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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리프킨의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이면서, 나름 통찰력이 있다. 공유경제와 접속에의 욕망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돈 냄새를 귀신 같이 맡을 줄 아는 자본가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내서 돈을 번다. 정가의 절반이하 가격으로 평소 좋아했던, 소유하고 싶던 책을 산다는거..가난한 이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내가 읽은 책이 얼마고, 집 서가에 책이 몇 권 있다는 지적 허영을 자극한다. 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 친구 몇몇은 큰 아파트와 고급빌라에 산다. 그 집에는 따로 서재가 있어 몇 천권씩 소장하고있다. 자랑스러운 듯 흐뭇한 미소... 부럽다..그 책 언제 다 읽을 거니? 글쎄,..몰라.
이 자본주의사회,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인간의 소유욕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공유경제라는 것은 다만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좀더 싼 가격으로 잠깐 소유하는 것, 내것인 것 처럼 느끼게 하는 트릭일 뿐이다. 인간이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전제하에서 약삭 빠른 사업가들은 우버택시니 중고서점이니 해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가난한 인간에게도 있는 소유욕.. 그러나, 돈이 부족해 쉽게 사지 못하는 그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이다. 여기서 구분이 되는 것이다.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처럼..새 책을 맘대로 살수 있는자와 중고 서점에서 헌책을 사는 자, 그리고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자. 그래서 좀 있다 하면서 유식한 척 하는 친구들 집..다들 서재를 꾸며놓고 있다. 아늑한 서재에 수천권의 책들..아! 갖고 싶다. 빳빳한 새 책..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
가난한 나.. 노원역 근처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개장한 이후,퇴근길에 몇 권씩 사서 방구석에 쟁겨놓는다. 또 사무실 근처 종각역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수시로... 그러다보니, 아내에게 구박을 받기 일쑤다. 다 읽고,사라고..이젠 그만 사오라고... "아 놔둬, 다 읽을 거야!" 솔직히 두고두고 읽을 만한 소장가치 있다고 산 책들도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거나 한번 읽고 어디다 쳐박아 두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쩝.. 변변한 서가도 없고, 방바닥에 책쌓을 공간도 이제는 부족하고...
그래서 읽었던 책을 다시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기로 했다. 숙제검사 맡는 초등학생처럼 두손을 모으고, 스태프의 입을 쳐다본다. 김대중이 사형이냐 무기냐를 판사의 입을 보면서, 떨었듯이.. "이 책은 재고가 많아서 매입불가..물에 젖은 흔적이 있어 매입불가..버려 드릴까요?" 몇권 팔아 라면과 장수막걸리,담배를 산다. 처량하다. 함민복시인을 떠올리며 위안 삼는다. (좀 헐하다 싶어도, 이 책 한권이면 장수막걸리가 1병이요, 두 권이면 담배가 한 갑이다. 이것만도 어디냐.)
오늘 같은 주말에도 비정규직인 아내는 출근한다. 그나마 정규직인 나는 쉰다. 집에 컴퓨터도 없고 하니 노원도서관이나 얼쩡거리다..김밥 한줄과 장수막걸리 두 병,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소설책.. 책 팔러 갖고 왔던 배낭에 담아, 불암산을 오른다. 나무그늘 아래서, 책을 읽는다. 서늘한 바람, 맑은 하늘..참 좋다. 그래, 이 맛에 사는거야. 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