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리포트 - 소설로 읽는 안중근 이야기
유홍종 지음 / 소이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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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형편없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안중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해 사형을 언도받았다는 것 외에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겨레의 독립의지를 통해 민족혼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인 위인 안중근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집필해 본격 영화화하고자 하는 소설로, 그의 소꿉친구 이동엽과 함께 하얼빈 작전에 참전한 대한의군 첩보부 소속 러시아 교포 마샤 김의 추리적 기법으로 복원해낸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유홍종 작가의 <하얼빈 리포트>를 통해 그에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 <하얼빈 리포트>는 대한제국 황실의 외무대신이자 러시아 연해주로 파견되어 군관들의 통역과 연락업무 직책을 담당하다 일본의 첩보대 저격 리스트에 올라 피살된 김헌주의 딸 마샤 김이 대한의군 특수부대 소속으로 조국독립을 위해 숱한 시련과 역경을 거쳤으나 일제의 탄압과 핍박에 입국금지된 상태로 안중근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안중근의 출생, 황해도에서 손꼽히는 부호로 자랐던 그의 가문과 가족, 문무 실력이 두루 출중했었던 소년시절과 평생의 친구 이도연과의 만남, 빌렘신부와의 인연과 그의 종교적 신념, 안중근 부친 안태훈의 항일운동의 전과정이 상세히 그려져있다. 또한 1900년 초반의 국내외정세를 중심으로 을미사변, 을사늑약, 아관파천, 제물포조약 등은 물론 각종 구국항인인물들과 구국단체들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상세히 기록되고 있다.

정재관이 주축이 된 익문사 회원이었던 안중근은 고종의 승인을 받아 러시아 연방 정보국 특수 첩보 훈련을 받은 대원으로 특파독립부대의 참모중장으로 임명을 받아 러시아로 입국을 해 지령을 기다리던 가운데, 러시아 핫산에서 안중근을 비롯한 11명의 젊은 동지들은 태극기 앞에서 왼손 약지 마디를 잘라 그 피로 태극기 앞에 '대한 독립'이라는 글로 혈서를 쓰고 만세 삼창을 외치며 그 유명한 '애국단지동맹'을 하게 된다. 하루하루 기회를 엿보던 중 미확정된 북간도 경계선과 한국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회담을 갖게 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대한의군 특파독립부대 참모중장으로서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와 함께 하얼빈 작전에 투입이 된다. 가짜정보들로 혼란한 틈에 동지들과 나눠서 두 곳으로 작전을 대비하던 중 하얼빈 러시아 군악대 환영사열 후 일본인 환영단이 일장기를 흔드는 순간 이토를 향해 세 발을 저격하게 되고, 그가 쏜 세개의 탄환은 이토의 피격부위를 모두 관통해 30분만에 이토는 69세의 나이에 절명하게 된다. 탈출보다는 저격 성공률이 높은 위치에서 총격을 한 그는 바로 러시아 헌변대원들에게 포위되어 체포되고, 체포 되기 전 권총을 허공에 내던지며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를 세 번 외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함과 진한 감동에 눈물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일본권력의 허수아비였던 뤼순 법정에서의 재판과정은 기가 막힐 정도로 불합리하고 당황스러웠다. 일본은 러시아 체류중인 안중근에 대한 법적 제재권리가 없었으나 외교권 전면을 위임받아 신병인도와 재판권을 따냈으며, 그가 제출한 '이토를 쏜 15가지 이유'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군인신분으로서 그가 적군을 사살한 이유에 대한 충분한 납득을 제시한 자료로 충분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묵살당했고, 당연히 전쟁포로로 군사재판으로 진행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저지른 중대범죄인 형사재판으로 몰아간 점 역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또한 해외변호사 선임을 통해 좀 더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고자 하는 의도도 무시되고, 국내의 관선변호사를 통해 이미 사형을 정해둔 형식적인 재판을 한 점은 법적인 절차를 전혀 무시한 명백한 위반임에도 힘없는 국민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는 사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예견된 죽음을 기다리며 감옥 안에서도 <안응칠 자서전>과 미완성된 <동양평화>를 차분히 집필했으며, 탄생 100주년 기념관에 기증된 안중근 곁에서 5개월을 지켜본 일본 헌병 치바 토시치 상병에게 비단천에 써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의 본분"이라는 글을 봐도 그렇고, 평상시 교도소장을 비롯한 교도관들이 안중근에 대한 예우를 보면 놀랍도록 예의바르고 정중했다고 한 점들도 그가 어떠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짐작케 하게 했다.

누구에게도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당당히 죽으라며 아들을 위해 수의를 손수 지어준 그의 어머니의 마음과 마지막 종주성사의식에서 빌렘 신부를 지목해 그가 마지막 성사의식을 치르는 장면은 너무도 슬퍼서 가슴이 미어짐을 느꼈다.

인간이 태어나 자라고 죽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며 어떻게 죽는가는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삶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살 수는 없더라고 그가 쏘아올린 총성을 통한 불굴의 저항정신과 독립의지는 우리에게 민족혼이라는 기념비적인 유산을 남겨줄 만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 속히 그의 시신을 찾아 그의 유언대로 고국으로 돌아와 편히 쉬시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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