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처음 듣고자 할 때는 막막하다. 누가 추천이나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눈 씻고 봐도 주위에 클래식 듣는 사람이
없다. 뭐부터 시작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요즘은 CD사는 것도 아깝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아 돈도 없는데 사기가 꺼려진다.
결국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네X버 지식in이 있다. '클래식 추천'만 쳐도 관련된 글이
부지기수이니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명한 것부터 들어보기 시작한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들었다.
'음~ 정말 좋다... 모차르트의 다른 추천 곡을 들어봐야지..'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 너무 낭만적이다~ 잔잔하고 아름다운게 딱 내 스타일이야~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나왔었다구? 그래서 유명했구나~^^'
'터키 행진곡, 클라리넷 협주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우왕.. 모차르트는 정말 천재야...ㅜㅜ'
이쯤되면 인터넷으로 더 감상하는 사람도 있고, 클래식에 관심이 생겨 앨범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였다. 처음부터 모차르트의 레퀴엠같은 단독앨범을 접하기는 벽이 높기 때문에 컴필레이션을 구매했다.
10장짜리 컴필레이션 앨범만 한 몇 달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클래식을 계속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 앨범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 관심이 생겨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으로 검색해보았다.
앨범이 너무 많이 나온다. 자그마치 수백 장이다. 표지들도 화려하고 가격도 대부분 비싸다. 뭘 골라야할지 알 수가 없다.
'아니, 뭐가 이리 많아? 라흐마니노프 2번만 듣고 싶은데.. XXX..'
--;; 리뷰 등을 참고하긴 하지만 결국 자금의 압박을 견디지 못 한다. 표지도 밋밋하고 가격이 저렴한 앨범을 고른다.
앨범이 집에 도착했다. 부리나케 포장지를 뜯고 감상해본다.
'음.. 내가 듣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컴필레이션) 매력있다.. 좋다좋아~^^'
이제 클래식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되었다(?). 다양한 이들의 앨범을 검색해보고 수입의 꽤 많은 액수를 CD구매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
개인적인 경험을 참고하긴 했지만 클래식을 접하게 되는 계기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나뉘는
것이 작곡가의 다양한 곡을 들어보느냐, 아니면 지휘자나 연주자, 가수별로 다양한 해석들을 모으냐 일거다.
실상 클래식 말고는 레이블을 따지는 음악 장르가 없다. 어느 레이블에서 출시했느냐가 애호가들 선택기준의 큰 몫을
한다. 나는 아직도 이런 성향은 잘 이해할 수가 없지만, 이런 기호를 가진 분들은 상당수 있다.
DG(도이치 그라모폰, Deutsche Grammophon)나 Hyperion(하이페리온), EMI, Decca, Sony Classical, Philips 등
음반사만 보고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음반을 고른다.
물론 해당 레이블에서 출시한 음반들이 이름난 연주자들의 '명연', '수연'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다. 그리고 레퍼토리도 한정적이라서(요즘은 조금 덜한 편이다), 맨날 같은 곡의 녹음이 재탕, 삼탕 등
이라 나같은 부류는 별로 손을 뻗고 싶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진짜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도 나오지 않는 한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닐까싶다. 책도 그렇긴 하지만 CD들도 요즘은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조금 나간다 싶은 거
몇 장만 구매할라치면 10만원은 훌쩍이니 부담이 심할 수밖에..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낙소스, 브릴리언트 클래식에서 앨범을 주로 모아왔는데, 레퍼토리 위주다보니 역시나
낙소스를 많이 구하게 되었다. 요즘은 평가가 많이 격상되긴 했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있는 분들'은 아예 무시하던
레이블이다. 표지도 초라하고, 이름난 연주자라곤 없으며, 가격도 싸니 '없는 사람들이나 구매하는 마이너 레이블'이란
이미지가 클래식 청취층에서 아예 고착화되어버렸던 거다.
나는 항상 이런 점이 불만이었다. 어디 레코드 가게를 가도 낙소스는 독립적으로 CD가 모아져 있었으며, 그 주위는
고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저기 가서 낙소스 음반을 고르면 뭔가 없어 보여'같은 기류가 흘렀다.
나야 뭐 눈치보지 않고 막 골랐지만, 여하튼 그런 점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잘 안 가게 됐다. 가격이 더 비싸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음반의 본질은 '연주'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표지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결론은 내용이 아닐까.
낙소스에서 출시한 음반들 중에도 풀프라이스 가격으로 파는 타 음반보다 비등한 연주,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연주도
수두룩하다(물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기대이하의 내용으로 실망을 준 것도 있었다).
수준높은 연주,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나같은 입장에서야 너무나 좋고 고마운 일이다.
낙소스를 통해서 새로이 알게 된 작곡가, 연주자, 보물같은 곡도 매우 많다.
요즘은 연주자들도 의식이 바뀌었는지 티보데, 핸슬립, 알소프, 페트렌코 등 유명인사들도 다양한 녹음을 낙소스에서
발매하고 있다. 아바도나 불레즈같은 지휘자는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라도 절대 이런 음반사와 손을 잡는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음.. 클래식이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있는 자들의 체면'같은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클래식 듣는다고 고상 떨 필요도 없고, (예를 들어) 번스타인이나 푸르트벵글러, 카잘스, 호로비츠같은 대가들의 연주만
취급하는 매니아들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클래식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도 많다.
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간 것 같긴하다. -.-; 아무튼 매 월마다 다양한 음반들을 출시하며, 놀라운 음악, 연주, 가격까지 좋은
낙소스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그리고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음악들도 들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앞으로도 낙소스의 평가가 격상되었으면 좋겠다. 몇 개의 음반들을 추천하며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