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양의 마음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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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내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순간순간 답답함을 느꼈고 내가 만일 어른이 된다면 아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일수 있는 사람이 될거라고 자신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이제 그때의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들어선 내 아이는 나와의 대화에서 간간히 답답함을 토로하곤 한다. 내가 그토록 자신했던 소통이 내 아이에게는 그 때의 우리 엄마 아빠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세 모양의 마음>은 과거의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 되게 해주었다.

시공사의 <세 모양의 마음>은 설재인 작가님의 첫번째 신작장편소설로, 답답한 현실 속에서 세가지 각기 다른 모양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진실된 우정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내고 있다.

15살의 유주는 5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하다가 낯선 남자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던 그때의 남자가 들어올려주던 발뒤꿈치가 낫지않아 '절름발이' 또는 '절뚝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게 된다. 그 사건이 있은 2주후 그 남자는 심장마비로, 당시 미숙아로 태어난 남동생은 사흘만에 사망하게 되며서 모든 실패와 실수, 부족함과 냐약함을 대표하는 인물로 가족들에게 인식이 된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유혹으로 5살 때의 유괴당할 뻔한 상황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진 상미는 피시방이나 학원 갈 돈은 물론이고 휴대폰 살 돈 조차도 없이 가난한 부모를 탓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서로에 대한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던 15살의 유주와 상미는 여름방학동안 덥고 답답한 집을 피해 동네 도서관에서 매일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두 친구에게 삼십 대 후반의 여성 진영이 밥을 사주겠다며 다가오게 되면서, 우연찮게 셋은 함께하며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며 친구가 된다. 개학 후 수련회를 빠지게 된 두 사람은 진영의 고시원에서의 그들만의 2박3일 수련회를 계획하게 되고, 의도치 않는 화재사고로 진영과 얽힌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면서 셋의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게 된다.

태어나자 죽은 동생이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까지도 유주에게 언제나 '동생잡아 먹은 년'으로 몰아가는 안타까운 상황은 다소 시대적 흐름과 역행하는 듯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유주의 모든 실수와 실패, 부족함과 나약함은 언제나 죽은 동생과 비교되어 더욱 도드라졌다. 울음 한번 제대로 울지 못한 남동생은 부모님의 상상 속에서 모든 면이 완벽한 그야말로 이상적인 아들로 자라난 것일까. 네 동생이라면 그러지 않았을거야. 네 동생은 너처럼 멍청하지 않았을거야. 네 동생이라면 이렇게 속 썩을 일도 없었을텐데. 네 동생이라면, 네 동생이라면.....' (p.11)

또한 자신이 10년 동안을 쫓아다녔던 유주의 SNS속의 삶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는 진영의 마음역시 편하지 않았던 상황은 한두마디의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만큼 복잡해보였다. 또한 두 아이들을 통해 열다섯살의 자신을 들여다보다 보게 되는 진영이 아이들 앞에서는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거짓말하는 어른, 나는 유주를 알고 유주에게 다갔던 어른인데. 진영은 자꾸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둘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 후회와 후회하지 않음의 사이. 그 가파른 경계를 수천번 오갔다. '(p.189)

도서관에서 쫓겨난 돈한푼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오래쉴 수 있는 곳은 이 도시에는 아무곳도 없다며, 상미는 유주 뿐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어른같은 말을 뱉어내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저려오기도 했다.

'걔는 아직 열다섯살 밖에 안됐는데 이미 세상의 어떤 것도 달라질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그걸 알것 같긴 한데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자꾸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못되게 구는거고요. 그러니까 봐요. 불쌍한 사람끼리 미워해봤자 뭐해요.'(p.107)

셋이 서로에게 마음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장면은 뭉클해질수 밖에 없었다.

'처음이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못생겼어. 어디서든 사랑받지 못한 얼굴이야, 라고 중얼거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은것이'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그 다음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유주를 따라다녔다는 말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부모보다도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는 진영의 말처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루 아침에 변화를 꿈꾸기는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라는 사랑과 관심이 있는 한 서로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찬란한 삶을 꿈꾸지는 않더라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도서는 반드시 어른이 함께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 청소년을 둔 부모님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한번 더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이 될거라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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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 - 세계 1위 미래학자의 코로나 위기 대응책
제이슨 솅커 지음, 박성현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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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특기강사로 일하고 있는 나는 코로나19로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직 어린이집이 휴원상태이고, 긴급보육만이 시행되고 있는터라 과거에 일했던 자격증을 꺼내어 장기미종사자 연수교육을 듣고나서, 연장제보육교사로 4시간씩 일을 하며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특기수업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의 평범함을 그리워하며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이 불황과 불안의 시기에 과연 나의 일자리는 안전한지, 아니면 보육교사로서 직업의 새로운 전환을 맞아야할지 기로에 선 지금,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25가지의 엄격한 평가기준을 통해 블룸버그에서 선정한 세계1위의 미래학자로 선정된 제이슨 생커의 코로나 위기전략 대응에 관한 책 <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이라는 책을 통해 나의 일자리 설계전략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 <코로나 이후 불황을 이기는 커리어 전략>은 두번의 경제위기를 경험한 작가가 코로나19로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깊은 불황을 맞은 개인들에게 불황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닥칠 위험요소들을 알아보고, 이 위험요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히 이용해 이후 긍정적인 효과를 맞아 불황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올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해 생존과 번영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총 10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장부터 3장까지 도입부에서는 불황의 의미와 불황의 징후들로 본 불황의 요인들 그리고 불황감지법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으며, 개인에게 다가올 불황은 각기 어떠한 모습으로 보여주는지를 대학생이나 전문직종사자, 현장노동자 등 구체적인 직업군에 의거해 예를 들어주고 있다. 그리하여 불황에 취할수 있는 여섯가지 기본체스동작, 즉 SWOT분석에 의거해 도움이 될만한 전략을 제시해주고 있다. 4장부터 9장까지에 나오는 '준비하라',' 견뎌라', '숨어라', '도망쳐라', '쌓아올려라', '투자하라'가 바로 작가가 2001년에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한 전략분석들이다. 불황을 기회로 삼아 미리 대비해가고, 상사리스크 분산이나 대체 불가한 인력으로 직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남을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불황에 강한 산업으로 경기전환시때까지 몸을 숨기고 있다가 경기회복시 경험과 기술을 갖춘 형태로 다시 나오고자 대비하는 과정을 가졌다가, 다른 지역이나 다른 직종, 직무, 업종으로 전환하는 도망치기과정을 겪으라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기술과 신용, 네트워크를 만들어 성장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성장시켜 나갈 것을 강조하는 쌓아올리기 작업,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업투자 뿐 아니라 은퇴 후의 삶을 고려할 때 자녀교육에 투자도 중요하며, 모르는 분야에 대한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며, 혹여 제대로 알고 있다면 다양한 많은 것에 투자를 하라는 충고를 하면서 간단한 주식투자에 대한 팁도 함께 제시해주고 있다.

불황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공감을 불러왔다. 그런 기회를 제대로 잡아 성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다양한 종류의 교육의 기회를 통해 자기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자세로 준비해 가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약점을 보완하고, 내 만의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강점을 부각시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을 통해 'SWOT의 여섯가지 불황을 이기는 전략'을 세우고 확인하면 나만의 선택지를 새롭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다는 핑계와 실업흉터를 준 사회적 현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나에게 투자하며 기회를 엿보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게 되었다.

코로나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전반에 어려움을 수반케하고 있다. 나 역시 나 자신이 아닌 전세계적 대공황 상태를 탓하며 그동안 너무도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이번에 받은 장기미종사자 연수교육은 어쩌면 새로운 직업으로 또 다른 출발선에 서 있을 기회가 제공된 것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을 보내보려고 한다. 심기일전하며 새로운 변화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꿈꾸는 이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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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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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정보정달의 가장 최신의 미디어인 인터넷에 대한 논쟁은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이슈화되고 있다. 현대과학의 산물로 끝없이 확장하고 있는 인터넷은 은행업무, 쇼핑, 뉴스, 이메일, 음악과 동영상, SNS와 같은 셀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매체가 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보와 혁신전인 기술변화를 통해 우리가 과거에 비해 더 똑똑해지고. 더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문제로 여겨진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이자 IT업계의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2010년에 출간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으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의 생각과 주장이 그르지 않았음을 각종 이론과 논거 등을 통해 역설하며 이번에 개정보증판을 내며 재출간하였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은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에 노출된 오늘날 현대인을 빗댄 표현일 것이라는 대략적 추측이 가능하다. 현대의 과학기술의 진보와 발전을 대변하고 있는 인터넷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우리 사고가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새로운 정보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판단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크게 2부 총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문자혁명과 인간사고의 확장'에서는 컴퓨터의 역사와 이를 통한 삶의 놀라운 변화들, 그리고 끊임없이 생각하며 변화해가는 우리의 뇌, 그리고 새로운 사고의 도구인 문자와 이 문자가 우리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갔으며, 점차 사고가 깊어지기 위해 필요한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2부 '인터넷, 생각을 넘어 뇌 구조까지 바꾸다'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특징을 지닌 매체인 인터넷이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변화들에 대해 언급과 디지털 리더기 킨들과 같은 전자책의 등장과 발달로 인쇄물인 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으며, 인터넷 사용이 우리의 사고방식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한 분석을 심도있게 하고 있다. 또한 정보검색과 컴퓨터의 효율적 사용을 이끌어낸 구글분석과 검색과 기억력의 상관관계, 마지막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본 가능성과 한계를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의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앞으로의 방향도 함께 제시해주고 있다.

인터넷이 아무리 빠르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손쉽게 제공해 준다고 하더라도, 우리 뇌에는 감각적이고 인지적 자극을 통해 작업기억의 한계를 경험하게 하고 이는 정보에 대한 분별없는 소비를 통해 관련없는 문제해결이나 주의력분산과 같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음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점인듯해 공감이 되었다. 또한 디지털 환경이 많은 주제에 폭넓게 탐구하도록 권장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방식은 피상적으로 건너뛰며 훑는 수준인 경우가 많은 점도 평상시 한두번은 경험한 부분이라 이해가 갔다. 또한 지난 100년간 IQ테스트를 통해 현대인들의 지능지수가 높아진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플립이 강조한 과거에 비해 '더 나은 뇌'가 아니라 '다른 뇌'를 지니고 있다는 말은 충분히 납득이 될 만한 논거라 여겨졌다.

구글이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googol'에서 유래한 점과 책을 디지털화하는 과정 등과 같은 미래의 발전방향들도 더욱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젊은 소설가 벤자민 쿤켈이 인터넷이 우리 삶을 점유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말한 부분은 나 역시 작가처럼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 인터넷은 옹호론자들이 적절히 상기시켜주듯 다양함과 편리함을 제공한다. 인터넷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인터넷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는 온라인 활동을 우리 의지로 자유롭게 선택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대신 무력하게 선택했거나 역사가 강요한 습관이라고 느끼며, 그래서 우리는 의도하거나 원하는 바대로 우리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p.320)

나 역시 작가말대로 오늘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더욱 더 인터넷의 폐해를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며, 디지털 시대가 주는 경고인 추론이나 기억력, 정보를 지식으로 전환하는 사고 능력이나 데이터를 얻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문화적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 역시 어려움을 겪는 등 인터넷의 유산이라고 비유되는 소위 말하는 '나쁜 습관'들 역시,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 그가 말한 우리 뇌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된다.

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이자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시카고트리뷴>, <보스턴글로브> 등 전세계에서 극찬한 책이자, 기타 국내언론사에도 대서특필된 IT 분야의 최고의 스테디셀러라고 하니, 우리 뇌에게 주는 또 하나의 경고로 생각하고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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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비상 -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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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수없이 많은 인종과 문화가 어우려져 너무도 다양한 삶의 행태로 살아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하루하루 빠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는 가끔씩 자연과 더불어 살며 유유자적하며 무한한 여유를 즐기는삶을 동경하곤 한다. 미래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와 친밀한 친분유지, 복잡 다기한 집단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면 훌쩍 산으로 바다로 떠나 잠시 쉬고 돌아오면 다시 버텨나갈 힘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그 속에서 보고 깨우치는 동물들의 생존본능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주곤했다. <자유를 향한 비상>은 마흔이 넘어서야 자폐성장애 진단을 받으며 자신을 태생적인 아웃사이더라고 칭하는 벤 크레인 자신이 자연 속에서 매를 키우며 매잡이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치열한 생존본능 이야기이다.

어려서는 물론 어른이 된 후에도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으로 장기적인 인간관계나 친밀한 친분유지 또는 집단생활보다는 홀로 사는 것이 편했던 벤은 자연에 무한한 매력을 느껴 전기도 들지 않는 시골마을에서 홀로 지내게 된다. 순수한 생명체로서 예민하며 지능이 높고 경계심이 많으며 삶의 대부분을 고독하게 살아가며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며 살아가는 매를 보며, 마치 누군가의 계시처럼 첫눈에 강렬한 유대감과 매력을 느끼게 되고, 파키스탄, 미국,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독일 등 수많은 나라를 두루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매를 집접 눈으로 보며 비행이나 사냥은 물론 '각성'이나 '봉인'과 같은 방법들을 이용해 야라크로 도달하도록 만드는 훈련법들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과거 그의 첫매였던 '코디'와의 훈련법을 상기하며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걸'과 '보이' 그리고 인공수정으로 낳은 'CC'를 직접 키우고 훈련시키며 매잡이로서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함께였던 동거인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고, 당시 삶의 무기력과 실패와 좌절의 감정들로 그는 아들을 거부하며 그녀와 이별을 하게 되었고, 이후 오랜 단절 끝에 새롭게 만나는 아들과의 관계재정립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성장과정도 함께 담겨져 있다. 자연에 대한 감정과 맹금류에 대한 감정처럼 아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감을 이해하고 이 깨달음을 통해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가며 긍정적으로 표현해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매와 함께, 매를 위해 살았던 그의 삶에 잠재력을 일깨워주어 자연속에서 언제난 생각하고 느끼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삶을 추구하는 그에게서 많은 공감과 감동을 선물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작가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 역시도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함께 하고 있다. 작가의 심리적 상태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나는 정상처럼 보인다.....내 기억이 가장 멀리 닿는 지점부터 생각하자면, 나는 세상을 불규칙하게 경험했다......내가 매일 지배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늘 대혼란과 두려움, 불안이다.......나는 일대일로 사람을 만날 때 상대를 잘 알지 못하거나 신뢰하지 못하면 대화에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일관되게 판단하지 못한다.' (p.137)

' 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꽁꽁 얼어붙은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원초적 불안과 자멸적이고 파괴적인 분노를 느꼈다. 지독히도 불안스레 헤매다가 무력하게 길을 잃었다. 머물고 싶지도 않았고 떠날 수도 없었다. 존재와 불안한 분리 사이의 좁은 공간에 갇혔다. (p.141)

힘든 삶의 한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방식으로 삶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새롭게 불태우는 장면은 개인적으로도 응원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나는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된다. 나는 새처럼 자유로웠다. 자유와 비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p.155)

그렇게 그는 2년만에 아들을 만나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해본적 없던 그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도무지 자연스렇게 와닿지 않는 한가지를 배울 공간과 시간뿐이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내게 주어진 궁금증은 이것뿐이다.'(p.175)

새매가 사냥하는 동물을 통해 서로 대등하게 배우듯 우리 삶에서도 공격과 방어의 기술이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는 듯 느껴졌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새매가 새매가 사냥하는 동물은 대등하다. 둘다 서로 다른 싸움의 기술과 방법을 배운다. 한 쪽은 공격의 기술을, 또 다른 한쪽은 도망의 기술을 익히게 된다. 매는 사냥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떤 사냥감이 가장 푸짐한 식사거리인지 익히게 된다.'(p.210)

게다가 아들이 엄마에 대한 마음과 애착관계를 보고 안심하는 장면이나 자신도 역시 보통의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인정해가는 장면은 안도감 마저 들기도 했다.

'어느새 나는 내가 들었던 단어들을 다시 내뱉고 있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빈부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단정적으로 드러낸다. 내 아버지가 하던 말을.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하는 말을 나도 하고 있다. 마침내 나도 보편적인 아버지가 되었다. 웃기기도 하고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한다.'(p.283)

이렇듯 우리는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서 서로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러한 모습들을 통해서 유대감이 들어서 너무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게 해 준것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피가 매와 인간을 잇는다. 피가 우리를 하나로 맺어준다.'(p.337)

'자연은 내 방식대로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권 따위는 없다. 삶은 직설적인 순간들에 죽음을 툭 던진다. 도망칠 곳은 없다.....그 무엇이든 두가지 단순한 사실과 맞닿아있다. 삶의 생기와 죽음의 확실성.'(p.304)

자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동물의 생존본능과 아들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진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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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리포트 - 소설로 읽는 안중근 이야기
유홍종 지음 / 소이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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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형편없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안중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해 사형을 언도받았다는 것 외에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겨레의 독립의지를 통해 민족혼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인 위인 안중근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집필해 본격 영화화하고자 하는 소설로, 그의 소꿉친구 이동엽과 함께 하얼빈 작전에 참전한 대한의군 첩보부 소속 러시아 교포 마샤 김의 추리적 기법으로 복원해낸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유홍종 작가의 <하얼빈 리포트>를 통해 그에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 <하얼빈 리포트>는 대한제국 황실의 외무대신이자 러시아 연해주로 파견되어 군관들의 통역과 연락업무 직책을 담당하다 일본의 첩보대 저격 리스트에 올라 피살된 김헌주의 딸 마샤 김이 대한의군 특수부대 소속으로 조국독립을 위해 숱한 시련과 역경을 거쳤으나 일제의 탄압과 핍박에 입국금지된 상태로 안중근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안중근의 출생, 황해도에서 손꼽히는 부호로 자랐던 그의 가문과 가족, 문무 실력이 두루 출중했었던 소년시절과 평생의 친구 이도연과의 만남, 빌렘신부와의 인연과 그의 종교적 신념, 안중근 부친 안태훈의 항일운동의 전과정이 상세히 그려져있다. 또한 1900년 초반의 국내외정세를 중심으로 을미사변, 을사늑약, 아관파천, 제물포조약 등은 물론 각종 구국항인인물들과 구국단체들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상세히 기록되고 있다.

정재관이 주축이 된 익문사 회원이었던 안중근은 고종의 승인을 받아 러시아 연방 정보국 특수 첩보 훈련을 받은 대원으로 특파독립부대의 참모중장으로 임명을 받아 러시아로 입국을 해 지령을 기다리던 가운데, 러시아 핫산에서 안중근을 비롯한 11명의 젊은 동지들은 태극기 앞에서 왼손 약지 마디를 잘라 그 피로 태극기 앞에 '대한 독립'이라는 글로 혈서를 쓰고 만세 삼창을 외치며 그 유명한 '애국단지동맹'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기회를 엿보던 중 미확정된 북간도 경계선과 한국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회담을 갖게 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대한의군 특파독립부대 참모중장으로서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와 함께 하얼빈 작전에 투입이 된다. 가짜정보들로 혼란한 틈에 동지들과 나눠서 두 곳으로 작전을 대비하던 중 하얼빈 러시아 군악대 환영사열 후 일본인 환영단이 일장기를 흔드는 순간 이토를 향해 세 발을 저격하게 되고, 그가 쏜 세개의 탄환은 이토의 피격부위를 모두 관통해 30분만에 이토는 69세의 나이에 절명하게 된다. 탈출보다는 저격 성공률이 높은 위치에서 총격을 한 그는 바로 러시아 헌변대원들에게 포위되어 체포되고, 체포 되기 전 권총을 허공에 내던지며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를 세 번 외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함과 진한 감동에 눈물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일본권력의 허수아비였던 뤼순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은 기가 막힐 정도로 불합리하고 당황스러웠다. 일본은 러시아 체류중인 안중근에 대한 법적 제재권리가 없었으나 외교권 전면을 위임받아 신병인도와 재판권을 따냈으며, 그가 제출한 '이토를 쏜 15가지 이유'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군인신분으로서 그가 적군을 사살한 이유에 대한 충분한 납득을 제시한 자료로 충분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묵살당했고, 당연히 전쟁포로로 군사재판으로 진행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저지른 중대범죄인 형사재판으로 몰아간 점 역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또한 해외변호사 선임을 통해 좀 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도 무시되고, 국내의 관선변호사를 통해 이미 사형을 정해둔 형식적인 재판을 한 점은 법적인 절차를 전혀 무시한 명백한 위반임에도 힘없는 국민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는 사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예견된 죽음을 기다리며 감옥 안에서도 <안응칠 자서전>과 미완성된 <동양평화>를 차분히 집필했으며, 탄생 100주년 기념관에 기증된 안중근 곁에서 5개월을 지켜본 일본 헌병 치바 토시치 상병에게 비단천에 써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의 본분"이라는 글을 봐도 그렇고, 평상시 교도소장을 비롯한 교도관들이 안중근에 대한 예우를 보면 놀랍도록 예의바르고 정중했다고 한 점들도 그가 어떠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짐작케 하게 했다.

누구에게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당당히 죽으라며 아들을 위해 수의를 손수 지어준 그의 어머니의 마음과 마지막 종주성사의식에서 빌렘 신부를 지목해 그가 마지막 성사의식을 치르는 장면은 너무도 슬퍼서 가슴이 미어짐을 느꼈다.

인간이 태어나 자라고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며 어떻게 죽는가는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삶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살 수는 없더라고 그가 쏘아올린 총성을 통한 불굴의 저항정신과 독립의지는 우리에게 민족혼이라는 기념비적인 유산을 남겨줄 만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 속히 그의 시신을 찾아 그의 유언대로 고국으로 돌아와 편히 쉬시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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