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묘인간 -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탐묘인간 시리즈
SOON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함께사는 동물에 푹 빠진 모습과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장점만을 극대화해서 바라보는 모습이 사뭇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문득 이 리뷰를 적으려다 해본다.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는 내가 보았을때, 타인의 집에서 만나는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경우는 어떤 경우엔 나또한 저리 키우고 싶은 욕심을 한껏 내게 해주었다가도, 어떤 경우엔 정말 뭐가 이뻐서 키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전자는 귀여운 외모와 행동은 물론이거니와 말이 통하진 않지만, 어딘가 마음이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고, 후자는 함께 사는게 대체 맞는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인간을 수고스럽게 만들고 괴롭히는 부류였다. (뭐 사람이 동물을 키우는게 아니라 동물이 사람을 키우는 것 같은 모습을 그려내는건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강아지는 은근히 접할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의외로 고양이는 그렇지가 못했다. 나는 대부분 사진으로나, 혹은 길에서 고양이들을 만났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뭐 특별히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다룬 것들은 무척 흥미로운게 사실이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귀여움이라던가, 캐릭터화 했을 때의 그 모습들을 보면 흥미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그것이 실제 애묘가들의 애정에는 결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 <탐묘인간> 또한 내가 '탐묘인간'이 아니면서도 들 수 있던 가장 큰 동기는... 소박하지만 개성있고, 상큼하면서도 푸근한 고양이의 모습과 책의 인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탐묘인간>은 현재 웹툰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다. 헌데 이 책은 그것을 옮겨온것이 아니라, 작가가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만화니깐.. .. 순도100%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그려진 만화라고 볼 수 있겠다. 웹툰의 팬이라면 아마 안만나고는 못 베길 스펙이다.

 

일단 책을 보고 드는 순간까지, 드는 생각은 '귀엽다'. 그리고 만화를 펼쳐서 한장 한장 읽어보면, 단순한 그림속에 함께사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진정성 있게 그려지고 있다.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에서부터, 아주 애정있는 관심을 통해서 나올 수 있는 고양이와 사람의 좌충우돌에서 상상된 이야기들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도, 약간은 조리된 이야기도 차별없이 사랑스럽다.

 

이 <탐묘인간>을 읽고서는, 고 박완서 작가님의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두번 읽으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문장을 하나 떠올렸다. "상상하려면 사랑해야 한다." 어느 얘기 끝에 나온 것인지는 이제 잘 기억나질 않지만, 내가 이 <탐묘인간>을 다 읽고나서 바로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일상을 아기자기 하게 그려낸 틈에서 살짝 그려지는 상상들은,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쉬이 나올 수 없을 것임을 직감하게 되었으니깐 말이다. 일상을 그대로 담은 것은 그것 그대로, 귀여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또 그것 그대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누군가의 진정성 있는 마음,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위한 따뜻한 마음이라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때가 있다. 내가 기르는 게 아님에도, 그 순수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었다.

 

강아지도 쉽진 않겠지만, 고양이를 기르는 일은 더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양이를 기르는 지인에게도 듣기도 했지만, 어디에서 얘기를 듣거나 보거나 하더라도,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정말이지 보통내기가 아닌 듯 보였다. 기르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뭐 저렇게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말은, 그만큼 잘해주고 말고의 얘기가 아니라, 정말이지 하나의 자식처럼 키운다는게 와닿을 정도였다는 말이다.

 

 

이 <탐묘인간>을 읽는 많은 '탐묘인간' 들도 아마 자신의 이야기가 책에 그려져 있는 것을 느끼며, 많은 것들을 공감하고, 또 교감할 것이다. 자신의 고양이를 더 사랑스럽게 느끼고, 함께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와 공감한다는 것은 아주아주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대화의, 소위 통한다는 것의 즐거움은 따지고보면 누군가의 공감을 얻는 부분이 아주 많으니깐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애묘가들이 자신들을 똑닮은 이야기에 웃고, 또 뭉클해하며 이 예쁜 책한권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책에 그려진 것이 곧 자신의 이야기니, 이 단순하고 작은 그림에도 쉬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늘 길위에서 고양이와 마주했다. 고등학교 때 공원에서 발견했던, 우유를 사서 먹게끔 해주었던 고양이, 홀로 떠난 여행길, 차 아래에서 숨어 나와 오랫동안 눈을 마주했던 고양이, 엘리베이터 앞에 누워서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울던 고양이 등등.. 신기하게도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려보니 그때의 나 또한 떠오른다. 고작 이런 단발성의 순간들도 그럴진데, 오랜 시간을 한 공간에서 함께 해온 애묘가들에게 고양이란 존재는 얼마나 의미있을까. 아주 예전에, 강아지를 왜 키우냐고 묻는 내 질문에, 동물은 배신하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던 이가 있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비교했을때 성격이나 특성이 많이 다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그 자체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생각된다.

 

 

오랜 시간을 고양이와 함께한 작가는, 작가의 삶과 고양이의 삶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애정있게 그려냈다. 그리고 자신과 고양이의 삶을 일상의 모든 순간과, 상상의 그 어느 순간에도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날씨와 계절뿐만 아니라, 마음에 눈물이 내리는 순간에도 고양이와 함께 했기에 이렇게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그려질 수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희미하고 연한 색을 띄고 있지만 분명, 진하고 선명한 고양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이 책,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 이도 이렇게 반할 정도인데, 애묘가로서 안볼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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