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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도 인생이니까 - 주말만 기다리지 않는 삶을 위해
김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가족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이른 주말아침 향이 진한 라떼한잔과 고소한 빵을 옆에 두고 읽었다. 누구나그러듯 치열한 이십대를 지나 서른중반에 도달하고 마흔이 넘으면 부자가 되어있을거라는 비슷한 큰 기대를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보다 어린 누군가의 나이를 보며 좋을때라고 하는건 그 사람의 지금에서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기 때문이라는 것.
누구나 나이를 먹고 누구나 먼훗날 대단한 뭔가를 이룰거라는 꿈을 가지고 불안하고 두려운 이십대를 보내고 관계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시절을 보낸다. 243- 남들하고 비슷한 나이에 최대한 비슷한 성취를 이루면서 살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같은 트랙을 달려 결승점 리본을 누가 먼저 끊고 들어가느냐의 문제가 아닌데.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 길에서 무얼 겪고 보았으냐가 자기만의 인생을 만드는 건데. 우리는 결국 모두, 다 다른곳에 도착하게 될것이다.
가장 대표적인게 대학입학때이다. 수능을 통해 누군 좋은대학에 들어가고 누군 대학떨어지고, 그보다 낮은 대학에 들어가고 그것부터 인생의 출발선에서 희비가 갈린다. 그때의 실패는 인생의 패배로 연결된다고 다들 생각한다. 하지만 한고비 넘기면 또 취업이라는 게 있고 취업하면 또 직장에서 결혼이라는게 있고, 결혼하면 또 자녀를 낳고 자녀가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 계속 비교하고 그 세속적인 고민들이 연결된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고 희비가 엇갈리고 세상을 다 얻은것처럼 세상이 끝난것처럼 , 진짜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정답은 그게 아닌데말이다.
어떤 하루를 살지에 대한 선택권도 자신에게 있다는것도 잊고 산다. 장마비가 연일 내리자 갑자기 하늘이 싫어지는 이상한 주술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저자도 첫 제주도 가족여행을 갔지만 내리는 비로 이 여행은 망쳤다고 혼자 우울하니 옆에서 아빠가 한마디 한다.
200- 사실 비는 아무런 죄가 없었다. 비구름이 작정하고 ˝어 저 시골 쥐 가족들이 여행을 왔구나, 그럼 여기에다 비를 뿌려야겠다!˝하고 심술을 부릴 리랴 없지 않은가. 발씨는 그냥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구름은 흘러 다니다가 먹구름이 되어 무거워지면 비를 뿌리고, 빗방울은 대지를 적시고 그런 뒤엔....
저자는 30중반을 넘긴듯한데 이미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끝마친듯하다. 그 나이때 내가 결코 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과 말을 하고 있다. 51-나는 이제 다가올 나이를, 아직 가 보지 않은 여행지에 대해 말하듯 얘기하고 싶다. 그곳은 분명 근사한 곳일 거라고, 거기 도착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하지 못했던 얘기를 나눌 수도 있을거라고. 그리하여 그곳에서라면, 내가 마음에 들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그런 인생을 살아 볼수 있을 거라고
261-이 모든건 우리 눈에 언제부턴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도 조금만 지나 돌아보면 ˝좋은 때˝가 되겠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순간들은 그렇게 된다. 우리는 모든 나이를 한 번씩밖에 살 수 없으므로, 스무 살이 한 번 뿐이고, 서른 살이 한 번 뿐이고, 마흔 살이 한 번뿐인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