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루쉰 지음, 전형준 옮김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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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전형준 옮김/창비)』은 “현대 중국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 쉰(본명;쪼우 수런(周樹人)1881~1936)의 소설 10편을 묶어낸 작품집이다. 루 쉰은 1918년(38세) 처녀작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루 쉰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였고 이 작품은 작가의 첫 현대소설 작품이자 ‘중국 현대소설의 첫 작품’이 된다. 역자인 전형준은 루 쉰의 전체 작품인 중편 1편과 단편 32편 중 “많은 독자들이 압축된 형태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루 쉰 소설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기를”(p.236) 바라며 10편을 선보인다. 또한 역자는 “루 쉰의 문장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점을 십분 존중하여 시 텍스트를 대하는 듯한 태도로 번역에 임했다.”(p.236)고 밝히는데 깔끔하고 유려한 문장이라 평가받는 그의 번역 덕분에 독자는 시대적, 공간적 간극을 넘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인물과 사회상에 조금이나마 더 근접하게 된다.

『아Q정전』에는 10편의 소설이 작품이 쓰인 순서대로 실렸는데 말미에는 탈고 날짜를 기록하고 있다. 첫 작품 『광인일기』는 피해망상증이라 예측되는 환자의 일기를 연구 자료로 남기는 형식으로 객관성을 높힌다. 작은 분량으로 주인공의 편집증적 집착, 병이 깊어지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한 숨에 읽고 나면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되 보이는 밀도 높은 작품으로, 12번 단락의 후반과 마지막 13번 결말에 이르러 그 정점을 보여준다. “사천 년의 식인의 이력을 가진 나는, 처음에는 몰랐었지만, 이제는 알겠다, 진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리고 “(중략) 아이들을 구하라······”(p.25)로 맺을 때 사실과 환상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문자적 독해 이후, 읽을 때마다 해석의 여지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쿵이지』에서 주인공 쿵이지는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내키는대로 판단하고 만다. 『약』의 기이한 전개, 민중의 단순함과 어리석음을 작가는 숨김없이 드러낸다. 『고향』에서 고향 자체이자 유년의 전부, 정신적 의지가 되었던 ‘룬투 형’과의 재회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나’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할 만한 희망을 노래한다.(p.64) 표제작 『아Q정전』에서는 ‘정신 승리’의 시조격인 전형적 인물이자 독보적 캐릭터 아Q를 본격적으로 그려보인다. 독자는 아Q의 어떤 상황, 어떤 특징에서 시간을 뛰어넘은 기시감을 느끼고 현재적 울림을 감지한다.

10편의 작품은 이해받지 못한채 고통당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세대간, 계급간의 소통은 어려운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민중의 왜곡된 공격성”, 우매함에서 비롯된 “민중적 자해”(p.242)다. 어지러운 사회, 혁명의 한가운데를 통과했던 작가는 작품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잘못되었나, 그렇다면 희망은, 이라고 말을 건넨다. 참담한 현실을 담담히 그리며 때론 풍자와 해학으로 장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루 쉰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연민에 닿게 된다. 시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닌 얼룩진 유리구슬을 닦듯 보편적 진실을 살피고 포착하게 하는 루 쉰의 중 단편은 의미를 자꾸 곱씹어보게 한다. 중국적 인물을 넘어 동아시아적 인물(p.234)로 여겨지는 루 쉰. 그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문학의 지평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게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몽롱한 가운데, 나의 눈앞에 해변의 초록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의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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