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
교양과학연구회 지음 / 청아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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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은 지구과학을 특별한 학문으로 분류한다. 하늘과 땅, 해양을 망라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지구과학은 고체 지구, 대기와 해양, 우주를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은 체계가 잘 잡혀 있었으나 정성적인 설명만 있었고 갈릴레이는 정량적 질문을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창조과학은 대표적 유사과학이다. 실증적 검증을 통하지 않았거나 반증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규칙성, 원인과 효과, 규모와 비례, 시스템과 시스템의 모형, 에너지와 물질, 안정성과 변화 등은 여러 분야의 과학이 공유하는 공통 개념이다. 


평형은 상태가 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살짝 건드렸을 때 평형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안정 평형과 불안정 평형으로 나뉜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는 섞기만 하면 일어나는 화학 변화처럼 빠른 것부터 종의 진화, 우주의 팽창 같이 매우 느린 것까지 다양하다. 세포 내의 대사 작용부터 지층의 형성, 은하의 충돌까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물리학과 화학의 기본 법칙을 따른다. 짧은 시간에는 안정한 상태로 보이지만 긴 시간에 걸쳐 변화할 수도 있다. 생명체는 매일 같은 상태로 보이지만 긴 시간에서 보면 자라고 나이를 먹는다. 


탄소순환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동적 평형을 유지했으나 그 이후 평형 상태가 변해 지구 온난화를 일으켰다. 과학적 소양을 갖추려면 평소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 분석으로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는 두 가지 이유로 해수면을 높인다. 첫째는 육지 위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이고, 둘째는 바닷물이 온도 상승으로  인해 팽창하는 것이다. 물체의 운동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을 기록으로 남긴 첫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반복되는 천상의 운동과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지상의 운동을 구분했다. 지상 물체의 운동도 원인이 없이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운동과 원인이 있는 격한 운동으로 구분했다. 


그의 운동 이론은 스승인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관찰에만 의존한 것이었고 대개 추론에 의지한 정성적 설명이었다. 갈릴레이는 실험을 통해 수직 방향으로 운동하는 물체는 모두 같은 속력으로 낙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평 방향의 운동에 대해서도 실험과 추론을 통해 물체의 자연스러운 상태는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갈릴레이의 발견을 바탕으로 뉴턴은 운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힘이라 부르고 힘을 받은 물체의 운동은 가속된다는 운동 법칙을 가정했다. 


물리학의 네 가지 힘 가운데 중력은 우주를 지배하는 힘이다. 전자기력은 지상을 지배하는 힘이다. 원자 안의 핵과 전자들을 꽁꽁 묶어 주는 힘이 전자기력이다. 원자핵을 묶는 힘을 강력이라 한다. 약력은 양성자를 중성자로, 중성자를 양성자로 만드는 힘이다. 양자역학의 가장 큰 성과는 원자를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解)를 파동 함수 또는 오비탈이라 한다. 전자들은 에너지가 낮은 오비탈부터 채운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양자 상태에는 하나의 전자만 있을 수 있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가 작용하고 100여 종의 원소가 보이는 화학적 성질을 집약한 주기율표를 설명할 수 있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관성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성립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원리를 확장하기 위해 중력을 도입했다.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폭발하는 초신성에서 생겨났다. 초신성 폭발로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새로운 원소(방사능을 가진 원소)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원소가 중성자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원소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세상의 모든 지식이 사라질 때 단 하나만을 남길 수 있다면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물은 원소가 아니라 수소와 산소라는 두 가지 원소의 화합물이고 공기는 질소와 산소의 혼합물이다. 혼합물은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각각의 성질을 잃지 않고 물리적으로 단순히 섞여 있는 것을 말한다. 


탄수화물은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단백질은 수소, 산소, 탄소, 질소, 황 등 다섯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수소, 산소, 탄소는 단백질, 탄수화물에 모두 들어 있고 질소, 황 등은 단백질에만 들어 있다. 물질이 원래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단계가 분자다. 한 모금의 물도 나누다 보면 H₂O라는 하나의 분자에 도달하고 물 분자를 분해하면 물과는 성질이 다른 수소와 탄소를 얻는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수소 분자를 만드는 반응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인데다 수소 원자는 전자가 한 개 밖에 없어서 불안정하다. 이처럼 쌍을 이루지 않는 홑전자를 가진 수소 원자는 수소 라디칼이라 불린다. 과격하다고 할 정도로 반응성이 높다는 의미다. 


수소 라디칼 둘이 만나면 순간적으로 전자를 공유하면서 수소 분자를 만들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 공간의 모든 수소가 분자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소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넓은 우주 공간에서 수소 원자 둘이 충돌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에는 지구 탄생기의 물질이 남아 있지 않지만 태양계를 떠도는 운석 중에는 지구가 태어날 당시의 것도 있다. 이런 측정 결과들을 종합하여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가 지금으로부터 약 45억 7천만년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지름이 현재의 절반 정도였던 원시 지구에 1년에 1천 개 이상의 미행성이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격렬한 충돌로 지구의 지표가 뜨거워졌다. 미행성과 원시 지구 속에 있던 가스 성분들이 바깥으로 빠져나와 두껍고 진한 가스가 원시 지구의 표면을 덮었다. 대기는 열의 방출을 막기 때문에 지표 온도는 암석이 녹을 정도로 높아졌고 지표는 마그마로 덮였다. 우주에서 바라보았다면 지구는 시뻘건 지옥의 불구덩이와도 같았을 것이다. 원시 지구의 반지름이 현재의 20%에 이르렀을 때 미행성의 가스 성분들이 대기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반지름이 현재의 45% 정도 되었을 때 지표 온도가 올라 암석이 녹아 마그마 오션을 형성했고 대기압의 증가는 절정에 올라 대기압이 100기압에 이르렀다. 


철과 니켈 같이 무거운 금속은 가라앉으며 점차 중심쪽으로 낙하하여 금속 핵을 만들었다. 원시 대기, 마그마 오션, 핵으로 분리된 것이다. 지표가 매우 뜨거워서 원시 대기층에는 격렬한 대류 운동이 일어났다. 원시 지구를 덮은 수백 킬로미터의 수증기 구름 상층부에서는 태양의 강한 자외선에 노출된 수증기가 수소와 산소로 분리되고 가벼운 수소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상층부는 저온의 우주 공간에 연결되므로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성분의 대기는 급랭하고 비가 내렸다. 그러나 비가 지표에 도달하기도 전에 고온의 마그마 오션 때문에 다시 기화되어 버렸다. 지표가 더 식으면서 300℃에 가까운 고온의 비가 드디어 지표에 폭포처럼 쏟아졌다. 이 비는 지표 온도를 급속히 낮췄고 더 많은 비가 내리면서 굳어진 마그마 오션 위로 150℃ 정도의 원시 해양이 모든 지표를 덮었다. 


바다가 만들어지고 대기 온도가 100℃ 이하가 되면서 수증기가 줄어들었다. 그리하여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가 되었는데 이마저도 바다에 녹아 들어가면서 대기량이 크게 줄었다.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가 석회암 형태로 퇴적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압력이 60기압에서 10기압으로 떨어졌다. 이제 지구의 주성분은 질소로 바뀌었고 드디어 지구가 푸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표에는 딱딱한 암석질의 현무암 지각(地殼; earth crust)이 생겼다. 이 현무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는 다시 녹으며 화강암을 만드는 마그마가 되었다. 다른 행성에는 화강암의 지각이 없다. 화강암은 지구만의 특징이다. 


지각의 암석들은 더 단단해지며 지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는 판(板; plate)을 이루었다. 원시 지구가 탄생하고 5~6억년 안에 대기와 해양, 지각, 맨틀, 핵의 지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아직은 무르지만 지구의 껍질과 속살이 완성된 것이다. 과거의 공기 중 산소 함유량을 아는 방법은 당시의 공기를 조사하는 것이다. 당시의 공기가 보존된 곳이 있다. 수십만년 전의 시기는 남극이나 북극의 얼음에 갇힌 공기를 분석해 알아낸다. 더 오래된 시기는 광물을 이용한다. 광물은 다양한 형태의 결정을 만드는데 작은 공간이 남는 경우가 있고 그 안에는 결정이 만들어질 당시의 공기가 들어 있다. 이 공기 방울은 광물과 함께 수십억년을 지낸다. 이 공기의 양은 아주 적지만 성분을 분석하기에는 충분하다. 


광물 안에 들어 있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광물이 만들어진 시기를 알 수 있다. 약 25억년 전 바닷속 산소의 양이 급증했고 산소는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금속 원소를 산화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바닷물에는 여러 가지 금속 원소가 녹아 있었는데 철이 가장 많았고 산소와 결합한 철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층층이 쌓여 호상철광층이 되었다. 이 철광층은 현대 인류에게 철을 제공하는 주요 자원이다. 그 형성에 생물의 진화가 관여한 것이다. 딱딱한 지각 아래는 고체이긴 하지만 오랜 세월 조금씩 움직이는 맨틀이 있다. 


내부의 핵에서 전달하는 열에너지는 맨틀을 움직이며 살아 있는 지구를 만든다. 짧은 시간 동안 사는 우리가 그 변화를 직접 볼 수 있는 현상은 화산과 지진 정도이지만 지구는 대륙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역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지구 내부는 화학적 조성과 물리적 상태에 따라 지각, 상부 맨틀, 하부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되었다. 지각의 판은 중앙 해령(海嶺)에서 태어나 수평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해구(海溝)에서 상부 맨틀 속으로 섭입한다. 이를 슬랩이라 한다. 하부 맨틀로 들어가지 못하는 슬랩은 계속 모여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고 덩어리가 충분히 커지면 하부 맨틀로 진입한다. 


하부 맨틀로 이동한 저온의 상부 맨틀은 계속 아래로 내려가 위에까지 도달한다. 이를 차가운 플룸이라 한다. 상부 맨틀로 이동한 고온의 하부 맨틀 물질은 압력이 낮아져서 녹는 점도 내려가고 부분적으로 녹아 마그마로 변한다. 녹아서 가벼워진 마그마는 계속 올라가는데 이를 뜨거운 플룸이라 한다. 약 27억 년 전 이런 일이 시작되면서 상부와 하부 맨틀 각각에서 일어나던 대류가 맨틀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플름은 독립적으로 발생하지만 서로 근접하는 여러 개의 플룸이 합쳐져 19억 년 전부터는 거대한 수퍼플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플룸은 주로 맨틀에서 활동하지만 지구 표층의 판구조론과 핵 운동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1980년대 인체 단층촬영의 원리와 비슷한 지진파 토모그래피가 실용화되어 초거대 플룸과 해구에서 가라앉은 슬랩 덩어리가 촬영되면서 플룸의 존재가 밝혀졌다. 판구조론 이후 살아 있는 지구를 이해하는 플룸 구조론이 탄생한 것이다. 지구는 거대한 공간으로 뻗어나가는 자기장을 가진다. 이 자기 장은 지구를 향해 날아와 생명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우주선(宇宙線)을 밴앨런대에 가두어 막아준다. 이 고마운 자기장이 생긴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존재하지만 유력한 이론은 플름 구조론이 설명하는 외핵의 다이나모 이론이다. 


지구 자기장은 가끔 남북이 바뀌었으니 지구 중심에 고정된 거대한 영구 자석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 지구 반지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은 외핵과 내핵으로 구성된다. 지진파 연구에 따르면 외핵은 횡파가 전달되지 않지만 내핵에서는 전달된다. 횡파는 고체에서만 전달되므로 외핵은 액체이고 내핵은 고체다. 내핵과 외핵의 주성분은 철과 니켈이다. 무거운 철과 니켈로 이루어진 핵은 맨틀보다 밀도가 커서 핵과 맨틀 사이에는 물질의 교환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플룸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외핵의 경계에 도달한 낮은 온도의 슬랩이 높은 온도의 외핵에 도달하면 외핵 일부가 냉각된다. 차가워진 곳은 밀도가 높아져서 더 아래로 내려가고 이에 밀려난 내부의 뜨거운 곳은 위로 올라간다. 


다이나모 이론은 이 대류 운동이 플룸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액체 상태인 외핵에서 이러한 교란이 일어나면 외핵에는 격렬한 흐름이 생길 것이다. 이 흐름에 이온화된 원자들이 있다면 커다란 전류를 일으킬 것이고 그 전류가 지구의 자기장을 만든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지구 자기장 기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35억 년 전에 생긴 자기장은 강도가 매우 낮았지만 약 27억 년 전 플룸이 생긴 이후 급속도로 강해져 현재의 값과 가까워졌다. 지구가 식어가면서 고체 상태의 지각이 만들어졌지만 초기에는 육지가 없었다. 지구 내부의 용암이 약한 지각을 뚫고 위로 올라와 다른 곳보다 높은 곳을 만들면서 육지와 대륙이 나타났다. 


대륙이 천천히 이동한다는 대륙이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독일의 알프레트 베개너였다. 그는 여러 대륙에 분포하는 양치식물의 화석, 남북 대륙에서 발견된 석탄, 인도와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아에서 발견된 진화에 의한 침식 지형,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해안의 일치와 같은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1915년에 출간한 ’대륙과 해양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대륙이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륙의 이동을 포함한 지각의 지질학적 현상을 10여 개의 판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지질학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이론은 화산, 대양 중심의 중앙 해령, 심해 해구와 같은 지형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실마리를 제공했다. 거대한 대륙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대륙의 이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 지진과 화산, 대양, 해저 지반의 변화, 암석에 기록된 지자기의 방향 분포, 대륙간 거리의 미세한 변화 등을 관측하면 답을 알 수 있다. 맨틀의 주성분은 암석인데 상부 맨틀 맨 위쪽의 얇은 층은 지각과 온도도 비슷하고 매우 단단하다. 이 얇은 층과 지각을 합쳐 암석권이라 하고 그 아래 하부 맨틀까지는 부드러운 연약권이라 한다. 


맨틀은 기본적으로 지진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체지만 연약권은 긴 시간에 걸쳐 대류가 일어나는 유체의 성질도 있다. 연약권에서는 높은 온도의 물질은 위로 올라가고 낮은 온도의 물질은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가 서서히 일어난다. 상하로 움직이는 대류는 수평의 움직임도 수반하는데 이 수평 운동이 암석권을 옆으로 밀어 지각의 판을 움직인다. 판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면 판이 멀어지는 곳도 있고 가까워지는 곳도 있고 옆으로 밀리는 것도 생긴다. 이러한 판의 경계에서는 다양한 지질 현상이 일어난다. 암석권의 아래에 있는 연약권의 수평 방향 움직임이 암석권을 움직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큰 규모에서 어떤 작용이 있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플룸 구조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으로 섭입한 슬랩이 하부 맨틀로 하강하는 차가운 플룸은 주변의 다른 플룸과 결합하면서 하부 맨틀 전체에 몇 개의 커다란 하강류를 만들어낸다. 이런 거대한 하강류에는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힘이 생기고 그 상부에 있던 맨틀은 한 장소로 모이게 된다. 현재 지구에는 세 개의 수퍼 플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수퍼 플룸은 남태평양과 아프리카의 아래에 있고 차가운 수퍼 플룸은 아시아 아래에 있다. 뜨거운 수퍼 플룸은 주변 일대에 마그마를 공급한다. 남태평양 아래의 뜨거운 수퍼 플룸은 거대한 태평양판을 서쪽으로 밀고 화산섬으로 연결된 하와이 열도 생성에도 관계한다. 


아프리카 아래의 뜨거운 수퍼 플룸은 동아프리카 열곡대(裂谷帶)라는 거대한 계곡을 만들며 장래에 아프리카의 동쪽을 대륙에서 떼어낼 것이다. 아시아 아래의 차가운 수퍼 플룸은 주변 대륙을 끌어당기며 4~5억년 이내에 지구의 모든 대륙을 끌어와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내부의 수퍼 플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표면을 바꾸는 원동력이라고 해석된다. 화석 연구의 권위자였던 프랑스의 박물학자 조르주 퀴비에는 지질층별로 다른 화석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물이 멸종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지층별로 다른 생물들이 있는 이유는 커다란 천변지이(天變地異)에 따른 결과라는 격변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퇴적암층이 형성된다는 사실과 함께 방사성 동위 원소의 사용으로 지층과 화석의 연대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화석에 대한 다른 해석이 제기되었다. 최근 지층의 생물들이 이전 지층의 생물들보다 현존하는 생물들과 더 비슷한 점, 화석들의 변화 정도, 비슷한 종류의 생물들이 비교적 일정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점 등을 포함한 많은 관찰결과가 격변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주장을 더 뒷받침한다. 


책 말미(末尾)의 표현을 음미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의미있게 여겨진다. “질적으로 다양한 정보들 사이의 정합성과 논쟁점을 찾아내고 신뢰할만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의미로 이해된 과학 리터러시가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것이다.” 본문을 읽으며,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며 지질공원 해설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은 물론 발전된 덕목들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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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택 편저(編著)의 ‘세종·정조’는 창비 한국사상선 2권으로 나온 책으로 1권 ‘정도전’과 함께 산 책인데 완독한 ‘정도전’과 달리 조금 밖에 읽지 못했다. 페친이신 위 선생님의 글(편향된 사회가 아니라 어두운 구석없이 골고루 비치는 평등한 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을 읽고 월인천강(月印千江)이 생각난다는 댓글을 달았다.


위 선생님은 만천명월(萬川明月)이 생각난다는 말씀을 하셨다. 두 어구에 달<月>이 공통으로 들어 있다. 월인천강은 부처가 백억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교화를 베푸는 것이 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홍재전서에 “종합해보건대 물의 근원은 달의 정기이다. 나는 알겠노라. 물이란 세상 사람들이다. 달이 비춰 드러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형상이다. 달이란 태극이요, 태극은 곧 나다. 이 어찌 옛사람이 만천명월을 태극의 신비한 작용에 붙여 비유한 뜻이 아니겠는가.”란 말이 나온다.


편저자 임형택 교수는 정조가 옛사람인 주희(朱熹)의 월인만천(月印萬川)의 논법을 취한 것이라 설명하며 그것은 이일분수(理一分殊)와 같은 논리라 덧붙인다. 이일분수란 이치는 하나이지만 그 나뉨은 다양하다는 의미다.(이정우 교수는 전체가 부분을 포괄한다는 뜻의 이일분수의 사유는 늘 통일국가를 지향한 중국 민족의 직관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월인만천이란 단어를 보며 골고루 빛이 비치는 평등한 세상을 의미하는 칭물평시(稱物平施)란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많은 것에서 덜어 적은 것에 더해 주고, 사물을 저울질하여 평등하게 베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일분수의 설명을 찾기 위해 이정우 교수의 ‘인간의 얼굴’을 다시 읽다가 다산 선생님이 리(理)를 옥석의 결 즉 사물의 조직망으로 보았다는 글을 읽었다. 주리(腠理)란 말도 만났다. 살 가죽 겉에 생긴 자디잔 금(crack)을 의미한다.


'인간의 얼굴'은 26년전인 1999년에 처음 접한 이래 수시로 들여다보는 책인데 처음부터 사물의 조직망, 주리 등의 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듯 하다. 이정우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본래 옥석의 결을 의미하던 리(理)로부터 주리(腠理; 황제내경), 문리(文理; 중용) 등이 나왔고 추상적으로 윤리(倫理; 예기), 지리(地理; 역전; 易傳), 조리(條理; 맹자) 등의 말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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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아도 괜찮아 지구과학 물화생지 문해력 기르기 1
노수연.오현경.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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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海洋), 대기(大氣), 지질(地質) 학자가 함께 쓴 책이다. 과학지식의 예술화를 위해서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예술가의 시선으로 은유하는 과학적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말이 공감을 자아낸다. 내가 읽은 여러 지구과학책들 가운데 가장 실제적이고 유용한 책으로 추천한다. 해양, 대기, 지질, 천문으로 이루어진 지구과학 분야 중 해양, 대기, 지질을 다룬 책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책머리에란 부분에 저자(지질학자)의 지질 공부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나온다. 제목인 외우지 않아도 괜찮아 지구과학은 그런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만든 지구과학책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복잡한 화학식과 난해한 결정구조란 말은 광물을 공부하려면 알아야 하는 화학의 위상을 알게 하는 말이다. 화학이란 말은 바다의 염분이 오랜 시간 다양한 지질학적, 화학적 과정을 통해 축적되어 왔다는 말에도 나온다. 생지화학 과정이란 말은 생태계에서 생물이나 지질 또는 화학의 상호작용을 통해 화학원소가 순환하는 것을 말한다. 염분(鹽分)편에서 우리는 바닷물 속 염분이 물 분자 간 결합을 방해해 바닷물의 어는 점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바닷속에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의 흐름인 해류(海流)는 표층순환과 심층순환을 만들어낸다. 표층순환은 풍성(風成)순환이자 수평방향의 순환이고, 심층(深層)순환은 열염(熱鹽)순환이자 수직방향의 순환이다. 바람<풍; 風>과 소금<염; 鹽>과 관계되는 것이다.


심층 순환은 초당 수 센티미터의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순환으로 한 바퀴를 순환하는 데 1000년이 걸린다. 해류는 단순한 바다의 흐름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 해양생태계, 나아가 인간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흥미로운 것은 해양심층수다. 저자의 결론에 의하면 해양심층수와 과학자들이 심층수라고 부르는 해수가 동일한 바닷물은 아니다. 본문에 흥미로운 표현이 있다. anthropogenic CO₂란 표현이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으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의미한다. 인류기원 탄소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탄소는 대기, 해양, 육상, 생물 사이를 순환하며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뿐 아니라 생태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해양은 암석 다음으로 큰 탄소 저장 수단이다. 대기보다 약 60배 많은 탄소를 저장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고 수십년에서 수천 년 사이의 시간 규모를 가지고 전 지구 탄소 순환을 조절한다. 태양의 탄소 저장 능력은 기후변화 완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해양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함으로써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 해양이 없다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재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어 인류에 큰 문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hiatus라는 단어도 재미 있다. 행동의 중단, 빈 틈을 의미한다. 21세기에 들어서 지구온난화 추세가 멈추거나 분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Global warming hiatus)에서 쓰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는 바다를 오늘날의 시점에서 바라보지만 바다는 오랜 시간 지구의 기후변화를 기록해 온 거대한 타임캡슐이다. proxy란 말도 있다. 대리(代理)를 뜻한다. 과거의 기후변화는 우리가 관측장비로 직접 측정하고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과거의 온도, 강수 등을 추정할 수 있는 프록시를 사용해야 한다. 빙하 퇴적물, 퇴적물, 석순, 나무의 나이테, 암석 등이 프록시 자료로 기능한다. 고기후 연구를 통해 과거의 기후변화를 분석하면 기후 시스템의 자연적 변동성과 인위적 영향력을 구분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철분이 많은 먼지가 있는 시기에 대기의 탄소량이 좋고 기온이 낮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철 시비(施肥)는 해양 표면에 철을 인위적으로 공급해 해양 식물 플랑크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제안되어왔다. 철은 해양 식물 플랑크톤의 주요 영양소로 일부 해양 지역에서는 철의 부족이 이들의 성장을 제한한다. 한계가 있는 철 시비보다 탄소 포집 저장 기술이 최근 각광받고 있다. 


대기편에서 만날 수 있는 정보는 대기 현상의 장기 자료를 가지고 통계분석을 거처 얻는 특성이 기후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모델의 불완전성, 초기조건의 불확실성, 대기 내부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예보는 완벽할 수 없다고 말한다. 2022년 11호 태풍 힌남노는 나이키의 스우시(swoosh) 로고를 연상하게 하는 급격한 방향 전환(전향)을 보인 진로 외에도 강도 또한 급격한 강화 및 약화를 보여준 태풍이었다. 태풍은 열대 저기압(tropical cyclone)의 한 종류다. 온실 기체는 미움의 대상이다. 폭염, 가뭄, 폭우, 산불 등의 피해를 입으면 그 원인을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로 돌린다. 하지만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테인은 우주로 빠져나가는 지구 복사에너지를 흡수해서 다시 지표로 방출해 생명체가 살기 좋은 기온으로 유지해주는 고마운 존재다.(203, 204 페이지)


화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이긴 하지만 대기의 밀도가 지구의 1퍼센트에 지나지 않아 온실효과가 매우 적다. 이로 인해 평균기온은 영하 63도이며 일교차도 아주 크다. 대표적인 온실 기체인 이산화탄소는 인간 활동으로 인해 대기중 배출량이 늘어났지만 그 자체로는 대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다. 수증기에 의한 온실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여름철 열대야는 낮에 상승한 기온이 밤이 되면서 복사냉각으로 떨어져야 하는데 대기 중의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영향과 자연 변동성에 의한 영향이 어우러져 있으며 서로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둘의 영향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지구온난화는 공간적으로 균일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해양보다 육지에서, 위도별로는 적도보다 극에서 더 강하게 일어난다. climateflation(기후플레이션; 기후 변화로 인한 물가상승)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물가 회의에 기상청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지질편에서는 흙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흙은 암석이 풍화되어 만들어진다. 풍화에는 물리적 풍화와 화학적 풍화가 있다. 토양은 주로 화학적 풍화를 받는다. 토양 입자는 물리적으로 깨지기에 너무 작기 때문이다. 화학적 풍화를 받아 토양이 만들어지는 것을 토양 생성작용이라 한다. 배수(排水; 물빠짐)가 불량한 습지 같은 습윤지역에서는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 속도가 매우 느리다. 유기물 분해에는 산소가 필수적이다.(251 페이지) 우리나라는 인셉티솔(Inceptisols)과 엔티솔(Entisols)이 약 80%를 차지한다. 인셉티솔은 토양 발달이 어느 정도는 진행되었지만 특징적인 토양층이 나타나지 않는다. 


엔티솔 역시 토양층이 거의 발달되지 않아 발달이 불량한 표층과 토양 모재만이 나타나는 토양이다. 이렇게 인셉티솔과 엔티솔이 우세하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토양이 지속적인 침식과 퇴적 등 지표 환경의 변화가 심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토양은 토양 내에 영양분이 부족하고 척박하다.(대한민국 국가지도집 참고) 지금까지 조사된 광물은 5000여종이다. 암석을 이루는 주요 조암광물은 8종이다. 감람석, 휘석, 각섬석, 흑운모, 백운모, 사장석, 정장석, 석영 등이다. 광물들은 각기 다른 저마다의 용융점을 갖는다. 순서에 맞춰 결정으로 정출(晶出)된다는 의미다. 이를 분별정출이라 한다. 


알칼리 장석은 포타슘(칼륨)과 소듐(나트륨)이 풍부한 장석을 말한다. 알칼리 장석 중 정장석(正長石; orthoclase; K 장석)은 포타슘이 우세한 경우다. 사장석(斜長石; plagioclase)은 소듐과 칼슘이 풍부한 경우다. 조장석(曹長石; albite)은 소듐 비율이 큰 경우를 말한다. 회장석(灰長石; anorthite)은 칼슘 비중이 큰 경우다. 보웬의 반응계열은 연속반응계열과 불연속반응계열로 나뉜다. 연속반응계열은 광물의 결정구조가 유지되는 경우로 주요 성분의 비율이 변할뿐 정출되는 광물 자체는 사장석으로 일정하다. 가령 냉각 초기엔 칼슘 성분이 풍부한 Ca 사장석을 정출하다 점차 마그마 내 칼슘이 고갈되며 소듐 성분이 풍부한 Na 사장석이 정출된다. 


마그마는 지각 하부나 맨틀 상부가 녹아 만들어진 것이다. 불연속 계열은 냉각이 진행될수록 광물의 성분뿐 아니라 결정구조까지 변화한다. 성분뿐 아니라 결정구조까지 변한다는 말은 광물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대체로 금속원소가 비금속원소보다 용융점이 높기 때문에 마그마 냉각 초기에는 마그네슘과 철 등 금속원소가 풍부한 고철질 광물이 정출된다. 감람석, 휘석, 각섬석, 흑운모가 고철질 광물이며 금속원소 특성상 어두운 색을 띤다. 냉각 초기 고철질 광물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마그마로부터 분리되는 것은 철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감람석이다. 냉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철과 마그네슘에 이은 알루미늄과 규소, 산소가 차례로 용융점을 맞는다. 그리고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마그마는 다른 형태의 광물인 휘석, 각섬석, 흑운모를 정출하기 시작한다.


휘석보다 각섬석이, 각섬석보다 흑운모가 금속원소 함량이 낮다. 냉각 후기 철과 마그네슘을 모두 소진한 저온의 마그마는 비금속원소인 규소와 산소 함량이 높은 광물들을 정출한다. 산소와 규소로 이루어진 분자인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광물을 규장질 광물이라 한다. 이산화규소 덩어리인 석영, 장석류인 정장석, Na 사장석, 백운모가 해당한다. 규장질 광물은 이산화규소의 특성상 대체로 무색 또는 밝은 색상을 띤다. 이산화규소를 포함하지만 비교적 알루미늄 함량이 많은 정장석이 먼저 정출되고 이후 알루미늄 비중이 줄어들며 백운모가 정출된다. 알루미늄이 모두 소진되면 비로소 순수 이산화규소 결정체인 석영이 만들어진다. 


화산쇄설암이 화산탄을 포함하면 화산각력암, 화산력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화산력 응회암, 화산재로 이루어지면 응회암이라 한다. 화산재는 바다보다 육지에 퇴적될 때 더 천천히 냉각된다.(270 페이지) 화산재 입자들이 서로 융합되어 더욱 치밀한 구조가 된 것을 용결조직(welding texture)이라 한다. 바다에서는 화산재가 빠르게 식어 용결작용이 일어나기 어렵다. 대륙지각은 규소와 산소 함량이 높다. 가볍다는 의미다. 해양지각은 고철질로 이루어졌다. 


광물동정은 육안으로 관찰 가능한 광물의 물리적 특징과 편광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광학적 특징을 종합하여 한다. 예를 들어 비현정질 조직으로 이루어져 분출암의 특징을 보이면서 편광 현미경 관찰시 조밀한 사장석과 단사 휘석, 감람석 반정과 유리질 석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 해당 암석은 현무암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관입암의 특징인 현정질 광물 구조와 다량의 석영 및 장석류 광물이 관찰되는 암석은 화강암이라 판단한다. 지구의 지각은 여러 판의 경계를 중심으로 서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에너지는 결국 지진이나 화산 폭발, 조산 운동 같은 지각변동을 통해 해소된다. 즉 수많은 단층과 습곡, 화산이나 산맥은 지구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흔적이다. 


지질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과학지식의 예술화를 위에서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예술가의 시선으로 은유하는 과학적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변성은 고체 상태에서의 암상 변화를 뜻한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 다시 마그마로 녹아 재결정될 경우 암석은 변성암이 아닌 화성암이 된다. 변성은 지표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이 점차 유약해지는 변질과 확연히 다르다. 변성암은 암석을 둘러싼 물리적 조건이 크게 변화하여 기존 광물 성분과 조성, 구조 등이 명확히 달라진 암석이다. 변성 작용을 받은 암석은 직관적으로 파동과 유사한 모습을 띤다. 변성 작용은 열에 의해 변성되는 접촉 변성 작용, 압력에 의해 변성되는 동력 변성 작용, 조산대나 섭입대 또는 큰 규모의 퇴적 분지에서 발생하는 광역 변성 작용 등으로 나뉜다.


현무암 같은 고철질의 해양지각이 섭입 초기 낮은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되면 푸른 남섬석을 특징으로 하는 청색 편암이 만들어진다. 이후 맨틀 가까이 섭입이 더 진행되면 암석은 훨씬 높은 열과 압력을 받게 되는데 이때 청색 편암이 에클로자이트로 변성된다. 에클로자이트는 단사 휘석의 일종인 녹색의 옴파사이트에 검붉은 석류석이 알알이 박힌 독특한 외형을 특징으로 한다. 풍화는 암석이 점차 약해지고 부서지는 현상을 말하고, 침식은 풍화와 함께 퇴적물이 다른 장소로 옮겨지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느낀 바는 그간 나는 암석을 화성암인지 퇴적암인지 변성암인지 가리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크기별로 나누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입자 크기에 따른 분류는 자명한 명명법이다. 2mm 이상의 역질 퇴적물이 우세한 퇴적암은 역암(礫岩)이라 하고 0.063~2mm 이하의 사질 퇴적물이 우세한 퇴적암이면 사암(砂巖), 0.063mm 이하의 이질 퇴적암이 우세한 퇴적암이면 이암(泥巖)이라 한다. 이질 퇴적물로 이루어졌으며 암석 내 층리 및 박리 구조가 발달한 경우 별도로 셰일이라 한다. 


역암, 이암, 사암 등은 규산질쇄설성 퇴적암을 입자 크기나 구조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석회암 여부를 판단할 때 암석에 붉은 염산을 뿌리곤 한다. 칙 소리를 내며 거품이 일면 석회암일 확률이 높다. 석회암을 이루는 탄산염 퇴적물은 암석이 만들어진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왔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지표 위 노출된 암석 풍화물이 낮은 지대로 구르고 굴러 이동해 굳어진 규산질쇄설성 퇴적암과 상반된 모습이다. 저자는 다양한 기후모델을 개발해 미래의 기후를 추정하고 그에 근거해 미래에 대비해 공학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러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어서 시리즈의 예정편인 생물학, 물리학, 화학도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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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03-14 0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용한 지식들이 많아서 좋아요. 감사합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25-03-14 07:39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책이지요.. 감사합니다..
 

책 선물을 받으면 좋기도 하고 좋지 않기도 하다. 좋은 점은 지식을 확장할 기회가 마련되기 때문이고, 좋지 않은 점은 읽어야 할 것도 제대로 못 읽는 지경인데 피드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읽어야 할 것도 충분히 읽지 못하면서 존 쉘비 스퐁의 ‘성경의 시대착오적인 폭력들’을 구입했다. 과제로 읽어야 할 것들 사이 사이에 읽을 생각이다. 요즘은 철학책들을 다시 읽으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도착한 ‘외우지 않아도 괜찮아 지구과학’에 이런 내용이 있다. '책머리에‘란 제목의 글에서 나온 것으로 “지질학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엉킨 실타래 같습니다. 암석을 구성하는 단위인 광물부터 시작하면 되겠지 싶어 광물 단원을 펼쳐보면 복잡한 화학식과 난해한 결정구조, 수많은 광물 관련 용어가 빽빽하게 도배되어 있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구의 역사부터 들여다볼까 하면 지질시대는 너무나 길고 방대했으며 특히 누대와 대 이하 규모로 내려가면 이름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이는 대기과학자, 해앙학자, 지질학자 등 세 공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전공 지식을 밀도 높게 제공하기보다 다소 주관적이더라도 소소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큰 흐름 안에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지식을 담으려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 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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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은 감리교신학대학 홍정수 교수께서 감리교단에서 출교(黜敎)당한 해다. 이 해는 내가 이 분의 베짜는 하나님을 읽은 해이기도 하다.(이 책은 처음 베짜는 하나님으로 출간되었다가 후에 베짜는 하느님으로 바뀌었다.) 홍정수 교수가 출교당한 것은 예수의 육체적 부활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제목인 베짜는 하나님은 호전적이고 진노하는 구약의 하나님과 대비되는 신약의 평화의 하나님을 의미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 하나님이 변했을 리 없고 하나님을 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바뀐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유한자인 우리가 규정한 하나님론이 성경에 기록된 것인가? 라는 의문이 가능하다. 어떻든 만일 이(시각 변화)에 동의할 수 없다면 어째서 그런 차이가 생겼는지 누가 해명해주길 바란다.


얼마 전 이 분의 유튜브를 알게 되었다. 1992년 읽은 베짜는 하나님을 비롯 이런 저런 이야기를 댓글로 달았다. 이 분은 대속론(代贖論)이 없는 기독교도 변함없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나는 이 분이 주장하는 바울 및 어거스틴과 다른 예수론에 공감한다.


나는 가끔 제도 교회 및 그들의 신학을 통하지 않고 또는 우회하여 직접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할 수 없을까?란 생각을 한다. 문제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물리칠 수 없다는 점이다. 과정신학(過程神學)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이 신학은 신을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성장하고 형성되는 영원한 과정에 있다고 가르치는 신학이다.


얼마 전 함께 신앙생활 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하나님은 예배를 받아야 할 만큼 결핍된 존재가 아니기에 예배를 받을 필요는 없으나 예배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이기에 우리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라는 말이다. 베르그손의 과정사상을 읽을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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