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71 | 72 | 73 | 7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1
서정오 지음, 이우정 그림 / 현암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이제 제법 커서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되었지만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전집이 몇 질 있다. 그 중에서 80권이 넘는 옛 이야기 그림책 전집은 내가 특히 아끼는 책이다.

가끔씩 펼쳐 볼 때마다 의미를 되새기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오래된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옛이야기 책은 글을 모르는 아이부터 지긋한 나이의 분들에게까지 나이와 상관없이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현암사에서 출간된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는 1996년 초판이 나온 이후로 어느덧 개정 2판이다. 특별히 이번에는 2권에도 100가지 이야기를 담아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균형을 맞추기도 했다니 우리는 200편의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 수 있게 되었다.

 

구전으로 떠돌다 사라질 수도 있었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다듬고 모양새를 정돈하여 우리의 손에 책으로 남겨준 것에 독자로서 감사하게 된다. 또한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를 글로 써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자니 한계가 없을 수 없다. 그런 한계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될수 있는대로 입으로 전해온 맛을 그대로 살리려고 애를 썼다.(10쪽)"는 초판 머리말의 말처럼 감칠맛 나는 입말체는 이 책의 두드러지는 특징이자 장점이다.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고, 처음 만나보는 이야기도 있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가 새로운 입말체로 펼쳐지는 것을 읽으며 마치 이야기 마당의 현장 한가운데에 귀를 쫑긋하고 앉아있는 기분이 든다. 처음으로 알게 된 이야기는 신기하고도 흥미진진하다.

 

"옛날 옛날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26쪽)"

"부인이 시름에 잠겨 짓느니 눈물이요 나오느니 한숨이지.(27쪽)"

"이게 그 이야기니 어디 들어봐.(41쪽)"

"어저께는 우리 집에 밥 얻어먹으로 와서 한 그릇 줘 보냈지.(49쪽)"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하는 구절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하며 친근한 말투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또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배경지식이 쌓이고 지혜를 얻게 된다.

아름다운 우리 말과 속담들, 풍성하고 멋진 비유, 재치있는 말놀이로 버무려진 부분 등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체험하게 된다. 우리의 전통이나 옛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자부심을 가지는 기회도 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같은 내용을 그림책으로 그림을 보며 다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들고서 아이들의 잠자리 배겟머리에서 하루에 몇 편이라도 읽어주고 싶다. 스마트폰에게 빼앗긴 아이들의 시간을 보석같은 우리 이야기로 되찾아 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치유력 셰익스피어 인문학 - 셰익스피어, 삶의 무대에서 치유의 깃발을 올리다
최용훈 지음 / 페르소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의 시인'이라고 노래했던 벤 존슨의 싯구는 셰익스피어의 시간을 초월한 영향력과 힘을 잘 표현해준다.
'셰익스피어 인문학'은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고 통찰함으로써 우리 인간 자신에 대한 인식을 높히고, 그 안에서 정화되고 치유를 얻게되는 과정으로 안내한다.
저자도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그 가치를 느끼게 한다'고 말하고 있듯이 셰익스피어는 일독으로 마침하는 책이 아니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읽을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비극 6편과 희극 14편을 정리해주는 이 책은 셰익스피어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이전에 읽었던 작품에 대해서는 내가 이해했던 것과는 또 다른 해석을 발견하는 기쁨, 처음 읽었을 때의 근사한 떨림을 회상하게도 한다. 또 다른 번역본이나 원서에 대한 욕심도 가지게 한다.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 작품에 대해 가늠해보며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책의 구성은 시놉시스, 리뷰, 명대사 인용문을 2단계로 설명해주는 쿼테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놉시스는 작품의 줄거리와 포인트에 대한 짧은 요약으로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기본적인 작품이해가 가능하도록 배려한다. 리뷰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주제에 대해 조금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며 촛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으니 독자로서 감사한 일이다.
명대사를 직접 인용하며 조명하고 해설해주는 쿼테이션도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정확히 잡아준다. 무엇보다 아름답고도 치열한, 셰익스피어 언어의 현란한 매력을 짧게나마 직접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완역본을 꼭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성격의 비극'이라 불리기도 하며 이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운명의 비극'이라 부르는 것과 대비된다(29p)고 하는데 주인공들 자신들의 성격적 결함 즉, 우유부단함, 자만심, 질투심 등이 얼마나 삶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강력하게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며 나의 내면의 깊은 부분이 투영되는 것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며 자꾸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비극은 단지 슬픈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30p)는 사실에 위로를 받게 되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삶이 성숙하고 한 단계 고양될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더불어 고대 그리이스 비극도 기회가 되는 대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셰익스피어 희극은 결혼으로 끝난다.(174p)  복잡하게 얽히다가도 행복한 결혼과 화해로 끝을 맺는 희극은 그 안에 과정으로서의 자잘한 갈등들 조차 기쁨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재기발랄하고 경쾌한 대사들, 재치있고 지혜로운 등장인물들,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내밀한 인간의 감정들을 정확히 포착하고 섬세하게 분류하고 표현해 내는것, 그럼으로써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 특정 인물의 전형들,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한 천재의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었다.
쿼테이션에는 '위대한 치유력'이라는 제목에 맞게 각각의 작품이 선사하는 처방전과도 같은 주제가 제시되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아름다운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이제 읽어야 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설레임과 기쁨으로 남아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 - 니즈와 원츠를 쪼개고 또 쪼개라
김준모 지음 / 넥서스BIZ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전에 의하면 나노란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고대 그리스에서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작지만 강한 나노 브랜드]의 표지에 ‘왜 나누고 쪼갤수록 더 잘 팔릴까?’라는 문구는 나노 브랜드의 의미를 유추하며 지속되는 경제불황을 헤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리라 기대하게 된다.

 

4개의 파트는 나노 브랜드 시대에 대한 진단, 나노 브랜드의 탄생, 나노 브랜드 마케팅 비법, 관점을 바꿈으로써 해결책을 찾는 법에 대하여 알려준다.
파트마다 여러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소제목만으로도 본문의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며 중요한 내용들을 집중해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챕터를 펼쳐도 흥미롭고 현실적인 주제들을 풍부한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용하다. 주장의 근거이자 배경으로써 소개되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의 저서 안에서도 중요한 부분들이 발췌되어 있다. 그 또한 독자의 시각을 넓혀준다.

 

<공룡과 개미의 차이>에서 환경변화와 생존을 비교해준다. 그 비유를 통해서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브랜드가 강한 브랜드이며 그러기 위해서 작아야 하는데, 이렇게 작은 브랜드가 바로 나노 브랜드임을 정의한다.(49쪽)
<작은 변화가 큰 시장을 만든다>에서는 작은 혁신들의 큰 힘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삼분 짜장, 세계 1위 손톱깍이 브랜드 쓰리세븐, T머니로 결제할 수 있는 소녀나라 쇼핑몰등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이 반갑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시도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직관의 중요성’은 연구 도중에 잠깐 꾼 꿈에서 벤젠 화학구조의 힌트를 얻게 된 화학자의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그는 “꿈꾸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도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82쪽)라고 말했다. 직관력을 위해서는 뇌가 조용히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며, 빈틈이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한다. 어쩌면 의식적으로라도 조급함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당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도 재미있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에니메이션 ‘라따뚜이’를 만들었던 과정이 나온다. 픽사 에니메이션 스튜디오 회장이 스토리를 만드는 비결로서 ‘일상에서의 탈출’을 꼽는다. 파리 최고의 레스토랑들을 직접 방문해서 모조리 사진을 찍고 그것을 근거로 영화를 만들었다니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픽사의 스토리텔링 노하우는 22가지나 되는데 그 하나하나가 정말이지 반짝반짝하다. 이 노하우들을 저자는 브랜드에 적용시켜보기를 권한다.
진동벨이 없는 스타벅스의 아날로그적 접촉, ‘이케아 효과’라는 말까지 만들어내게 한 이케아, 한정판 감정 또는 한정판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방식 등 여러 가지 발상과 그 결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얻게된 많은 것들을 즐겁게 이해했다 하더라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저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부터라도 실천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될 것 같다. 호기심과 재미도 충족시키면서 구체적인 조언들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80도 - 관점을 뒤바꾸는 재기발랄 그림 에세이
김수현 글.그림 / 마음의숲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예쁜 책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예쁘다. 표지도 서체도 그림체도 예쁘다.

쓰여진 이야기 하나 하나, 선택된 그림 한장 한장에 작가의 정성과 깊은 사고의 시간이 들어갔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앞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면을 펼쳐도 눈길을 끌고, 이야기는 독자에게 무수한 상념의 단초를 제공한다.

나도 모르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바램을 넘나들며 한참을 빠져들게 한다.

그러다 보면 위로받기도 하고, 소탈하게 웃게도 되며, 작가와 또는 나 자신과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삶에 적용시키는 재치.

"삶이 빽빽하게 적힌 문장 같다면 TV를 끄고, 핸드폰을 치우고, 시끄러운 곳을 떠나

오직 휴식을 위한 삶의 공백을 만들자(82쪽)"

우리의 시간을 점령할 매체들, 도구들이 사방에 잠적해 있다. 나의 시간을 모두 할애하다보면, 정작

나 자신에게 할애해줄 시간은 남지 않는다. 오직 휴식을 위한 삶의 공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고, 늘상 지쳐있고, 늘상 쫓기는 듯하고, 늘상 뭔가 충분히 못한 듯한 죄책감이나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경험해 보아야 겠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휴식, 내면의 나까지 만족할 만한 휴식은 어떤 것일까를 찾아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생각은 꼬리를 문다. 생각하는 자신을 놓아둘 줄 알아야 한다.

 

<핸드폰의 아이러니>-핸드폰은 멀리 있는 사람을 가깝게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멀게 한다.

딱 어울리는 그림과 함께 이 말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각자의 손에 핸드폰만 있다면 가족의 저녁풍경은 고요하기 그지 없다. 각자의 세계 속에서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사춘기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나는 늘 생각하지만 아직 뾰족한 답은 찾지 못했다.

망치로 아이의 핸드폰을 내리쳤다는 몇 몇 엄마들의 경험담과 조언을 들으며 답답하다.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데, 나 자신 아직도 잘 모르겠다.

 

빨간 체크 식탁보가 덮힌 식탁위에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그림.

뽀얀 커피잔에 담긴 한 잔의 커피와 엔틱 타자기가 놓여 있다.

보고만 있어도 마구 힐링이 된다. 너무 좋은걸~!

얼마전에 타자기가 가지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보며 또 시간을 보냈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결국 타자기가 그려진 광목 쿠션을 사는 것으로 일단락을 지었었다.

타자기, 왠지 글의 경지를 드높혀줄 것만 같은 타자기의 유혹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가장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은 한참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온갖 이유로 행복을 미루지만, 행복 역시 마음의 습관이다.

지금 어떠한 이유로도 행복할 수 없다면,

다음 순간에는 또 다른 이유로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에 행복하자.(259쪽)" 언제나 행복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슴에 확 와닿는 그림과 내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글이 여운을 증폭시킨다.

 

이렇듯 삶의 다양한 면면들, 그 속에서 마주치는 생각과 느낌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저자의 힘을 빌어 대리만족을 경험하고,

나를 허용하고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는다.

자연스럽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누구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속과 겉이 모두 예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의의 악플러 콩고물 문고 3
김혜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스푼북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악플러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탐탁치 않아하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일종의 예술행위라고 반론을 펴는 경우도 있다.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악플러의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스푼북에서 고학년 대상으로 나온 [정의의 악플러]는 제목이 주는 모순적인 분위기가 어떤 이야기를 해 주게 될지 자못 궁금증을 일으킨다.

 

주인공 준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 리하를 하원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술 학원을 하시는 엄마와 집을 떠나있는 시간이 많은 아빠는 골이 깊어진 소원한 관계다. 어느날 준하는 낯선 친구로부터 목걸이 열쇠를 얻게 된다. 본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열쇠였는데 그 열쇠는 모든것을 열 수 있는 힘이 있다. 설령 사람의 마음, 그것도 시공간을 초월해서 과거의 어느 시점까지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다.

준하는 친구들과의 갈등을 이해하는 데 열쇠의 힘을 빌리게 된다. 늘 아이들을 괴롭히는 영운이의 어릴적 상처, 거짓말 소문을 낸 다희에게 자신도 모르게 주었던 상처,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게 된다.

다분히 감정적인 시작이었지만 선의를 가진 행동이라 합리화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준하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무척 섬세하면서도 생생해서 읽기 시작한 책을 놓을 수가 없게 한다.

주인공의 마음에 동의하다가도 이건 아닌데 하는 멈칫거림을 느끼고 함께 당황하게도 된다.

사소한 행동, 한 마디 말이 얼마나 큰 파급력으로 다른 사람의 삶 자체를 뒤흔들고 끊어버리기도 하는지 작가는 냉정하게 끝까지 보여준다. 약간 놀랍기도 했다.

"문장 하나하나는 이미 말이 아니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칼 혹은 총이었다.(87쪽)"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익명으로 행하는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다분히 사실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하고, 입장을 바꿔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악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모르고 행한, 경솔한, 나쁜 뜻이 아니었던, 재미로...등등의 모든 변명은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원색의, 때론 보색을 활용하며 한 면 가득 채워진 삽화들은 그 생생한 인물의 표정들과 함께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져들도록 돕는다.

 

책을 읽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며 자신의 경험도 말해 볼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71 | 72 | 73 | 7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