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 (Éric Alfred Leslie Satie, 1866~1925)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사티의 모습(원본은 사진이다).

 몽환적이며 신비롭다 해야할까. 잡을 듯 잡을 수 없는 모호한 인상의 새벽 안개처럼.

 적막한 잔향만이 쓸쓸이 주변을 에워싸지만 이는 냉소적이 아닌 은은한 온기의 포근함이다.

  

    

 

  

 

Gymnopédie No. 1 (1888)

 

 

3개의 짐노페디에 관한 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토막.

 

이 세 작품들을 처음 들을 때는 그들 간의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힘들지만 여기에는 분명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는 조각 작품 주위를 돌 때의 상황에 견주어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본질적으로 변함없는 한 개의 사물을

가운데에 두고 각각 다른 세 각도에서 바라볼 때 생기는 차이에 비유될 수 있다.

 

몇 년전 저장해놓은 글이라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정말 놀랍고 핵심적인 표현이다.

  

 

 

  

  

 

 음악이 나를 이해해준다면 과분한 표현일거다.

 그럼에도 요즘 나는 사티의 음악들이 이 정도로 와닿은 적이 없었다.

 그동안 그의 음악들을 등한시 했던 만큼, 새로운 기쁨에 잠겨있다.

 피곤한 심신을 나른하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뭔가 다른 표현이 더 없을까..?

 마음이 선율을 따라간다는 진부한 표현 방식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이런 느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음악과 인생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사티는 인생의 후반기에 가서야 인정을 받았고, 방탕한 생활을 했던 드뷔시를 끝까지 두둔한 동료이다.

 (드뷔시는 여성과의 염문으로 끝임없이 구설수에 올랐고, 동료 작곡가였던 쇼숑이 절교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간의 평은 언제나 '드뷔시의 아류'정도 였고..

 드뷔시와 비슷한 인상도 있으나 확실히 사티는 시대를 거스른 반골적 존재다.

   

  

 그의 음악은 양식상 어디에 속한다고 규정짓기 어렵다.

 낭만주의? 인상주의? 신고전주의?

 어떤 그릇에도 담기가 어려운데, 이는 그 내용이 커서 안 들어간다기보단 모양 자체가 이질적이라 아귀가

 안 맞다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것 같다.

  

  

 

  

     

 

   

  

 '벡사시옹(Vexations, 짜증)'의 악보. 생전에 출판되지는 않았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사티는 충분히 당대의 이단아란 것을 증명한다.

 밑에 지시가 적혀있는데, 이 악보를 840번 반복하라는 지시가 나와 있다.

  

 연주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대략 14~1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사티는 대체 어떠한 생각으로 이 곡을 만들었을까? 또 굳이 840번을 반복하라는 이유는 뭘지.

 존 케이지는 사티를 높이 평가하고 그에게 심취했었는데, 이 곡을 세상에 알리기로 마음먹고 1963년에

 초연하였다. 11명의 피아니스트가 교대하며 연주했는데, 관객이 잠들어버리거나 들락날락하는 동안 끝까지

 남아있는 관객이 있었으니.. 바로 앤디 워홀이란다.

 아직까지 한 명의 피아니스트에 의해 연주된 기록은 없다.

 동영상이 하나 있어 첨부한다. 이 분도 집요한 집중력이지만 몇 번을 연주한 건지는 도저히 세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Vexations (1893)

 

  

 

 

 

 

 

 사티와 드뷔시

 

 

 

 

 

 그는 우산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을 보여 100개 이상의 우산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런 이미지의 그인데, 음악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제목부터 남다르다. 몇 개를 골라본다.

  

 차가운 소품 (Pièces Froides)
 새로운 차가운 소품 (Nouvelles Pièces Froides)

 스포츠와 기분전환 (Sports et Divertissements)
 개(犬)를 위한 나른한 전주곡 (Préludes Flasques pour un Chien)
 까다로운 귀부인을 위한 3곡의 우아한 왈츠 (Les Trois Valses Distinguées du Précieux Dégoûté)

  

  

 요즘 작곡가들이 제목을 이런 식으로 짓는다면 약간 특이하다 취급받겠지만,

 100년 전에 이랬으니 큰 센세이션이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지.

 이런 특이한 제목과 음악들이 내게는 너무나 감미롭고 순수 본연의 내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고독과 소박함을 즐겼던 그의 음악을, 단순히 프랑스의 에스프리라고만 정의하기엔 너무 한정적인 표현이다.

 비발디를 사랑하여 수집욕을 불태웠던 기분이 의외의 인물인 사티에게 뻗을지는 몰랐다.

  

  

 사티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그 시기에 태어났기에 이런 모습으로 남은 것일까.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한마디가 인상깊어 올려본다.

  

 "나는 매우 늙은 세상에 너무 젊어서 왔다(Je Suis Venu au Monde Très Jeune dans un Temps Très V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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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a1a00 2014-11-14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벡사시옹> 초연에 관한 글 출처 알 수 있을까요? 자료가 필요해서요
 

     

     

 12세의 멘델스존 (긴머리 때문에 누이인 파니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펠릭스 멘델스존이 맞다)

  

  

  

  

 펠릭스 멘델스존은 과대평가 된 반쪽자리 천재다?

  

  

 첫 번째 피아노 4중주곡을 출판 한 것이 1822년이니 멘델스존의 당시 나이는 불과 13살.

 모차르트만치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음악가가 분명하나 그는 부당히 낮게 평가가 된 부분도 없잖아 있는데,

이유는 한가지 뿐이다. 그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세상물정 모르고 고생도 안 해봤다는 점이었다.

 일각에서는 고생도 안 해 본 작곡가의 음악이란 것은 내면적 깊이 결여, 감동을 주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협소한 시각이다. 그의 작품들이 충분한 대답이 되어주고 있지 않은가?

 (풍족하게 살았기에 음악의 깊이가 떨어진다고 한다면 알비노니의 작품들도 졸작이란 말과 진배없다)

 바그너는 멘델스존을 유태인이란 이유로 경멸하며,

 '그의 음악에서는 한 번도 심오한 자기성찰적 효과를 본 적이 없다'라고 했으니..

 독일인이면서도 유태인이란 점 때문에 2차 대전이 끝나기 전까진 의식적인 외면이 있었다고 봐야 할테다.

  

 어찌됐든 멘델스존은 부유했기에 작곡가, 지휘자로서의 삶에 큰 어려움없이 매진할 수 있었다.

 평범한 나이에 결혼(요즘 관점으로 보면 많이 이르나), 자식들도 여럿을 두었고 여행도 자주 다니며 취미생활도

폭넓게 했다. 이런 크게 굴곡없는 삶이 그에겐 외려 창작력을 돋우어주었던 게 아닐까.

 

 그가 각 분야에서 천재적인 소질을 보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회화는 이미 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었으며, 만년까지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다.

  

  

 

 

 

  

 멘델스존의 풍경화 작품들

  

   

  

 또한 멘델스존은 우아하며, 성격이 매우 기품있고 따뜻하며 온화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하여 결코 오만하거나 허영심이 있지도 않았다.

 모두가 그와 우정을 나누기를 원했으며, 특히 로베르트 슈만과의 우정은 음악사적으로도 각별하다.

 서로가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슈만은 멘델스존을 '오늘날의 음악가 가운데 제 1인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부유한 사람의 음악', '유태인의 음악'같은 얼토당토한 이유로 저평가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모차르트에는 못 미치는 천재란 일련의 평가도 있으나, 글쎄.. 개인적으로는 대등했으면 했지 못 미치지는 않는

작곡가가 아닐까 싶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Violin Concerto in D minor, MWV O 3)

   

   

 브람스, 차이코프스키와 함께 낭만주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멘델스존의 E단조 협주곡.

 E단조의 높은 인기와는 달리 D단조 협주곡은 정규 레퍼토리에서 거의 제외되어 있다.

 그런 그의 D단조 협주곡은 거의 100년 가량 잊혀졌으나 예후디 메뉴인에 의해 부활되어 1952년에 초연 되었다.

 녹음된지 60년이 넘었으나 아직까지도 세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작품인데, 이는 E단조의 영향이 너무 큰

나머간과ㆍ무시되어 온 측면이 크다.

 혹은 '어린 시절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못 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쓴 작품이 뛰어나

봤자지..'이런 생각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어린 나이에 작곡한 것은 틀림없다. 1822년에 작곡되었으니 멘델스존의 나이 불과 13세 때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중학교 1학년(14세)이 이런 작품을 쓴 셈인데.. 허참, 놀랠 노자로다.

 친구였던 리츠(Eduard Rietz)를 위해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Op넘버가 부여되어 있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 대략적으로 추측해 봤을 때 어린 나이에

작곡한 습작정도로 멘델스존이 치부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그런데 이런 수준의 작품이 멘델스존 입장에서

습작이라면 대체...? 하하..

  

 E단조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낭만적 시정은 물론, 화려한 기교가 넘치는 뚜렷한 대비의 악장 등이

충분히 독자적인 영역을 가질만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다행히 요즘들어서는 2개의 협주곡들이 같이

커플링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작곡시기로 따져 봤을 때 D단조가 1번, E단조가 2번으로 불리워야 하겠으나, 그러기엔 이미 후자의 영역이 너무

나 커져버렸기 때문에 쉬이 그럴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냥 따로따로 호칭하는 수밖에.

 연주는 꽤 많이 나와 있는 형편이다.

 메뉴인의 전설적 초연반이 있지만, 음질이 그닥이라 아쉬울 따름. 치머만(Frank Peter Zimmermann), 크레머

(Gidon Kremer), 티안와 양(Tianwa Yang), 이른베르거(Thomas Albertus Irnberger) 등 다양한 바이올리니스트

들의 녹음이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는 치머만과 티안와 양의 음반을 추천한다. 길이 면에서 3분이나 차이가

나나, 양자 모두 설득력있는 연주로 무엇이 더 뛰어나다고 딱히 꼬집기가 어렵다.

   

 

 

 

 

 

 

 

    

     

 D단조 협주곡 영상은 별로 없다. 에를리히(Nachum Erlich)의 실황 영상을 링크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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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만 (Leopold Hofmann, 1738~1793)

 코젤루흐 (Leopold Antonín Koželuch, 1747~1818)

 

 

 몰랐는데 써놓고 보니 이름이 레오폴트로 똑같네..

 레퍼토리를 넓히는 나만의 방법!

 일주일 단위로 이렇게 작곡가를 정해놓고 그들의 곡들만 마구마구 듣는 거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곡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뭐, 그렇다고 주구장창 반복하면 쉽게 질리니 가끔 땡기는 음악들이 있으면 다른 것도 듣는 거고..^^;

 온전히 음악만 감상할 시간이 없다면 출근ㆍ퇴근길이나 뭔가를 하면서 들어도 좋고..

   

 음.. 확실히 18C의 음악들은 기시감이 다분하다.

 어디서 들어본 듯 친근친근.

 좋게 말하면 듣기 편하고, 나쁘게 말하면 비슷비슷하다.

   

 둘 다 피아노 협주곡 때문에 관심이 생겼는데, 여러 장르에 걸쳐 너무나 많은 곡들을 남겼다.

 아직 잠자고 있는 것들도 수두룩..

 '세계최초 레코딩'이라 명시되어 있는 그들의 음악들이 이것저것 발굴되고 있으니 몇 년 후가 기대되기도!

   

 역시 감상 소스는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

 이전 페이퍼에도 방법을 적어 놓았는데.. 아직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링크!!

   

 http://blog.aladin.co.kr/763908185/6514520

 

 

 

   

 호프만의 들을 수 있는 레퍼토리들.. 생각보다 빈약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뭐..^^

  

  

 

   

 코젤루흐는 훨씬 많다. 아 행복해~

 

 

 싱그럽고 통통튀는 코젤루흐의 멋진 곡 하나 링크~

 

   

   

 코젤루흐 - 피아노 협주곡 5번 3악장

 (Koželuch - Piano Concerto No. 5 in E-flat major, Op. 15 (P IV : 5) III : Rondeau : Poco presto)

  

  

 다음 주에는 20C 작곡가의 곡들을 한 번 들어볼까 생각 중이다.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들이 많지만 내 마음에 맞는 뭔가를 찾아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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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 표지!! 너무나 몽환적이고 아름답다~(물론 음악도 좋아요 ^^)

  

  

 요즘같이 앨범 표지(자켓)가 중요시되는 때도 없었을 것 같다.

 물론 클래식 앨범에 대한 가장 중요한 잣대가 연주라는 것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으나, 요즘은 표지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에 대해서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다.

 이리저리 음반을 고르더라도 자켓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눈이 한 번 더 가게되지 않는가!

  

 음반이라는 것 자체가 상업의 연장이고, 외형 또한 구매욕을 자극하는 하나의 방법이라서..

 그래서일까..? 음반산업 규모가 축소되고 점점 벼랑에 내몰려서 그런지, 요즘 앨범들은 기본적으로 예쁘장한

표지를 하고서 나온다. 어떻게해서든 매출을 올리려면 별 수 없는 현상이다.

  

 음반사는 물론이고 악기 연주자나 지휘자, 가수들도 이런 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사진촬영은 매우 신경을 써서하고 있고, 함축적이나마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전달해야한다.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악기 연주자'가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써야하다니..

 뭐.. 이것은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말일테다.

 외형을 꾸질꾸질하게 하고 나와서 연주를 잘해도 나쁘진 않겠지만,

신사처럼 깔끔하고 핸섬하게 나와서 연주를 잘하면 더 좋겠지.

 쉽게 말해서 '이왕이면 꾸미는 것'이 더 낫다는 말..

 

 뭐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니, 외형을 중시해서 음반을 고르는 것은 큰 실수다!

 연주는 명반인데 표지가 별로라해서 '졸반'이 될 수는 없고,

 연주는 형편없는데 표지가 예쁘다해서 '명반'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니까.

 그래도, 연주도 좋은데다가 표지까지 멋들어지면 금상첨화니, 결국 자신만의 안목을 키워야한다는 것이

미리내의 결론!

  

 표지는 어떤 사진을 쓰느냐에 따라 구별할 수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겠다.

 

 

1. 연주자ㆍ지휘자ㆍ가수ㆍ악단의 사진 / 그림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 가장 파급력이 크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연주자나 지휘자, 가수가 나올려면 일단 유명해야 한다.

 아니면 촉망받는 신인이어야 하거나. 그리고 외모에 자신이 있는(?) 독주자들은 표지모델로 자주 등장한다.

 여성이면 예쁘장하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간혹 노출까지 감행하는 자켓도 있다. 그냥 상술..;;

 

 

 

2. 작곡가의 사진 / 그림

  

 

 그냥 무난하게 가는 패턴이다. 하이페리온 협주곡 시리즈처럼 작곡가 사진만 일부 조그맣게 넣고 외적인

부분을 꾸미는 경우도 있다(시리즈라서 계속 같은 디자인으로 나오고 있다).

  

  

  

3. 앨범 수록곡과 비교적 매치가 되는 사진 / 그림

  

  

 모차르트 마술피리(요술피리)라고 해서 넣은 Chandos의 음반은 뭔가 좀 웃음을 자아내는 면도..ㅎㅎ

 예를들면 '바다'란 표제가 붙으면 바다 사진, '산'이 들어가면 산(山) 사진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엘가 교향곡 음반도 영국적, 고고한 느낌을 풍기는 사진이 일품이다. 역시 표지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면!

 

 

 

4. 별로 상관이 없는 사진 / 그림

   

  

 음반을 출시할 때마다 그에 걸맞는 표지를 꾸미는 것도 분명 어렵긴 할테다. CPO, Alpha, Naxos, Brilliant

Classics 등은 그래도 작곡가가 활동하던 시대의 유화나 관련 그림들을 넣고는 있는데.. 뭔가 연결점이 있다고

보이는 것들은 소수다. 더구나 Naive의 비발디 에디션은 아무 상관이 없다. 분위기를 보고 고르는 걸까?

 

  

  

5. 사진 / 그림은 없고 글자만 있는 음반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나름 디자인을 하긴 했겠지만 이렇게 밋밋해서야..

 살 마음도 뚝 떨어지겠네. 차라리 낙소스처럼 의미없는 그림이라도 넣든가하지..

 요즘같은 시대에 CD사서 듣는 것만해도 감지덕지인데 이렇게 무성의 하다니!

 아무리 연주가 좋아도 사서 듣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 신경 좀 써주세요!!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앨범 표지 중 해당 시대의 유화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간혹 이런 웃긴 일도 생긴다.

 

 

 

 ㅎㅎ 다른 앨범이다. 음반사도 다르다. 그런데 표지는 똑같다는..^^;;

 신기한 건 둘 다 보케리니 레퍼토리라는 것. 에구.. 미리 체크 좀 하지 그랬나요~

 이미 저작권이 없어진 그림일테니 문제가 없긴 하겠지만.

   

  

 

  

 이렇게 약간 다르긴 하지만 똑같은 그림을 사용한 앨범 표지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비단 클래식 음반만이 아니라 모든 장르의 앨범들이 한껏 표지를 꾸며서 나오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 묘하게 요염한 사진, 과거의 명화를 넣거나 환상적인 사진ㆍ그림 등을 넣고 있으나

결국은 소비자의 마음을 끌려는 수완이자 상술이 아닐까 싶다. 책도 마찬가지고..

  

 아까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고 했지만, 음악은 어찌됐든 간에 "내용이 중요하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음악, 내게 감동을 주는 음악, 들어서 기분이 좋은 연주..

 그 이상의 것은 없지 않을까.

 

 표지가 중시되긴 하지만, 너무 현혹되지 말고 소중한 음악들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 올바른 음악 감

상을 위한 첫 걸음이 아닐까 싶다!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솔직히 표지만 보고 산 것들도 몇 개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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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14-03-2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범 표지 좋아하는 1인이라 관심있게 봤습니다. 앨범 표지하면 전시회도 한 ECM 레이블이 생각납니다. 상대적으로 클래식 음반 표지는 좀 '클래식'하죠.ㅎㅎ 처음 앨범은 짐 홀과 빌 에반스 앨범과 동일 표지군요. 올리신 앨범은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는군요. 짐홀/빌에반스 음반도 원래 LP로 나왔을 때 저 표지는 아니었을테지만...리마스터링이나 cd화 하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표지를 다시 찍으며 바뀐 것 같습니다. 잘 봤습니다.

미리내 2014-03-30 14:5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ECM 레이블의 표지들이 뭔가 좀 분위기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전시회까지 했을 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재즈는 제가 잘 안듣다보니.. 검색해보니 말씀하신 음반이 있군요. 흑백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더 클래시컬 해보입니다..ㅎㅎ
음악도 중요하지만 표지를 보는 재미, 모으는 재미도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날이 화창하고 따뜻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Arturo 2014-07-0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가 들렀다 갑니다. 그리고 중복되는 표지 중에 유명한것 중에 안개낀 바다 위의 방랑자 추가요. 명반들의 표지이기도 하고 저는 해당 표지 음반만 4개네요

호세아 2014-12-29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첫번째 표지...매력적이긴한데...좀 무서워요^
전 요새 얀손스와 로열콘서트헤보 자체 제작음반 sacd 표지가 참 멋진 것 같습니다.
 

 

안나 본 베네치아 (Anna Bon di Venezia, c.1739~1767)

하프시코드 소나타 G단조 (Harpsichord Sonata in G minor, Op. 2 No. 1)

 

 

 작곡연도로 보아 이 곡은 베네치아가 18세 무렵쯤에 작곡한 작품이다. 동시대 이탈리아의 거장인 스카를라티,

스페인의 솔레르의 소나타 등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기품과 우아한 기교가 넘친다.

   

'마리안느(마르티네스)'의 작품에 대한 음악학적 수용은 여성 작곡가의 업적을 경시하는 문제에 관한 한 얼마

나 의식적인 역사의 왜곡이 수십 년 동안 진행되어 왔고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왔는가에 대해 매우 흥미로

예를 보여준다' 

아르놀트 베르너-옌젠, '음악의 역사' p. 421 

 

 위 인용문은 여성 작곡가 마르티네스(Marianne von Martinez, 1744~1812)를 통해 '여성 작곡가'란 것이 얼마

나 무시ㆍ외면 당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클라라 슈만 외에는 잊혀지다시피 한 이전 여성 작곡가들의 음악들이 나름 활기를 띠고 녹음되고 있는데, 이는

여성의 권위신장(페미니즘)과 새로운 레퍼토리 발굴이라는 점, 신진 연주자들에게 녹음 기회 부여 등 여러 요소

가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또한 왜곡된 인식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곡

이란 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은 창작된 것을 재현하는 능력만을 지녔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즉, 음악사에 주로

등장하는 여성 음악가들이 가수나 연주자라는 점을 들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점은 분명 오해이다. 작곡가였

던 인물들은 그릇된 편견이 가미된 역사 의식에 의해 수없이 지워졌으며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이 뛰어나다/아니다는 문제가 아니고 단지 '여성'이라는 점만이 부각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20C 이후 여성의 음악활동은 그 범위가 넓어졌고, 요즘은 여러 여성 작곡가들이 다양한 창조적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권위적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과거의 인물들도 덩달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다양하게 논의와 재평가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바로크나 고전시대로 되돌아가보면, 오페라, 협주곡, 오라토리오 등의 큰 규모 작품들을 남긴 인물들도 있으나,

그 당시 여성이 작곡을 한다는 것은 일부 '특권층'의 지적활동 정도로 비춰졌기 때문에 대다수의 풍족하지 못한

인물들이 대규모의 작품을 남긴다는 것은 어려웠다. 즉, 먹고 살기도 어려운 통에 직업으로 작곡을 해봤자 여성

이라는 이유로 대접도 받지 못하고, 취미로 작곡을 하자니 지나친 사치였던 것이다(연주자를 겸하는 인물들은

그나마 나았다).

 그 당시는 하프시코드(쳄발로, 클라브생)가 음악을 하는 집안 입장에서야 집에 무조건 있을 정도로 흔했다. 집에

서 취미로 연주하기도 하고, 작곡가들에게는 필수적인 악기였다. 또한 여성들도 문화와 교양을 위해서라면 기본

적인 연주정도는 해야했기 때문에 이 악기는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새로이 발굴되는 여성 인물

들의 곡들을 보면 건반악기 작품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크와 고전시대 중 괄목할만한 건반(하

프시코드 / 피아노) 작품을 남긴 여성 작곡가들을 거론해보면 다음과 같다.

    

밑줄은 성(姓) 

 

엘리자베스 클로드 자케 드 라 게르 (Élisabeth-Claude Jacquet de la Guerre, 1665~1729)

엘리자베타 드 감바리니 (Elisabetta de Gambarini, 1731~1765)

안나 본 베네치아 (Anna Bon di Venezia, c.1739~1767)

마리안느 마르티네스 (Marianne von Martinez, 1744~1812)

예카테리나 시냐비냐 (Yekaterina Sinyavina, d.1784)

율리아네 라이하르트 (Juliane Reichardt, 1752~1783)

아멜리 줄리 캉데이유 (Amélie-Julie Candeille, 1767~1834)

 

 

    

 이들이 남긴 건반 작품들은 적고 많고는 상관없이 아직 그 개수가 정확히 파악이 안 되고, 음악도 대다수가 녹음

이 되어있지 않다. 녹음이 된 것 중에 국내에 수입이 되어있는 것도 소수여서 그녀들의 음악을 접하기란 더욱 어

렵다. 일부 알라딘에 있는 상품만 추가해보면 아래와 같다(건반 음악이 포함되어 있는).

   

 

 

 

 

 

 

 

 

 

 

 

 

 

 

 

   

   

 마지막 2개 음반은 드라게르 / 바로크 여성 작곡가의 곡만 실려 있으나(건반이 아닌) 그냥 추가했다.

 거의 드 라 게르에 편중되어 있고, 음반 수도 매우 빈약하다. 분명히 몇 년전과 비교해보면 꽤 많은 레퍼토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으나 아직도 명함을 내밀만한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유명 하프시코디스트, 다

악기의 연주자들도 이런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더욱더 보기가 힘들다.

 유명 하프시코디스트인 스킵 상페(Skip Sempé, b.1958)는 르네상스나 초기 바로크 음악에 자신이 매혹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레이블을 설립, 여러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으나 적극적인 판촉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안타까울 뿐이다.

  

 

엘리자베스 클로드 자케 드 라 게르 (Élisabeth-Claude Jacquet de la Guerre, 1665~1729)

하프시코드 모음곡 5번 (Harpsichord Suite No. 5 in D minor,

1. La Flamande / 2. Double / 3. Courante / 4. Double / 5. Sarabande / 6. Gigue / 7. Double

/ 8. Gigue II / 9. Rigaudon / 10. Rigaudon II / 11. Chaconne)

 

 프랑스의 대표적인 바로크 여성 작곡가인 드 라 게르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5번이다. 40분이 넘어가는 대작으로

흡사 프랑수아 쿠프랭(François Couperin, 1668~1733)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유연하고 유동적인 선율, 섬세

한 장식음이 정말 최고다.

 

 

 

마리안느 마르티네스 (Marianne von Martinez, 1744~1812)

피아노 소나타 3번 1악장 (Piano Sonata No. 3 in A major 1st Movement : Moderato)

 

 마르티네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1악장이다.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경우도 있어 추가해 놓는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 마르티네스의 음반은 정식 수입이 된 것이 없다. 나도 해외로 구매하였다. 맨 위에 인용문에 대한 증거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부당히 무시되어온 작곡가의 대한 생각을 뒤집는 뛰어난 걸작이다.

 

 

 

예카테리나 시냐비냐 (Yekaterina Sinyavina, d.1784)

(하프시코드) 소나타 1번 1악장 (Harpsichord Sonata, 1st Movement)

 

 이전에 음반 추천했던 도리안 레이블의 '러시아 여류 작곡가들의 걸작들' 중 시냐비냐의 소나타이다. 바이올린

이 협주하고 있어 엄밀히 하프시코드 소나타라고 하기는 어렵다. 안 알려진 음악가의 숨겨진 곡 중에 이만한 것

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운 표현미가 두드러진다. 그녀의 다른 곡들이 심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만 감상해보아도 바로 알 수 있듯이 여성 작곡가들의 작곡력이란 동시대 남성들에 비해 비등하거나 넘어서

면 넘어섰지 결코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당히 무시되어 온 그녀들의 작품들이 조금씩 빛을 받고 있어 반가운

일이긴하나 아직까지는 정당히 대우 받기엔 길이 멀다.

  

 

 

 

 바로크 / 고전시대 여러 여성 음악가들의 초상화는 생각보다 남아있는 수가 꽤 있다. 시대가 그랬던 탓에, 주변

에 유명한 남성 음악가가 없다면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파니 헨젤(멘델스존)이나 클라라 슈만은 주변에 남편

이나 동생이 있었고, 브람스와의 염문설 등이 자주 입에 오르내렸기에 타인들에 관심이 몰려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들은 주변에 그런 이들이 없어서였을까? 안타까운 발언이지만, 확실히 그런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려 여성 음악가들의 새로운 곡들이 발굴 / 재조명되고 있는 요즘, 패러다임을 뒤흔들만한 새로운 발견이 그녀

들의 업적을 통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앞으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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