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비상 - 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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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수없이 많은 인종과 문화가 어우려져 너무도 다양한 삶의 행태로 살아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하루하루 빠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는 가끔씩 자연과 더불어 살며 유유자적하며 무한한 여유를 즐기는삶을 동경하곤 한다. 미래에 대한 혼란과 두려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와 친밀한 친분유지, 복잡 다기한 집단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면 훌쩍 산으로 바다로 떠나 잠시 쉬고 돌아오면 다시 버텨나갈 힘이 생기는 것처럼,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그 속에서 보고 깨우치는 동물들의 생존본능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과 교훈을 주곤했다. <자유를 향한 비상>은 마흔이 넘어서야 자폐성장애 진단을 받으며 자신을 태생적인 아웃사이더라고 칭하는 벤 크레인 자신이 자연 속에서 매를 키우며 매잡이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치열한 생존본능 이야기이다.

어려서는 물론 어른이 된 후에도 언제나 불안과 두려움으로 장기적인 인간관계나 친밀한 친분유지 또는 집단생활보다는 홀로 사는 것이 편했던 벤은 자연에 무한한 매력을 느껴 전기도 들지 않는 시골마을에서 홀로 지내게 된다. 순수한 생명체로서 예민하며 지능이 높고 경계심이 많으며 삶의 대부분을 고독하게 살아가며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반응하며 살아가는 매를 보며, 마치 누군가의 계시처럼 첫눈에 강렬한 유대감과 매력을 느끼게 되고, 파키스탄, 미국,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독일 등 수많은 나라를 두루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매를 집접 눈으로 보며 비행이나 사냥은 물론 '각성'이나 '봉인'과 같은 방법들을 이용해 야라크로 도달하도록 만드는 훈련법들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과거 그의 첫매였던 '코디'와의 훈련법을 상기하며 영국으로 다시 돌아와 '걸'과 '보이' 그리고 인공수정으로 낳은 'CC'를 직접 키우고 훈련시키며 매잡이로서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함께였던 동거인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고, 당시 삶의 무기력과 실패와 좌절의 감정들로 그는 아들을 거부하며 그녀와 이별을 하게 되었고, 이후 오랜 단절 끝에 새롭게 만나는 아들과의 관계재정립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성장과정도 함께 담겨져 있다. 자연에 대한 감정과 맹금류에 대한 감정처럼 아들에게도 자연스럽게 흘러감을 이해하고 이 깨달음을 통해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가며 긍정적으로 표현해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매와 함께, 매를 위해 살았던 그의 삶에 잠재력을 일깨워주어 자연속에서 언제난 생각하고 느끼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삶을 추구하는 그에게서 많은 공감과 감동을 선물받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작가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 역시도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함께 하고 있다. 작가의 심리적 상태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나는 정상처럼 보인다.....내 기억이 가장 멀리 닿는 지점부터 생각하자면, 나는 세상을 불규칙하게 경험했다......내가 매일 지배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늘 대혼란과 두려움, 불안이다.......나는 일대일로 사람을 만날 때 상대를 잘 알지 못하거나 신뢰하지 못하면 대화에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일관되게 판단하지 못한다.' (p.137)

' 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꽁꽁 얼어붙은 채 끊임없이 밀려드는 원초적 불안과 자멸적이고 파괴적인 분노를 느꼈다. 지독히도 불안스레 헤매다가 무력하게 길을 잃었다. 머물고 싶지도 않았고 떠날 수도 없었다. 존재와 불안한 분리 사이의 좁은 공간에 갇혔다. (p.141)

힘든 삶의 한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방식으로 삶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새롭게 불태우는 장면은 개인적으로도 응원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나는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된다. 나는 새처럼 자유로웠다. 자유와 비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p.155)

그렇게 그는 2년만에 아들을 만나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해본적 없던 그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너무도 감동적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도무지 자연스렇게 와닿지 않는 한가지를 배울 공간과 시간뿐이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될 수 있는가. 내게 주어진 궁금증은 이것뿐이다.'(p.175)

새매가 사냥하는 동물을 통해 서로 대등하게 배우듯 우리 삶에서도 공격과 방어의 기술이 마찬가지로 적용이 되는 듯 느껴졌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새매가 새매가 사냥하는 동물은 대등하다. 둘다 서로 다른 싸움의 기술과 방법을 배운다. 한 쪽은 공격의 기술을, 또 다른 한쪽은 도망의 기술을 익히게 된다. 매는 사냥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떤 사냥감이 가장 푸짐한 식사거리인지 익히게 된다.'(p.210)

게다가 아들이 엄마에 대한 마음과 애착관계를 보고 안심하는 장면이나 자신도 역시 보통의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인정해가는 장면은 안도감 마저 들기도 했다.

'어느새 나는 내가 들었던 단어들을 다시 내뱉고 있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빈부한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단정적으로 드러낸다. 내 아버지가 하던 말을.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하는 말을 나도 하고 있다. 마침내 나도 보편적인 아버지가 되었다. 웃기기도 하고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한다.'(p.283)

이렇듯 우리는 자연과 함께 공존하며서 서로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러한 모습들을 통해서 유대감이 들어서 너무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게 해 준것 소중한 시간인 것 같다.

'피가 매와 인간을 잇는다. 피가 우리를 하나로 맺어준다.'(p.337)

'자연은 내 방식대로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권 따위는 없다. 삶은 직설적인 순간들에 죽음을 툭 던진다. 도망칠 곳은 없다.....그 무엇이든 두가지 단순한 사실과 맞닿아있다. 삶의 생기와 죽음의 확실성.'(p.304)

자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동물의 생존본능과 아들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너무도 아름답게 그려진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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