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 세미콜론 코믹스
아오노 슌주 글.그림,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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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만화ㅋㅋㅋ 취향 저격 당했다. 이토록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 주인공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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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존재 1 - 담박한 그림맛, 찰진 글맛 / 삶과 욕망이 어우러진 매콤한 이야기 한 사발
들개이빨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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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일어난 골치아픈 일이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 과실도 있기 때문에 반성과 동시에 자책을 하면서도, 그 상황이 오기까지에 대한 억울함도 있었다. 그 억울함은 예상보다 크게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나 보다. 어쩌면 필요보다 더 감정적으로 흔들린 게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 안에 생긴 필요 이상의 걱정과 피해의식을 깨닫고 나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물론 그럼에도 그 일에 대한 감정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내 잘못을 바로잡으며 그 상황에 대한 잘못도 함께 해결하고 싶어졌다.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

마음이 편안해지기까지 사람들과 대화하고 위로받고 맛있는 걸 먹었다. 쭈꾸미볶음, 해물전골, 파스타, 우동, 부페 그리고 내가 만든 집밥. 그 모든 음식들은 입을 통해 몸으로 전해졌고 지금쯤 나갈 것은 나가고 나머지는 피와 살이 되었을 것이다. '식탐'이라는 말은 주로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때로 저지르고 후회하더라도 탐하게 되는 때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온다. MSG나 몸에 안 좋다는 것들이 위로가 되는 날이란 대부분 견디기 힘들 만큼 구차하거나 슬프거나 비참한 날이니까. 힘겹게 이어지는 먹고사니즘의 번뇌를 그렇게라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날이 있으니까. 너무 잦으면 문제겠지만 그래서 가끔은 마음껏 탐하고 싶다. 

왜 인간은 광합성을 못할까라는 주인공의 혼잣말이 한때 나에게도 큰 화두였다. 배고픔이란 걸 느끼지 않는다면 세상은 더 평화롭지 않을까, 삶은 덜 비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엽록체를 갖지 못한 인간은 영원히 불완전하다는 생각이 어린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그 사실이 여전히 서글프지만 그래도 괜찮다. 유양과 박병처럼, 나도 또다른 먹는 존재와 함께하니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 캡슐로 배고픔을 이겨낼 수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배고픔이란 양아치를 늘 끼고 살아야 하는 먹는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 누군가와 함께라면 좋겠다. 가족, 친구, 연인 때로는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처럼, 이 질낮은 양아치를 버릴 수 없는 누군가와 하루 한끼는 같이 먹을 수 있기를. 그럼 이 구차한 배고픔도 가끔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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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12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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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는 여러 모로 엄청난 만화다. 가장 상상력의 제한이 없는 만화를 통해 가장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 만화가는 늘 현실적이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재미와 긴장을 놓치지 않은 판타지였는데, 사실 그 아래에는 등가교환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함께 그것이 전부가 아닌 인간의 사의 오묘함을 담고 있었다. 거기에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도 무리한 연장을 하지 않고 결말을 낸 뚝심도 좋았는데,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농부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편에서도 제자리걸음인듯 아닌 듯한 미카케와 하치켄의 연애는 여전히 코믹했고, 방황의 시기를 끝낸 듯한 코마바의 모습과 이름이 기억 안 나는 백수 선배와의 새로운 시작 등 이야기 전개도 역시 탄탄했다. 전무후무 농촌 청춘 만화 <은수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독자로서도 흥미롭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등 우리의 10년 뒤 모습이라는 일본에서 젊은 농부들은 어떻게 활로를 찾아갈지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평생 농부와 공장노동자를 겸한 아빠는 농촌에 대한 낭만적인 윤색에 대해 질색하시는데, 나 역시 그에 동의한다. 하지만 땅이 있고 사람이 있고 땀이 있으니 어찌 낭만이 없겠는가. 누군가가 흘리는 땀 한 방울에는 모두 다른 사연이 있고 그것을 포착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은수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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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3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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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동네에 생긴 맛있는 우동집이 이전을 했다. 이 동네 살면서 가장 맛있는 집이 생겼다고 동생이랑 좋아하며 수없이 갔기에 서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단골 손님인 동시에 개업한 날 첫 손님이었고, 문 닫는 날 마지막 손님이었으니 나름 인연은 인연이지 싶다. 마지막 우동을 먹는 날 맛있는 서비스 음식도 받았다. 가로수길 쪽으로 확장이전하니 꼭 놀러오라는 말에 나는 그간 잘 먹었다고 인사하며 음료수를 사다 드렸지. 단골집에서 마지막 음식을 먹고 작별인사를 하다니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잘되어 나가는 거라 기쁘기도 했다.

서울에 올라와 이 동네에서 살며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혼자 먹을 때는 남으니까 조금만 달라고 하면서 아줌마와 친해진 떡볶이집, 안주들이 맛있던 예쁜 언니 두 명이 운영하던 조그만 선술집, 늘 닭강정을 꽉꽉 눌러주던 성격 시원했던 주인 아줌마의 닭강정집, 무뚝뚝한 아줌마와 살가운 아저씨가 있던 김밥집 등등. 시장에서 과일이나 간식거리 사면 떡볶이집 아줌마한테 들러서 수다 떨며 나눠 먹었고 아줌마는 가끔 스쳐가던 나를 불러 떡볶이를 주곤했다. 하지만 그 떡볶이집도 선술집도 닭강정집도 김밥집도 그와 다른 가게들도,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문을 닫았다. 어느 순간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던 떡볶이집 아줌마는 잘 살고 있을까? 

이 만화를 보면 그때 그 분들이 떠오른다. 거기서 먹었던 음식들도 생각난다. 처음만큼 자주 가지는 않아도 문득문득 생각났던 그 음식들과 사람들처럼, 이 만화도 그렇게 정이 들었나 보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보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오래 볼 수 있는 밥집이 또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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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 통신 1 - 불량엄마일기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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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보고 노다메가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작가도 가족들도 범상치 않다. 여전한 유머와 재미있는 인물들, 다 좋다. 그치만.

어린 아이의 성장을 담은 육아 만화는 사실 다 재미있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작은 아이가 말을 배우고 행동을 하며 커가는 과정은 누구나 다 겪는 것이지만 모두가 다 다르고, 그 모습 하나하나가 다 예쁘니까. 만화뿐 아니라 티비 속 육아 예능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2권은 안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가의 유머를 사랑하지만 못지 않게 그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했으니까. 생활의 단편이 아니라 그가 만들고 가공한 이야기들을 기대했으니까. 하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이야기를 짜내는 건 아주 힘든 일일 거다. <에이티세븐클로커즈> 후속편도 나오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노다메 칸타빌레>처럼 급하게 마무리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만화가 인생의 분기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일개 독자의 아쉬운 한탄이고.

변해가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노력에 대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물리적 시간과 육체적 고단함, 그에 못지않은 정신적 부담까지. 육아는 힘든 일이다. 나라에 상관없이. 워킹맘인 팀장님을 잘 서포트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좋아한 만화가를 응원하는 의미로 별 다섯을 준다. 그 긴 시간 동안 웃게 만들어준 만화가여 고맙소이다! 당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만큼 매력적인 가족들과 행복하길! 또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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