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Silver Spoon 12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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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는 여러 모로 엄청난 만화다. 가장 상상력의 제한이 없는 만화를 통해 가장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이 만화가는 늘 현실적이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재미와 긴장을 놓치지 않은 판타지였는데, 사실 그 아래에는 등가교환이라는 냉혹한 현실과 함께 그것이 전부가 아닌 인간의 사의 오묘함을 담고 있었다. 거기에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도 무리한 연장을 하지 않고 결말을 낸 뚝심도 좋았는데,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농부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편에서도 제자리걸음인듯 아닌 듯한 미카케와 하치켄의 연애는 여전히 코믹했고, 방황의 시기를 끝낸 듯한 코마바의 모습과 이름이 기억 안 나는 백수 선배와의 새로운 시작 등 이야기 전개도 역시 탄탄했다. 전무후무 농촌 청춘 만화 <은수저>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독자로서도 흥미롭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등 우리의 10년 뒤 모습이라는 일본에서 젊은 농부들은 어떻게 활로를 찾아갈지 개인적으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평생 농부와 공장노동자를 겸한 아빠는 농촌에 대한 낭만적인 윤색에 대해 질색하시는데, 나 역시 그에 동의한다. 하지만 땅이 있고 사람이 있고 땀이 있으니 어찌 낭만이 없겠는가. 누군가가 흘리는 땀 한 방울에는 모두 다른 사연이 있고 그것을 포착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은수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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