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편저(編著)의 ‘세종·정조’는 창비 한국사상선 2권으로 나온 책으로 1권 ‘정도전’과 함께 산 책인데 완독한 ‘정도전’과 달리 조금 밖에 읽지 못했다. 페친이신 위 선생님의 글(편향된 사회가 아니라 어두운 구석없이 골고루 비치는 평등한 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을 읽고 월인천강(月印千江)이 생각난다는 댓글을 달았다.


위 선생님은 만천명월(萬川明月)이 생각난다는 말씀을 하셨다. 두 어구에 달<月>이 공통으로 들어 있다. 월인천강은 부처가 백억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교화를 베푸는 것이 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홍재전서에 “종합해보건대 물의 근원은 달의 정기이다. 나는 알겠노라. 물이란 세상 사람들이다. 달이 비춰 드러나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형상이다. 달이란 태극이요, 태극은 곧 나다. 이 어찌 옛사람이 만천명월을 태극의 신비한 작용에 붙여 비유한 뜻이 아니겠는가.”란 말이 나온다.


편저자 임형택 교수는 정조가 옛사람인 주희(朱熹)의 월인만천(月印萬川)의 논법을 취한 것이라 설명하며 그것은 이일분수(理一分殊)와 같은 논리라 덧붙인다. 이일분수란 이치는 하나이지만 그 나뉨은 다양하다는 의미다.(이정우 교수는 전체가 부분을 포괄한다는 뜻의 이일분수의 사유는 늘 통일국가를 지향한 중국 민족의 직관에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월인만천이란 단어를 보며 골고루 빛이 비치는 평등한 세상을 의미하는 칭물평시(稱物平施)란 개념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많은 것에서 덜어 적은 것에 더해 주고, 사물을 저울질하여 평등하게 베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일분수의 설명을 찾기 위해 이정우 교수의 ‘인간의 얼굴’을 다시 읽다가 다산 선생님이 리(理)를 옥석의 결 즉 사물의 조직망으로 보았다는 글을 읽었다. 주리(腠理)란 말도 만났다. 살 가죽 겉에 생긴 자디잔 금(crack)을 의미한다.


'인간의 얼굴'은 26년전인 1999년에 처음 접한 이래 수시로 들여다보는 책인데 처음부터 사물의 조직망, 주리 등의 말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듯 하다. 이정우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본래 옥석의 결을 의미하던 리(理)로부터 주리(腠理; 황제내경), 문리(文理; 중용) 등이 나왔고 추상적으로 윤리(倫理; 예기), 지리(地理; 역전; 易傳), 조리(條理; 맹자) 등의 말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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