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밥 됩니까 - 여행작가 노중훈이 사랑한 골목 뒤꼍 할머니 식당 27곳 이야기
노중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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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옛날 엄마가 해주셨던 손맛 가득한 밥상이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조금만 나가도 맛집이고, 원하는 것들은 다 사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엄마와의 인생이 함께였던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서 더욱 더 그 밥상이 그리운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작가 노중훈 작가님의 <할매, 밥 됩니까>는 단순한 맛집 책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작고 허름한 간판도 제대로 달리지 않은 할머니들의 식당 속에 어르신들의 시시콜콜한 인생의 기록들이 묻어있고, 그들의 인생을 통해 들여다보는 시간들이 우리 서민들의 애환과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것들이었던지라 그 식당을 지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담히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 <할매, 밥 됩니까>는 여행작가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누빈 노중훈 작가님이 마음 속에 품은 전국의 27곳의 할머니 식당을 다니며 느낀 할머니들의 손맛, 웃음, 주름, 그리고 세월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음식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가 함께 엮여 있어서 낡고 오래된데다 테이블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지만, 음식과 곁들어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던 그 공간이 한 없이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 모습이었다.

다시마국물로만 우려낸 맹물국수집, 하늘아래 유일하다는 갓냉이국수집, 정체가 불분명한 멕시칸 멸치국수집, 간판도 없는 고산집국수, 양이 어마어마한 비산국수집의 국수들은 우리 할머니들의 인심이 가득담겨져 있는 곳들이었다. 라디오 진행자로서 애청자들과의 보은투어로 시작된 테미주막이나 칠보식당의 막걸리와 함께 한 각종 음식들, 홍탁목포집과 진이식당, 장성의 순대국밥집에서 마주한 막걸리들 속에는 우리 서민들의 삶의 고뇌와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소박함이 묻어있는 음식들이라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들에게 해주는 마음으로 구운 간판이 특색인 여러분 고맙습니다의 돈가스, 맛과 양이 압도적인 사랑채의 돼지오겹살, 간판도 존재하지 않았던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되는 17가지 일품요리가 최고였던 정희식당은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들로 체크해두었다. 삼태기 도너츠의 추억의 간식 꽈배기와 도넛, 일미 만두, 믿기지 않는 가격의 제주의 삼복당제과점, 천원 할머니떡볶이집과 콩국수집 청솔 등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인심과 추억을 선물받은 느낌이라 작가님처럼 보는 나도 같이 마음이 아팠으며, 그들이 좀 더 건강하게 장수하시기를 함께 기도하게 되었다.

작가님은 맛집소개 책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두세번씩 재방문하면서까지 다시금 다녀온 걸로 추측컨데 맛은 보장된게 아닌가 싶다.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지고, 엄마의 따뜻한 집밥이 그리워지는 요즘~! 작가님처럼 말재주가 없어 할머니들을 무장해제시키며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갈 수는 분명히 없을 테지만, 그녀들의 주름과 손맛이 담근 따뜻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시간이 되리라는 생각에 근처를 들르게 된다면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투박한 상차림 속에 묻어난 정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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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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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학로의 대표서점 '책방이음'의 폐점은 도서정가제 폐지정책에 대한 재논의와 맞불려 독립출판사는 물론 독립서점 및 동네책방의 생존문제와 직결되어 출판업계에 대한 우리 모두의 활발한 관심과 이슈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였다. 단순히 출판물의 유통하는 중간매체로서의 역할보다는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만큼 독립출판사의 책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뮤지컬 배우 카이의 추천도서로, 독립출판사의 5년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이번에 10쇄 개정증보판으로 재출간한 가랑비메이커님의 단상집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의 소개에 이렇게 내가 공을 들이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기도 하다. 집필에서 편집, 디자인, 유통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의 무명의 작가에게 독립출판사의 재출간 제의가 축복의 시간으로 느껴졌음을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나 역시도 기쁜 마음이 들게 된 것 역시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 책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은 가랑비메이커님이 밝고 환한 곳보다는 조금은 어둡지만 아늑한 곳에서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하고자 쓰기 시작한 글이라고 한다. 자신을 위로하고 안아주기 위해 시작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때 진정한 '가랑비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하고 있는 부분은 독특하면서도 참신하게 다가왔다.

총 5부로 나뉘어진 이 글은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인연들에 대한 사랑이 그려져 있으며, 때로는 그리움이 묻어있기도 하고, 때로는 외로움도 가득하다. 청춘에 대한 열정을 통해, 가끔씩 만나는 실패와 아픔도 담담히 담겨있으며 삶에 대한 고뇌도 가득하다. 깊은 내면의 슬픔도 순수하면서도 꾸밈없이 담담하게 그려져있어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아파하라고 말해주는 부분은 많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주목하는 것에 따라 희망적일수도 절망적일수도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듯 어떠한 시선으로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시간이었다. 완전하지 않아도,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우리 삶은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아닌 순간은 없다는 말에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되는 시간을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좋았던 부분이었다.

책 속에 좋았던 글들을 따로 발췌해본다.

- 출발점에서 멀어진다고 목적지와 가까워지는게 아니었다. 멀리 나아갈수록 되돌아가는 길을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긴 시간을 되돌아가며 나는 깨달았다. 젊음의 때에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방향을 잃은 채 내달리는 수고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다. ('돌아가는 길' 중에서 -P.56)

- 시인이 말했다. /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 나는 당신이 부디 그 시간을 / 견뎌내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산다는 것은'중에서 - p.57)

- 우리는 모두 아직 그저, 청춘이기에 자랑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저 가만히 서로를 다독여주면 된다. 우리가 짊어진 두 글자가 조금 버겁지만 다시 일어서는 법도 배우지 않았느냐고, 쉬어가도 괜찮다고 서로를 안아주면 된다. ('그저 청춘'중에서 - p.102)

- 살다보면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까마득하고 아득해서 그저 간신히 마른 침만 삼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믿는다. 보이지 않는 곳, 만질 수 없는 곳, 그 곳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보이지 않는 곳'중에서 - p.111)

- 나는 당당히 문턱을 넘는다. 앞서 나아간 뒷모습을 바라본다......영원할 것 같은 모든 시절에도 끝이 있음을 알기에 나는 다시 걸어간다. ('다시, 문턱'중에서 - p.148)

- 가장 귀한 것은 언제나 지금, 여기. 손 닿고 마음 가는 곳에 있는 걸. 왜 그렇게 지난온 시간에 나를 구겨놓고는 사라질 것들을 찾아 헤맸는지.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중에서 -p.151)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나를 안아주지 못하면서 내 속에 뭉친 응어리 하나 풀지 못하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겠다고. ('내가 나의 이름을 불러야 했다'중에서 -p.164)

-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헤매는 시간도 소중한 여정이다. 목적지는 같아도 저마다 나아가는 삶의 지도는 다른 모양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깊은 위로가 되어 찾아오던 새벽을 기억해야만 한다. ('삶의 지도'중에서 - p.187)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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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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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만 해도 여름이 요즘처럼 살인적으로 덥지도 않았고, 따뜻한 남부지방에 살았음에도 겨울에도 자주 눈이 내려 자동차 바퀴만한 크기의 눈덩이를 굴리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세상은 변했고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2020년에 불어닥친 바이러스공포인 코로나19를 포함하여, 각종 폭염과 홍수는 지구의 심각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 듯 보였고, 이 모든 것들의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2007년의 문제작 <인간 없는 세상>이 13년 만에 새롭게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출간이후 '21세기 인류에게 계시록으로 남을 책', '인간이 사라진 미래를 그려낸 21세기 살아 있는 고전'등의 찬사와 함께 '미국 최고의 과학저술상', 환경주와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우수과학도서, <타임>선정 올해의 논픽션 1위 및 APCTP선정 올해의 과학도서로 선정되면서 그 우수성을 증명받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저자인 앨런 와이즈먼은 한국의 비무장지대와 체르노빌 원전 폭발지역, 아마존이나 북극 등 인간들이 살지 않는 지역을 직접 조사하면서, 인간이 없는 지역들이 멸종위기이거나 야생 동식물의 안식처이자 동식물이 살기좋은 희망의 장소임을 알게 되면서 기후변화 및 생물의 다양성 감소등에 우리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이 주장한 '인간 없는 세상'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우리가 걱정하는 지구는 우리가 사라지면 오히려 공기와 물은 맑아지고 동식물들이 살아가기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좀 더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인 과학적 논거를 바탕으로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라는 상상력을 동원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지구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가정으로 창조적인 실험을 제안하고 있다.

총 4개의 챕터로 나누어진 이 책은 인간없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를 살기 이전의 세상을 살펴보는 '미지의 세상으로의 여행'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뉴욕맨허튼의 도로와 배수시설은 물론 식물원과 센트럴파크 공원이 인간들이 사라짐으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은 정말로 흥미진진했다. 인간이 사라지면 어떠한 동물들이 인간들을 대체할 것인지 그리고 인간이 오래 점거하고 살았던 아프리카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될지 역시도 너무도 사실적이게 그려져 개인적으로 놀라우면서도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chapter 2 '그들이 내게 알려준 것들'에서는 키프로스섬이나 카파도키아, 플라스틱의 역사와 텍사스 석유화학지대를 통해 보는 지구의 현재의 모습들을 통해 보는 암울한 지구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chpater 3 '인류의 유산'에서는 세계불가사의, 한국 비무장지대, 체르노빌 지역의 방사능 유산 등을 통해 보는 인간의 탐욕이 기후와 자연에 대해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마지막 chapter4 '해피엔딩을 위하여'에서는 우리가 야생 동식물과 공존하며 멋지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하며 앞으로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자연학자로서 대형포유류의 짐승뼈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 부분은 참신하게 느껴졌으며 인간이 없어졌을 때의 모기역할 소개글 역시 흥미로웠다. 또한 아연과 납, 수은 중독의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게되었으며 체르노빌 원전 폭발로 아무도 접근을 꺼리는 가운데서도 동식물들의 생존본능에 대한 욕구에 놀라움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인간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은 우주의 끝을 상상하기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마야문명의 붕괴는 실제 우리가 겪었고 우리에게 일어난 역사였듯이 우리가 자발적인 인류멸종의 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진 지성이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자원을 동원해 제대로 실천해 나갈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었다. '우리가 없어지더라도 지구는 계속 남는다. 하지만 지구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무시무시한 말이면서도 공감이 가는 문장이었다. 끝이 보이는 결론이고 끝이 보이는 생명이라고는 하지만 인간들이 지금처럼 애써서 그 시기를 앞당겨 자멸할 필요는 없으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만이라도 이 세상을 좀 더 소중히 여겨 좋은 기억으로 살다 가길 희망해보게 된다.

-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이 계속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점입니다.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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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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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하면 톨스토이나 도스트예프스키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위대한 작가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막상 그들 외에는 읽어본 작품들이 나의 기억 속에 잘 떠오르질 않는다. 최근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러시아와 우리문학시리즈 <5+5>를 한국문학번역원과 러시아문학번역원에서 협업하여, 도서출판 걷는 사람을 통해 출간을 하며, 양국 간의 외교 및 문화적 협력관계를 도모하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해들었다. 그 다섯 권의 러시아 문학들 중 러시아인들이 사랑한 '산문으로 쓰는 시인'이라는 불리우는 서정적 단편소설의 대가인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단편선을 모은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를 읽을 기회를 만나게 되어,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 책은 섬세한 문체와 특유의 감각을 통한 묘사기법으로 서정의 대가라 불리우는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의 첫번째 한국어 번역서라 한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지닌 작가로서 현대인들의 고독과 소외, 무관심과 권태, 개인주의와 이기심을 표현한 1954년부터 1977년까지의 대표작 14편의 단편들로 묶어 출간된 책이다.

첫번째 단편 '파랑과 초록'(1954년)에서 릴리아와 알료샤의 사랑은 그저 어설프고 서투르기만 했다. 영원히 함께 할 거라고 여겼지만 그들의 헤어짐은 첫사랑이라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누구나 한 두번씩 경험했었던 젊고 푸르렀던 옛 추억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해 보여주고 있었다.

- 모든 순간이 우리였고, 모든 순간에 항상 함께 했다. 과거도, 미래도, 기쁨도,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함께 할 것이다. 매일이, 아니 매 순간이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처럼 행복하다. (p.34)

- 일 년이 지났다. 세상이 무너지거나 혹은 삶이 멈춰버리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릴리아를 거의 잊은 것 같다. 아니 잊었다. 솔직히 말하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p.41)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아 버려졌던 개를 데려와 아프크투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키우지만 야생의 본성을 지니고 있었던 '사냥개, 푸른별 아르크투르'(1957년)와 서커스단을 탈출한 갈색 곰이 야생에서 서서히 본능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어가는 '테디'(1956년)는 자연 안에 위치한 고독과 소외를 통해 동물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인간과 세상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서 읽고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자유란 위대한 것이다! 자유는 태양과 별로 가득한 광활한 하늘과 같다. 자유란 일정하게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나 빠르게 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물과 같다.(p.120)

지극히 개인적인 행복만을 추구하다 관계가 단절되고, 주위에는 무관심하여 이 무관심으로 결국 인간 스스로 소외됨을 이야기하는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1961년)와 인간의 개인주의와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고요한 아침'(1954년)과 '못생긴 여자'(1956년)이야기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메세지를 전달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꿈 속에 넌 슬피 울었지'(1977년)과 '작은 초'(1973년)는 아들 알료샤와 아버지의 회상이야기를 조금씩 다른 이야기로 그리고 있다. 자식과 자신이 하나라고 여겼던 마음이 해를 거듭할수록 멀어지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져있다. 환하게 빛나는 촛불과 아들의 모습을 비교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비춰졌다.

- 아들, 네가 바로 촛불 같구나!'(p.270)

'섬에서'(1958년), '참나무 숲의 가을'(1961년), '간이역에서'(1954년), 그리고 '12월의 연인'(1962년)작품은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게 되다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관심과 권태로움이 작가 특유의 필체로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사람들은 보통 미래에 희망을 걸곤 하죠. 미래를 기대하며 시시하게 바쁘고, 재미없게 현재를 사는 겁니다···. 주위에서 그 어떤 좋은 것도 깨닫지 못하며 삶을 욕하고, 머지않아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믿으며 그렇게 사는 것이죠. 모두가 그래요, 당신도 마찬가지고, 저 역시도···. 하지만 사실은 행복은 우리 모두에게 모든 곳에,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행복은 지금 바로 당신과 제가 함께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이고,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좋아합니다···.(p.285)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자주 외로움을 느끼고 철저하게 더 고립되어 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가 살았던 시대와 그 배경은 다소 다르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느끼고 깨닫는 감정들은 모두 비슷한 느낌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과거를 살아왔고, 현재를 살고있고, 미래를 살아갈 것이다. 그러한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카자코프만의 서정적인 문체로 통해 진솔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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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르는 수익형 부동산만 산다!
고진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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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달사이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은 사상 초유의 가격대를 형성하며 상승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영혼을 끌어모아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나 역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인지하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관련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책은 부동산투자전문가 고진영씨가 쓴 <나는 오르는 수익형 부동산만 산다!>라는 책이다. 연금 외에도 노후를 대비하거나 월급 이외에도 고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법에 대한 고민이 있던 차에 이 책을 만났으니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획부동산에서의 영업실적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 땅 투자를 시작했다가 동료로 부터 사기를 당하면서 엄청난 빚에 시달리는 등 온갖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해결해간 고진영씨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부동산 투자를 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초보자를 위한 투자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6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제1장 '부동산 투자, 원래 이런 것인가요?'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그녀의 경험과 부동산 투자 중 특히 땅과 관련된 기본 서류와 체크리스트들을 소개하면서 투자에 대한 위험요소와 주의할 점, 그리고 공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제2장 '일단 시작해야 미래가 바뀐다'에서는 신중한 것도 좋지만 우선은 투자경험을 통해 문제를 피하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을 역설하면서, 시세 차익형 부동산과 수익형 부동산의 개념설명을 통해 월급쟁이 부동산 재테크 단계를 설명하며, 이를 통해 나름의 이윤추구를 해나가며 경제적 자유를 꿈꾸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3장 '돈 걱정없이 살고 싶다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를 하라'에서는 제목처럼 초보자들일수록, 돈이 없을수록 시세차익 부동산보다는 매달 월세수익을 창출해내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를 할 것을 권하며,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Q&A, 요즘 정책에 맞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법과 전문가들의 추천이유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 4장 '그래서 어디를 살까요?'에서는 집 값을 좌우하는 미래투자가치가 반영된 수익형 부동산을 구입시 눈여겨봐야할 10가지 법칙을 통해 신도시부터 시작하는 안전한 투자법들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제5장 '소액투자로 부자되는 7가지 기술'에서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기술에 대한 재테크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마지막 제6장 '월급쟁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제2의 월급통장을 만들어라'에서는 샐러리맨으로서 경제적 자유인이 되려면 올바른 투자행동리스트를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하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뭐든 쉽게 얻고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은 확실한 듯 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연구가 기본이 되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끊임없이 도전해가며 투자를 해나가다 보면 조금씩 길이 보일 것이라는 말에는 공감이 갔다. 실패도 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배움과 경험을 익힐 수는 있지만, 신중함과 결정장애는 다르다고 강조하며 일단은 투자를 하라고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지금처럼 코로나로 전세계가 어려운 경제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감안할 때 사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내 재산관리하기'에서 강조한 체크카드 사용, 통장쪼개기, 적금 쪼개어 넣기 등과 같은 소개법은 상당한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여겨졌다. 오피스텔이나 레지던스에로의 투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제법 조금 더 명확한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미래가치에 대한 생각들을 조금 더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투자의 3요소인 안정성, 수익성, 환금성이 당장은 어려운 시세차익부동산보다는 월세 임대료 등을 통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은퇴 후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법한 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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