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개의 그림 1000개의 공감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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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아의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아이템하우스)』 머리말 첫문장은 “미술은 아름다움을 보는 기술이다. 그래서 1000개의 미술엔 1000가지 아름다움을 보는 다채로운 우주가 있다.”(p.6)는 설렘 가득한 초대로 시작한다. 도감도 아닌데 1000개의 그림이 가능할까 싶은 호기심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끄는 그림의 향연으로 과장이 아니라는 확인과 동시에 우연히 펼친 장면은 한없이 머무르다 서둘러 넘기는 과정을 반복케 한다. 책은 176명의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1000편의 그림을 각 사조별로 담고 있는데, 저자는 다섯가지 미술 감상독법을 먼저 소개한다. 서양 미술사의 사조 순으로 명화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며, 두 번째는 ‘화가의 사상적 변천의 흐름을 짚어보는 방식의 감상법’(p.7)이고 다음은 ‘내 마음이 가닿는 미술을 위주로 일정 주제별로 묶어서 감상’(p.7)하는 법, 넷째는 ‘당대의 문제작을 중심으로 미술사의 흐름을 짚어보는 법’, 마지막으로 ‘한 주제를 놓고 각각의 사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미술품을 비교해서 감상’(p.9)하는 법을 전한다. 감상의 기본을 알았으니 이를 중심으로 나만의 목적과 스타일을 보태 책 속 미술관에 입성할 차례다.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은 사조별로 자연주의 미술에서 현대미술까지 주요 화가와 작품들을 4쪽에서 6쪽 분량으로 담고 있다. 선정된 대표작과 설명은 왼편 한 페이지를 할애하고 그 외 페이지당 1~3점씩 소개한다. 대표작 오른쪽 페이지 상단에는 축소된 증명사진처럼 작은 크기의 자화상이 있는데 눈에 띄지 않는듯한 이 구성이 의외로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조금 더 눈여겨 그의 그림을 응시하게 된다. 책 한 권에 그림 1000개는 과한 것 아닌가 의아했지만 각각의 작품은 자신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독자에게 말을 건다. 유명한 그림은 유명한대로 내게만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고, 그림과 화가에 대한 요약글이 그림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가서게 만들기도 할 것이다. 책으로 그림 감상하기는 한 순간에 여러 때, 특별한 기억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변하고, 더 알아야 할 행복한 과제로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림으로 인해 더욱 잊지 못하는 순간으로 각인되었던 장면들을 회상하고 그 그림을 찾아 화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인다. 세잔의 ‘커다란 소나무와 생 빅투아르 산’(p.93)은 세잔에게 감화되었던 페터 한트케와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을 다시 불러온다. 어렵게 찾아갔던 미술관이 휴관일이어서 애석해했던 전시, 어쩌면 그 때문에 더 의미있게 된 윌리엄 터너, 그의 아스라한 풍경화를 기쁘게 만난다. ‘전함 테메테르 호’는 ‘영국인이 꼽은 가장 위대한 그림 1위’(p.214)를 차지했다고 하니 그날의 휴관이 더 아쉽다. 페이지를 넘기며 혹시 있으려나 찾아봤던 그림은? 역시 있었다. 한스 홀바인의 ‘관속의 그리스도’인데 ‘한스 홀바인의 걸작이자 문제작’(p.547)이라고 평한다. 이 그림은 도스토옙스키의 5대 소설 중 하나인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이 로고진의 집에서 보고 한참 이야기 나눴던 그림으로, 도스토옙스키 자신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아내와 하루동안 스위스 바젤에 머물기도 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다시 한 번 중요하게 이 그림을 등장시킨 것이다. 먼저 그림의 크기를 확인하고 상상해본다. 이 그림 앞에 섰던 화가와 대문호와 작중 인물인 미쉬낀 공작과 로고진,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보고 기억하려는 독자이며 감상자인 나! 그림은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갇히고 때론 떨어질 것을 요구받는 시대에 그림 한 점은 시공을 초월하고 연결시키는 현존으로 다가와 벅찬 감동을 준다. 계속해서 다시 펼칠 책이고 그때마다 다른 것을 내보일 것이다. 신비로운 보물찾기가 될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을 기쁘게 추천한다.


(출판사 도서제공/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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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1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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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박형규 옮김/문학동네)』는 시인이자 번역가,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타크(1890~1960)의 유일한 장편 소설로 1945년 출간에 대한 기대없이 집필을 시작해서 10년 후 완성하게 되고 출간은 1957년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첫 번째 정체성은 주인공 유리 지바고에게 투영했듯이 ‘시인’으로 상징주의 시인 알렉산드르 블로크, 미래파 시인 마야콥스키의 영향이 두드러진 시집들을 출간한다. 1931년부터 약 10년간 작가동맹과 불화했던 스탈린 절대 권력시대에 셰익스피어, 괴테 등을 번역하며 작가로서는 침묵기를 거치고 이후 모스크바 근교에 은둔하며 『닥터 지바고』를 쓴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자국 내 출간불허로 이탈리아에서 처음 소개된 이듬해인 1958년 “동시대 서정시와 러시아 서사문학의 위대한 전통의 계승에 기여한” 업적으로 이반 부닌에 이어 러시아에서 두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출판사 인용)된다. 『닥터 지바고』는 1965년 데이빗 린 감독의 영화로 다시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따로따로 전부가 계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움직임들은 그것들을 한데 모으는 삶이라는 일반적 흐름에 불분명하게 뒤섞여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자기 관심사의 메커니즘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주요한 조절 장치인 근본적인 무사태평함이 없다면 그 메커니즘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p.25) 이 무사태평함은 연대감각, 연결의 확신, 차원과 역사를 아우르는 행복감을 주겠지만 이에서 불행하고도 괴로운 예외가 바로 민감한 소년 유라,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다. 긴 소설이 시작되고 몇 페이지가 지나지 않아 소년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은 채 친구들과 유년의 시기, 배움의 때를 지나고 있다.

미망인인 아말리야 카를로브나는 아들과 딸 라리사를 데리고 가난의 공포 속에서 후원자 코마롭스키에게 의지한다. 곧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생명체’(p.43)였던 라라를 그는 ‘정신적으로 계발시켜 주었’(p.79)으며 비열함이 결여된 라라는 이에 ‘궤변의 길’(p.81)로 들어선다. 소년 안티포프를 만나게 된 라라는 그의 마음을 거부하지 않는다. 유리 안드레예비치는 코마롭스키와 함께 있는 라라를 우연히 보았을 때 인형극의 괴뢰사와 꼭두각시 인형에 견주는데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유라와 토냐에게 결혼의 약속이 이루어지고 얼마 후 함께 파티를 향하던 날, 유라(지바고)와 라라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각각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지나친다. “유라는 거리를 둘러보다 조금 전 라라의 눈에 비쳤던 것과 똑같은 광경을 보았다.”(p.130) 의학을 공부하면서 시적 감동에 사로잡혔던 유라는 언제나 깨어있는 영혼이다. “유라는 불현 듯 블로크를 떠올렸다-그는 러시아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북방 도시의 일상에, 최신의 문학에, 현대적인 거리의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 금세기 객실에서 밝게 타오르는 욜카를 둘러싼 크리스마스라는 현상이었다. 유라는 블로크에 대한 글은 필요 없고, 자신이 써야 할 것은 혹한과 늑대와 어두운 전나무숲과 함께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렸던 것과 같은 동방박사 세 사람의 러시아적인 경배라고 생각했다.”(p.131)

또다시 특별한 상황에서, 총성과 함께 만나게 된 라라. 이후 그들의 재회는 계속된다. 각각 가정을 이루었지만 그 가정의 구속력은 시대적 상황 앞에서 바람 앞 촛불같다. 소설은 1903년부터 1929년 지바고의 죽음까지, 그리고 지바고 사후 약 20년을 그린다. 사후의 기간은 소설 말미 17장 ‘유리 지바고의 시’라는 유작시 수록의 에필로그 배경으로 삼는다. 1917년을 기점으로 한 혁명 전 후, 29년까지를 그리는 소설은 대격변 시기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유리 지바고의 생애를 통해 묵직한 주제를 담아낸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개인, 사랑의 추종자이자 완성에 닿기 원했던 지바고는 내적 갈구와 선택들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아침이 되자 그는 그전까지 사람들이 부르던 똑같은 이름으로 자신이 불리는 것에 거의 놀라움을 느낄 만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p.157)고 그려진 안티포프. 라라와 결혼 후 그의 돌연한 선택, 혁명으로의 도피와 투사가 그의 인생에 남긴 회복할 수 없는 상흔은 또 다른 ‘붉은 마가목 열매’로 종결을 맞는다. 순결과 세속의 정점으로 그려지는 지바고의 영원한 여인, 영혼의 단짝인 라라, 그녀는 현상을 꿰뚫어보며 단순하고 확고하게 삶의 궤적을 새기지만 비극적 한계를 넘지 못한다. 한결같이 감내했던 토냐는 또 어떤지. 그리고 역사의 급한 변화 속에서 희생당했던 민중의 초상, 죽어갔던 그들의 얼굴도 잊을 수 없다.

『닥터 지바고』는 사실적임에도 그 아름다움 때문에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풍경의 묘사가 시인의 소설이라는 것을 확인케 한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푸시킨을 비롯해 문학의 거목들을 불러내고 신화와 신앙을 재조명한다. 지바고의 눈과 입을 빌려 작가는 그의 신념은 물론 예술론을 맘껏 펼친다. 문장과 묘사 자체가 ‘시’이기도 하다. 이것이 시가 아니면 뭐람?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음보를 줄이며 압축시키는 과정을 작가는 실제로 설명한다.(2권 p.305)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지바고가 삶의 마지막 시기에 도시를, 성스러운 도시 모스크바를 노래하게 되는 점도 그의 시들과 더불어 여운을 남긴다. 세대간의 사상으로 인한 반목과 갈등, 인간성 말살과 이에 대한 고민 또한 간결한 문장으로 반복해서 전달한다.

『닥터 지바고』를 읽으며 어쩔 수 없이 내내 떠오르는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빼놓을 수 없다. 전자가 1917년부터 1921년의 혁명과 내란이 배경이고 후자는 1812년 나폴레옹 전쟁(조국전쟁)이니 약 100여년의 간격이 있다. 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개별 성장사를 파노라마처럼 점진적으로 보여주는 『전쟁과 평화』에 비해 『닥터 지바고』는 농축되고 밀도높은 일직선상의 사랑, 사랑이 도달하기 원하는 지향점을 내내 강조한다. 『전쟁과 평화』에서 느껴지는 화음, 합력한 선(善)의 온기는 『닥터 지바고』의 실랄하고 건조한 현실인식, 차가운 내던져짐과 대조적이다. 지바고는 라라를 향한 이끌림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 내리곤 한다. “영혼의 합일보다 더욱 강하게 두 사람을 하나로 묶은 것은 그들을 다른 세계로부터 떼어놓고 있는 심연이었다.”(p.232) '사랑‘ 자체를 넘어 나와 닮은 인간으로써, 영혼이 합일되는 ’나와 동일한 타자’, ‘나의 확장’으로서의 또다른 개체는 경이로움일 수 있겠다. 나아가 라라는 ‘러시아’자체로 상징성을 띈다. 적합한 문장으로 이 경지를 표현해내는 작가의 능력은 여전히 신비롭다. 작품은 물론 『닥터 지바고』에 바쳐진 헌사까지도 독자를 숙연케 한다. 100년을 채 못 사는 인간, 유한한 인간에게 삶은 무엇이어야 하나, 매 순간이 현재성을 띈 유일무이한 격동임을 부인할 수 없는 오늘의 독자들에게 『닥터 지바고』는 묻고 경청하는 고전이다. 처음인 듯 새롭게 내리는 이 겨울의 눈처럼.

인간은 누구나 파우스트로 태어나, 세상의 모든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파우스트가 과학자가 된 것은 선조들과 동시대인들이 범한 실수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과학의 진보는 반발의 법칙에 따라, 지배적인 오류와 잘못된 이론에 대한 논박에서부터 출발한다.

파우스트가 예술가가 된 것은 스승들의 영감을 주는 실례 덕분이다. 예술의 진보는 끌림의 법칙에 따르며, 좋아하는 선구자를 모방하고, 계승하고, 찬양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2권 p.59)

그리고 저멀리 펼쳐져 있는 광경이 바로 러시아다, 바다 너머까지 이름을 떨쳤던 비할 데 없이 거룩한 어머니 그의 러시아, 수난자이자 고집쟁이이자 미치광이이며 결코 예견할 수 없는 대담한 파멸의 위험이 도사린 모험에 뛰어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러면서도 장난스럽고 못견디게 사랑스러운 러시아! 오,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이 세상에 살며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 일인가! 오, 이 삶과 존재 그 자체에 얼마나 감사한지, 이 삶과 존재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얼마나 감사의 말을 하고 싶었던지!

그것이 바로 라라다. 삶과 존재 그 자체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것들의 대표자이고 그것들의 표현이며, 존재의 말없는 원천들에 주어진 청각과 말의 선물이다. (2권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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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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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열림원)』 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이어령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이후 김지수 기자가 1년에 걸쳐 진행된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p.6) 필자 김지수는 ‘이어령 선생님은 은유가 가득한 이 유언이 당신이 죽은 후에 전달되길 바랐지만, 귀한 지혜를 하루라도 빨리 전하고 싶어 자물쇠를 푼다.’(p.9)고 전한다. 덕분에 독자는 지혜 앞에 귀기울이는 자들의 무리에 함께 스밀 수 있게 되었다. 이어령을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 호칭은 너무도 광범위하다. 『우상의 파괴』를 발표, '저항의 문학'을 기치로 한 전후 세대의 이론적 기수, 교수이자 시대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명 칼럼리스트, 88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세계의 눈을 집중시켰던 문화 기획자, 디지로그 시대의 개척자이자 전도사, 저자이자 비평가 등 수많은 역할을 통해 목소리를 내온 우리시대의 지성은 지금, 새롭게 지혜를 전한다.

열여섯 번의 인터뷰 중 첫 인터뷰에서 이어령 교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며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이해하겠나? 어둠의 팔뚝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p.21)라고 말한다. 마인드로만 채우고 살아온 사람과 영혼의 세계를 이야기한 사람들의 다른점, 두 가치의 상이함과 그 결과를 비유의 숨은뜻을 헤아리며 듣는다. 글자쓰는 사람과 글쓰는 사람, 전두엽으로 생각하는 죽음과 척추 신경으로 감각하는 죽음, 니체에게서의 콜링과 영화 ’토리노의 말‘ 그리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독서법까지 석학의 목소리는 개념과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시킨다. 이어령 교수가 암과 싸우지 않고 같이 살려한다며 ”고통을 겪는것까지가 내 몫이 아니야, 관찰하는 것까지가 내 몫이지.“(p.58)라고 하자 필자는 ”겪는 것도 비통한데, 왜 고통을 관찰하려고 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게 나의 마지막 희망이기 때문“이라는 그는 ’그게 작가‘라고 답한다. 이어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글 쓰는 사람은 다음이 있어. 죽음에 대해 쓰는 거지. 벼랑 끝에서 한 발짝 더 갈 수 있다네.“라며 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욥의 마지막 희망, “이 고통을 반석 위에 쓸 수 있다면.”(p.59)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들, “실토하지 않을 수 없군. 글이 안 써지는 거야. 내가 암에 걸리고 마지막이 되고, 그러면 ’메멘토 모리‘를 감각화하는 기가 막힌 글이 나올 것이다······절실한 얘기가 나올 것이다···그런데 안 돼. 당황스럽더군. 그래서 기도했지.”(p.61) 이 인터뷰는 최고의 지성에게 듣는 죽음의 화학식같다. 이 방정식은 어떤 풀이과정을 거쳐 정답에 이를 것인가. 수학 낙제자가 아니라 빛나는 통찰로 세계를 움직였던 자의 풀이과정인데 무참하게 적나라하고 솔직해서 침착하고 단정한 척 귀기울이기에는 마음이 뚝뚝 떨어져내리는 지점들이 불시에 등장하곤 한다. 물론 해법도 제시한다. ‘작고 아름다운 것들’로 세줄로 된 글, 3행시로 써내는 글은 금새 수묵화가 되고 ‘눈물 한 방울’에서 흡족히 마친다.

아흔아홉 마리 양과 한 마리 양의 경중, 예수는 왜 한 마리 양을 구하려 했을까 질문은 생각을 계속 이끌어낸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유명한 예화 ‘파 한 뿌리’이야기, 판단의 기준들과 칸트의 3대 비판서와 동서양의 가치 차이 등도 솔깃하게 이어진다. 의도적으로 갈증을 남겨두는 이유와 물독과 두레박 돌멩이의 비유, 그리고 딸, ‘내 딸 민아는’이라고 간간히 이어지는 말씀들. 무엇 하나 놓치기 어렵다. 열 여섯 번째 수업에서 그는 “나의 죽음도 같은 거야.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 본 적은 없으나 내 안에 분명히 있어. 내가 돌아갈 곳이니까.”(p.291)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음새라곤 없이 유려하게 이어지는것만 같은 지혜의 물길, 그 마지막은 회상으로부터 가져온다. 오래전 대학 신입생 강연회 후 만났던 한 여학생의 소망과 답변, 지금 다시 주고 싶은 답으로 마감한다. “나 절대로 안 죽어.”(p.295)라고, 진심을 담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쉽지 않았던 2021년을 보내며 그 중에서도 ‘올해의 기억할 선물’로 남길만한 책이다. 성탄인 오늘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정성껏 남길 수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그는 지식의 마루에 선 거목 같음에도 “지적인 것은 마음을 울리지 못해.”(p.259)라며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p.21)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김지수 기자의 투명하고 진정한 마음이 독자에게는 좋은 선물을 전달받게 해주는 감사한 손이었다. 묻고 답하는 공간의 분위기와 울림, 순간 침묵의 결까지 고스란히 일깨워주는 글이어서 책을 읽는 도중에도, 하나의 장을 마친 후에도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많은 밑줄은 찾아 보고 싶은 책을, 인물을, 영화를, 말씀을 남겨놓는다. 바쁘고 분주한 연말일 것이고 마냥 장밋빛이 아닌 새해가 되겠지만 그 안에서 감사할 것들을, 한 마리 양이나 세 줄의 시, 눈물 한 방울을 헤아려보면 좋겠다.

“5월에 핀 장미처럼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대낮이지. 장미 밭 한복판에 죽음이 있어. 세계의 한복판에. 생의 가장 화려한 한가운데. 죽음의 자리는 낭떠러지가 아니야. 고향이지.“(p.155)

“아닐세.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니야. 한 커트의 프레임이야. 한 커트 한 커트 소중한 장면을 연결해보니 파노라마처럼 보이는 거지. 한 커트의 프레임에서 관찰이 이뤄지고, 관계가 이뤄져. 찍지 못한 것, 버렸던 것들이 나중에 다시 연결돼서 돌아오기도 해.”(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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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 4
안야 로임쉬셀 지음, 홍화정 그림, 이수영 옮김, 최우리 해제 / 비룡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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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야 로임쉬셀의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비룡소)』는 중요한 시사 이슈의 장을 열어주는 인문사회 시리즈 “10대를 위한 글로벌 사회탐구”의 최근작이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팩트 체크하는 기후위기 입문서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이미 ‘기후변화’의 선을 넘어 ‘기후위기’에 이른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함으로 무관심과 낙관론의 모순과 위험을 지적한다. 『도대체 극단주의가 뭐야?』로 2019년 독일청소년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저자 안야 로임쉬셀은 미룰 수 없는 주제 “기후위기”로 다시 한 번 독자를 찾는다. 본문에 앞서 “들어가는 말”에서는 이대로 지속되었을 때 가능한 우리의 앞날을 ‘디스토피아:암담한 미래’에 담으며 “이 책은 여러분에게 두려움을 주려고 합니다. (중략)그러나 동시에 용기도 주고 싶습니다.”(p.21)라고 말한다.

책은 전체 3장으로 그 중 1장 “우리는 지구를 얼마나 파괴하고 있을까?”에서는 에너지, 교통, 식량, 소비, 쓰레기까지 다섯 가지 주제로 현재 상태를 진단한다. 온실가스나 탄소예산, 탄소중립등 자주 들어왔으나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용어를 또렷이 설명해준다. 석탄 화력발전 사업이 왜 기후위기의 주범이 되는지, 비행기는 왜 ‘기후 킬러’로 불리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지, 소비 속에 감춰져있는 환경 유해물질들, 재활용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과 그로인한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그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2장은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을 살펴본다. 이때 정치와 국제협력의 역할을 사례와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시하는데 1장의 주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와 우리의 나아갈 방향도 나눈다. “재생된 복사용지 한 상자는 5킬로그램이 넘는 목재를 아끼는 셈”(p.140)이며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9퍼센트에 그친다”(p.141)는 연구 결과 등 구체적인 내용들은 경각심을 일깨운다.

3장은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앞서 살펴본 다섯 가지 주제에서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왜?”를 충분히 다루었기에 “어떻게”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그 제안들이 마냥 이상적이라면 외면받겠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리라는 인식은 변화된 행동을 끌어내는데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로컬푸드 구입, 탄소발자국 줄이기,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등과 함께 ‘참 쉬운 환경보호 실천법’에서 ‘나무를 가만히 내버려두세요.’(p.213)처럼 해야하는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요청한다. “나오는 말”에서는 도입부의 디스토피아와 대조적으로 “유토피아: 더 아름다운 세상”(p.227)을 실현가능한 미래로 그려보인다.

환경 주제 도서들이 계속 출간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도래한 위험과 변화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데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저자는 개념정리와 진단에 만족하지 않고 현실 점검과 질문,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제시로 독자에게 답할 것을 재촉하고 행동으로 이끈다. 그런 적극성은 독자를 더 이상 매너리즘과 탓하기에 머무는 것을 막는데, 그 예가 “생각해보기”코너다. “기후위기, 지나친 걱정 아니야?”(p.34) “다른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잖아!”(p.80)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겠어?”(p.214) 등 익숙한 반론들을 가져와 꼼꼼히 답한다. 단순한 일러스트와 사진 자료들은 한 번 더 내용을 정리해주기에 이해를 돕는다. 외국의 사례가 주로 등장하는 것에 균형을 잡기 위해 최우리 기자의 해제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도 눈을 돌린다. 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이 책은 시대의 화두인 기후위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청소년 스스로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펙트 체크를 통해 논리적인 입장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탄탄한 입문서다. 도대체 기후위기가 뭐야?는 알고 이해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선택, 다른 행동으로 독자를 이끄는 책으로 청소년 이상 모두에게 추천한다. 지구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할 미룰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러나 우리에게 지구는 단 하나뿐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하려고 해마다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을 발표해요. 인류가 한 해에 소비하는 자원과 배출하는 폐기물의 규모가 지구의 생산 능력과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날을 뜻합니다. 그날을 기점으로 지구의 일 년치 생태 자원은 모두 소진되고,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의 자원을 끌어다 쓰는 거예요. 2021년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7월 29일이었습니다.(p.227)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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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루쉰 지음, 전형준 옮김 / 창비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Q정전(전형준 옮김/창비)』은 “현대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 쉰(본명;쪼우 수런(周樹人)1881~1936)의 소설 10편을 묶어낸 작품집이다. 루 쉰은 1918년(38세) 처녀작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루 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고 이 작품은 작가의 첫 현대소설 작품이자 ‘중국 현대소설의 첫 작품’이 된다. 역자인 전형준은 루 쉰의 전체 작품인 중편 1편과 단편 32편 중 “많은 독자들이 압축된 형태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루 쉰 소설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기를”(p.236) 바라며 10편을 선보인다. 또한 역자는 “루 쉰의 문장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점을 십분 존중하여 시 텍스트를 대하는 듯한 태도로 번역에 임했다.”(p.236)고 밝히는데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이라 평가받는 그의 번역 덕분에 독자는 시대적, 공간적 간극을 넘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물과 사회상에 조금이나마 더 근접하게 된다.

『아Q정전』에는 10편의 소설이 작품이 쓰인 순서대로 실렸는데 말미에는 탈고 날짜를 기록하고 있다. 첫 작품 『광인일기』는 피해망상증이라 예측되는 환자의 일기를 연구 자료로 남기는 형식으로 객관성을 높힌다. 작은 분량으로 주인공의 편집증적 집착, 병이 깊어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한 숨에 읽고 나면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되 보이는 밀도 높은 작품으로, 12번 단락의 후반과 마지막 13번 결말에 이르러 그 정점을 보여준다. “사천 년의 식인의 이력을 가진 나는,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알겠다, 진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중략) 아이들을 구하라······”(p.25)로 맺을 때 사실과 환상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문자적 독해 이후, 읽을 때마다 해석의 여지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쿵이지』에서 주인공 쿵이지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내키는대로 판단하고 만다. 『약』의 기이한 전개, 민중의 단순함과 어리석음을 작가는 숨김없이 드러낸다. 『고향』에서 고향 자체이자 유년의 전부, 정신적 의지가 되었던 ‘룬투 형’과의 재회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나’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할 만한 희망을 노래한다.(p.64) 표제작 『아Q정전』에서는 ‘정신 승리’의 시조격인 전형적 인물이자 독보적 캐릭터 아Q를 본격적으로 그려보인다. 독자는 아Q의 어떤 상황, 어떤 특징에서 시간을 뛰어넘은 기시감을 느끼고 현재적 울림을 감지한다.

10편의 작품은 이해받지 못한채 고통당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세대간, 계급간의 소통은 어려운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민중의 왜곡된 공격성”, 우매함에서 비롯된 “민중적 자해”(p.242)다. 어지러운 사회, 혁명의 한가운데를 통과했던 작가는 작품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잘못되었나, 그렇다면 희망은, 이라고 말을 건넨다. 참담한 현실을 담담히 그리며 때론 풍자와 해학으로 장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루 쉰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연민에 닿게 된다. 시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얼룩진 유리구슬을 닦듯 보편적 진실을 살피고 포착하게 하는 루 쉰의 중 단편은 의미를 자꾸 곱씹어보게 한다. 중국적 인물을 넘어 동아시아적 인물(p.234)로 여겨지는 루 쉰. 그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문학의 지평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몽롱한 가운데, 나의 눈앞에 해변의 초록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의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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