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시나리오
황선길 지음 / 범우사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적,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꾸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유아기 때부터 일정한 나이까지, 사람을 대신한 교육과 여가에 대해서 (옛날엔 '만화영화'란 말이 더 통용되었던) '애니메이션'은 시대가 변해도 그 활용도와 파급력이 작지가 않다. 현대의 바뀐 문화에 따라 게임, 영화 등 애니메이션을 대체하는 것들이 늘어만 가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은 그 고유한 영역으로써, 그리고 그 외에 광고나 기타 영상효과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나리오, 나아가 스토리보드를 그리기 까지의 과정을 담아놓은 책이다. (물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또한 포함되어 있다) 제목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정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간다. 1/3이 조금 못미치는 분량에서, 저자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독자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간과하기 쉽지만, 어쩌면 대단히 중요한 영화와의 차이점을 계속해서 짚어준다. 애니메이션은 그 동적인 부분에서 실사영화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선 애니메이션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분명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으 존재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자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에 대해서 크게 이렇게 요약한다. '생략', '과장', '왜곡'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필요한 부분을 영상으로 묘사해야한다고 한다.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나란히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공유했고, 실제로도 기술적으로 크로스오버 되기도 하며, 많은 특성들을 서로 차용하기도한다. 애니메이션 같은 영화도 많이 나와있고, 영화와 같은 애니메이션도 많이 나와있다. 더군다나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또한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를 즐겁게 했던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특히 대상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위에서 언급했던 특성들, '생략', '과장', '왜곡' 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 활용했었던걸 상기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은 초기에 아동용으로 많이 제작된게 사실이다. 그래서 개연성이 크게 필요없는 개그, 유머러스한 작품들이 많았다. 당연히 시나리오의 중요성 또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넓은 산업을 바라본, (아마 이것은 디즈니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러니깐 극장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어른들에게도 재밌는 만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나리오는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초기에 시나리오만을 갖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정확한 표현이나 감정이 부족함을 느끼고는, 시나리오에 그림을 포함시키던 것이 점차 늘어나 현재의 스토리보드 형태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로 영화에도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의 특징인 '생략', '과장', '왜곡'을 중심으로 영화와의 차이점을 비교해가며 설명한다.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의 조건, 그리고 실제적인 쓰기에 대한 것이나 캐릭터, 대사까지. 기초부터 폭넓게 접근하지만, 시나리오만 놓고 본다면 조금 아쉬운건 사실이다. 영화와 차이점을 갖고 있긴하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을 '재미있게' 해야하는 동적인 영상매체로써, 영화는 시나리오 하나만으로도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이 나와있는데, 이 책에서 할애한 분량은 조금 외소하다랄까. 핵심은 짚어주고 있지만, 그것들을 세밀하게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압축된 감이 없지않아 있다. 애니메이션의 이해에서부터 특성, 시나리오 작법, 그리고 스토리보드, 부록으로 시나리오까지 일부가 수록되기까지, 폭넓게 접근함으로써 초보자에겐 좋은 개괄서가 되겠지만 전문적으로 약간은 아쉽다.

 

어쨌든, 개인 기록용으로 정리한 것들을 약간 덧붙여 본다면,

 

- 시나리오의 영상묘사는 1차는 영상으로 표현하다가 2차는 대사로, 더 부족한건 3차로 음악, 음향효과를 사용해야 한다.

- 시나리오 작가는 언제나 영상으로 표현하다가 최종적으로 막히면 대사의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또한 영상으로 표현한 것을 대사로 중복시키지 않는다. 시나리오 작가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많은 그림이 있다고 생각하고 숨은 그림을 찾아내야 한다. 설명보다는 간략하게. 

- 영상변화의 요소로는

 > 1. 형태의 변화

 > 2. 색채의 변화

 > 3. 사운드의 변화

 > 4. 시간의 변화

 > 5. 스토리의 변화 (과거, 현재, 미래의 이동 등) 이 있다.

- 작품의 흡인력은 등장인물의 성격, 외모를 얼만큼 뚜렷하게 묘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인물은 외형보다는 성격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 시나리오 지문은 등장인물의 표정, 동작, 배경, 소도구묘사, 카메라 워킹을 서술한 부분이다.

- 모든 대사는 보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대사다. 주제와 연관돼 있어야 하고,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잘 선택해야 한다.

-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는 캐릭터는 등장시키지 말아야 한다.

- 성격의 변화는 필연적인 내적, 외적 변화에서 와야하며, 우연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 스토리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프닝, 내용전달보다 우선 보게끔 하는 요소가 중요하다. 

 

이 책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시나리오에 대해, 스토르보드에 대해 각각의 전문성은 아쉽지만, 한데 묶은 개괄서로는 그 역할을 다한다고 본다. 특히나 소싯적에 정말로 감동깊게 봤던 <흙꼭두장군>이 예시로 나온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저자가 그 애니메이션에 제작에 참여했었다)

 

어쨌거나,

 

일본을 비롯한 국외에서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영상장르의 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의 대박(뽀로로와 같은) 을 빼면 사실, 성인 애니메이션은 깊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최근의 <돼지의 왕>같은 작품들은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둔것으로 알고있지만, 천만관객시대를 여전히 잘 이끌고 있는 영화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외소한 모습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애니메이션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대접받는 날이 (다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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