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 사무라이 5
에이후쿠 잇세이 원작,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늘이 뚫린 듯 퍼붓는 비, 이어지는 천둥과 번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홍수가 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이때에 그 비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이들과 함께있던 세노 소이치로는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비에 대해, 대를 이어받은 뇌신이 제대로 못한 탓이라 말하며, 하늘을 향해 호통친다. 아이들이 겁을 먹고 있는데 언제까지 비를 내릴 것이냐며...

 

거짓말 처럼 서서히 비가 멈추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던 소이치로에게 뿐만 아니라, 감옥에 있던 키쿠치에게도, 소이치로의 목숨을 노리러 에도에 온 모리에게도 말이다. 홍역을 앓았다 나은 미코시 다이자부로는 세노를 노리는 모리의 존재를 듣고는, 태평성대에 칼날 밑을 드나드는 것처럼 살아 간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아마도, 소이치로에 대해서 에도에서 가장 잘 꿰뚫고 있을 법한, 미코시 다이자부로 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자네가 바라지 않는다 해도, 자네의 내면에 도사린 오니는 바라고 있네."

 

모리는 다시한번 죽도를 들고 세노와 겨루지만 결과는 역시 세노의 승. 그리고 모리는 소이치로에 대해서 정확히 알게 된다.

 

"그 자가 휘두르는 검은 우리의 것과는 완전히 달라요."

 

한편, 키쿠치가 유리구슬 하나로 감옥에 불을 내는 바람에 죄수들은 잠시 석방되지만, 키쿠치는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탈옥한다. 그리고 한때 자신을 고용해서 세노 소이치로를 베려했던, 오무라사키 수하의 부하들이 자신의 살인혐의를 고발한 것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시작한다. 그리고 활터의 오카츠와 (진짜로) 뱃놀이를 즐기던 세노 소이치로는 그가 돌아왔음을 느끼게 되는데...

 

5권에서 흥미로운 점은, 비만 오면 더욱 이상해지는 키쿠치의 과거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점이다. 명확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그의 과거 또한 어두웠음을 짐작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신이 늘 데리고 다니는 쥐한마리를 끔찍하게 아끼고, 탈옥 후 돌아다니다 늪 따위에 빠져 죽을 뻔한 말(馬)을 보고는 사력을 다해 구해주는 모습을 보면, 얼핏 아이들과 풍류를 좋아하는 소이치로의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이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된다.

 

"피로 피를 씻을 수는 없는 법"

 

인간의 모습을 빌린 오니와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키쿠치와, 내면에 오니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소이치로. 비슷하지만 또 다른 본성을 가지고, 또 너무나 다른 태도와 모습으로 살아가는 둘이지만, 결국 같은 운명의 수레바퀴에 있음이 점점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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