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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도시적(서구적) 감수성..세련된 문체..탁월한 심리묘사.. 이런 것들이 하루키 소설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일본에서 50만 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라는 광고는 좀 역겹기도 하다. 하루키 키즈니 칠드런이니 하면 법석을 떨고,우리나라의 젊은 소설가들도 다소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그가 일본에서 3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후보1순위로 떠오른다고 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 겠다. 독자의 호흡까지 감안하고, 심리상태를 고려한 글쓰기..그는 확실히 글 잘 쓰는,영리한 작가다.(수없는 퇴고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갖고 있는 소설가인 것은 분명하다. 끊임없는 체력단련과 글쓰기 훈련! 재즈카페를 운영하면서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다 땅! 2루타 칠때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말은 전설이나 신화처럼 계속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그가 훌륭한 작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인기작가로서 글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는 분명 선망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에도 80년대후반 이문열의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적이 있다. '사람의 아들'이니 '젊은날의 초상'이니 하면서... 그때, 막 민주화투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서 우리나라의 여러분야에 민주화가 시작될 무렵, 하고 많은 대학생들 중에 짱돌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던 비겁한 자들에게는 교양소설에 대한 목마름이,,,민주주의에 대한 타는 목마름 처럼, 갈증을 불러 일으켰을 때..그런데 장사가 되는 작가라고 판단했는지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우려먹기 시작했다. 새로운 단편 몇개 끼워넣고 '이문열의 신작이다'고 선전하면서..그래서 이문열은 돈 많이 벌어 인세수입(100억이상 이라고 한다)으로만 배불리 먹고, 떵떵거리고 산다.(우리나라의 소위 인기작가 몇몇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근데, 세계적으로 보면 이문열과 하루키와 비교가 될까? 이게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수준, 작가적 역량의 차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절거려 봤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자들이 그러하듯 이문열 만큼은 아니지만 하루키도 확실히 보수적인 '놈'이다. 세계의 정치,사회구조니 인류애,휴머니즘 어쩌고 하는 의식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꼭 이런 인간들은 이런 분야 대해서는 대부분 진보적인 '척' 한다) 기본적으로 여성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거다. 소설 곳곳에 나오는 '젊고 싱싱한' 여자에 대한 주인공 남자의 성적 환상은 말할 것도 없고,
"렉서스의 리셉션 데스크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나고야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타입의 여성이었다.
잘 정돈된 얼굴에 몸가짐이 예쁘다.호감이 간다. 머리카락은 늘 깨끗하게 컬을 넣고 있다. 이런 여자들은 돈이 좀 드는 사립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해서는 그 지역 회사에 취직하여 리셉션 데스크 담당이나 비서 일을 한다. 거기서 몇 년을 근무하고 한 해에 한 번 정도 여자 친구들과 파리 여행을 하고 쇼핑을 한다. 미래가 밝은 남자 사원을 찾아, 또는 선을 봐서 결혼한 다음은 축복 속에서 퇴직한다. 그다음은 자식을 유명 사립학교에 넣기 위해 열성을 다한다."
또 한가지 덧붙일 말은 이 소설이 일본차 렉서스의 후원이나 홍보계약을 맺은후 쓴 소설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렉서스에 대한 지나친 호평이 눈에 거슬린다는 점이다. 그냥 단지 애국심의 발로에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