-09-2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그렇게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월급쟁이,알바,임금노동자들의 삶이 서글퍼 지는 군요.
 
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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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정치학 강의교재로 채택되어 영문본으로 일부분을 읽었던 기억이 나서 집어들었다. 우리말로 번역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나 보다.. 일단은 프랑스 혁명사에 대한 기본이해가 있어야 겠다.1848년 2월 혁명으로 제2공화정이 들어서고,나폴레옹3세가 1851년 12월 쿠데타를 일으켜 공화정 체제를 붕괴시키고 1852년 12월 제2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즉위하였다.(혁명은 하루아침에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테르미도르 반동을 비롯한 쿠데타..왕정복고 등)


이 책은 에밀 졸라가 프랑스 제2제정 시절 사회를 총체적으로 그려내려는 목표로 1871년부터 1893년까지 출간한 연작소설 <루공 마카르> 총서중 하나다.

 이 소설 제르미날은  제2제정기를 배경으로한 탄광노동자의 비참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서 '사실적'이라는 말이 에밀졸라를 대표하는'자연주의적 기법'과 어떤 연관관계에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문예사조에서 사실주의 다음이 자연주의였던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잠깐 알아보면, 에밀 졸라는 작가가 환경과 유전의 법칙에 따라 이야기 속의 사실들이 서로 연결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연작소설 <루공 마카르> 통해 두 가문(루공 가와 마카르 가)의 유전적 결함이 어떻게 후대에 전달되는지, 어떻게 그들을 변화시켜나가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고 한다. 『목로주점』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세 자녀 나나, 에티엔, 클로드는 각각 졸라의 다른 작품 『나나』 『제르미날』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목로주점』에서는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여주인공 제르베즈가 점차 알코올중독에 빠져들면서 비참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이다. 여성이자 세탁부인 제르베즈를 장편소설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당시 보수적인 문단과 사회 분위기에는 어긋나는 파격적인 일이었다고 한다. 목로주점을 소설로 읽었던가?  영화의 몇 장면만 기억날뿐..그래서 목로주점 부터 제대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인데, 순서에는 상관이 없을 듯하다. 

 

기계공이었던 주인공 에티엔이 실직하고 일자리를 찾아 르 보뢰 탄광에 오고, 마외의 딸 카트린을 만나 함께 광부로서의 삶을 사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이야기. 

여성이 탄광에서 일하는 것은 영국에서는 1842년부터, 프랑스에서는 1874년에야 법으로 금지되었다. 리디나 장랭, 베베르처럼 12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갱에서 일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광부들은 가족의 수입원이 줄어드는 것을 염려해 아내나 아이들이 탄광에서 일하는 것을 적극 지지했다.(52쪽 각주)


기계공으로 일하다 실직한 에티엔이 탄광에서 일자리를 구할때 탄광노동자들의 반응은 이렇다. "다들 봤지! 우리도 언제 저렇게 될지 모르는 거라고... 그러니까 불평불만일랑 늘어놓지 말자고.이렇게 일할 기회가 누구한테나 주어지는게 아니니까?"(49쪽)

에티엔이 처음으로 갱속에서의 작업을 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에 대한 서술.

" 하지만 이제는 더는 버틸수가 없었다. 발은 피투성이에다 끔찍한 경련으로 팔다리가 뒤틀렸고, 쇠로 된 바이스로 몸통을 조이는 것 처럼 고통스러웠다."(75 쪽)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지옥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그의 마음속에서는 서서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체념한 얼굴로 등을 바짝 구부리고 있는 카트린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죽음 같은 암흑 속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하면서 하루치 빵값도 제대로 벌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90쪽) 


그들 사이에 만연한 체념과 순종의 미덕을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다.(102쪽) 그것은 너무나 부당하고 고된 일이었다. 저들에게 현혹되고 짓밟히는 짐승같은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 그에게 반란을 부추겼다.(115쪽) 그곳을  떠나려던 그는 갱 속으로다시 내려가 고통받고 싸우기를 원했다.(117쪽) 나중에 에티엔은 탄광노동자의 대표가 되어 파업을 이끈다. 파업에 이르기까지 사측과의 협상과정이나 지도부의 의견대립, 동료를 배신하는 비열한 노동자(끄나풀)의 모습 등은 오늘날의 행태와 어쩌면 그리 비슷할까?

 

당시 이 탄광촌의 일상적 삶은 폭력적이다. 다시말하면 폭력이 일상인 것이다. 제정을 유지하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이는 국가에서부터  자신의 기득권을 보전하고, 안일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부르주아(자본가),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이윤을 더 내려는 회사와 회사의 임금삭감에 저항하여 파업투쟁하는 노동자, 아내나 애인,어린아이에게 행해지는 체벌 등 신체적 폭력...그리고 추위와 굶주림에 이르기 까지. 가난이 폭력을 낳았고, 이러한 폭력성이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면, 우리나라도 조선후기나 한 말에는 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홍경래와 동학이 있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봉건적 유교이데올로기속에서 혁명지도부의 뚜렷한 지도이념,전망 부재나 하층민중들의 혁명의식이 고양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 아닐까 싶다.

 

 

광부의 아내가 탄광주식으로 편안하게 먹고 사는 부르주아에게 돈을 구걸하면서  " 오! 그렇다고 제 처지를 불평하자는 건 아닙니다. 사는게 이런 거라면 받아들여야 할 테니까요. 더구나 우리가 아무리 발버등쳐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선한 신의 뜻이 임하는 곳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루하루 성실하게 해나가는 게 가장 현명한 건지도 모르지요. 그렇지 않나요?"(153쪽)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면서 부르주아들만 이익을 보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 나아진게 없었던 듯하다. 단지 자유가 확대되었다는거.. 굶어 죽을 자유만이 보장되었을 뿐이다.

 

민중의 언어로 탄광촌의 난잡한 성문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는 하나 오늘날 페미니즘의 시각 뿐만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비난받아야 마땅한,  에밀졸라 또는 당시 프랑스에 만연한  여성관 " 숫처녀가 분명해 보이는 여자는 조그만 소리로 애원하고 버둥거리면서 남자에게 저항했다. 그런데도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곰팡이가 슨 낡은 밧줄더미가 쌓여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컴컴한 창고 구석으로 여자를 밀어붙였다. 카트린과 꺽다리 샤발이었다. 그는 음울한 생각 대신 관능에 이끌린채 눈으로 그들을 좇으며 일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무엇때문에 자신이 개입하겠는가? 여자들이 싫다고 하는 것은 남자들이 자신을 거칠게 다뤄주기를 바라서인 것이다."(202쪽)

 

오늘날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 여성의 성욕, 성의식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가 이런 걸출한 고전문학에서 태동되었음을, 그것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려주는 문장이다. 물론, 조선시대의 가부장적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비난하며  페미니즘을 논할 수 없듯이, 알코올중독과 살인충동을 유전병으로 인식한 에밀졸라, 그리고 당시 1800년대 후반, 만연한 프랑스의 성문화, 성의식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무시하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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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2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라가 활동했던 시기에 세탁부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공개된 적이 있어요. 보수적인 비평가들은 그 그림이 별로라고 비난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비평가들의 지적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어요. 세탁부를 그린 화가가 드가입니다. ^^

sprenown 2017-09-2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렇군요.. 고된 노동과 피곤에 찌들어 하품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고맙습니다.덕분에 좋은 그림도 구경하구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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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서구적) 감수성..세련된 문체..탁월한 심리묘사.. 이런 것들이 하루키 소설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일본에서 50만 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라는 광고는 좀 역겹기도 하다. 하루키 키즈니 칠드런이니 하면 법석을 떨고,우리나라의 젊은 소설가들도 다소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그가 일본에서 3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후보1순위로 떠오른다고 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겠다. 독자의 호흡까지 감안하고, 심리상태를 고려한 글쓰기..그는 확실히 글 잘 쓰는,영리한 작가다.(수없는 퇴고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갖고 있는 소설가인 것은 분명하다. 끊임없는 체력단련과 글쓰기 훈련! 재즈카페를 운영하면서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다 땅! 2루타 칠때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말은 전설이나 신화처럼 계속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그가 훌륭한 작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인기작가로서 글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는 분명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에도 80년대후반 이문열의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적이 있다. '사람의 아들'이니 '젊은날의 초상'이니 하면서... 그때, 막 민주화투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서 우리나라의 여러분야에 민주화가 시작될 무렵, 하고 많은 대학생들 중에 짱돌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던 비겁한 자들에게는 교양소설에 대한 목마름이,,,민주주의에 대한  타는 목마름 처럼, 갈증을 불러 일으켰을 때..그런데 장사가 되는 작가라고 판단했는지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우려먹기 시작했다. 새로운 단편 몇개 끼워넣고 '이문열의 신작이다'고 선전하면서..그래서 이문열은 돈 많이 벌어 인세수입(100억이상 이라고 한다)으로만 배불리 먹고, 떵떵거리고 산다.(우리나라의 소위 인기작가 몇몇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근데, 세계적으로 보면 이문열과 하루키와 비교가 될까? 이게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수준, 작가적 역량의 차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절거려 봤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자들이 그러하듯 이문열 만큼은 아니지만 하루키도 확실히 보수적인 '놈'이다. 세계의 정치,사회구조니 인류애,휴머니즘 어쩌고 하는 의식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꼭 이런 인간들은 이런 분야 대해서는 대부분 진보적인 '척' 한다) 기본적으로 여성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거다. 소설 곳곳에 나오는 '젊고 싱싱한' 여자에 대한 주인공 남자의 성적 환상은 말할 것도 없고,

 

"렉서스의 리셉션 데스크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나고야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타입의 여성이었다.

잘 정돈된 얼굴에 몸가짐이 예쁘다.호감이 간다. 머리카락은 늘 깨끗하게 컬을 넣고 있다. 이런 여자들은 돈이 좀 드는 사립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해서는 그 지역 회사에 취직하여 리셉션 데스크 담당이나 비서 일을 한다. 거기서 몇 년을 근무하고 한 해에 한 번 정도 여자 친구들과 파리 여행을 하고 쇼핑을 한다. 미래가 밝은 남자 사원을 찾아, 또는 선을 봐서 결혼한 다음은 축복 속에서 퇴직한다. 그다음은 자식을 유명 사립학교에 넣기 위해 열성을 다한다."

 

또 한가지 덧붙일 말은 이 소설이 일본차 렉서스의 후원이나 홍보계약을 맺은후 쓴 소설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렉서스에 대한 지나친 호평이 눈에 거슬린다는 점이다. 그냥 단지 애국심의 발로에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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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2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렉서스‘ 밀약(?) 관계가 사실이라면 ‘성룡-미쓰비시‘ 관계와 비슷하군요.. ^^;;

sprenown 2017-09-25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책이니 음악이니 장소니 하는 것들에 대해 독자들이 열광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