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무라이 6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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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밀고한 이들에 대한 키쿠치의 복수가 여전히 계속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코시 다이자부로는 겐지를 통해 키쿠치가 옥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믿지 않는 눈치. 그래서 다이자부로는 겐지에게 키쿠치가 있는 곳을 찾아봐달라 부탁하고, 겐지가 온갖 수모끝에 키쿠치와의 연락책을 찾아내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키쿠치는 서로 맞붙게 된다.

 

이 6권의 첫 컬러 페이지에는 오니가 사람의 목을 베어 들고 있는, 음침하고 불안한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키쿠치를 상대하게 되는 미코시 다이자부로의 모습또한 불안하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것은 집안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며, 무사로 살다 죽고싶어하는 미코시 다이자부로가 스스로 선택한 일. 진실로 이 미코시를 따르는 겐지는 차마 그것을 거절할 수 없던 것...

 

그리고, 미코시에게 가있던 검을 겐지를 통해 다시 건네받은 소이치로는 그를 계속 피했다가는 소중한 것을 계속 잃게 되리라 생각했는지, 혹은 키쿠치와 맞붙는 것을 숙명이라 여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키쿠치를 상대할 결심을 하게 된다. 다시금 몸을 단련하기 시작한 소이치로, 이제 키쿠치와의 대결이 정말 임박했음이 느껴진다. 그리고 말미에 보이는, 새로 온 영주의 행차, 그것은 어떤 변수가 될지.

 

이번의 백미는 역시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겐지의 우애이다. 겉으로 보기엔 촐싹맞고 집안의 골칫덩이에 다가 남색가 이지만, 배려가 깊고 진실되며, 진정한 무사의 기백을 갖고 있는 미코시 다이자부로와 그의 삶의 진정한 벗 이었던 겐지. 겐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미코시 다이자부로를 최고의 무사라 소리치는 부분은 정말로 뭉클한 감정을 줄 정도...

 

개와 고양이가 먼저 알아챈, 피비린내나는 동네의 공기... 아마도 그것은 당분간 이어질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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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5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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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뚫린 듯 퍼붓는 비, 이어지는 천둥과 번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홍수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때에 그 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함께있던 세노 소이치로는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에 대해, 대를 이어받은 뇌신이 제대로 못한 탓이라 말하며, 하늘을 향해 호통친다. 아이들이 겁을 먹고 있는데 언제까지 비를 내릴 것이냐며...

 

거짓말 처럼 서서히 비가 멈추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던 소이치로에게 뿐만 아니라, 감옥에 있던 키쿠치에게도, 소이치로의 목숨을 노리러 에도에 온 모리에게도 말이다. 홍역을 앓았다 나은 미코시 다이자부로는 세노를 노리는 모리의 존재를 듣고는, 태평성대에 칼날 밑을 드나드는 것처럼 살아 간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아마도, 소이치로에 대해서 에도에서 가장 잘 꿰뚫고 있을 법한, 미코시 다이자부로 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자네가 바라지 않는다 해도, 자네의 내면에 도사린 오니는 바라고 있네."

 

모리는 다시한번 죽도를 들고 세노와 겨루지만 결과는 역시 세노의 승. 그리고 모리는 소이치로에 대해서 정확히 알게 된다.

 

"그 자가 휘두르는 검은 우리의 것과는 완전히 달라요."

 

한편, 키쿠치가 유리구슬 하나로 감옥에 불을 내는 바람에 죄수들은 잠시 석방되지만, 키쿠치는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탈옥한다. 그리고 한때 자신을 고용해서 세노 소이치로를 베려했던, 오무라사키 수하의 부하들이 자신의 살인혐의를 고발한 것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고 활터의 오카츠와 (진짜로) 뱃놀이를 즐기던 세노 소이치로는 그가 돌아왔음을 느끼게 되는데...

 

5권에서 흥미로운 점은, 비만 오면 더욱 이상해지는 키쿠치의 과거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점이다. 명확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그의 과거 또한 어두웠음을 짐작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신이 늘 데리고 다니는 쥐한마리를 끔찍하게 아끼고, 탈옥 후 돌아다니다 늪 따위에 빠져 죽을 뻔한 말(馬)을 보고는 사력을 다해 구해주는 모습을 보면, 얼핏 아이들과 풍류를 좋아하는 소이치로의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이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된다.

 

"피로 피를 씻을 수는 없는 법"

 

인간의 모습을 빌린 오니와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키쿠치와, 내면에 오니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소이치로. 비슷하지만 또 다른 본성을 가지고, 또 너무나 다른 태도와 모습으로 살아가는 둘이지만, 결국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에 있음이 점점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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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 4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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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 사무라이를 여기까지 쭉 따라온 독자라면 누구나 가질마한 궁금증, 세노 소이치로의 과거가 드디어 밝혀지는 순간이 바로 4권이다. 지금의 소이치로를 있게한 그의 뿌리는 역시나, 핏빛이었다.

 

 

 

키쿠치를 고용하여 세노 소이치로를 베려 했던 인물, 얼굴에 흉터가 있던 오무라사키 주조의 입을 빌려 그려지는 소이치로가 에도에 오기까지의 과거는, 소이치로의 부모들에서 부터 시작하였으며, 꽤나 골치아프고 안타까운, 그리고 매섭고 날카롭다. (자세한 내막은 언급을 생략하겠음)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소이치로는 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으며, 그것은 운명이자, 곧 비극임은 분명하다. 특히, 키쿠치가 잡혀간 후, 오무라사키 주조의 휘하에 있던 모리가 소이치로를 상대하러 에도로 상경했을때, 신사에서 모리의 낌새를 눈치챈, 소이치로의 말은, 그 비극적 운명을 잘 설명해준다.

 

"아직 죽고 싶지 않으니깐요. 앞으로 당분간은 이러한 경치를 바라보고 싶군요."

 

소이치로를 베러 온 모리는 샌님같은 얼굴을 하고선 에도로 상경하는 중간에 남을 돕기도 하는 선량한 모습을 갖추었으면서도, 또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황에서는 서슴없이 칼을 꺼내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또 소이치로와의 술자리에서 고주망태가 된 모습은 귀여운 모습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말미에 다시금 수면위로 등장한 키쿠치, 5권에서는 다시 이 키쿠치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키쿠치와 소이치로 사이에 모리는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

 

아이들을 좋아하고 풍경을 즐길줄 아는 선량한 얼굴 안에 애써 여우같은 얼굴을 감추고 싶어하는 소이치로는 피를 부르는 운명을 타고났음을 스스로 알면서도 그것을 거스르려는 의지를 계속해서 다지려하고 있다. 드러난 그의 과거, 그리고 그의 평화를 깨뜨리려 하는 인물들은 쉼없이 그의 앞에 선다. 소이치로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평화로운 해결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리 없음은, 소이치로와 독자의 똑같은 생각이 아닐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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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드롭스 9 - 완결
우니타 유미 지음, 양수현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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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것들을 담아왔던 이야기가 끝났다. 갑자기 맡게된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함께 나란히 부모처럼 성장해가던 한 남자, 다이키치와 그 아래에서 서서히 어두운 면을 떨쳐내며 어느 부모 아래 못지 않게 잘 자라준 린, 한 개인이 부모라는 역할을 맡게되며.. 타인 임에도 그것을 기꺼이 짊어진 이와 결국은 포기할수 밖에 없었던 이의 대조적인 모습들을 통해 부모란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돌아보게 해주고, 그리고 그 아래에서 조용한 혼란을 품고 살아가고 성장하는 순간들을 조심스럽지만, 우울하지 않게 풀어내었던 그 동안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것뿐 아니라 그들 각자가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되며 두근거리는 이야기들.. 결코 흔하지 않은 부모, 흔하지 않은 남녀관계들을 주로 다루었던 토끼드롭스의 완결 (하지만 외전이 남아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큰 줄기의 이야기들은 통상 생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표면적으로 보기엔 매우 위험한 요소를 지닌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토끼드롭스에서 주인공들의 마지막 선택을 조금만 사회적인 시각으로 보면 매우 부정적이다. 그래서 작가가 그 결말을 그리기까지 풀어놓는 이야기와 감정들은 매우 중요하고 또 소중하다. 그저 사회가 부정한눈으로 바라보는 숫자를 떼고 바라보는 순간 이 둘은 세상 그 무엇과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신뢰와 애정으로 두텁게 이어져있다. 따지고보면 유유히 통상적인 남녀관계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후 마치 이젠 희망없이 새드한 상황에서 비춰진 빛은 사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토끼드롭스는 아이가 어른으로. 어른이 더 나은 어른이자 부모로 성장하는 모습, 환경에 적응하거나 때론 싸우거나. 하며 부모자식간과 남녀간의 모습을 모두 섬세히 그렸던 작품이다. 초반의 어린 린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것도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게감을 잡지 않고서도, 다루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꽤 폭넓으니깐 말이다.

 

누군가를 선택하는 일에 사회의 기준이나 남의 시선은.. 어쩌면 너무 바보같은 기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이키치가 어린 린을 처음 맡았던 것처럼 다 자란 린이 다이키치를 선택하는 것도 말이다. 행복은 결국 타인의 눈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솔직함에 달려있으니깐 말이다.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온 그들의 앞날에 조금 다른 형태의 행복이 비춰질 터. 낯선 그 형태도 곧 적응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로를 그렇게 오래 바라본 사람들의 결말로 어쩌면 당연할수도 있긴하겠지만.. (인간적으론 당연스러운데 사회적으로는 아마 쉽지 않겠지..)

 

통상적인 연결에 결국 실패하고.. 남들과 많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된 린과 다이키치는 오랫동안 서로에 대한 무한에 가까운 신뢰 마냥 행복할거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기 시작한게 재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의 캐치와 깨달음을 주었던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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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묘인간 -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탐묘인간 시리즈
SOON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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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 동물에 푹 빠진 모습과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장점만을 극대화해서 바라보는 모습이 사뭇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이 리뷰를 적으려다 해본다.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는 내가 보았을때, 타인의 집에서 만나는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경우는 어떤 경우엔 나또한 저리 키우고 싶은 욕심을 한껏 내게 해주었다가도, 어떤 경우엔 정말 뭐가 이뻐서 키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전자는 귀여운 외모와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말이 통하진 않지만, 어딘가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고, 후자는 함께 사는게 대체 맞는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인간을 수고스럽게 만들고 괴롭히는 부류였다. (뭐 사람이 동물을 키우는게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키우는 것 같은 모습을 그려내는건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강아지는 은근히 접할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의외로 고양이는 그렇지가 못했다. 나는 대부분 사진으로나, 혹은 길에서 고양이들을 만났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뭐 특별히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다룬 것들은 무척 흥미로운게 사실이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귀여움이라던가, 캐릭터화 했을 때의 그 모습들을 보면 흥미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그것이 실제 애묘가들의 애정에는 결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탐묘인간> 또한 내가 '탐묘인간'이 아니면서도 들 수 있던 가장 큰 동기는... 소박하지만 개성있고, 상큼하면서도 푸근한 고양이의 모습과 책의 인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탐묘인간>은 현재 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다. 헌데 이 책은 그것을 옮겨온것이 아니라, 작가가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만화니깐.. .. 순도100%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그려진 만화라고 볼 수 있겠다. 웹툰의 팬이라면 아마 안만나고는 못 베길 스펙이다.

 

일단 책을 보고 드는 순간까지, 드는 생각은 '귀엽다'. 그리고 만화를 펼쳐서 한장 한장 읽어보면, 단순한 그림속에 함께사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진정성 있게 그려지고 있다.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에서부터, 아주 애정있는 관심을 통해서 나올 수 있는 고양이와 사람의 좌충우돌에서 상상된 이야기들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도, 약간은 조리된 이야기도 차별없이 사랑스럽다.

 

이 <탐묘인간>을 읽고서는, 고 박완서 작가님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두번 읽으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문장을 하나 떠올렸다. "상상하려면 사랑해야 한다." 어느 얘기 끝에 나온 것인지는 이제 잘 기억나질 않지만, 내가 이 <탐묘인간>을 다 읽고나서 바로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일상을 아기자기 하게 그려낸 틈에서 살짝 그려지는 상상들은,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쉬이 나올 수 없을 것임을 직감하게 되었으니깐 말이다. 일상을 그대로 담은 것은 그것 그대로, 귀여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또 그것 그대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누군가의 진정성 있는 마음,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위한 따뜻한 마음이라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때가 있다. 내가 기르는 게 아님에도, 그 순수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었다.

 

강아지도 쉽진 않겠지만, 고양이를 기르는 일은 더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양이를 기르는 지인에게도 듣기도 했지만, 어디에서 얘기를 듣거나 보거나 하더라도,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정말이지 보통내기가 아닌 듯 보였다. 기르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뭐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말은, 그만큼 잘해주고 말고의 얘기가 아니라, 정말이지 하나의 자식처럼 키운다는게 와닿을 정도였다는 말이다.

 

 

이 <탐묘인간>을 읽는 많은 '탐묘인간' 들도 아마 자신의 이야기가 책에 그려져 있는 것을 느끼며, 많은 것들을 공감하고, 또 교감할 것이다. 자신의 고양이를 더 사랑스럽게 느끼고,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와 공감한다는 것은 아주아주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대화의, 소위 통한다는 것의 즐거움은 따지고보면 누군가의 공감을 얻는 부분이 아주 많으니깐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애묘가들이 자신들을 똑닮은 이야기에 웃고, 또 뭉클해하며 이 예쁜 책한권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책에 그려진 것이 곧 자신의 이야기니, 이 단순하고 작은 그림에도 쉬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길위에서 고양이와 마주했다. 고등학교 때 공원에서 발견했던, 우유를 사서 먹게끔 해주었던 고양이, 홀로 떠난 여행길, 차 아래에서 숨어 나와 오랫동안 눈을 마주했던 고양이, 엘리베이터 앞에 누워서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울던 고양이 등등.. 신기하게도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니 그때의 나 또한 떠오른다. 고작 이런 단발성의 순간들도 그럴진데,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함께 해온 애묘가들에게 고양이란 존재는 얼마나 의미있을까. 아주 예전에, 강아지를 왜 키우냐고 묻는 내 질문에, 동물은 배신하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던 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비교했을때 성격이나 특성이 많이 다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그 자체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된다.

 

 

오랜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한 작가는, 작가의 삶과 고양이의 삶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애정있게 그려냈다. 그리고 자신과 고양이의 삶을 일상의 모든 순간과, 상상의 그 어느 순간에도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날씨와 계절뿐만 아니라, 마음에 눈물이 내리는 순간에도 고양이와 함께 했기에 이렇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그려질 수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희미하고 연한 색을 띄고 있지만 분명, 진하고 선명한 고양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이 책,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이도 이렇게 반할 정도인데, 애묘가로서 안볼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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