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보이스 문지 푸른 문학
황선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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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분식집’은 정감 있게 느껴지는 장소중 하나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돈을 모아 떡볶이며 튀김을 시키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곳, 그리고 그곳은 마땅히 놀러 갈 곳 없는 우리들에게 (뭔가를 주문함과 동시에) 수다를 나눌 수 있던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분식집은 왠지 모르게 좀 특별하게 다가온다. 배고픔도 채우고 마음도 채우는, 친구들과 사이를 돈독하게 나누는 그런 곳인 셈이다.


  소설에서도 분식집이 등장한다. 번듯하고 큰 건물 사이에서 용케 버티고 있는 이 분식집은 소년들 사이에서 ‘틈새’로 통한다. 저마다 상처를 가지고 방황을 하는 네 명의 소년들은 사실 그렇게 썩 친밀한 사이는 아니다. 공통점이라고는 6시에서 7시 사이에 틈새에 모여 김밥이나 라면, 떡볶이를 먹는다는 정도. 그 중 한명이자 화자이기도 한 ‘무’는 자신들을 친구라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원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일회용 관계라고 여길 따름이다.
  ‘무’는 어렸을 적 친구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것도 무를 힘들게 한다. 아버지는 그를 부정했고, 어머니는 미혼모로 그를 키워왔다. 지금은 다시 어머니와 살고 있지만 어렸을 적 두 번 정도 버려졌던 기억은 그렇게 쉽게 사라진다거나 괜찮아지는 게 아니었다.


  ‘윤’은 형편도 넉넉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틱장애가 있어 입만 열면 욕이 나오는 상황이고, ‘도진’은 유학을 다녀온 후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무는 그의 밋밋함과 힘없는 말투를 마뜩잖게 생각한다. ‘기하’는 본인 말로는 전교1퍼센트 성적에다 아르바이트로 주가 조작한다고 하는데 실제 뭘 하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다.


  처음에 그들은 적당한 거리를 둔 사이였다. 대화다운 대화 없이 그저 일정한 시간대에 틈새에 들러 저녁을 먹는 사이. 관심도 없었고 서로를 잘 알려는 노력조차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어느 사이엔가 조금씩 서로 관여하게 되고, 신경을 쓰게 된다. 귀찮거나 그냥 못 본 척 내버려 두면 되는데 그게 되지 않는 것이다. 어색하고 서툴고 낯간지럽지만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친구가 되어 간다. 그리고 자신들 안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상처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그 순간만큼은 자신에게도 진짜임을 바라보는 ‘무’의 시선에, 그리고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소년들의 모습에 한없이 마음이 뭉클해짐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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