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바쁘다..간단히 김밥에 막걸리 한병 마시고, 다시 노원정보도서관이다.  발음할 때 왠지 카뮈 할때 보다는 까뮈가 더 맛깔나는 작가다.. 고등학생때 이 책으로 처음 만났던 작가..부조리... 시골 국민학교 6학년때 조기가 걸려 있는 운동장.. 하늘같던 박정희가 부하 김재규에게 총 맞아 죽었다. 탕탕! 태양빛 때문에 아랍인을 쏘았던 뫼르소..처럼. 내 삶의 부조리가 시작됐다. 

 

다음해  보성이라는 시골에서 처음, 대도시라고 하는 광주에 올라왔다. 설날 전날 아침.. 마당에 뭔가가 떨어진다.. 복조리다..오후에 젊은 청년이 돈받으러 왔다. 쌀 씻을 때는 조리질을 잘해야 한다. 광주 연합고사에 합격해 여고에 올라가는 누나가 밥을 하면 항상 돌이 씹혔다.. 그날 저녁,밥을 먹다 돌이 씹혀 내 앞니 끝이 깨졌다..

 

그리고 그해 3월 나는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었다. 아카시아 향기 날리던 기억...더워지기 시작한 어느날..학교에서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여름 하복을 맞춰 집에 가져가야 하는데..교복집에서 기다리던 내게 아주머니는 3학년 형이 찾아 가지 않던 하복을 던져 주면서..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길목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산수동에서 금남로를 거쳐 사직공원까지.. 그때 꽤 높았던 성하맨션을 기준삼아..사직공원 동물원 담 밑에 있던 우리집까지의 순례가 시작되었다." 학생,얘야, 아가 여긴 못가.돌아가!.. 군인들은 총부리를 들이대면서..나도 저만할  때가 좋았는데.. 낄낄거렸다...어둑어둑 보슬비가 내리던 길..무섬증이 일었다.. 어찌어찌해서 골목입구, 완도상회 앞에서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미친여자 처럼 울부짖으면서 나를 와락 껴안았다..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왜 인자 오냐? 시내는 피바다라던데.. 공수들이 눈이 뻘개갖고..학생들도 다 밟아 죽인다 등마..

 

20여일 동안 생사를 모르던 아버지가 다리를 절면서 돌아왔다..어머니는 그때 부터 심장병에 걸려 구심이라는 약을 계속 드셨다. 그럭저럭..고등학교에 올라갔다.. 그때는 윤시내의 '공부합시다'라는 노래가 인기 있었다.. 기술선생이던 담임이 어느날 수업하기 싫으니 누가 나와 노래 한곡 불러봐라..했다.까부리녀석이 나갔다. 무슨노래 부를까?  내가 냉큼 큰소리로 말했다.."공부합시다!" 갑자기 교탁에 기대고 있던 담임의 얼굴이 시뻘개 지면서 야! 너 나와... 니가 언제부터 그렇게 공부했다고 지랄이야?.. 쓰레빠로 내 아구통을 돌렸다.. 그게 아니라~그게 아니라~.. 싸해지던 분위기...때리다 지친 선생이 말했다. 교과서 펴!.씨~벌 놈들아..그 날 우리 교실은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그 이후로 엄숙한 수업분위기는 계속되었다. 내 뺨은 볼거리 할 때처럼 철십자와 만자 무늬로 어지럽게 부풀어 올랐다.. 어찌어찌해서.. 대학에 들어왔다..빨간띠 이마에 매고, 교문돌파 할 때 짱돌하나 던지지 못했다. 두근두근.. 비겁한 나자신이 싫어 군대에 입대했다.. 논산훈련소.. 입대할 때 내군번은 1385로 시작했었는데.. 정외과 다니다 왔다고 하니까... 나를 의무병으로 보냈다.아하~ 정형외과? 하면서... 무식한 군바리 새끼들..

 

그 이후부터 군대생활은 엉망진창이었다..대구 수성구에 있는 군의학교에서 후반기 교육.. 노처녀 간호장교는 예뻤다.. 밤마다 BOQ에 다녀오는 놈들이 생겼다.. 주사실습..엉덩이 까고 11시 방향 오른쪽으로 왼손을 엉덩이에 세번 때리면서 푹! 45도 각도 찌른다.. 긴장했는지 주사기 먼저 95도 각도로 찌르고,,나중에 엉덩이를 왼손으로 세번 때린다.. 모지리..이러니 돌팔이 일수 밖에..4월인데도 연천군 대광리에서는 눈발이 날렸다....전방 5사단 열쇠부대의 의무중대.노태우가 사단장이었다고 자랑한다. 따블백 메고 자대랍시고 의무중대를 찾아 신고식을 했다.. 허어 귀여운녀석.. 중대장과 인사계가 퇴근할때까지 침상끝에서 로보트 처럼 각잡고 앉아 있었다.. 바로 위 일병이 팬티까지 홀라당 벗고 수술대위로 올라가란다..다벗고 올라 가라니까 다벗고 올라가서 누웠다. 양쪽 팔에 정맥주사 놓는 법을 알려주겠단다.. 위생병학원을 다녀서 의무병으로 온 바로위 일병고참, 축산과 출신의 또다른 일병이 내 양 팔을 잡더니 주사기로 마구 헤집었다.. 핏줄을 잘못 잡으면 이렇게 돼.. 아,, 이게 그 악명높은 마루타 실험이구나...

 

그 다음날 내 양팔은 거무죽죽 꺼멓게 피멍으로 물들었다..그리고, 모두 나보다 고참인 중대원들의 양말과 수건을 빨고, 그들의 군화를 닦았다.비오는 날에는 양말이 마르지 않아 양말입에 드라이기를 쑤셔박았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점호후 한따까리 하고나면, 밤에  불침번은  쫄따귀인 내가 항상 2번초였는데.. 잠깐 졸다보면 고참이 이마에 손가락을 찍고 나간다.. 내 불침번 차례다.. 벗지 않았던 군복에 군화를 신고 얼른 나간다.. 고참이 손가락 다섯개를 펼친다.. 내 이마에 어떤 손가락으로 찍었는지, 씨~익, 썩은미소로 알아 맞춰 보라는 거다..중지를 찍었다.  바로 대가리 박아! 대가리 박은 상태에서 '군인의 길'을 외웠다.. 탁 상병이 제대할 때 까지 나는 한번도 그가 내 이마를 찍었던 손가락을 알아 맞춰 본 적이 없었다.

 

어영부영..6개월이 흘렀다. 기상 나팔 불기전 10분 전인 5시50분에 일어나서, 점호때 고향을 향해 함성을 발사한다..아~아~악.. 어~머~니!  구보시간이다.. 왜 나를 아들로 낳았는지.. 어머니, 아버지를 원망하는 가사로 구보가 끝났다. 물지게를 지고 물을 떠오면서 나는 원래 여기에서 태어나서 여기서 죽겠구나. 내 묏등은 저쪽 쯤에 있겠구나...생각하면서 낑낑거리고 연병장을 지나오는데...상고나와 은행다니다 행정병으로 빠진  김이병이다. 내 또래다. "아! 어제 또 창룡이가 한 따까리 했지? " 병장 김창룡은 우리 내무반장이다.. 제주도의 악명높은 깡패출신이다.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왼쪽 허벅지 까지 일자로 칼이 그어진 자국..왼쪽 팔목은 깬 소주병으로 그은 자국이 선명하다..저런 인간이 어떻게 군대에 들어왔을까? 게다가 의무병으로..사람 몸 잘 긋고, 찌른다는 특기땜에? 그는 술만 마시면 개가 됐다..에타올 알콜먹고 취하면 무조건 집합이다..한바탕하고 나면 10%포도당 맞는다. 지가 지 팔뚝에 꽂아 놓고 잔다..중대장과 인사계도 못 건든다..그러면서 은근히 그가 우리 내무반 군기를 잡아주기를 바란다.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들인 것 이다. 또 그는 내 후견이다..

 

"응."어제 밤 맞았던 배가 갑자기 쑤신다. "어제 당직사령이 인사장교였는데.. 의무대 창고에서 퍽퍽..한따가리 하는 소리에 내가 의무대 점호는 취소하라고 했다.. 인사장교도 다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거지.." "캬악.. 그런 인간이 인사장교냐?""창룡이를 누가 말려!" "쉿 저기 보안대 얘들 온다." 개새끼들.. 서울 명문대나 대학원 나온 빽 좋은 놈들.. 내 눈빛을 보자.. "야, 너 서 봐! 내 왜 나를 보고 쪼개?" 군홧발이 가슴을 친다.. 물지게가 휘청하며 양쪽의 바께스에서 물들이 출렁이다 쏟아 진다.. 아이, 이씨~ 

 

일병을 달고 후견인 김병장과 첫 외출을 나갔다.. 우리 돌팔이들은 통신보안도 x82고, 다방도 돌다방만 다닌다. 김병장의 애인인 정양이 눈 웃음을 치면 반긴다.. 가슴이 봉긋하다.얼마만에 보는 여자인가.. "오랜만이야..여기 우리 신병왔어..커피셋..." " 어머,어머 귀여운 것.. 일루와 누나 무릎에 앉아봐.." 어쩔 줄 몰라하던 나... "야, 신삥! 빨리와, 무릎에 앉아봐... 누나가 찌찌 보여줄께.."

 

한없이 길어 지는 구질구질한 인생사..예약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 쯤에서 접어야 겠다. 아직도 부조리의 연속이다. 이제는 게릴라 전법을 써야 겠다.. 아직 아내가 돌아올때가 멀었으니 집에 가서 세탁기에 돌려 놨던 빨래도 널고,방청소도 해놓고..설거지도 깔끔하게 해놓아야 비정규직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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