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이 예쁜 코리안 - 독일인 한국학자의 50년 한국 문화 탐색
베르너 사세 지음, 김현경 옮김 / 학고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한류란 말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는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다.
좋아하면 그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법.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어떤 것들이 있나 궁금해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새삼 나 자신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선 떠오른 것은 김치.
발효식품인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하며 국이나 찌개, 전, 반찬 등 다른 재료와도 잘 어울려 다양한 요리로도 변신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한식, 한복, 한글, 색감이 아름다운 한지와 전통 공예품 등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여기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다.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그는 1966년부터 1970년까지 전라도 나주와 서울에서 지낸 적이 있고, 한국에 있을 때 한글과 한자를 배웠다고 한다.
또한, 여러 대학과 공공 도서관에서 한국 문화 관련 자료들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으며,
독일로 돌아가서는 한국학 공부를 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은퇴 후에는 한국으로 왔다고 한다.
그가 책에 담아낸 내용은 실로 놀라웠다. 이런 문화도 있었구나. 라며 오히려 배우게 된 것이 더 많았다.
그는 그 누구보다 한국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한국 청년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한국 문화를 공부한 학자가 아니던가.

 


사람들이 쉬기 좋은 장소, 특히 무더위를 피하기 좋았던 <정자>.
전통적인 농가에서의 마당은 무슨 일들을 했는지 글이 잘 묘사되었던 <마당>.
주식 그 이상의 의미로 쓰이고 오곡밥, 잡곡밥에 대해서도 다뤘던 <밥>
국가의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와 <불교> 등등.
책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유래를 잘 알 수 있게 소개되어 있어 제법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한국인들은 전통문화를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말과 실제 일상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맞는 말이기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무조건 좋게만 보려고 하고 그걸로 끝인 경우도 다반사였던 것 같다.
어떤 점이 왜 자랑스러운지 잘 모르거니와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도 했다.
말로는 전통문화니까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정작 서구화에 익숙한 의식주를 추구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괴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 중 <한옥>, <한복>, <한식>에 관한 부분은 특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하는 부분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한옥은 흙, 나무, 돌 등의 자연재료로 지어져 마치 집이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렇게 자연 재료들로 만들어졌기에 공기의 습도 조절이 가능하고 공기의 흐름도 자유롭게 순환한다는 것.
그리고 툇마루, 집의 중앙 대청마루, 온돌, 기둥과 대들보도 한옥이 가진 특징이라 하겠다.
그러나 요즘 한국을 둘러보면 주변은 온통 아파트나 빌라, 양옥으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집뿐이다.
한옥을 보려면 문화재로 지정된 마을이나 관광지로 가야 할 정도.
그래서 베르너 사세는 강조한다.
한옥의 원리를 알고, 한옥이 가진 장점을 현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이제는 정신을 새롭게 바꿀 때다. 한옥의 기본 원리를 기억할 때다.
내가 원하는 건축은 향수에 젖어 19세기 건축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한옥에 대한 역사적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건축이다.
우리는 방의 크기를 토대로 공기의 흐름을 연구하고, 햇볕과 그늘과
바람의 방향을 안내하는 주변의 산을 고려해야 한다. (p.33)


 

이런 시점은 한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로 그는 편하기 때문에 개량 한복을 입고는 하는데,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통한복은 불편하고 가격 면에서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개량 한복도 좋지만 어쨌든 착용감이나 디자인적인 면에서 좀 더 격식 있게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이 공적인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입을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입지 않은 옷을 입어야 할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낯설게 생각할 아이디어가 있다. 즉 대통령이 국제회의
기간 동안 일상적으로 한복을 공식 의상으로 입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아니면 기자회견 할 때? 팝스타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행동처럼 외국 대사 부인들이 패션쇼에서 재미로 입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가를 대변하면서 한복을 입는 것.
이것이 진정 국가적 상징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아랍인들은 전통 의상을
공식적으로 입으며, 이를 아무도 우습게 보지 않는다. (p.55)


한복을 전파하는 일 역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한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입을 만큼 좋은 품질의 현대화된 한복을 내놓아야만 성공할 것이다. (p.241)

 


반면 한식만큼은 위의 의견과 반대라 할 수 있겠다.
그는 한국 음식을 다른 나라 사람의 취향에만 맞추려고 하는 것에 쓴소리를 내며 전통을 고집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 한식당 중에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식당을 경영하는데 값싼 재료와 빨리빨리 조리하는 방식 때문에 형편없는 음식을 내놓는다고 지적한다.
결국, 그것이 한식에 대한 평판을 나쁘게 한다는 것이다.  
돈벌이도 좋지만, 한식이 패스트푸드 같다고 느끼지 않도록 부디 음식의 질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한식에 대해 아끼는 마음도 함께 챙기기를!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일 것이다.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요리사들은 항상 자기네 음식을 아끼며 요리를 예술로
생각해 자부심을 갖고 음식의 질에 신경을 썼다.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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