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철학 이것이다 -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8년 10월
평점 :
절판


상권만 나온 이 책은 아직 노자를 얘기하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노자 주해의 최고봉이라고 저자가 꼽는 소년 천재 왕필에 대한 부분조차 나오지 않았다. 80년대의 한국사회와 제자들과 얽힌 갈등을 다룬 첫부분이 지난 다음에야 모든 야심만만한 학자들이 그렇듯 해당 철학자를 해설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요구에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고전의 현대화'작업을 시작한다.

중국철학에서 노자와 도덕경의 고증, 왕필에 대한 암시, 왕필이 출현하기까지의 중국사에 대한 거시적 통관, 그리고 노자 철학의 한 축이기도 한 제도사에 대한 저자의 학설이 그것이다. 미완성인데다 워낙 종횡무진으로 치닫는 그의 언변때문에 요약할수는 없지만 그가 어떤 기획을 하고 있는지를 알기에는 손색이 없고, 노자 철학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더라도 '도덕경'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통찰들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관성에 얽메이지 않는, 아니 얽메이지 않을 뿐 아니라 용수철처럼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그의 학문은 '노자철학 이것이다'에서도 분명히 살아있다. 그가 비록 학자로서 성격상의 결함이 있더라도 그의 도전과 제의를 학계가 합리적이고 철저한 전문성으로 수용하고 반박했다면 우리나라의 인문계가 훨씬 생기있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약속대로 '노자철학 이것이다' 하권이 빨리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야 이 야심만만한 책의 전모를 알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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