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抱天) 6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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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에 이어서 정가는 여전히 모반을 위한 계략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고, 당연히 이를 막으려는 이시경 또한 동분서주 한다. 이야기는, 오늘날의 경상남/북도를 영도하는 조식과 이황을 정가일당의 위협에서 지키며 시작한다. 조식에 대해서는 이시경이 활빈당과 함께 매복하며 정가일당에게서 큰 손해없이 지켜내지만, 퇴계 이황은 조금 아쉽게 되었다. 화마를 미리 예측한 이시경이 이황을 관가로 불러 호위하는 꾀를 내었지만, 이황이 선조에게 바치려고 했던 성학십도(주자학의 개요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는 결국 정가일당에 의해 불에 타거나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후에 이것을 다시 적어서 바쳤다고 한다) 그리고 율곡 이이를 호위함에 있어 정여립이란 자가 나타나게 된다. 이시경과 정가의 예측을 벗어난 그의 출현에, 이이는 어쨌거나 탈없이 길을 지났지만, 그것으로 인해 정가는 정여립을 언뜻 알아보고, 후에 그를 이용하여 모략을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조식과 퇴계이황은 같은 나이로서 서로 친하기도 하고, 또 마찰이 있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래도 이 둘의 일화는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특히 퇴계이황이 자신의 자식이 죽고 며느리의 재가를 허락한 것은, 성리학자로서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이 외에도 올곧은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한 나라의 화폐에 얼굴을 그려넣을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위인이라는 생각이 들정도다. 이이와 이황을 비교, 대조하면서 풀어놓는 이야기 또한 놓칠 수 없겠다.

 

 

 

 

일단 급한 위험들을 막은 이시경은, 정도령(정가)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날조한 [정감록] 이나 [격암유록] 등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막고, 나라를 혼란으로 빠트리려는 정도령의 음모를 막고자 이제 드디어 예언서를 집필하려 산으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언제 정도령의 칼날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 이시경은 딸 초희를 초당 허엽에게 맡기게 된다. 딸 초희를 끔찍하게도 아끼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서 측은한 마음이 깊게 들었다.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능력탓에 백성들을 혼란에 빠트리려 하는 정도령의 음모를 모른 채 하지 못하고, 자칫하다간 자신의 예언서 또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형벌을 받거나 지탄받을지도 모름에도.. 이시경은 그 두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이 해야할 일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있던 것이다.

 

 

 

 

허엽에게 9년이라는 세월에 대해 초희를 맡아주기를 약속한 이시경은 과연 무사히 예언서를 만들어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앞서 말한 조식, 이황, 이이의 일화들이 크게 한 덩어리로 재미를 주었다면, 다음은 허엽 일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큰 덩어리다. 표지를 봐도 언뜻 알 수 있듯, 그것은 홍길동을 지은 허균이 태어난 가문이다. 더 이상의 긴 설명은 생략. (나처럼 눈치없다면) 충격적이기도 한 반전(?) 뿐만 아니라.. 안타까운 이야기가 한데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일단 보시라..

 

어쨌거나, 이시경이 예언서를 쓰려고 사라진 후 ... 그로부터 이십년 후.. (..지구방위대!?;;) 스토리의 큰 줄기인, 빼놓을 수 없는 정도령. 이시경이 예언서를 쓰기위해 사라진 사이에도 그의 역모는 계속되어왔던 것. 정여립을 이용하여 역모를 꾸미는 정가일당은 위에서 언급된 허엽의 가문에도 묘에 말뚝을 박거나, 수상한 약재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해를 뒤에서 몰래 입히며 자신들의 계획을 진행시켜 가고 있었다. 잠깐 나이를 먹은 이시경의 모습이 잠깐 등장하지만 길지가 않다. 

 

 

 

 

이시경이 예언서를 쓰기위해 초희를 허엽에게 맡기고 결국 이십년이 지난 시간까지 그려낸 포천 6권. 그 사이에 이시경에게 벌어진 일은 무엇이고, 예언서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이시경과 정가, 조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7권에서는 그것들이 어느정도 풀어질지 기대된다. (아 이런 구성 정말 기대되면서도 야속하다..ㅠㅠ) 조식, 이황, 이이, 허엽 일가를 인물들과 동인, 서인과 같은 정세에 대해 팩트와 픽션을 능구렁이 처럼 넘나들며 여전히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주고 계신 (실은 거의 다 까먹은 것을 다시금 되짚게끔 해주는;;) 포천, 벌써부터 7권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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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抱天) 6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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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만의, 역사와 재미를 결합한 정교한 팩션의 재미가 여전합니다. 6권에서는.. 저처럼 눈치없는 독자는 반전에 깜놀까지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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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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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는 자유를 빼앗는 것으로 시작해 결국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선량한 시민들의 목숨을 빼앗아왔다. 이 독재가 결국, 개인의 어느 바닥에서 발현되는지부터, 인류의 어디까지 침몰시킬 수 있는지 <염소의 축제>는 매우 다양한 접근방식과 다층적이고, 다중적인 소설기법으로 펼쳐낸다. 

 

이 소설은 독재가 한참전에 끝난 시대, 우라니아가 모국 도미니카로 돌아와 노쇠한 아버지에게 과거를 상기시키며 시작한다. 두번째는 수십년 전, 견고한 독재가 언제까지고 계속 될 것처럼 트루히요의 군더더기 없는 모습에서 시작하고, 세번째는 안토니오 임베르트 무리가 독재자 트루히요를 암살하려는 날로 시작한다. 여기에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묘사까지 합쳐져 '독재'와 '독재자' 그리고 그 독재에 '저항하는 자들'의 특성과 심리를 바닥부터 관찰하며, 각 시대를 온전히 담아내는 이 세개의 하루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간결한 글에 압축하여 펼쳐낸다.

 

트루히요의 예처럼, 으레 독재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독재자를 도움으로써 보장받을 수 있는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 그 지배층 뿐만 아니라 피지배층 모두가 갖고 있는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그로인해 발생하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만족, 하나뿐인 목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밥그릇 뒤에 놓을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함, 언론의 결탁 등등. 하지만 작가는 독재의 지속성에 대해서 좀 더 깊이있고, 통찰력 있는 근거들을 그려낸다. 독재자에게는 잘못된 아버지 상을, 피지배자에게는 고통을 행복의 과정이라고 보는 잘못된 인식과 두려움을 통한 수긍-길들여짐에서 찾아낸다.

 

그건 그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사랑 때문이었어. 아이가 권위적인 부모를 사랑하면서 채찍질과 구타가 결국은 그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거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야.

 

트루히요는 스스로 시민들의 진정한 아버지, 아버지들의 아버지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온갖 더러운 욕망을 가진 ‘의붓아버지’ 다. 더러움을 속으로 흐르게 해야할 하수도에서 넘쳐나온 오물에 그가 그렇게도 신경이 곤두섰던 것은, 자신과 하등 다를바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우라니아의 아버지가 가족의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 딸의 처녀성을 멋대로 희생시킨 것은, 트루히요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가족에서 국가로 넘어가면서 희생의 범위와 강도가 더 커지는 것은 자명한 것. 권위적인 부모의 폭력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독재자의 무분별하고, 국민을 향하지 않은 국가운영에 대해 국민은, ‘우리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것’ 이라고 믿었던 것은 얼마나 끔찍한 오해인가.

 

그는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져, 비록 총통이 몸은 죽었을지라도 그의 영혼이나 정신 같은 것이 계속해서 그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

 

게다가, 트루히요의 죽음을 확인하고서도 오랜시간 세포하나까지 지배당했던 로만 장군은 정권을 잡지 못했다. 길들여진 개가 목줄이 끊어졌음에도 도망가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자신을 지배했던 독재자의 아우라를 벗어나지 못하고 거사에 참여했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독재자의 아우라를 끔찍하게 뒤집어쓴 것은 과연, 로만 장군 뿐일까?

 

이 나라는 짧은 시간동안 남부럽지 않은 독재자들을 배출했다. 트루히요를 찬양했던 많은 도미니카 시민들은 억압뒤에 따라오는 경제의 혜택으로 말미암아, 독재시대를 더 살기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법 및 기간에 대한 간섭과 제재가 거의 없는 독재가 경제적 성장마져 없다면 그것이야 말로 독재자 스스로의 수치아니겠는가. 독재 뒤의 콩고물과 같은 경제혜택을 좇는다면, 언제어디서 또 다른 독재자가 탄생해도 이상할 게 없다. 민주주의는 하나의 가치이고 평등이다. 어떤 통치도 독재를 바탕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밥한그릇은 우리 노동의 대가이다. 자유대신 주어진 밥 한그릇에 만족하는 것은 절망적이다. 그것은 동시에, 누군가가 받았던 고통에 대한 침묵의 대가이기도 했으니깐.

 

그럼에도 우라니아가 제 가슴속에 꼭꼭 감춰둬야만 했던 뼈아픈 과거를 사촌들에게 낱낱이 고백하고, 대답없는 그의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진 것처럼, 우리가 용기있게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다시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자신, 사회,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유/무형의 독재자는 인류사에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것은 한명에게 다수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권리를 쥐어주는 것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리스크 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는 그것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지켜봐야한다. 독재에 저항하기를 머뭇거리거나 포기함은, 서로의 비극을 방관하는 것이며, 그것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건너편 동료의 고통을 외면하고, 바로 앞의 밥그릇을 핧을때 머지않아 우리는 건너편의 위치에 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목에 걸린, 아름다운 무늬로 세련되게 치장된 독재의 목줄을 그저 바라보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우라니아가 무표정으로 고백한 과거의 진실이 그 사촌들을 무너뜨렸듯, 무표정의 글에서 독재는 더 지독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독재자의 모습들은, 예상보다 큰 분노의 감흥이 없었다. 문득 스스로에게 놀라며, 허탈해졌다. 비극에 길들여지는 비극, 이 얼마나 끔찍한가. 자유의 훼손을 방관했던 시민들은 독재자의 가장 큰 피해자다. 우리는 인간의 가치를 건, 그 지난한 싸움에서 결코 길들여져서는 안된다.  

 

화염병과 최루탄으로 점철된 시대에 서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 시대의 저항방식을 통해 잠시나마 세상을 바꾸려는 물결에 함께했었다. 그리고 결과에 좌절했고, 나또한 내 밥그릇 찾아 자연스레 뒤돌아 가는 것을 보며 스스로에게 좌절했었다. 그래서 이 글은 내가 내 스스로에게 하는 말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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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 1
쿠라타 미노지 글 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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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일본의 근대화가 한창 진행중이던 다이쇼 시대(1912-1926). 서생 카츠라기 신지로는 소설가를 꿈꾸며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한다. 그가 하숙집으로 선택한 곳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소개해준 ‘쿠로히게장’이라는 낡은 서양식 저택. 그런데 이 ‘쿠로히게장’에는 뭔가 남다른 비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지로를 제외한 쿠로히게장 하숙생 모두가 ‘요괴’라는 사실! (출판사 책 소개)


 

이 '쿠로히게장'에서 살고있는 신지로는 무녀였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쿠로히게장의 수상한 낌새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텐데 (사실 이 '쿠로히게장' 그 자체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 특수성을 지니기 때문에 다른사람과 비교를 할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곳을 소개해준 할머니에 대한 신뢰와 하숙생들을 모두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주는 히로의 미소 때문. (하지만 나는 히로의 '미모'가 '미소' 보다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는 바..)

 

 

 

 

그가 쿠로히게장에 머물게 된지 삼개월이 지나고, 이야기는 신지로가 오랜 고생끝에 소설가로서 빛을 보게 된 학창시절의 은사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아무런 의심없이 집을 나선 신지로와 다르게 히로는 치마(홍염귀)에게 신지로를 따라가게끔 한다. 신지로는, 소설의 성공과는 반대로 야위어가는 은사의 모습을 보고는, 새롭게 그 은사를 보필하고 있는 여인의 수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행운을 주고서는 기운을 빼앗아 가는 그 요괴의 존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끝에 그는 다시금 스승에게 향하지만, 스승은 그 요괴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원고조차 출판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거운 마음에 여우상에게 털어놓은 푸념이 그 요괴와의 만남의 시작이었던 것. 스승은 그것이 자신의 기를 서서히 빼앗아 가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택했고, 요괴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도 스승을 도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신지로가 은사의 집에 재방문 했을때 그녀가 그를 공격하며 '선생님의 집필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을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스승도, 요괴도,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안타깝지만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신지로 또한 스승의 선택을 막을 수 없었다..

 

 

 

 

주인공 신지로가 이 수상한 쿠로히게장에 오게 된 이유중에 하나로 들었던, 히로의 따뜻한 미소처럼, 이 만화 또한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다. 수상한 사람들, 수상한 요괴, 수상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결국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하는 이야기는 따뜻한 주제를 품고 있는 것. 탐정도 아니고, 어떤 특출나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안타깝거나 풀리지 않는 일들을 풀어나가는 신지로에게, '요괴 또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사람에게 붙어있을 것' 히로가 말하 듯, 각각의 에피소드속에서 요괴들이 사람에게 붙어있거나, 혹은 사람앞에 나타나는 것은 나쁜의도로 점철된 게 아닌,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상 이 신지로의 모험담(?) 들의 재미는 어떤 사건이냐 못지않게 '왜'라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장화홍련전>에서 사또에게 나타나는 자매유령이 발단은 될지언정, 중요한 것은 왜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개화기 시대와 비슷한 일본 다이쇼 시대의 풍경들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다만, 요괴이야기를 다루면서 자극적인 소재가 적은 부분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각 에피소드의 길이가 짧아 권선징악이 너무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어쨌든, 요괴이야기 이면서도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부분보다는 요괴와 인간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에서 그리려고 했던 부분이 돋보이는 (물론 소재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만화의 2권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누구나 부담없이, 따뜻하고 귀여운 요괴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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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6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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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밀고한 이들에 대한 키쿠치의 복수가 여전히 계속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코시 다이자부로는 겐지를 통해 키쿠치가 옥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믿지 않는 눈치. 그래서 다이자부로는 겐지에게 키쿠치가 있는 곳을 찾아봐달라 부탁하고, 겐지가 온갖 수모끝에 키쿠치와의 연락책을 찾아내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키쿠치는 서로 맞붙게 된다.

 

이 6권의 첫 컬러 페이지에는 오니가 사람의 목을 베어 들고 있는, 음침하고 불안한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키쿠치를 상대하게 되는 미코시 다이자부로의 모습또한 불안하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것은 집안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며, 무사로 살다 죽고싶어하는 미코시 다이자부로가 스스로 선택한 일. 진실로 이 미코시를 따르는 겐지는 차마 그것을 거절할 수 없던 것...

 

그리고, 미코시에게 가있던 검을 겐지를 통해 다시 건네받은 소이치로는 그를 계속 피했다가는 소중한 것을 계속 잃게 되리라 생각했는지, 혹은 키쿠치와 맞붙는 것을 숙명이라 여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키쿠치를 상대할 결심을 하게 된다. 다시금 몸을 단련하기 시작한 소이치로, 이제 키쿠치와의 대결이 정말 임박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말미에 보이는, 새로 온 영주의 행차, 그것은 어떤 변수가 될지.

 

이번의 백미는 역시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겐지의 우애이다. 겉으로 보기엔 촐싹맞고 집안의 골칫덩이에 다가 남색가 이지만, 배려가 깊고 진실되며, 진정한 무사의 기백을 갖고 있는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그의 삶의 진정한 벗 이었던 겐지. 겐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미코시 다이자부로를 최고의 무사라 소리치는 부분은 정말로 뭉클한 감정을 줄 정도...

 

개와 고양이가 먼저 알아챈, 피비린내나는 동네의 공기... 아마도 그것은 당분간 이어질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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