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 1
쿠라타 미노지 글 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때는 일본의 근대화가 한창 진행중이던 다이쇼 시대(1912-1926). 서생 카츠라기 신지로는 소설가를 꿈꾸며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한다. 그가 하숙집으로 선택한 곳은 돌아가신 할머니가 소개해준 ‘쿠로히게장’이라는 낡은 서양식 저택. 그런데 이 ‘쿠로히게장’에는 뭔가 남다른 비밀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신지로를 제외한 쿠로히게장 하숙생 모두가 ‘요괴’라는 사실! (출판사 책 소개)


 

이 '쿠로히게장'에서 살고있는 신지로는 무녀였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렇기 때문에 쿠로히게장의 수상한 낌새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텐데 (사실 이 '쿠로히게장' 그 자체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지 않는 특수성을 지니기 때문에 다른사람과 비교를 할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곳을 소개해준 할머니에 대한 신뢰와 하숙생들을 모두 가족처럼 따뜻하게 맞아주는 히로의 미소 때문. (하지만 나는 히로의 '미모'가 '미소' 보다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는 바..)

 

 

 

 

그가 쿠로히게장에 머물게 된지 삼개월이 지나고, 이야기는 신지로가 오랜 고생끝에 소설가로서 빛을 보게 된 학창시절의 은사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아무런 의심없이 집을 나선 신지로와 다르게 히로는 치마(홍염귀)에게 신지로를 따라가게끔 한다. 신지로는, 소설의 성공과는 반대로 야위어가는 은사의 모습을 보고는, 새롭게 그 은사를 보필하고 있는 여인의 수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행운을 주고서는 기운을 빼앗아 가는 그 요괴의 존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끝에 그는 다시금 스승에게 향하지만, 스승은 그 요괴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원고조차 출판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거운 마음에 여우상에게 털어놓은 푸념이 그 요괴와의 만남의 시작이었던 것. 스승은 그것이 자신의 기를 서서히 빼앗아 가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택했고, 요괴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도 스승을 도울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신지로가 은사의 집에 재방문 했을때 그녀가 그를 공격하며 '선생님의 집필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을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스승도, 요괴도,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안타깝지만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신지로 또한 스승의 선택을 막을 수 없었다..

 

 

 

 

주인공 신지로가 이 수상한 쿠로히게장에 오게 된 이유중에 하나로 들었던, 히로의 따뜻한 미소처럼, 이 만화 또한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다. 수상한 사람들, 수상한 요괴, 수상한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결국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하는 이야기는 따뜻한 주제를 품고 있는 것. 탐정도 아니고, 어떤 특출나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안타깝거나 풀리지 않는 일들을 풀어나가는 신지로에게, '요괴 또한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사람에게 붙어있을 것' 히로가 말하 듯, 각각의 에피소드속에서 요괴들이 사람에게 붙어있거나, 혹은 사람앞에 나타나는 것은 나쁜의도로 점철된 게 아닌,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상 이 신지로의 모험담(?) 들의 재미는 어떤 사건이냐 못지않게 '왜'라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장화홍련전>에서 사또에게 나타나는 자매유령이 발단은 될지언정, 중요한 것은 왜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개화기 시대와 비슷한 일본 다이쇼 시대의 풍경들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다만, 요괴이야기를 다루면서 자극적인 소재가 적은 부분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각 에피소드의 길이가 짧아 권선징악이 너무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어쨌든, 요괴이야기 이면서도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부분보다는 요괴와 인간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에서 그리려고 했던 부분이 돋보이는 (물론 소재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이 만화의 2권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누구나 부담없이, 따뜻하고 귀여운 요괴들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쿠로히게장의 수상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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