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다. 음악을 배우기 위해 건너간 프랑스에서 자유로움을 발견하고 그동안 일본에서 타인본위의 삶을 살았던것과 대다수 일본인들이 귀중한 자질인 뿔이 잘린채 답답하게 살아가는것에 대해 심각한 분노를 느낀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남들이 다 가는 넓은 길을 가야 안전하다고 하고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미명아래 소수의 의견이 무시당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192페이지 : ˝내 앞에 길은 없다. 내 뒤로 길이 만들어진다˝ 조각가이지 사인인 다카무라 고타로의 말이다.
194페이지 : 넓은 길에 있는 `안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일종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결코 무리를 지어 죽을수 없고, 동반자살을 한다고 해도 죽음은 역시 개인적인 것이다.

8페이지 : 뿔이 잘린 사람들은 처음에 느꼈을 거북함도 잊고 어느새 자신이 보통이기를 바라고 주위 사람이나 아이들에게도 똑같은 가치관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신의 뿔을 잘라내고 보통이 되는것이 곧 어른이 되는것이라는 세뇌가 점차 확대되어 간다.
---> 이렇게 개개인의 성질을 억누르고 뭔가 특이하다 싶음 무조건 배척하고 따돌리는게 인간의 심리다.
만약 자신에게 `신경질`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면 이것은 `감수성이 풍부하다`, `감정이 발달했다`라는 식으로 뒤집어 보기도 해야한다. 하지만 이것은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다는 뜻은 아니고 오히려 긍정,부정등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을 경계하라고 한다.

`갈등`자체도 병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만 오히려 갈등이 있는것이 건강한 상태이고, 갈등이 해결될떄까지 견디거나 기다리는 힘을 키우도록 이끄는것도 중요하다. 치유(힐링)라는 것은 어떤 피로감을 해소한 뒤에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기에 좋은것이 아니다.
30페이지 : 고민이나 고통에는 반드시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 병이나 괴로움 안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남겨있다.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한 소중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어 마음에 활기가 없으면 몸도 활기를 잃는다.

59페이지 : 희로애락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반면, 기대했지만 끝내 이뤄내지 못했을때 생기는 감정은 머리에서 만들어진다
-----> 머리는 이성이 만들어 지는 장소, 마음은 감정이 만들어 지는 장소다. 머리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 얕은 감정, 마음은 깊은 감정의 장소라고 한다.

65페이지 : 인간은 이성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것을 사용하며, 그것은 단지 어떤 짐승보다도 더 짐승답기 위해서라고-----> 짐승같은 사악함은 이렇게 이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의 머리가 마음,몸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어쩌면 나의 무수한 잡념의 근원이 머리였다는 걸 알았다. 마음과 몸은 집에서 쉬고 싶지만 머리는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좋은 차원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머리의 역활, 욕망이 좋지 않은 부분에 많이 사용했다는것을 인정해야한다.

72페이지 ; 인간의 마음=몸은 대 우주의 작은 파편, 또는 출장소 같은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머리로 자신의 몸이나 생명을 생각하고 집착하는 상태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수 있지 않을까?

* 신은 왜 인간의 이원론의 획득을 엄하게 금했을까?
62페이지 : 선과 악을 구별하는 선악과라는 이원론을 획득한 아담과 하와는 서둘러 책임전가라는 나쁜 지혜를 사용해 도망치려고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신의 노여움을 샀다. 이처럼 이원론적 사고라는 것은 인간의 교활함이나 사악함을 만들어내는 작용을 한다. 신은 이원론이 양날의 칼임을 알았다.

131페이지 : 인간이 `금단의 열매`를 먹었다는 것은 인간이 `욕망`을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44페이지 ; 자신의 모든것을 나눠주고 자신의 모든것을 받아주는 인간관계라는 것은 엄밀히 말해 존재하지 않는다.

121페이지 : 우리가 우리와 닮은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안식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우리처럼 비참하고 우리처럼 무력한 그들은 우리를 돕지 않을것이다. 사람은 죽을때까지 혼자일것이다. 그러므로 혼자인 것처럼 행동해야한다(파스칼의 팡세)
----> 우리는 고독을 회피하지만 인간이라면 피해할수 없고 이 세상에 고독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고 한다. 인간은 자기 한사람 겨우 지탱할만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타인의 것까지 짊어질수 없다.
결국 안주할수 있는 고정적인 인간관계는 존재하지 않으니 인간관계에 너무 목메달지 말자.

51페이지 : 세익스피어는 `인간은 꿈이나 환상, 실체가 없는 환영같은것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푸로스퍼로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 우리가 매일같이 쫒기며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정말로 변함없을까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가 말하는 `현실`도 언어의 놀이에 지나지 않고 , 사람들이 지어낸 상상이 `현실`로 특별취급을 받는다.

˝심적현실˝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부모가 충분한 애정을 주고 키웠다고 해도 아이가 어떻게 느꼈는지는 전혀 다른것이다. 부모와 자식 모두 각자 별개의 `심적현실`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 우리는서로 다른 심적현실속에서 살아가기에 이 현실이라는 것도 다 어쩌면 상상에 불과하다. 시간이라는 감각도 물리적인 시간으로 나이듦을 느끼는가 하면 정신적 성숙에 따라 젊어지는 사람이 있다.

133페이지 : 흔히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하는데 그 질문 자체가 부모의 욕망을 전제로 한다.
-----> 아이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부모가 충동적인 자기 기분에 의해 화를 냈을경우 아이는 자기 부정이라는 감정이 생긴다고 한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수 없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아이도 나도 우리 속에는 사랑이 있고 그것이 나오게 깍아내기만 하면 된다.

138페이지 : 의료관계자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상대로 하지만 거기서 결코 보람같은것을 찾아서는 안된다. 자신이 생동감을 느끼며 살고자 하거나 타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다는 동기로 의료행위를 한다면 환자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것이다. ---> 어쩌면 복지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볼수 있다. 타자에게 욕망을 향하지 않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157페이지 :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은 후천적으로 획득하는것이 아니다. 루소가 말했듯이 태어났을때부터 이미 잘 만들어져 내 안에 있다. ----> 인간은 자기속에 사랑을 갖추고 있다. 자기 발전기를 돌리자.

159페이지 : 진짜로 절망했을때 사람은 집착을 떠나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173페이지 ; 사람들은 보통 둔감하고 굵거나 민감하고 가늘다고들하지만 그는 민감하고 굵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실로 놀라운 말이다. ---> 순수하고 강인하면 된다. 인간을 낙타-사자-아이로 구분했듯, 아이는 사자의 강인함과 낙타의 인내심을 나타낸다.

94페이지 : `진정한 자신`이라는 것은 이미 자기 안에 내재해 있다.
----> 우리 마음에 덕지덕지 뭔가를 붙이는게 아니라 진정한 자아의 형태가 있으니 그것이 나올때까지 깍아 나가면 된다고 한다. 이것이 자기형성의 작업이라고 한다.

109페이지 : 자주 감정적이라는 말을 듣는 감정은 바로 얕은 감정이다. 이 감정은 머리에서 생긴다. 마음에서 온 깊은 감정이 지금이곳에 반응하는데 반해 얕은 감정은 머리에서 온다.

책 전부가 하나도 버릴것없는 소중한 구절구절이다. 다 적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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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6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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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행
저자 카잔차키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8.03.30.
저자 니코스카잔차키스는 1883년 크레타섬 이라클리온에서 태어났다.

* 크레타섬은 그리스 밑에 있는 섬으로 미노아문명이 그리스보다 먼저 발달했다. 크레타섬을 거쳐야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그리스로 들어갈수 있어서 문명의 중심지였다.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와 아틀란티스 신화도 이곳에서 유래되었다. (아틀란티스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책에 나오는 전설의 섬), 오늘날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테라섬에서 기원전
1500년경 화산폭발이 있어서 대규모 ㅗ하산재가 크레타섬을 덮어서 미노아 문명은 몰락하였다. 20세기초에 크레타섬에서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미노스왕의 궁전인 '크로노스'궁전이 발견되었다. 미노스왕의 부안 파시파에 왕비가 숫소와 사이에서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낳았고 미노스왕은 괴물을 가두기 위해 미로를 만들었다......

1939년 영국문화원의 초청으로 7월에서 11월동안 영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세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렛피드어폰에서 생활하면서 세익스피어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읽었다. 그래서 "영국기행"의 마지막 부분에선 세익스피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카잔차키스를 그리스인조르바 작가로만 알고있었는데 "다시,책은 도끼다"에서 영국기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쉽게 술술 익혀지는 책이 아니라 책에 몰입해야 겨우 감을 잡을수 있다(나의 지력의 문제)
카잔차키스의 눈으로 본 1930년대 영국의 생활상, 영국인들의 성품과, 대영제국과 신사의 탄생등을 읽고 있으면 현재 영국인들의 뿌리 그들의 영혼을 보는거같다.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영국인들을 제국주의자들이라고 했다.
제국주의자로만 알고있던 영국인들에 대해 다른면이 있다는 것 외에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카잔차키스의 문장력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영국인들의 성향은 토끼라기보다는 거북이처럼 묵묵히 청교도적인 생활을 해왔으며 이런 모든것들이 모여 현재의 대영제국을 만들었고 귀족계급이 대접받는 사회지만 누구나 노력에 의해 귀족이 될수 있다는 점이 다른 귀족사회와 다른점이다. 그들은 그가 어디에서 왔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어떤 능력을 가졌는가에 관심이 있다. 한마디로 문호가 개방되어 있는 귀족제의 나라이지만, 자기보다 우월한 사람들을 우습게 보면서 그런 지위의 부당함에 격렬하게 반항하는 성향도 있다.

영국은 영국의 힘을 키울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환영받는다.

18페이지 : 이곳의 정적인 정직하고 기교없고, 메아리가 없고 불편함이 없다. 그 정적은 마치 진한 꿀처럼 사람의 이맛살을 부드럽게 펴준다. 이곳이 영국인가? 이곳이 영국이란 말인가? 나는 가볍게 놀라면서 중얼거렸다.

15페이지 ; 나는 영국인을 사랑했고 그들의 미덕을 존경했다. 사실 영국인들의 당당함, 품위,단호함,저항능력,자제력,말없음,많은행동,위대한 인간애등은 인간의 기본적 미덕이 아닌가?

27페이지 ; 이땅에서는 신중함이 하나의 덕목으로 꼽힌다. 침묵은 거대한 아우성을 누르는 뚜껑이 되고 느린 걸음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 이나라의 토템이 토끼아 아니라 거북이란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28페이지 : 영국에 오면 누구나 일상이-작은 사건들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신뢰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그런것들에 복종하고 꼼꼼하게 따라야만 비로소 그런것들을 초월할수 있다.

29페이지 : 영국은 '청렴 강직한 아르테미스'에 바쳐진 신전이다. 이 나라에서는 피가 줄줄 흐를때까지 자기 자신을 채찍질한다. 입술을 깨물고 전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55페이지 : 영국의 해안-엄청난 기쁨과 엄청난 고뇌, 그리하여 맨 처음 영국을 접한 내 영혼은 마치 창에 꼿힌듯 그 땅에 꼿혔다.



78페이지 : 만약"시간"이 투숙하는 집 같은 것이 있다면 시간이 지난날 자신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소중히 기억하는 우아한 귀족이라면 그 집은 분명 영국박물관이었을것이다.


79페이지 : 나는 영국박물관에서 지속적으로 사랑해온 세가지것을 찾아냈다, 아시리아의 부조물, 동방의 세밀화, 그리스의 대리석들 사이에서 황홀경에 빠진채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방황했다.

내 마음은 대영박물관으로 달려가고 있다. 카잔차키스가 아끼는 아시리아 부조물 꼭 봐야겠다.

92페이지 : 외양은 오스ㅡ레일리아인으로 로디지아인으로 북미인으로 변해갔지만 속살은 여전히 영국인이었다. 무역,정복,고상한 매너를 바탕으로 대영제국은 시작되었다.

95페이지 : 영국의 귀족계급은 폐쇄적 사회가 아니다. 해적질이나 상업으로 큰 재산을 모은 부르주아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따라서 출신에 관계없이 자격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귀족이 될수 있다. 이 나라에서는 사람의 출신성분을 묻지않고 그 사람의 능력(기술)을 먼저 묻는다.

101페이지 : 14세기에 끔찍하기 짝이 없는 '흑사병'이 돌았다. 때로'운명'의 작용이 아주 미묘하듯이 이 끔찍한 참사가 대영제국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흑사병에서 목양의 필요가 생겨나고 목양이 풍부한 양모를 낳고 , 이 풍부한 재화가 상선과 군함들이 탄생하게 된 내력이다. 그리고 이 함대들이 대영제국을 낳은것이다.

운명은 단시간 내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1시간 단위가 아니라 백년단위로 움직인다. 바로 이것이 '운명'이 작용하는 미묘한 방식이다.
영국은 이같은 재해속에서도 또다른 운명을 맞이하여 인생이 더 역전되는 좋은 운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인들이 수백년에 걸쳐 최고의 의무로 생각해온 것은 단하나, 오직 자기자신의 양심에만 복종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양심이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내적 압박을 말한다. 개인과 국가의 오랜 싸움에서 유일한 목표는 개인의 자유였다.

113페이지 : 영국인들은 여전히 강하다. 그래서 몇가지 야만적인 결점을 고수하는 사치를 즐긴다.
120페이지 : 그러나 시간은 아름다운 것을 숭배할줄 모른다. 시간이 역사의 어느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법은 없다. "멈춰라, 너는 너무나 아릅답구나" 시간은 서둘러 이순간에서 다음순간으로 흘러간다.
----> 아,,카잔차키스의 이 글 , 너무 맘에 든다.

161페이지 : 인간영혼의 어디에선가 불이 밝혀지면 그 빛은 사방으로 걷잡을수없이 퍼져나가게 된다. 교황에게서 해방된 영국인들은 곧바로 또 다른 멍에로부터 해방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 의회파와 왕당파의 싸움으로 의회파의 승리 암시

유명한 명문학교 이튼스쿨에 대한 부분이다.

176페이지 : 이튼의 공기에는 영혼들이 꽉차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을만큼 숭배하는 명승지나 건물 혹은 물건을 마주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사람의 기운같은게 신비롭게 응축되어 있음을 느끼는데, 이튼에는 그 기운이 뚜렸하다. 이튼의 공기를 들이마실때 받는 느낌이 바로 이 증류된 갈망과 향수이다. 지난 수세기, 영국 민족의 지도자였던 사람들 거의 전부가 여기에서 이 담장안, 이 운동장과 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187페이지 : 그들은 느리고 과묵한 영국적 움직임을 면밀히 연구했다. 여기에 말과 행동을 통합하여 하나의 전통을 창조함으로써 그 움직임이 분산되는것을 막았다. 생의 리듬은 아주 미료하고 아주 신비로은 균형이다.
----> 앵글로색슨, 켈트,바이킹,노르만족등 다양한 피가 섞여 현재의 영국을 만들었다.

200페이지 : 진정한 영국인이라면 결코 상대방에게 무엇을 아느냐고 묻지 않는다. 다만,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을 뿐이다.
----> 학벌,지위,출신고향을 따지는 우리나라와 비교할수 없는 이런 의식이 언제부터 있었을까? 이것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민증계급의 청년들을 선발하여 옥스포드,캠브리지에서 전액 무료로 공부할수 있게 해주는 법률을 통과시킨바 있는 교육학자 피셔와 대화내용이다.
201페이지 : 그가 하루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식으로 영국 최고의 교육을 받은 빈곤계층 청년들은 결국 귀족 및 중산층과 더불어 대영제국을 통치하게 됩니다. 우리는 노동자 계급의 유력한 구성원들에게 국가적 의무를 지고 국가통치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요.놀라지마세요. 우리나라 최고의 두학교는 앞으로도 항상 귀족적인 본질을 지켜 나갈겁니다."
----> 귀족이 되고 싶어하는 능력있는 노동계급 청년들도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귀족이 될수 있다.

영국 "신사"가 만들어진 이야기다. 젠틀멘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설레인다.^^
우리 주위에는 신사가 없다ㅠㅠ.

206페이지 : 영국은 여기, 케임브리지와 옥스포드에서 신사라는 놀라운 인간형을 창조해냈다. 귀족의 고귀함, 군주의 당당함, 인간의 존엄성 아주 오래된 뿌리를 가진 이런 미덕들이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꽃을 피웠다.
신사는 아주 오래된 양육법의 뛰어난 결과물이다.
209페이지 : 영국신사는 위대한 상상력을 배제시킨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거동은 꾸밈이 없었고 복장도 수수했다.
210페이지 : 신사는 개인의 업적, 다시말해 자수성가의 승리였다. 이제는 고지식한 정직,금용적인 도덕, 뭐든 못마땅하게 여기는 매너, 배코친 머리카락, 거무칙칙한 차림새,호주머니에 꼿힌 성서등이 신사의 필수요건이 되었다.
211페이지 : 이제는 자기 나름의 개인적,사회적 개성을 조화롭게 계발한 사람, 열정을 자제할줄 아는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고 남을 헐뜯지 않는 사람, 다시 말해 자기감정의 주인 "자기 영혼이 선장"이 신사로 받아들여졌다.
212페이지 : 신사란 누구 앞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그런 편안함을 함께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나눠주는 사람입니다. 자아숭배와 숭고함, 감수성과 심리적 통제, 열정과 자제 사이에서 저울을 살며시 기울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우리는 계산되지 않는 언뜻보면 사소한 것들에서 한가닥 암시를 받는다. 목소리의 어조, 걸음걸이, 옷입는 스타일, 식사, 즐겨하는 오락등에서도 신사를 알아볼수 있고, 전원, 스포츠, 여자, 말, 타임즈신문등에 대한 차가우면서도 단호한 애정에서도 신사의 한자락을 읽어볼수 있다.

250페이지 : 영국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허영심이 적으면서도 가장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위엄,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 적은 말수, 현란하지 않는 제스처, 자신이 직접 뽑은 지도자들을 신괴하기 때문에 아무리 무거운 의무도 묵묵히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나는 이런 인간적 미덕이 부러운 반면 우리 민족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기율이 잡혀있고 영국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 폭풍우의 와중에서도 조금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들, 승리는 투쟁과 끈기의 결과라는 것을 학신하는 영국사람들..

하지만 의외스런 부분에 대한 묘사가 있다.
252페이지 : 내가 영국에서 체류하던 초창기에 알게된 아주 특이한 영국속담이 하나있다.
"다리에 도달하기 전에는 다리 건너는 생각을 하지마라"
---> 이것은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혔을때만 해결을 시도하라는 말로, 한마디로 어떤 계획성 없이 무모하게 문제를 직면한다는것처럼 들리고 다른한편으로는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는 말로도 들린다.

영국인들은 현실을 클로즈업해서 보는것을 좋아한다. 현실을 만져보고 또 현실이 자신을 만져보도록 내버려두면서 마치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듯이 전체적 윤곽을 모색하다보면 어디로 나아가야 이익을 얻을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다음 전진한다.
----> 때론 결과에 따라 운에 맡기며 나가도 언제도 좋은 결과만 내는 영국이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262페이지 : 영국은 폭넓고 튼튼한 기초들위에 서 있다. 영국의 사회 정체 체제 전체는 시간의 퇴적층과도 같아서 해가 가고 세기가 바뀌는 가운데 반항과 불확실성과 혼란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영국이라는 나라가 탄생한 것이다.
264페이지 ;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옥의 망령에 의해 끊임없이 고초를 겪는 청교도인들이다.
----> 그들의 조상들의 청교도적 영혼이 그들을 흔들고 있다. 내가 곧 방문하게 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카잔차키스의 놀라운 묘사력..

페이지 ; 친구가 얘기하는 동안 나는 길 건너편 마지막 일광속에 분홍빛으로 변한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바라보고 있었다.성당은 무수한 꽃잎을 가진 한송이 거대한 장미가 진흙탕에서 솟아오른듯 더 한층 영묘하게 반짝거렸다.

275페이지 : 우리는 인간이란 이름의 흙덩이, 그러나 결코 쉽게 먼지로 해체되지 않는 흙덩이임을 믿어야 한다.

다음은 그가 그렇게도 찬사한 '에이리번의 백조라고 부르던 -세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다.

294페이지 : 만약 신이 창조한 인간들이 사라지고 세익스피어가 창조한 인간들이 그 빽빽한 지면에서 튀어 나온다면 세상은 한결 더 좋아졌을것이라고 생각한다.

336페이지 : 세익스피어가 창조작업에 임하면서 유념했던 오직 한가지 목표는 바로 자기의 영혼을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 세익스피어 역시 불행하게 살다갔다.

343페이지 : 한 민족의 본질적인 성격은 그 민족의 가장 위대한 영혼들속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영국은 세익스피어에게서 자신의 얼굴을 본다. 앵글로 색슨의 실용주의, 켈트의 공상, 바이킹의 용맹함, 노르만의 기율 그리고 그 모든것의 중심에 자리잡은 자유를 획득한 사람,그가 세익스피어인것이다. 나는 영국의 해안을 따라 걸으며 한가지 괴로운 문제를 생각했다.
위대한 민족에게는 모두 저 나름의 파랑새가 있다.
카잔차키스는 서두에서 영국의 파랑새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책 말이에 그것은 "자유"라는 것이 나온다.

347페이지 : 세상에는 조금 신비로운 법칙이 있다.(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벌써 수천년전에 멸망했을것이다.)절대 어길수없는 엄격한 법칙인데 처음에는 항상 악이 승리하지만 끝에가면 반드시 패하게 되어 있는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 이 특권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무수한 땀과 눈물이 필수적으로 따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자유는 인간이 가장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값비싼 물건이다.

카잔차키는 영국기행에서 영국인들의성품과 그 민족이 어떻게 대영제국이 되었는지, 노동자 계급에게도 귀족이 될수 있는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은 신사의 품격을 지니고 있고, 그들이 낳은 천재 세익스피어까지 다 찬사한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영국에게 조용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영국이 독일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것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348페이지 : 언젠가는 <깨끗한 양심>이 그 전능을 향해 돌을 전질 것이고 제국의 목을 잡고 늘어져 제국을 망하게 할것이다. 거대한 제국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침몰해 왔다.
그렇다. 인간의 가슴이 항의했다. 오 위대한 제국이여,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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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원주 2016-07-2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영국기행을 깉이 읽은 느낌의 후기이네요. 얼마전 미쉘 리의 런던이야기를 읽은터라서 더 와닿네요. 리뷰 잘 보았어요.

Grace 2020-07-29 13:05   좋아요 0 | URL
네 댓글이 몇년 늦었네요.ㅋ 한때 런던매니아였는지라 런던관련 책은 모조리 구해 읽었지요. 미쉘 리의 런던이야기 저도 재밋게 읽었습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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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책 한권으로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조선왕들의 행적들이 다 정리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총 2,077책으로 이루어진 기록물로 한책의 두께가 1.7센치미터인데 이것을 차례로 쌓아 올리면 무려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양이라고 한다. 전부 다 읽으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3개월이란 긴 시간이 흐른다고 한다.
스티커 이미지
이 책은 정말 우리가 알아야할
조선건국부터 27대 마지막 순종까지의 핵심사항이 알기쉽게 정리되어 학생들 한국사 공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것이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세운 500여년간의 조선왕조는 1910.8.29 경숙국치(한일합병조약)으로
사라져버렸다.
조선왕조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22대왕 정조 승하후 23대왕 순조는 1790년 6.18일 창경궁에서 정조와 후궁 수빈박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조의 유일한 아들이던 문효세자가 요절하고 후궁의 아들 순조가 11세 어린나이에 왕이되자 증조모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했다.정순왕후는 15세대 51세인 영조의 왕비로 들어왔고 후사가 없다. 정순왕후는 24년간 정조가 이뤄놓은걸 다 부정했다. 사도세자의 신원회복도 없던일로 만들었고 1801년 신유박해로 천주교 탄압했다. 1802년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철종까지 23대 순조때부터 순조의 호적상 증조할머니였던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하면서 정조가 24년간 이뤘던걸 다 부정했다. 1801년 천주교 탄압한 신유박해가 일어났고 1802년 안동김씨의 세도정치가 철종때까지 약 60년간 이어지면서 거의 우리나라는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볼수 있다.

정조가 김조순의 딸을 며느리로 들인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김조순의 아버지 김창집은 정조의 아버지 영조가 왕이 되는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

순조의 맏아들 효명세자는 요샛말로 엄친아였는데 대리청정 3년만인 22세에 요절하여 순조의 슬픔은 이루말할수 없었고
이것이 조선의 멸망을 암시했다. 그 이후 이렇다할 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왕의 재위기간이 가장 긴왕, 왕의 아내가 가장 많은 왕, 왕비와 나이차이가 가장 많은 왕 등
왕의 재위기간중 특성을 네자로 표현해둔것도 흥미롭다.

* 조선왕중 가장 무능한 왕 : 선조, 고종
* 태조 : 조선의 디자이너 -정도전
* 세종 : 일 중독 임금의 파트너 황희 외 집현전 학자들
* 단종 : 든든한 고명대신 김종서
* 세조 : 킹메이커 한명회
* 중종 : 급진적 개혁가 조광주
* 고정 : 왕위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 조선왕들이 격하게 애정하는것 : 정종(격구),세종(고기),세조(술),연산군(춤),정조(담배),고종(커피)

그외 조선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제목이랑 방송사,관련왕까지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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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원주 2016-07-2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시백의 만화 조선왕조실록도 꼼꼼하여 학습효과가 뛰어난데, 설민석 선생도 탁월한 정리와 전달력을 갖춘 분이죠. 리뷰보니 일독하고 싶어지네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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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 온천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보였는데..한국엔 온천이 없을까 생각했다 ..대목에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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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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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라오스 여행기같지만 하루키가 지난 이십여년동안 방문한곳에 대해 잡지에 실은것을 한데 모아 펴낸책이다. 현재의 사족까지 붙어있다. 자신이 갔던 여행지에 대해 자신의 섬세한 시선으로 여행지의 풍경을 묘사했다. 이런 그의 시선은 작가이기에 가능한건지 모르지만 평범한 것은 아니다.
그는 한동안 일본경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어려운 시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을 떠나 미국 보스턴, 그리스섬,핀란드,로마등지에서 몇개월씩 생활했다. 그리스섬에 있을때 "노르웨이의 숲"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종일 글쓰기에 매진하다 해가지면 근처 레스토랑가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정말 내가 부러워하는 생활이다.(그때 집필한 책들의 인세로도 해외체류비 본전은 뽑고도 남았을것이다.^^)

199페이지 : 일본에 남겨두고 온 갖가지 일들은 망원경을 거꾸로 들여다볼 때처럼 작고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 지금 생활하고 있는 이곳의 삶이 힘들때는 잠시 이곳을 떠나 멀리 있어볼때, 어떤 문제가 생길때는 그 문제로부터 멀리 떨어져있을때, 사람때문에 힘들때는 그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때 우리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13페이지 :
찰스강변의 오솔길 - 보스턴 1
어쨋든 강에 도착해서 롱펠로 다리 언저리의 산책길을 달리기 시작하면 나는 낯익은 장소로 돌아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이 '편안한 느낌'을 좀 더 긴 문장으로 한자를 곁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 아, 여기 나라는 인간은 이렇게 근본적으로 별 의미도 없이-그러나 시실은 좋든 싫든 단편적인 에고를 지니고 -살아가려하고 또한 살아가는 비 합리적이고 미소하며 잡다한 수많은 존재중 하나구나"라는 실감이 불현듯 다가오는 것이다.

52페이지 :
푸른 이끼와 온천이 있는곳- 아이슬란드
스나이펠스네스 반도의 날씨는 정말이지 너무하지만, 그 풍경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
남쪽에는 비교적 평찬한 해안선이 펼쳐지고 바닷새가 많아서 조류관찰에 적합하다. 북부 연안에는 숨이 멎을만큼 아름다운 피오르가 몇군데 있다. 아주 먼 옛날 빙하에 깍여나간 낭떠러지, 고즈넉하고 조용한 후미, 빨간지붕의 작은 교회,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이끼, 낮고 빠르게 흘러가는 선명한 구름 불가사의한 모양의 과묵한 산들, 바람결에 나긋나긋 흔들리는 풀잎, 구두점을 찍듯이 제각기 흩어져 있는 양들, 불에 탄 폐허, 겨울을 대비해 단단히 묶어둔 건초다발. 그런 풍경들은 사진에 담기조차 꺼려진다.
......우리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너른 대지와 거의 영원에 가닿을 듯한 정적과 깊은 바다 내음과 거칠것없는 지표면을 휩쓰는 바람과 그곳에 흐르는 독특한 시간성이 한데 어우러져 이루어진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최대한 오래 제눈으로 바라보고 뇌리 깊숙히 새기는 수밖에 없다.
-
우리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정적과 냄세,바람,독특한 시간성으로 이루어진 그 무엇으로 카메라에 담을수 없는 어떤 종류의 것이라고 한다.

60페이지 : 밤 열시경 레이카비크 거리를 걷다가 선명한 초록빛 오로라를 보았다. 설마하니 도시 한복판에서 오로라를 볼일은 없을거라 여겼기에 그때는 매우 놀랐다. 카메라가 없어서 오랫동안 그저 망연히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초록빛 리본을 올려다보았다. 오로라는 또렷했고 시시각각 형태를 바꾸었다. 아름다웠지만 단순히 아름답다기보다 어쩐지 무언가 영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듯 보였다. 이끼와 침묵과 정령으로 가득찬 이 신비로운 북쪽섬의 영혼을 눈으로 보는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오로라는 이윽고 말이 꼬여서 의미를 잃어가듯이 서서히 옅어지더니 이내 어둠속으로 빨려들듯 사라졌다.
-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볼수 있는 시간이 언제나 올까? 내년 상상속에서 북유럽 여행을 꿈꾸지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한번은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봐야겠다.

168페이지 :
거대한 메콩강가에서 -루앙프라방(라오스)
농부로 보이는 몸집작은 노부부가 탄 아주 작은 보트가 우리와 엇갈려 지나간다. 사람들은 말 그대로 메콩강을 따라 생활을 꾸려가고 그 의식과 마음은 끊임없는 강의 흐름과 공생하는듯하다. 거의 체념한듯 그러나 떄로는 터프하게 강앞에서 ,
특히 강 위에서 우리 여행자는 그저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환영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구경만 하고 다시 떠나간다. 단지 그 뿐이다. 미세하게 긁힌 자국하나 이곳에 남기지 못한다.

174페이지 : 우리는 물론 매일 같이 여러가지를 보지만 그것은 볼 필요가 있기때문에 보는 것이지 정말로 보고 싶어서는 아닐때가 많다.........진정한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본다(관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조차 차츰 잊어가고 있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에서는 보고 싶은것을 스스로 찾아내고 자신의 눈으로 진득하게 시간을 들여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갖고 있는 상상력을 부지런히 발동해야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181페이지 : 라오스(같은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
그렇다 .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후 우리에게 남은건 여행지에서 기념품과 소소한 기억뿐일수 있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흥과 목소리, 감동,떨림을 꺼내 보여줄수 없다.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뿐..
그 감흥을 잊지않기 위해 수첩에 열심히 메모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둥 소중한 것을 기록에 남기는일은 유익한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세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이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안에 입체적으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수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활을 하지 못한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것이 아닐까.
200페이지 : 하얀길과 붉은 와인 -토스카나 (이탈리아)
왜 토스카나인가 우리(나와 아내)가 토스카나를 자주 찾았던 이유는 두말할것도 없이 맛있는 와인을 사기 위해서였다.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을 돌아보고 양조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와인을 잔뜩 사들인다.
그리고 작은 여관에 묵는다. 그렇게 일주일쯤 정처없이 여행하면서 차 트렁크를 와인으로 가득채워 로마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책상앞에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며 꼼지락 꼼지락 소설을 써나간다.그렇게 몇년을 보냈다. 멋진 삶이다 싶죠???
정말 여기까지 읽는동안 숨이 멎을듯한 부러움이..밀려옴.

음 , 확실히 멋진 삶이었다. 막상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려니 온갖 현실적인 문제들이 말 그데로 꼬리를 물며 닥쳐왔지만 그것을 메우고도 남을만큼 아름다운 시간 역시 당시의 나날에 포함되어 있었던거 같다. 인생 본연의 자유로움,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 정도일까. 그것은 일본에서는 좀처럼 맛볼수 없는 종류의 자유로움 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인생 본연의 자유로움이 바로 하루키가 경험했던 시간속에 있었다. 그러고보면 참 하루키씨는 행복한 사람같다. 재즈카페하다가 어느날 야구장에서 작가가 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수많은 책을 집필하는 작가가 되어 세계각국에서 몇달씩 체류하며 작품도 쓰고 이국적 정취를 맛보고 맛있는 와인도 실컷먹으면서 , 게다가 그의 인생은 그리 힘들어보이지도 않는다. 교사인 부모님을 두고
인생도 그만하면 술술 풀린거 같고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자신이 하고싶어하는 일 하면서 자유롭게 살고있다. 살아갈려고 악착같이 발버둥치는 모습도 없이 쿨하게 노련미 있는 인생을 사는거 같다.

이 부분을 읽고 당장 맛있는 와인을 사러갈까싶다. 프랑스 와인 샤또가 입맛에 맛던데 이번엔 이탈리아 와인으로 골라볼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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