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무라이 3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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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찬 사이의 공간, 그 주변에는 들짐승들이 유유하게 먼 곳을 바라보고,

마치 연극의 배경같기도 한 집 안에 소이치로와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세노 소이치로는 꿈을 꾸었다.

생전의 어머니가 계셨다.

너는 무언가에 쓰인 게로구나.

칼을 차면 인성을 유지할 수가 없지?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거야.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의 것으로 있지 못할 게야.

부디 그 사실을 명심하거라. 

 

인상깊은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3권이다. 소이치로는 검을 팔았던 곳에 가서 다시한번 자신의 검을 본다. 하지만 그는 섣불리 검을 다시 되사오지 못한다.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몸안에 있는 오니와 상담해봐야 하는 일. 한편, 도박으로 진 빚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된 칸키치는 의기소침하며 학교에 나가지 않는일이 생긴다. 이렇게 학교에 나가지 않고 홀로 물수제비를 던지던 켄이치는 괴상하고 정체모를 소녀를 만나 기묘한 모습을 목격하지만, 이내 소이치로에 의해서 위험을 모면한다. (칸키치는 그것이 위험이었다는 사실조차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게다가 일전에 검을 팔고 그대로 간직해 두었던 돈으로 칸키치 아비의 도박빚을 갚아준다. 칸키치가 괴상한 일을 겪긴 했지만 소이치로에게는 아직 비교적 평화로운 분위기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키쿠치를 미행하던 츠네고로가 키쿠치에게 기습적으로 살해당한뒤 분위기는 이제 다시 소이치로의 이야기로 본격 전환된다. 2권에 이어 계속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츠네고로, 약간 뚱한 외모가 어딘가 귀엽고, 선했던 그였기에 죽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죽음을 무릎쓴 1:1대면에 부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먼저 보냈던 그런 마음의 인물이라 그런지, 의원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정말로 그가 부상만을 당했으면..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쿠치는 멈추려 하지 않는다. 소이치로 주변의 모든 인물들을 죽이려는 움직임은 계속됐다. 소이치로에 대한 어렴풋한 연정이 느껴지는, 활터의 오카츠까지 해치려하지만 다행이 오카츠는 타고난 감수성 덕에 목숨을 건진다. 안도의 마음과 함께, 오카츠의 애잔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살짝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키쿠치를 아버지가 거느렸던 가신이 보낸 암살자임을 확신하는 소이치로는 츠네고로의 죽음에 책임을 지기위해 비록 죽도로나마 목숨을 건 일합승부를 펼친다. 마치 산과 같은 덩치와 악함을 풍기던 키쿠치와 소이치로의 대결은 아직은 때가 아닌 듯 싶지만 짧게 펼쳐지는 소이치로와 키쿠치의 주막에서의 대면은, 일합에 펼쳐지는 그 순간의 긴장감을 기막히게 표현해냈다. 표면적으로는 소이치로의 패이지만... 키쿠치는 굉장히 자존심에 타격을 받은 듯 하다. 결국 키쿠치는 츠네고로의 복수를 하고자 한데 뭉친 많은 포리들에 의해 오라를 받게 된다.

 

뭐랄까, 츠네고로의 죽음은 확실히.. 독자들에게 꽤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하는 부분이 있어서.. 소이치로 주변의 인물들이 앞으로 어떤 위험에 처하는건 아닌지 좀 불안하기도 하다. 아무튼, 4권에서는 드디어 소이치로의 내력이 밝혀지니...이제 본격적으로 소이치로를 둘러싼 음모의 윤곽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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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야옹이가 요괴일 리 없어!
키즈키 케이코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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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을 살아서 꼬리 두개인 요괴가 되버린 고양이. 네코마타. 요괴세계에서는 두발로 걸어다니며 사람도 흉내내기 힘든 풍류를 즐기는 그이지만.. 인간세계에서는 그저 귀엽고 또 귀여워서 인간 가족들에게 사랑을 듬뿍받는 고양이일 뿐!

 


요괴세계로 가면 늘 인간에 대한 귀여운 복수심에 불타는 네코마타. 그 이유인 즉, 요괴인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간지럼을 태운다던가,

 

 

적당한 크기의 따뜻한 보금자리였던 브라운관 티비를 최신티비로 바꾸면서 즐겨찾는 거처중 하나를 빼았겼다던가.. 하는 귀여운 이유들 뿐이다.

 

 

 

그것들은 결국 인간들의 무한 애정과 맛나는 통조림으로 한방에 해결! 게다가 막상 자신들과 함께 사는 인간들에게 작은 벌을 내려달라고 요괴 타타리가미에게 부탁했다가도, 가벼운 벌이 아닌 무서운 벌을 내릴때도 있다는 것을 알고선 부랴부랴 막기도,

 

 

아픈 인간가족들을 보살펴 주려고 아둥대는 귀엽고 착한 고양이일 뿐!

 

 

하지만 인간들이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고양이, 어디 인간들하고만 살랴. 세력다툼을 하는 고양이에게는 본의아니게 위엄있는 고양이가 되기도 하는 반면, 노는 방법이 다른 강아지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놀잇감이 되기도 한다.

 

 

반면에 털이 길어서 날린다는 이유로 주인에게 버려진.. 고양이의 에피소드라던가.. 인간들에게 벌을 주는게 자신의 일인 요괴 타타리가미와 나누는 우정은 그 귀여움속에서 찡한 울림을 슬며시 전해준다.

 

이런.. 고양이가 이렇게 귀엽다면 가서 당장이라도 고양이를 분양받거나 하고싶지만 주변에서 정말로 고양이를 잘 기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끝까지 잘 키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시도도 하지 말라고 하니, 아무래도 내겐 요원한 일인 듯 싶다. 특히나 처음엔 정말 잘해주다가 긴 털이 날린다고 가차없이 버려진 고양이의 에피소드를 보면 특히나.. 함부로 할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기도..

 

 

어쨌든, 시종일관 귀염돋는 이 네코마타 이야기 <우리집 야옹이가 요괴일 리 없어!> 맨 뒤에는 고양이 사진컨테스트가 있는데..... 이건 정말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모습들이 한가득이다!! 아 정말로 너무너무 귀여운 고양이 들 뿐..ㅠ.ㅠ.. 약간의 알레르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도 못하긴 하지만... 아... 정말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쌓이는 만화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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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2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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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카타기 나가야, 정월 이일, 세노 소이치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다가 팔아버린 명검 쿠니후사에 깃든 혼과 꿈속 같이 몽롱한 실갱이를 벌이다 길에 나뒹굴게 된다. 소이치로에게 새해 첫 꿈은 그런것.

 

언제까지고 꿈속에서만 살 수는 없사옵니다. 소이치로님. 제가 당신을 구할것이옵니다. 앞으로도 줄곧... 

 

한편, 지난 여름부터 벌어졌던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소이치로에 대한 미행을 하고있던 (지금의 형사와도 같은 직책을 맡고있던) 츠네고로는, 추운 날씨에 재채기를 해대는 자신에게 베푼 소이치로의 친절로 말미암아 의심을 거둔다. 사람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다 티가 난다고 생각한 츠네고로의 생각은 정확했던 것.(게다가 츠네고로는 생긴것도 참 정답다..) 하지만 윗선에선 계속해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기위해 물증도 없이 소이치로를 잡아들라고 하고, 소이치로를 미행하다가 이제 범인이 아니란것을 확신하게 된 츠네고로는 자신이 처음에 소이치로를 언급했던 것이 내심 찔리기도 해서 소이치로가 머물고 있는 나가야의 주인이자 예전 자신의 선배였던, 전성기때 '바람의 요자에몬'으로 이름을 날리던 요자에몬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하여, 요자에몬을 미끼삼아 츠네고로, 소이치로, 미코시 다이자부로가 매복하여 범인을 유인하고, 결국 범인을 잡기에 이른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에도에 와서 처음 진검을 사용해 사람을 벤 소이치로는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아니오.. 전 범인을 죽인것을 후회하고있는것이 아니옵니다... 제 안에 살고있는 자를 깨우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제 안에 있죠. 항상 기어나올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소이치로는 요전에 활터에서 인연을 맺었던 오카츠의 부탁으로 그녀에게 글을 가르치게 되지만, 오카츠의 신분을 트집잡혀 그리 오래 하진 못한다. 짧은 시간동안 오카츠는 히라가나를 익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카츠가 배운 유일한 한자가 '소이치로' 라는 점이 또 의미심장하다. 이쯤되면 나뿐만 아니라 오카츠와 소이치로가 정분이 나길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순탄할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소이치로는 자신보다 거의 두배나 큰, 자신을 죽이려는 살기를 띈 키쿠치를 지나치게 된다. 키쿠치는 자신(소이치로)를 죽이라는 암살의뢰를 받고 그를 제거하러 온 것, 그에게 소이치로를 없애라고 의뢰한 이들은 누구이고, 몰래 일의 진척을 살피러 의뢰인이 미행을 붙여놓은 사무라이 또한 베어버리는 키쿠치는 대체 어떤 실력을 가진 것일까. 얼핏 심각하고 잔혹한 분위기지만, 맘껏 사람들을 베지 못해서 머릿속으로나마 해보는 키쿠치의 (잔혹한) 상상들은 그 표현의 순화로 인해 잔혹함이 사라지고 묘한 꽃향기만 남는다. 쥐 한마리를 애지중지 데리고 다니는 키쿠치의 취향과, 외모에 맞지 않게 말이다.

 

러프함과 나란히 존재하는 디테일은 여전하거니와, 소이치로와 쿠니후사 와의 몽롱한 장면들에서의 유머라던가, 키쿠치의 상상에서 보여지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센스도 물론 여전하다. 키쿠치는 과연 얼마만큼 위협적인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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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1
마츠모토 타이요 글.그림,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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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 전의 에도(현재의 도쿄), 어린 칸키치는 새벽에 소변을 보러갔다 짐승과도 같은 인물의 아우라를 보고 그대로 주저앉아 오줌을 지려버린다. 칸키치가 본것은 바로 그 나가야(옛날 방식의 단층 연립주택)에 새로 입주하게 된 세노 소이치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작가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린 시대극 걸작 <죽도 사무라이>의 주인공이다.

 

물고기는 물에 싫증을 내지 않는 법. 물고기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 심중을 헤아릴까. 새는 숲을 바라는 법. 새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 심중을 헤아릴까.

 

새로 입주한 소이치로는 어린 칸키치에게 호기심의 대상이다. 방을 엿보던 칸키치는 그가 단번에 휘두른 칼이 작은 화분의 가지뿐인줄 알았건만, 소이치로가 자리를 비우고 가까이서 보았을 때 화분마저 베어버린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놀랍다고 표현해도 부족할만한 실력을 가진 소이치로는 자신안에 있는 무서운 본성을 알고있기에, 곧 그 검-쿠니후사- 를 팔아버리고 다케미츠(사무라이들이 돈때문에 검을 판후, 모양을 내기위해 차고 다니던 대나무로 만든 칼)를 찬다. 

 

소이치로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정체모를 사내들이 혼쭐이 나는 것을 보고는, 어린 칸키치조차 무언가에 씌여있다고 말할 정도의 무서운 얼굴과 실력을 가진 소이치로, 하지만 평소엔 순진무구한 웃음과, 단것을 좋아하고 신기한 것을 한참이나 들여다 볼 정도의 호기심을 가진 소이치로를 칸키치는 줄곧 따르게 된다. (표정뿐만 아니라 펜의 강약과 수를 통해 조절되는 대비는 무척이나 적절하다.)

 

하지만 역시 소이치로 안에 있는 그 무언가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도장의 사범대리를 하고있는 장안의 손꼽히는 사무라이를 도장까지 쫓아가 승부를 겨뤄보고는 결국 그를 좌절시키고 만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입막음으로 받은 돈으로 활터에 가서 한 여인을 만나기도 한다. 이러구러 그래도 비교적 큰 탈 없이 지내던 소이치로는 칸키치의 실수로 작은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우연히 미코시 다이자부로를 만나 위기를 모면한다. 시시때때로 직접적, 간접적으로 그를 해치려는 인물들과 반대로 그는 든든한 지원군들과도 인연을 맺어가고 있던 것.

 

서당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며 서서히 에도에 적응해가던 소이치로, 하지만 그 특이한 행세 때문인지 연쇄살인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되고, 연쇄살인으로 인한 억울함으로 저승으로 가지 못한 원혼을 그들의 뜻대로 성불시켜 주며 그 소용돌이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게 되는데...

 

<철콘 근크리트>, <핑퐁> 등으로 익히 이름을 알고있던 마츠모토 타이요의 이 <죽도 사무라이>는 우선 동양화도 같은 표지에서 이미 다른 만화들과는 차별되는 느낌을 받게되는데, 실제로 안의 그림들은 더 놀랍다. 종종 얼굴 형태에서 이목구비의 반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과감함, 얼핏보면 어설픈듯 거침없는 선들은 (심지어 컷구성에 조차도!) 이 만화와 캐릭터에 무척이나 잘 스며들며 러프함 속에 정교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그와는 또 반대로, 나비를 흉내내거나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으며 접근하는 소이치로의 모습, 그리고 그의 검이었던 쿠니후사에 깃든 혼을 표현하는 부분들은 감성적이고 (날카로운) 유머러스함 또한 놓치지 않는 작가의 저력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의 여담처럼도 느껴지는, 고양이들을 통해서 인물과 시대를 내려다보는 시선은 무척 자연스럽다.

 

죽도를 지니면서도 결코 남에게 지지않는 소이치로 처럼, 러프함속에서 꿈틀대는 디테일이 이야기와 혼연일체 되는, 이 <죽도 사무라이>는 마츠모토 타이요라는 작가의 저력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1권만 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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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시나리오
황선길 지음 / 범우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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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꾸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유아기 때부터 일정한 나이까지, 사람을 대신한 교육과 여가에 대해서 (옛날엔 '만화영화'란 말이 더 통용되었던) '애니메이션'은 시대가 변해도 그 활용도와 파급력이 작지가 않다. 현대의 바뀐 문화에 따라 게임, 영화 등 애니메이션을 대체하는 것들이 늘어만 가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그 고유한 영역으로써, 그리고 그 외에 광고나 기타 영상효과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나리오, 나아가 스토리보드를 그리기 까지의 과정을 담아놓은 책이다. (물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또한 포함되어 있다) 제목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정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간다. 1/3이 조금 못미치는 분량에서, 저자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독자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간과하기 쉽지만,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영화와의 차이점을 계속해서 짚어준다. 애니메이션은 그 동적인 부분에서 실사영화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선 애니메이션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분명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으 존재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자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에 대해서 크게 이렇게 요약한다. '생략', '과장', '왜곡'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부분을 영상으로 묘사해야한다고 한다.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나란히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공유했고, 실제로도 기술적으로 크로스오버 되기도 하며, 많은 특성들을 서로 차용하기도한다.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도 많이 나와있고, 영화와 같은 애니메이션도 많이 나와있다. 더군다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또한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를 즐겁게 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특히 대상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위에서 언급했던 특성들, '생략', '과장', '왜곡' 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 활용했었던걸 상기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초기에 아동용으로 많이 제작된게 사실이다. 그래서 개연성이 크게 필요없는 개그, 유머러스한 작품들이 많았다. 당연히 시나리오의 중요성 또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넓은 산업을 바라본, (아마 이것은 디즈니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러니깐 극장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어른들에게도 재밌는 만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나리오는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초기에 시나리오만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정확한 표현이나 감정이 부족함을 느끼고는, 시나리오에 그림을 포함시키던 것이 점차 늘어나 현재의 스토리보드 형태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로 영화에도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의 특징인 '생략', '과장', '왜곡'을 중심으로 영화와의 차이점을 비교해가며 설명한다.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의 조건, 그리고 실제적인 쓰기에 대한 것이나 캐릭터, 대사까지. 기초부터 폭넓게 접근하지만, 시나리오만 놓고 본다면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다. 영화와 차이점을 갖고 있긴하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을 '재미있게' 해야하는 동적인 영상매체로써, 영화는 시나리오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이 나와있는데, 이 책에서 할애한 분량은 조금 외소하다랄까. 핵심은 짚어주고 있지만, 그것들을 세밀하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압축된 감이 없지않아 있다. 애니메이션의 이해에서부터 특성, 시나리오 작법, 그리고 스토리보드, 부록으로 시나리오까지 일부가 수록되기까지, 폭넓게 접근함으로써 초보자에겐 좋은 개괄서가 되겠지만 전문적으로 약간은 아쉽다.

 

어쨌든, 개인 기록용으로 정리한 것들을 약간 덧붙여 본다면,

 

- 시나리오의 영상묘사는 1차는 영상으로 표현하다가 2차는 대사로, 더 부족한건 3차로 음악, 음향효과를 사용해야 한다.

- 시나리오 작가는 언제나 영상으로 표현하다가 최종적으로 막히면 대사의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한 영상으로 표현한 것을 대사로 중복시키지 않는다. 시나리오 작가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많은 그림이 있다고 생각하고 숨은 그림을 찾아내야 한다. 설명보다는 간략하게. 

- 영상변화의 요소로는

 > 1. 형태의 변화

 > 2. 색채의 변화

 > 3. 사운드의 변화

 > 4. 시간의 변화

 > 5. 스토리의 변화 (과거, 현재, 미래의 이동 등) 이 있다.

- 작품의 흡인력은 등장인물의 성격, 외모를 얼만큼 뚜렷하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인물은 외형보다는 성격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 시나리오 지문은 등장인물의 표정, 동작, 배경, 소도구묘사, 카메라 워킹을 서술한 부분이다.

- 모든 대사는 보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대사다. 주제와 연관돼 있어야 하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잘 선택해야 한다.

-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캐릭터는 등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 성격의 변화는 필연적인 내적, 외적 변화에서 와야하며, 우연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 스토리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닝, 내용전달보다 우선 보게끔 하는 요소가 중요하다. 

 

이 책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시나리오에 대해, 스토르보드에 대해 각각의 전문성은 아쉽지만, 한데 묶은 개괄서로는 그 역할을 다한다고 본다. 특히나 소싯적에 정말로 감동깊게 봤던 <흙꼭두장군>이 예시로 나온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저자가 그 애니메이션에 제작에 참여했었다)

 

어쨌거나,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서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영상장르의 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대박(뽀로로와 같은) 을 빼면 사실, 성인 애니메이션은 깊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최근의 <돼지의 왕>같은 작품들은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둔것으로 알고있지만, 천만관객시대를 여전히 잘 이끌고 있는 영화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외소한 모습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애니메이션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대접받는 날이 (다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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